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연을 믿는 사람이 아니었다.
모든 상황은 둘 중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때가 되면 피어나는 꽃이나 때가 되면 지는 낙엽은 그저 때가 되어 피고 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꽃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피어나고 지는 낙엽은 다가 오는 겨울에게 자리를 양보하려고 지는 것이란걸 너로 인해 알게됐다.
나에게 많은것을 알려준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것뿐이었다.
나의 어딘가에 꽁꽁 숨어있던 사랑을 찾아 먼지를 털어 내어 너에게 고이 전해 줄 뿐이었다.
그냥 그게 다일지도 모른다.
밀고 당기고 재고하는게 다 무슨 소용인가
언제까지나 내 옆에 있을 사람아, 너만은 나를 떠나지 말아라.
그 계절의 끝에서 02
복학을 하고 이전의 학교생활과 뭐가 달라졌느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바뀐게 없다'일 것이다.
어쩜 그렇게 일년전과 다들 변한게 없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나에게 달라진 점은 있었다. 굳이 찝어 말하자면 내 주변사람의 변화가 있었다.
내 옆엔 박지민뿐만 아닌 전정국도 있다는 점?
학교를 다니며 내가 왜 전정국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가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전정국에게 직접적으로 묻지도 않았다.전정국과 난 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내가 카페를 그만 둔 후에도 그는 카페를 찾았는지, 찾았다면 내가 없는 자리를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전정국은 타인에게 크게 관심이 없는 내게 그런 궁금증을 품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전정국의 호의는 착각이 들 정도로 후했다. 의례적으로 겉치레만 하는 나와는 다르게 모든 사람에게 진심을 다 해 주는듯 했다.
물론 진심은 전정국 본인만이 알겠지만.
전정국이 모두에게 친절한 건 나에겐 크게 놀라울 일은 아니었다.
전정국은 원래 그랬으니까, 한낱 카페아르바이트생과 손님으로 만났을 때도 그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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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가요? "
어디서 나타났는지 전정국은 팔짱을 끼고 날 쳐다보며 어디가냐는 물음을 던졌다.
우리가 어디가냐는 물음을 던지고 답 해줄 사이였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내 대답은 '아니'었다.
언짢아진 기분에 시선을 내리 깔았다.
" 아, 저 집 가려고요. "
" 밥 먹을 시간인데. "
" 그렇네요. "
" 밥 안 먹었죠? "
" 안 먹긴 했는데 속이 안 좋아서요. "
분명히 이건 같이 밥을 먹자고 얘기를 할 게 빤히 보이는 멘트였다.
난 빠르게 전정국의 제안을 쳐냈다.
언제나 그랬듯이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선에서 적정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 지민이랑 강의 같이 안 듣나봐요? "
" 제가 손이 느려서 같이 못 듣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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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은 강의가 뜰 떄면 어디선가 나타나 밥 먹자고 얘기 하곤했다.
집에 갔다 오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반복하자니 슬슬 지치긴 했다. 난 집에 가지 않고 시간을 떄울 방법으로 전정국을 택했다.
전정국은 나에게서 뭘 바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전정국에게 원한건 충족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전정국과의 식사는 고정일과가 되었다.
박지민은 자기 말고도 친하게 지낼 사람이 필요하다며 잘 됐다고 하지만 사실 어쩌다 이렇게 된 지는 모르겠다.
집에 들리겠다는 날도 전정국은 밥을 먹자며 날 붙잡았다.
전정국과의 식사가 고정일과가 된 건 확실히 내 의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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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은 여전히 공강없이 풀로 강의가 꽉 채워져 있었고 난 강의가 떴다.
진짜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다. 하루가 멀다하고 거지같은 수강신청시스템을 원망해봤지만 나만빼고 다른 이들은 불만이 없어 보였다.
학교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었다. 지나가는 구름을 어떻게 하면 붙잡을 수있을지 같은 실없는 생각에 취해있었다.
괜히 발끝으로 땅을 툭툭 치는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주치는 사람의 수도 늘었다.
지나가는 선배,후배,동기들의 인사에 답을 하며 계속 멍을 때렸다.
징-
무심이 홀드키를 눌러 확인을 하니 전정국이었다. 전정국은 내가 강의가 뜨는 날이면 언제나같이 문자를 보낸다.
[ 밥은 먹었어요? - 전정국선배]
- 아니요.
언제나 나의 대답은 '아니요'다. 전정국은 알고있다.
내가 본인이 아니면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음을 알고있음에도 이 꾸준한 밥 먹었어요 라는 문자는 그치지 않았다.
