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강사님, 드디어 오늘, 세봉 헬스장의 리모델링이 끝났습니다. 오늘부터, 다시 출근하셔서 열심히! 회원분들과 운동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세봉 헬스장 트레이너 한성수[전체공지]
룰루, 신나는 기분.
드디어 오늘 세봉 헬스장 리모델링이 끝나고
다시 재 오픈 하는 날이다.
다행히 인심 좋은 성수쌤 덕분에 유급휴가를 받아
꿀 같은 한달을 보냈지만.................
(하루종일 해리포터 보기, 강아지랑 한강까지 걸어갔다가 지친 강아지 안고 집까지 기어오기...)
요가를 하지 않았더니 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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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오랜만에 들어선 헬스장.
상쾌하게 끼쳐오는 페인트 냄새!
그리고 나를 향해 우르르 몰려오는 시꺼먼 남자 두명!!
"세봉 쌤!! 세봉 쌤 뭐하고 지냈어요??예??"-m
"우왕! 썌앰!!! 보고 싶었어요 흑흑흑...."-s
"모래모래모래..."
"자갈자갈자갈.......푸하카ㅏ카카핳캌ㅋㅋㅋ"
차례로 김민규 쌤, 그리고 우는 소리를 내는 저 띨띨이는 이석민 썜이다.
둘다 멀쩡하게 생겨서 왜 저러는지...쯧쯧
"아, 오랜만이예요"
"아, 맞다 세봉 쌤"
"예?"
"바뀐 시간표 봤어요?"
"아니요. 아직"
"아, 맘에 안 든다구요. 저 또 남자분들하고만 운동해야 되요.."
"야, 김민규. 나는 보디빌더분들 케어해야 되거든!"
민규 썜과 석민 쌤이 울상을 지으며 건넨 바뀐 시간표.
월수금은 무난한데.
화, 목요일에 굵은 글씨로 써있는
최승철 회원 집중 케어
아니 최승철 회원님이 누구시길래,
집중케어를 하지?
더워서 죽겠다며 부산하게 돌아다니는 (사실 산만한)
민규 쌤을 붙잡고,
"저기요, 민규 쌤"
"예?"
"최승철 회원님이 누구신지 아세요?"
"예? 잘 몰라요 흐힣헿 아악!"
덥다고 손 부채질 하다가 자기 눈 찌른 이 빙규는 패스.
"저기요 석민 쌤!"
"흐으예~!"
"....어, 최승철 회원님이 누구신지 아세요?"
"어!"
"왜요?"
"몰라요...흐히헿"
이 띨띨한 말도 패스.
그럼 남은 건,
"성수 쌤!"
"오, 예"
"최승철 회원님이 누구세요?"
"아, 승철이~ 갑자기 집중케어라고 해서 놀랐죠.."
"아, 아녜요"
"미안해요. 내 조카인데, 몇 주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요.
애가 체육선생님인데 조금있으면 개학이잖아. 그래서 물리치료 겸 운동 겸 해서 오게됬어요"
"아"
"월수금은 민규쌤이랑 근력 운동 할거구, 화목은 세봉쌤이랑 요가하면서 뻣뻣하게 굳은 몸 풀려구요.
괜찮죠? 그래도 승철이만 운동 시키는 거니까, 힘들지는 않을거예요"
"아, 그럼요"
"조금 있으면 올거예요. 잘 부탁합니다"
"예"
성수 쌤의 조카라.
열심히 가르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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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민규 썜, 석민 쌤과 헬스 장 밑 한식집에서 순대국을 호로록 하고 있는데,
창밖으로 지나가는 잘생긴 남자.
"오, 지져스"
"왜요 또"
"저 남자 봐요......세상에 너무 잘생겼다. 저런 남자가 내 남자친구면......아.."
"앜ㅋㅋ 맞다.. 세봉쌤 모쏠이었죠??"
"맞아. 연애고잨ㅋㅋㅋㅋ"
"아, 됐어요오!!"
"솔직히 내가 더 잘생겼는데?"
"인정. 근데 내가 너보다 잘생겼으니까 내가 저 사람보다 잘생겼고, 그러니까..."
이 두 띨띨한 사람들한테 말 걸면 이렇게 된답니다^^
하하 너무 즐겁다
그때, 걸려온 전화
"여보세요"
"어, 세봉 썜. 지금 승철이가 와서, 혹시 지금 밥 먹고 있어요?"
"예? 아뇨. 다 먹었습니다!"
"그럼 빨리 와줘요~"
"예"
우후, 잘생긴 남자 봐서 좋아진 기분으로
오늘도 열심히! 김세봉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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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승철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아.........네.."
그러니까, 지금 무슨 상황이냐고?
내가 집중 케어하게 될 최승철이라는 회원분이.
아까 한식집에서 본 그 잘생긴 남자라는 거지.
오, 지져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고 봐야 돼.
"그럼, 저희 간단한 요가 동작부터 실시할건데요. 그전에 먼저 옷 부터 갈아입고 오시겠어요?"
"아, 네. 탈의실이 어디죠?"
"저기 파란 티셔츠 입고 계신 남자분 (=이석민) 보이세요?"
"예."
