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w.기분이나쁠땐 루한, 황순원의 소나기라는 책알아? 알아..? 아..모른다고.. 모른다면 꼭 읽어봐..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정해진 날이 바로 이책을 읽는 날이였어. 중학생 때 였어. 여느 친구들처럼 다음시간인 국어를 준비하고 종이치자 수업준비를 했지. 선생님은 칠판 윗쪽에 '소나기'라고 쓰시고 소나기를 피라고 하셨어. 그리고 설명을 해주셨지. 칠판에 판서를 하시면서. 그 때 국어수업시간이 두시간이였는데 난 두시간 내내 선생님의 설명에 집중할 수 없었어. 내 머릿속에선 두시간 내내 소나기라는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어. 단지 책을 읽었을 뿐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그 내용 하나하나가 전부 그려지고.. 소나기라는 책에서는 소녀가 보랏빛이 좋다고 해. 여기서 이 소녀는 몸이 상당히 안좋아서 소년이 사는 물 좋고 공기 좋은 시골로 이사오는 소녀야. 나하고 비슷하지...? 근데 난 소녀가 부럽다. 소녀는 시골에서 소년을 만나서 즐겁게 놀아보잖아. 소년을 만나기전에도 공기 좋은 곳에서 놀아보기라도 하잖아.. 죽기 전에 부모님에게 유언을 남기기라도 하잖아.. 아아.. 이야기가 딴길로 새버렸네.. 쨋든.. 소녀가 보랏빛이 좋다고 한 대목에서 내 머릿속에 가득찬 절망적이면서 행복했던. 흰천같던 내 머릿속에 번져가며 퍼지는 그 보랏빛은. 잊을 수 없어.. 그리고 여전히 그 보랏빛만은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 난 항상 지금의 내 생활이. 하루하루 달력을 보며 동그라미가 쳐진 그날을. 내가 좋아하는 보랏빛의 절망적임을 이룰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이 마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보랏빛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난 보랏빛이 좋아. 루한. 그런 표정 짓지마. 별거 아니야. 아픔은 이미 내 몸속에 장기와도 같은 일부분이고. 약먹는 건 배고픔도과도 같이, 무언가를 안먹으면 배가 고프다고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이. 내가 내 장기와도 같은 아픔이 시작되면 먹을 수 있고. 어때..? 나 걱정안해도 될 정도지..? 루한... 지금 우는 거 아니지..? 고작 동그라미가 쳐진 날이 일주일 남짓 남았다고 우는 거 아니지..? 지금 내가 아무말도 없이 오로지 산소호흡기에만의지하고 있다고 우는 거 아니지..? 진찰할 필요도 없는 나를 의사선생님이 진찰하며 고개를 젓는 걸 보고 슬퍼서 우는 거 아니지..? 널 보며 웃어주지 않아서 우는 거 아니지..? 루한. 뭘까..? 저 동그라미를 지나고 나면 넌 어떻게 되고 난 어떻게 될까..? 궁금하다.. 그래도 난 좀 양호하네.. 그냥 이대로 보랏빛만 찾으러 가는 거니깐.. 루한. 미안해. 미안해... 그냥 이말이 계속하고 싶어.. 더 이상 너에게 힘이 되줄수도 없고.. 너를 웃게 해줄 수도 없고.. 원래 무능력했지만 진짜 무능력해져버려서 미안해. 루한. 저 동그라미가 지나고 내가 보랏빛을 찾으러 가게되면 너도 너만의 색을 찾아가. 내가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나만의 빛을 찾은 것 처럼. 잘 할 수 있을꺼야. 루한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니깐. 루한. 내 말 잘 알아들었지? 넌 말하지 않아도 내마음 잘 알고 있으니깐.. 루한...잘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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