전정국은 언제나 괜찮으면 밥 같이 먹어요 라는 문자를 답문으로 해 왔다.
그렇게 전정국과 내 인연은 철저히 전정국에 의해 만들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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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부터 눈에 띄는 전정국을 향해 걸어갔다.
역시 구내식당의 모습은 예전에 왔던 구내식당과 같이 변함없이 정신없는 풍경을 내게 보여냈다.
뒤돌아 뭔가를 열심이 보는 전정국을 툭툭-쳤다.
" 선배 "
" 왔어요? 오늘 학식이 맛있어서 구내식당으로 왔는데 괜찮죠? "
전정국은 나의 부름에 다른곳에 두던 시선을 거둬 나를 바라보았다. 전정국이 그리 집중해서 보던 것은 구내식당에 걸려있는 식단표였다. 특별한것 없이 평범했던 식단이었다.
" 안 괜찮을건 또 뭐 있겠어요. "
전정국은 본인이 봐 둔 창가자리로 가자며 나를 이끌었다.
사실 구내식당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구내식당을 비롯해 학교와 연관 된 모든 기관을 선호하지 않는다.
선호하지 않는다는 말 보다 싫어한다는 말이 더 적합 할 수도 있다.
학교 전체사람들을 모아 놓고 여기저기 인맥 쌓는곳으로만 느껴지는 대표적인 장소들이었다.
창가에 앉아 봄이란걸 문득 느낄 수 있었다.
전정국은 습관이라도 되는 듯 식탁위에 휴지를 깔고 수저와젓가락을 놓고 있었다.
그리곤 물컵을 꺼내 물을 따르고 나서야 바쁘게 움직이던 행동을 멈췄다.
"선배도 오늘 강의 뜨세요? 요즘매일 같이 밥 먹는거 같네요."
"강의 안 떠도 밥 같이 먹으면 좋잖아요 "
전정국은 학식으로 나온 제육볶음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내 식판위에 제육볶음은 건드리지도 않은 상태였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내 말은 중의적인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강의가 뜨지도 않는데 굳이 나와 밥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뜻과 제육볶음은 나도 충분히 있으니 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가진 말이었다. 내 말의 뜻은 전정국에게는 전자로 들린것 같았다.
" 그냥 같이 먹고 싶어서 그래요. "
"아니 그래도 괜ㅊ.. "
"사람이 호의를 베풀면 좀 받을줄도 아는게 좋을거 같은데"
전정국의 말을 듣고 얼굴이 빨개지는걸 느꼈다.
전정국의 말이 꼭 이상황만을 지칭하는것이 아니란것을 알았다.
사실이었으니까 난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고 있듯이 사람과의 관계에서 날을 세우고 있다.
그게 양날의 검이라 날 찌를지도 모르고 정말 꽉 잡고 놓지 않고있었다. 그 동안 아무렇지 않았다.내가 가시를 세우든, 양날의 검을 쥐든 아무도 모르는 나의 비밀이었다.
사람과의 관계가 나의 가장 큰 약점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순수한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것도 나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누군가 호의를 베풀어도 분명 나에게 뭔가 원하는게 있다고 생각하는게 버릇이었다.
전정국과의 관계에서도 나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전정국은 모든걸 알고 있다는듯이 날 쳐다보았다. 우리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고 서로 마주보았다. 누가 먼저 눈을 피하면 지는게임이라도 하듯 눈을 피하지않았다.
" 이유없이 베푸는 호의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 여기 있잖아. 니가 찾는 이유없이 베푸는 호의. "
" .... "
" 좀 해준다면 받고 그래요. 그렇게 다 쳐내지 말고"
전정국은 내 약점을 쥐고 흔들었다.
그리곤 본인이 주겠다고 했다. 내가 찾는 그것을.
내 약점을 들키게 되면 당연히 약점을 쥔 쪽은 나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들거라고 단정지었다.
전정국은 달랐다. 내가 원하는것을 준다하였다.
전정국은 본인이 한 말이 무슨뜻인줄은 알까.
이럴수록 손해가 나는 쪽은 전정국이다. 나는 내가 제일 잘 안다.
내가 그토록 찾던것을 준다는 사람에게 난 모든걸 줄 수 있다는걸.
나와 같이 사랑을 준 적 없는 사람의 사랑을 받아 내기란 힘들것이란것도.
그렇게 우리의 실타래는 서서히 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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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과의 밥먹기는 나에겐 어느샌가 일상이 되었고 습관이 되었다. 때가 되면 전정국의 문자를 기다렸다.
