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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용의자 00 | 인스티즈

 

 

 

 

 

 

기억은 모나기만 했다. 아무리 둥글게 둥글게 굴려도 금방 다시 조각나 모난 모서리를 만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구석자리에 자리를 잡고 누워 얇은 담요를 머리끝까지 덮고 몸을 쭈그렸다. 눈을 감으면 아까의 일이 생생하게 재생되었다.

 

 

 

 

“이제 나 안 올 거다, 여기.”


“엄마...”


“엄마라고 부르지도 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내가 어떻게 널 키웠는데!!! 그런 끔찍한 짓을 해!!!”


“엄마...”


“내 팔자야.. 자식새끼가 아니라 짐승새끼를 키웠어.. 그러지 않고서야.. 그러지 않고서야 니가...!”


“엄마...”


“우리 이사 갈 거다. 저기 저 멀리 아무도 니가 우리 가족이라는 걸 모르는 곳으로 갈 거야.  창피해서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있어야지!”


“엄마...”


“아무튼 나 너 출소하는 날까지 다시는 여기 안 올거다. 그게 1년이든, 1년이든 안 올거야. 알겠니?”

 

 

 


.
.
.

 

 

 


엄마... 나 1년이나 10년이 아닐지도 몰라요..

.
.

나... 사형선고를 받을지도 몰라요..

 

 

 

 

 

 

엄마의 태도가 변한 것은 내 인터뷰가 tv를 통해 보도되고 난 뒤부터였다.
그 곳에서 나는 꿋꿋이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

 

 

 

 

“김태형씨, 살해를 인정하십니까?”


“김태형씨, 17살 아이를 죽인 이유가 뭡니까?”


“김태형씨, 박은정씨를 죽인 범인이 맞습니까?”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과 카메라의 플래쉬 세례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엄마의 무서운 표정이 떠올라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태형아.. 실수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엄마 말 잘 들어. 무조건 모른다고 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 아니야,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입 닫고 있어. 그러면 엄마가 다 해결해줄테니까. 그러니까 넌 그냥 억울하게 끌려온 거야, 알았지? 대답해!’

 

‘.... 네. 엄마.’

 

‘그래. 우리 이것만 다 끝내면 영국가자. 아빠 있는 곳에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거야. 알겠지. 우리아들?’

 

 

 

 

 

나는 바로 내 옆에서 양쪽 팔을 잡고 있는 경찰들보다, 내 앞에서 카메라 수십 대를 가지고, 수첩과 펜을 들고 나에게 달려드는 기자들보다, 우리 엄마가 훨씬 더 무서웠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닫았고, 그것은 꽤나 성공적인 듯 했다.

 

 

 


내가 박지민의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눈이 마주쳤고, 걸음이 멈췄다.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김태형씨, 김태형씨가 박은정씨를 죽인 범인이 맞습니까?”


“........ 네. 제가.. 제가 죽였어요..”

 

 

박지민의 동생을 제가 죽였어요.

 

 

 

 


나를 보고 있는 지민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가만히 가라앉아있는 그 눈동자가,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그 눈동자가 너무 아파보여서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아무리 실수였다해도, 실수로 비롯된 것은 결국 잘못이었다.

 

 


내가 죽였다, 내가 나빴다, 내가 잘못했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도 아무 말도 안하고 뒤를 돌아 가 버리는 지민이의 뒷모습이 너무 아파서 나는 속으로 한참을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정말 잘못했어, 나 너무 잘못했어, 지민아.


잘못한 건 나밖에 없는데, 상처받아야 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염치없게도 나는 그게 힘들었다.

 

 

 

 

.
.
.

 

 

 

 

 


분위기가 가라앉은 건 어제부터였다.
사형제도가 부활한다는 뉴스를 보고나서부터 늘상 시끄러웠던 우리 방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그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려고 하지 않았다. 우리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징역수가 가장 높은 죄수들이 모여 있는 방이 우리 방이었기에.

 

 


그러던 중에 교도관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4명 중 한 사람이 사형을 당하게 될 거라고 했다.

 

 

 

 

 

 

[방탄소년단] 용의자 00 | 인스티즈

아버지를 죽인 정국이,

 

[방탄소년단] 용의자 00 | 인스티즈

대학교수를 죽인 호석이형,

 

[방탄소년단] 용의자 00 | 인스티즈

옆집 할아버지를 죽인 남준이형,

 

[방탄소년단] 용의자 00 | 인스티즈

부인과 내연남을 죽인 윤기형,

 

 

 

그리고 친구의 동생을 죽인 나.

 

 

 

 

 

우리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서로를 위해 침묵을 깼다. 후회와 두려움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더 커졌지만 철저히 그것을 숨기고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 이기적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고 사연도 있겠지만 나는 꼭 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누구보다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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