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계획
악토버 - Platonic Love
2016년 새해가 밝았다. 매년 새해가 밝을 때 마다 사람들은 신년계획을 세운다.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만들기, 우리집 장만하기, 돈 많이 벌기 등등.. 나도 그 사람들 중 한명으로써 매년 신년계획을 세우는 데 꼭 들어가는 것이 '다이어트 하기'이다. 다들 알겠지만 다이어트 하기로 해놓고 헬스장 회원권을 끊으면 일주일도 안나가고 포기하는 게 현실이다. 돈만 아깝기 때문에 이번에는 진짜 일주일 이상 나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또 신년 계획에 '다이어트 하기'를 집어 넣었다.
"야 너봉아. 너는 살도 없는 데 무슨 다이어트야. 나 같은 애가 다이어트지."
"지랄 마. 이 뱃살 좀 보고 얘기하지?"
옆에서 다이어트를 왜 하냐는 식으로 물어보는 친구년에게 내 뱃살을 보여주자 급 수긍하는 친구년이였다. 뭐야. 수긍하면 어떡해. 이 년아.
헬스장을 가기 위해 걸어서 10분 거리를 운동삼아 걸으며 갔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나는 3분만 걸어도 헥헥거렸다. 나 이렇게 심각한 수준이었나.. 헬스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하게 든 나는 얼른 걸음을 헬스장으로 옮겼다.
헬스장에 다다르니 뭔가 마음이 무거워 졌다. 내가 자주 나갈 수 있을 까라는 생각부터 이 뱃살이는 언제쯤 빠질건가 라는 생각까지..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안내데스크에서 회원권을 끊고 오늘부터 열심히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옷을 갈아입고 헬스장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 트레이너신 것 같은 미소년이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세요. 트레이너 최승철입니다. 오늘 처음 오셨죠?"
진짜 잘생겼다. 몸도 좋고 키도 크고.. 내가 이래서 헬스장을 오는..(찰싹) 아니지. 운동해야지.
"네.. 여기는 처음 왔는데 평소에 헬스장을 오랫동안 다니질 않아서 뭘 먼저 해야할지.."
"일단 키랑 몸무게같은 신체검사 먼저 하셔야 할거에요. 저기 가시면 여성분 있으시니까 신체 검사 받고 오시면 제가 알려 드릴게요."
작년 헬스장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작년에 동네헬스장은 그냥 오자마자 런닝머신 뛰라 하던데.. 여긴 철저하게 검사라니 뭔가 잘 될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체 검사를 마치고 검사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최승철트레이너님이 옆에 앉으셨다. 눈이 너무 이뻐서 눈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내가 뭐하나 싶어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숙였다.
"아니 왜 쳐다보다가 말아요. 계속 봐요."
"아니..요.."
"지루하죠. 검사결과 기다리는 거. 5분 뒤면 나오니까 조금만 참아요. 그런데 뺄 살이 없어보이는 데.."
"에이.. 검사결과 나오고서 얘기하세요.. 숨겨져 있는 살이 얼마나 많은데요."
나의 말은 현실이 되어 나타났다.. 평소 꽁꽁싸매고 다녀서 몰랐던 나의 체지방이 검사결과에 나타나자 최승철트레이너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ㅍ...아 죄송해요. 일단 복부쪽에 체지방이 상대적으로 있는 편이니까 복부쪽 운동 하시면 될 것 같구요.. 오늘 처음 오셨으니까 그냥 간단하게 런닝머신 한번 하시고 복근운동까지 하시면 될 것 같아요."
"네.."
런닝머신하러 걸어가는 데 뒤에서 웃음을 참고있는 트레이너 님이 보였다. 아니 그렇게 웃긴가? 지는 뱃살없다고.. 내가 진짜 열심히 해서 뱃살 없애고 만다. 굳은 다짐을 하고 런닝머신과 복근운동을 마친 나는 트레이너님께 얼른 꾸벅 인사하고 나왔다.
그 이후 매일 아침 헬스장을 나가 트레이너님의 지도를 받으며 열심히 운동을 했다. 이렇게 오래 나간적은 처음인 것 같다. 최트레이너님이 다정하게 가르쳐주신 것도 있고 첫 날의 그 비웃음때문인 것도 있고..^^
한달 정도 다녔을 때는 동갑인 트레이너님과 말도 놓고 꽤 친해진 시점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너봉아. 이따가 시간 나?"
"이따가? 언제?"
"저녁... 같이 먹게."
"어.. 6시에 시간 있어."
"그러면 저기 카페에서 만나자. 6시에. 알겠지?"
"어.. 승철아 이따봐!"
작별인사를 하고 집에 들어와서 얼른 씻고 할 일을 마치니 5시였다. 여유 있는 시간에 정말 여유롭게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런데.. 입을 옷이 없다. 아니 분명 있는데 입고 싶은 옷이 없다. 그냥 단지 친구 겸 트레이너 만나는 건데 옷을 신경쓰는 이유는 내가 승철이를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달정도 다니면서 없던 정도 생기고 헬스장에서 스킨십도..
"아니 이렇게!"
"뭐 어떻게 하라고.. 이거 처음해서 잘 모르겠어."
"여기 팔을 직각으로 하고 쭈욱 모으면 된다니까."
"승철아.."
"혹시 무거워?"
"조금.."
"무거우면 말을 하지.. 이거 하나만 빼고 나랑 같이 해보자."
추를 하나 뺀 승철이는 나의 앞으로 와서 나의 팔을 잡아주며 동작을 가르쳐 주었다. 너무 가까이 있었던 탓인지 팔에 힘이 풀리고 얼굴이 빨개졌다. 승철이도 부끄러운 듯 얼굴을 돌리고 있었다. 살짝씩 닿는 손길에 결국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승철이를 좋아한게..
6시까지 겨우 준비를 끝낸 나는 2월 초에 맞지 않는 원피스에 간단한 코트하나를 입고 집을 나섰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탓인지 다리가 얼것 같았다. 중간에 거울을 보니 귀와 코는 분홍색 물감을 칠한 듯 불그스름하게 변해 있었다. 6시까지라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빨리 뛰어갔지만 도착해보니 6시 20분이었고 카페앞에는 승철이가 추운지 호호거리며 서 있었다.
"승철아 미안.."
"야. 평소처럼 입고오지.. 춥게 이게 뭐야."
승철이도 내가 추워보였던지 자신의 목도리를 나에게 둘러주고선 손을 잡아 호 불어주었다. 각자 추운걸 느꼈는지 카페 위의 음식점으로 들어가 각자 먹을 것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왜 같이 저녁먹자하는 지 궁금하지 않아?"
"친구끼리 밥먹는데 이유가 있어?"
"친구.. 우리 친구야?"
"그럼 친구 겸 트레이너와 고객 사이..?"
"우리 관계에서 하나만 고쳐보자."
"뭐를?"
"친구를 연인사이로. 오늘 고백하려고 너 부른거야. 좋아해."
집에 들어 갔을 때 나의 신년계획 목록에는 '다이어트 하기'와 함께 '남자친구 만들기'에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끄적끄적 |
원래 고르기에 쓰려던 내용을 신년이니까 여기 가져와서 끄적여 봤습니다. 이거 소재 추천해주신 소재요정님께 감사를 표합니다:) 여기도 처음 글 써보는데 읽어주시는 분들께 모두 감사드립니다. 구칠이들 영원히 미자로 남아주길 바랬는데 결국은 성인이 되었구나 축하해.. 독자분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