한 사람에게 의지하는것은 위험하다는걸 알고있다. 그렇다고 여러 사람 얕게 사귀는 스타일도 아니기에 난 철저히 혼자였었다.
전정국은 그런 나에게 박지민과 같이 여러 사람과 소통하게 만들려고 부단히 애를 썼다
전정국은 언제나 눈을 바라보며 날 세뇌시키기라도 하겠다는듯이 세상엔 좋은 사람이 많고 변하지 않는것은 사랑이란것을 가르치려들었다.
" 세상엔 많은 사람이 있어. "
전정국은 어느샌가 부터 나에게 말을 놓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물어도 그냥이라는 대답밖에 듣지 못했다.항상 밥을 먹고는 전정국은 카페가 멀리 있더라도 굳이 자판기커피는 입에 대지 않고 고구마라떼를 먹으러 갔다.
옛날 같았으면 이것도 그냥 습관이려거니 하고 넘어 갔을 문제였다.
나 말고 다른사람의 인생이 궁금해졌고 어떻게 하면 이런 습관,생각,행동이 나타나는지가 궁금해졌다.
" 선배는 왜 고구마라떼만 마셔요? 커피는 안 마셔요? "
"원래 커피만 마셨는데 . "
전혀 의외의 대답이었다. 커피는 입에도 안대는줄 알았다.
역시나 나의 단정짓는 버릇은 한 번의 성공도 없는데 그만둘줄을 모른다.
" 고구마라떼만 마시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냥 따라하게 된거같은데 잘 기억은 안 나"
카페창가에 앉아 고구마라떼를 바라보던 전정국은 시선을 거둬 창밖을 바라보았고 강의 시작할 때 됐다 가자라는 말과 함께 내 손을 잡고 눈 부신 태양속을 해쳐나갔다.
전정국 그림자 뒤에 나는 그 그림자를 믿고 태양속으로 들어갔다.
한 사람이 반복적으로 해 오던 일을 바꿔버릴정도로 그 사람에게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상상도하지 못했던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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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의 고구마라떼 사랑은 나에게도 버릇이 되었다.
밥 먹은후에 커피마시는걸 꽤나 좋아 했었다.
난 그저 매일 마시던 커피대신 고구마라떼를 매일 마시니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한 잔의 커피대신 고구마라떼를 마시는것과 매일 마시던 커피를 대신하는 고구마라떼는 큰 차이가 있단것을 몰랐다.
고구마라떼는 사실 밥을 먹고 마시게 되면 꽤 배가 부르게 되는 음료였다.
버릇이 무섭다고 전정국과의 식사가 아닐때도 난 고구마라떼를 찾게 됐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새 전정국은 내게 스며들어있었다.
전정국의 그림자에 발을 들여 놓았고 나는 태양을 피하겠다는 핑계로 그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다.
"김탄소 커피"
박지민과의 식사후에 박지민은 당연하다는듯 나에게 커피를 건냈다. 커피를 받고도 멀뚱히 바라만 봤다.
며칠 고구마라떼의 단맛을 봤다고 커피의 조금의 쓴 맛도 보기가 싫어졌다.
박지민은 멀뚱히 바라만 보는 내가 이상한지 내 이마와 본인이마에 손을 얹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 왜 이래. 나 안 아파. 내가 커피 사 줄게 가자"
" 나 먹고 있는데?"
" 자판기랑 카페랑 같냐?"
" 별다른거 모르겠는데?"
" 니 입은 막입이야. 좋은 거 사준다는데 안 가? "
그렇게 난 고구마라떼를 찾기 시작했다.
항상 밥 먹자는 말은 전정국의 몫이었다. 어느순간부터 전정국과 밥 먹는 횟수가 잦아졌다.
밥 먹는 횟수의 잦아짐은 이제는 전정국뿐만 아닌 내쪽에서도 먼저 연락을 한다는것을 의미했다.
밥 먹는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나에게 전정국은 밥과 같이 없어선 안 될 사람이 되었고 고구마라떼같이 없으면 허전한 사람이 되었다.
꽃내음이 진동을 하던 봄이 서서히 지고 있었다. 제 힘을 다 해 세상을 물들이던 꽃은 푸른 잎에게 양보를 했고 푸른 잎은 세상을 자신의 색으로 세상을 다시 칠하기 시작했다.그렇게 세상이 새 옷으로 갈아입듯 내 세상도 새 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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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용! 오늘도 글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어요헿 빨리 전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여. 뭔가 잔뜩 생각 한 걸 언제쯤 다 써낼지는 모르겠지만 끝까지 가보겠습니다! 독자님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봄이 오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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