"그 분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최승철 회원님이 탈의실로 들어가고, 탈의실 앞에 서 있던
파란 티셔츠 입은 남자분이 이쪽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오올 세봉쌤~~"
"아, 또 왜요- "
"저 사람, 아까 세봉쌤이 잘 생겼다고 했던 사람 아니예요?"
"아..맞아요"
"진짜요? 민규썜!!!!김민규!!!민규야!!!!"
아, 석민 쌤 제발.
기차 화통을 삶아먹은 듯한 목청으로 석민 쌤이 탕비실에서 쉬고 있던 민규 쌤을 소환했다.
"왜애!!! 왜!! 무슨 일이야!!!"
"그 아까, 한식집에서 봤던 남자 기억 나?"
"어? 어.."
"그 사람이 그 너랑 세봉 쌤이 집중케어 할 최승철 회원님이래"
"뭐엌!"
상처받은 표정을 짓곤 바닥에 주저 앉은 민규쌤.
허우대는 멀쩡해선 왜 저러는지........
"세봉 썜........"
"예?"
"이제 저 잘생긴 남자랑만 놀고 나랑 안 놀아 줄거죠..."
"아, 뭐래요."
"왜, 맞네"
"치, 아 됐어요. 얼른 가봐요. 저기 회원님 나오세요"
"치. 상처받을 거예요. 흥!"
기지배 같긴.
그래도, 회원님이니까!
웃는 얼굴로!
"옷 다 갈아입으셨어요?"
"아, 예"
"그럼 간단한 동작부터 실시할게요"
++++++++++++++++++
"오늘 감사했습니다"
"아니예요, 잘 따라와주셔서 감사했어요"
"성함이 어떻게..."
"김세봉이예요."
"아, 그럼 편하게 세봉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아, 네"
"그럼 오늘 고마웠어요. 내일 또 봐요 세봉씨"
"예, 조심히 들어가세요"
내 이름을 부르곤 씩 웃는 최승철.
미친, 심장이 밖으로 나와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있는 것 같아.
최승철이 날 보면서 왜 자꾸 웃는지 몰랐는데 탈의실로 돌아와 거울 속 표정을 보니
그래, 티가 나네. 정말 행복해 보인다.
아, 김세봉. 연애 고자 인거 티내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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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출근 하자 마자 보이는 러닝머신위에서 달리고 계신 최승철 회원님.
방학이라 그런지 시간이 널널 한가보다.
"아침 일찍 나오셨네요?"
"어! 세봉씨"
러닝머신을 끄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내 쪽으로 걸어오는 최승철.
아냐, 아직 어색하다고!! 오지마!!
"안녕하세요 세봉씨"
"아,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아, 네"
"하하하...."
아, 어색해.
"저기..세봉씨"
"예?"
"혹시 전화번호 좀 주실수 있으세요?"
오, 엄마.
지금 엄마 딸 번호 따이고 있어..
미친.....아......
아 자꾸 웃지마요 회원님..
"예?"
"아니.......어...........강사님이 언제 나오시는지 정확히 몰라서요..
그래서 오늘 일찍 나와서 러닝머신 하고 있었어요. 잘했죠?"
아,미친 이 남자.. 커다란 대형견 같다.
아, 너무 귀여워ㅠㅠㅠ엉엉
"아..네...음, 전화번호 드릴게요 휴대전화 좀 주시겠어요?"
회원님 그거 알아요? 나 지금 엄청 표정관리 하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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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 쌔앰!!!!!민규 썜!!"
탕비실에서 쉬고 있는 민규쌤.
번호 따인거 자랑해야지~~
"아, 왜요?"
"나 번호 따였어요!!! 최승철 회원님한테에!!"
"아, 망상이 심하시네. 나도 따였어요"
"아, 뭐야. 괜히 기대했잖아."
"치, 내가 번호 땄을 때는 안 줄려고 발악을 하시더니"
"어, 뭐야.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
"아-니거든요! 우리 우정이 이 정도인 줄 몰랐네. 흥!"
"아, 뭐야"
"나 옷 갈아입고 나갈거니까, 최승철 회원님한테 준비운동하고 계시라고 말해줘요"
"아 뭐야, 나 바쁜 몸이거든요?"
"아아!!! 의리!!!"
"아, 알겠어요"
진짜 김민규 저 화상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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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가자 탕비실 옆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계신 최승철 회원님.
눈이 마주쳤다.
설마 다 들은건 아니겠지..?
제발.........
"어...저기 회원님"
"네?"
아, 그렇게 웃지 마요. 심장 아프니까
"민규썜이 준비운동하고 계시래요. 옷 갈아입고 금방 간다고"
"알아요"
"예?"
김민규 아주 나를 엿먹일려고.....씨..
"아, 김민규 진짜... 민규 썜이 미리 말씀드렸어요?"
"아뇨"
"예?"
"그렇게 크게 말하는데 내가 못 들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귀여워"
"아니....."
오 하나님. 잠시만요
"세봉씨 전화번호 따인거 맞아요."
"예?"
"내가 세봉씨한테 관심있어서 번호 딴거라고"
"........예?"
"그러니까, 우리 오늘 같이 저녁 먹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