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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w.기분이나쁠땐 

 

 

 

 

 

안녕..?일기야. 안녕..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너와도 인연을 끊었는 데.. 다시 만나게 되었구나.. 남자가 쓰는 일기라.. 조금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오묘한 답답함에 휩싸인 나를 구제해 줄 수 있는 건 오직 이 긴 노트에 끄적이는 것 뿐. 지금 이순간은 친구들과의 카톡도 친구들과 만나는 것도. 하나뿐인 여동생에게 고민상담을 하는 것도. 게임을 하는 것도. 그 어느 것도 나를 위로해줄 수 없겠지. 

 

 

일기야.. 일기야.. 지금부터 내가 널 향해 쏟는 이야기들. 괴롭고 아프고 직설적이고 격정적일테지만 꾹 참고 들어줘. 내가 눈물을 흘려도 자해를 해도 자살시도를 해도 꾹 참고 봐줘. 일기야.. 일기야.. 시작할께.. 

 

 

 

 

 

 

 

길고 긴 친구의 끝에서 시작된 연인 관계였다. 둘다 심각한 혼란과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였고 또 그만큼 애틋했다. 참을 수 없는 애틋함 속에서 피어나는 격정적인 감정들을 억누르며 매일 매일 서로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한이 나를, 내가 루한을. 그렇게 서로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동안 서로를 기다린 마음만큼 사랑했다. 

 

 

루한과 사랑하면서 사랑이란걸 알았다. 사랑은 기다릴 수도 있어야되고 참을 수도 있어야되고 감정을 억누를 수도 있어야되고.. 복잡했지만 행복하고 즐겁고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야되는 것이다. 

 

 

 

 

루한과 나는 그렇게 2년을 쉬지않고. 그리고 들키지 않고. 사랑해왔다. 우릴 아는 주변사람들은 우리보고 친한 친구사이라며 부러워했지만 우린 이미 친구사이를 초월한 깊은 사이였다. 

 

 

 

 

 

행복했다. 우리 사이를 축복받지 못했지만. 우리 사이를 알릴 수도 없었지만. 언제나 나를 보듬어주고 기댈 수 있게 해주는 루한이 있어서. 

 

 

 

 

그러다 어느 순간 연락이 뜸해졌다. 아마도 우리가 사귄지 1년 8개월 정도? 2년에 가까워지고 있었을 즈음이였다. 난 단순히 루한이 바빠서. 내가 좀만 더 기다리면 된다 생각했다. 그리고 기다리는 시간은 점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30분을.. 1시간을.. 3시간을.. 추위에 떨다 겨우 마음을 접고 집으로 들어가니 언제나 루한과 함께 들어가 춥지만 따스하게 만들 수 있었던 우리만의 공간은 어느세 나 혼자만 들어와 따스하게 만들 수가 없었다. 

 

 

 

 

 

우리가 사귄지 2년되고도 일주일뒤. 2주년이되면 여러가지를 하자고 짜놓았던 계획들 전부 펑크를 내고. 나혼자서 방안에서 축하를 하던 2주년이 지나고도 일주일. 루한은 내게 이별을 고했다. 이유는 들을 수 없었다. 

 

 

 

그 뒤로 자해를 하는 버릇이 생겼다. 뭐가 잘못된 걸까. 나를 끊임 없이 탓하며 나를 괴롭혔다. 나를 괴롭히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나를 괴롭히고 있다보면 루한이 돌아오지 않을까? 

 

 

 

 

 

난 루한을 사랑했다. 루한을 위해서 그동안 기다려왔고 루한만 있으면 세상에 다른 사람 없어도 좋았고 루한은 철저히 나에게 스며들어 있었고. 

 

 

 

 

 

 

사랑했다, 사랑했다. 내가 으스러질정도로. 날 이렇게 망가뜨릴정도로.  

근데 이렇게 사랑했던 결과의 끝은 처참할 정도로 날 비참히 몰아세웠고 난 늑대에게 쫒기며 정신없이 달리다 절벽을 마주한 어린양과도 같이 내몰렸다.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할 인연이였던 건가..? 하지만 그렇다기엔 너무 사랑했고 너무 멀리왔다. 지는 이유도 모른 체 때가되어 낙화하는 낙엽처럼 나는 이별한 이유도 모른 체 그렇게 그렇게 낙화하고만 있다. 

 

 

 

 

 

언젠간 이별이 올거라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사랑할 지언정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것도 알았다. 사회는 우릴 색안경끼고 본다는 것도 알았다. 그랬기에 우린 위험했고 그리고 그 위험함 속에서 피어나는 스릴감에 취해 점점 식어가야만 했던 마음을 부풀려버렸다. 

 

 

 

루한은 과도한 욕심으로 풍선을 크게 불다가 터트려버리고서는 새로운 풍선을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성격이 소심해 여전히 똑같은 풍선에 공기만 불어 넣었다가 뺐다가 다시 불어넣었다가 뺐다가만 반복하고 있다. 

 

 

 

 

 

 

한심하지? 일기야.. 나도 알아.. 알아.. 알아.. 

나도 가끔 내가 한심한걸 알고 이렇게 한심한 나를 위해 공격해. 한심한 놈은 살 가치가 없거든. 미련한 놈은 살 가치가 없거든. 

 

 

 

 

 

 

일기야. 근데 그거 알아..? 오늘 널 처음봤지만 처음본 게 마지막으로 보는거야.  

일기야. 내 다음으로 니가 만나는 사람은 루한이야. 그리고 넌 날 볼 수 있지만 난 널 볼 수 없을거야. 

 

 

 

루한 손에 들려서 꼭 날 보러와. 알았지? 일기야?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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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루한이 왜 갑자기 이유도 없이 떠나버렷을까요 ㅠㅠ 민석아 떠나지마... 루한도 혼란이 와서 그랫을꺼야 ㅠㅠ 다이유가잇어서그런거겟죠?... 일기본 순간 오해?가 풀리겟죠?...
가지마)...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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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나쁠땐
가지마님 안녕하세요!ㅠㅠㅠㅠ답글이 많이 늦었죠! 죄송합니다ㅠㅠㅠㅠ매번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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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도 연휴 잘보내세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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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나쁠땐
빠른 답글까지 달아주시다니 감사합니다!ㅠㅠ곧 찾아뵙겠습니다!ㅠㅠㅠ
12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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