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징이 교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장난 아니게 시선들이 몰려들었어. 너징은 경수 생각에 신경쓸 틈도 없었지만.
너징이 지나갈때마다 평소에 뚱뚱하다고 비웃었던,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속으로 비웃고 있었던 친구들이 너징을 향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
평소에 너징이라면 잔뜩 뿌듯해하며 으쓱일게 뻔했지만 지금은 경수생각과 조금전의 백현이 생각으로 가득했으니 패스.
그렇게 너징이 교실로 향하는데 뭔가 지금까지는 별로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교실로 들어가려니까 괜히 떨리는거야.
조금전까지는 경수 생각에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도, 지금은 또 상황이 다르잖아. 반년을 지낸 친구들인데, 이렇게 달라진 내 모습을 보면
어떻게 반응할까 싶기도 하고 뭔가 부끄럽기도 하고. 해서 너징은 교실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면서 쉼호흡을 했어.
어느정도 떨림이 진정되자마자 너징은 교실 문을 슬쩍 열고 방학동안 트리트먼트를 자주 한 덕에 찰랑이는 머리카락을 살짝 귀뒤로 넘기며
교실안으로 들어섰어. 교실로 들어선 너징이 자연스레 자리로 향하려는데 왠일인지 평소에는 예비종이 치고나서야 여유롭게 들어오던 경수가 자고있는건지
제 자리에 엎드려 있는거야. 너징은 새삼 놀랄수밖에 없었지. 항상 비슷한 시간에 교실에 도착하면 비어있던 옆자리에 경수가 말없이 앉아있었으니.
사실 어젯밤에 너징과 경수는 연락을 했었어. 그런데도 학교를 일찍 온다거나, 하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너징은 더 당황스러웠지.
너징은 경수의 가지런한 뒷통수를 보자 마자 떡방아를 찧어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노력하면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제 자리로 향했어.
평소와 다르게 살며시 가방을 책상에 걸고, 책상 정리를 경수가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하는 너징이야.
은지는 옆분단에 앉아 너징이 하는 꼴이 우스운지 피실피실 웃기 바쁘지.
하긴, 너징이 생각해도 너징이 웃기긴 했어. 옆자리에 경수가 앉아있을 뿐인데 필통을 여는데도 소리가 날까, 교과서 하나를 꺼내는데에도
혹여 시끄러워 경수가 깰까, 노심초사 하고 있었거든. 그런 너징의 노력을 경수는 아는지 모르는지 곧 절대 뜨이지 않을것만 같던 눈꺼풀을 들어올렸어.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경수의 모습은 정말 왠만한 아이돌들을 거의 다 물고빠는 너징의 눈에도 너무 멋있었어.
자다 깬 부스스한 모습이 있을 수도 있을법 한데, 그런 모습은 눈꼽만큼도. 개미 똥 만큼도 없이 너무 깔끔하게 일어나는거야. 너징은 부끄러움도 없이
멍하게 경수를 바라볼수밖에 없었어. 얼마나 바라봤지? 자다 깬 모습마저 잘생긴 경수의 모습에 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너징이야.
너징은 곧 정신을 차리고 몰려드는 부끄러움에 볼을 붉히며 경수의 시선을 돌리려 말을 건네.
"이, 일찍왔네?"
"응. 너 일찍 오는것 같길래."
졸음이 가시지 않았는지 느릿하게 눈을 끔뻑이며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는 경수에 모습에 너징은 경수의 말을 곱씹어 보지 못한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멍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곧 경수의 말을 이해한 너징이 양볼로는 모자라 귀 끝까지 붉혔지만.
너징이 부끄러움에 가만히 교과서를 들여다보고 있을 즈음, 경수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어. 징어야,
"백현이는 뭐래?"
"변백현?"
"응, 어제 백현이가 알려줘서 너 만난건데."
아아, 그래애. 너징은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백현에 괜히 가슴이 답답해졌어. 뭐지, 이 기분은.
사실 너징의 머릿속에 백현이 생각이 들어서다가도, 떨쳐내려 고개를 돌리면 얄밉게도 변백현이 보이고. 눈앞에 있는 백현이 싫어
멀리 보이는 경수에게 다가가면 또 한번 머릿속에 변백현이 들어서고. 이런 끊임없는 반복에 지치고 있었어.
이게 무슨 감정인줄이나 알면 답답하지라도 않지. 나는 변백현이 미운데, 싫은데, 얄밉고 보기도 싫은데.
자꾸 눈앞에 보이고, 신경 쓰이고. 사실 너징이 예뻐진 모습을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사람은 백현이었어. 왜인지는, 너징 혼자만 알고있겠지.
아무리 미운 변백현이라도, 미운정이 박혔는지 자꾸 궁금한 너징이었어.
왜 자꾸 너징을 피하는지, 그러면서도 왜 답지 않는 배려까지 해줬는지. 왜 넘어지려는 나를 비웃지 않고 그토록 단단하게 붙잡아 줬는지.
왜, 그 전의 나에게 그렇게까지 상처를 줘야했는지. 이제와서 뭘 어쩌고 싶은건지.
개학 첫날은, 변백현으로 가득찬, 잔뜩 뒤엉켜버린 날이었어.
+
10편과 마주보는 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당.
도경수로 가득찬 예쁜 날과, 변백현으로 가득찬 엉켜버린 날.
본격적으로 엉킨 실타래 풀어 봅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