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원래 까칠한 동물 아닙니까...?
제가 길렀던 아이는 엄청 까칠했... (눈물)
근데
... 잠깐만요.
나 대형견 처음 썼을 때도 이랬던 것 같은데.
아, 잠깐.
아니...
어...?
Jeff Bernat - Groovin
윤기에게 양상추와 당근 등이 담긴 그릇을 건네준 남준이가 그날 따라 부지런하게 옷을 차려입었으면 좋겠다.
이 시간에 또 나가나 싶어 당근을 하나 잡아 반으로 뚝 자른 뒤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윤기는 그런 남준이를 가만히 구경했으면.
정신없이 여기서 쿵쾅, 저기서 쿵쿵거리던 남준이가 고개를 돌려 허리를 숙이며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나 오늘 늦어요.
응.
... 왜 늦냐고 묻지도 않아요?
왜 늦는데.
물음표 하나 달려있지도 않는 건조한 말에 남준이가 그럼 그렇지, 어딘가 씁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고는
친구들이랑 술약속이 잡혔다고 말했으면.
아, 그거 마시면 개 되는 거 아니야?
...
너 강아지 되려고? 나 개들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여전히 당근을 씹어먹으며 하는 말에 남준이는 잠시 할 말을 잃었으면 좋겠다.
그 개가 그 개가 아니긴 한데, 아니, 맞나? 잠시 고민에 빠진 남준이가 보고 싶다.
다녀올게요.
결국 어떠한 답을 하지는 못한 남준이가 그렇게 말하며 문을 나서면 어렴풋이 응, 다녀와. 라고 답하는 소리가 들렸으면.
그 대답에 남준이가 문득 혼자 사는 것보다 누군가 제 인사에 답해주는 요즘이 조금 더 괜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도 모르게 웃으며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긴 밤이 깊어지고 깊어지다 온전히 가라앉았을 때
혼자 조용한 집 안에서 남준이의 전공서적을 뒤적이고,
노트북을 톡톡 건들이기도 했던 윤기가 갑자기 들리는 벨소리에 놀랐으면.
귀를 바짝 세운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소리의 원인을 찾다가
방 구석에 있던 베개 아래에 깔려 울리던 남준이의 핸드폰을 찾았으면 좋겠다.
멍청이...
지갑이랑 같이 챙겨야할 물품 중 하나 아닌가 싶어 짧게 한숨을 내쉰 윤기가 벨소리를 무시하다가
울리고,
또 울리고,
또또 울리는 벨소리에 결국 직접 전화를 받았으면 좋겠다.
[여보세요? 아, 토끼... 아니, 그, 윤기야.]
귀에 울리는 남준이의 목소리에 조용히 윤기의 귀가 다시
바짝
섰으면 좋겠다.
제 이름을 몇 번이나 부르면서 들리냐는 물음에 나직히 들린다고 대답하면서
다시 한 쪽 귀를 잡아
이번에는 제 볼을 덮고 네모난 전자기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남준이의 목소리에 집중했으면.
대략 전화를 걸게 된 이유는
시내까지 나오긴 했는데 이제서야 핸드폰이 없다는 걸 눈치를 챘고,
마침 친구 중 한 명이 원룸 근처를 지나는 김에 들려서 가져다주기로 했으니까
갑자기 누군가 들어와도 놀라지 말라고.
토끼로 변해서 숨어있던지 하라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아직 아무 인기척 없는 현관을 한 번 바라봤다가
다른 대답을 내놨으면 좋겠다.
너 어딘데.
설마 토끼 귀를 다 내놓고 뛰어오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진짜 설마 토끼의 모습으로 깡총거리며 뛰어오는 건 아니겠지,
역시 그냥 내가 집에 갔어야 했나,
내가 말렸어야 했나.
기어코 윤기에게 친구들과 만난 장소를 알려준 남준이는 홀로 잠깐 밖에서 나와 안절부절하면서 길가를 내다봤으면 좋겠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다시 안으로 들어가 친구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윤기에게 연락을 해야겠다고 남준이가 마음을 먹었으면.
그리고 몸을 돌리자마자 누군가 다가와 남준이의 어깨를 툭 건들였으면 좋겠다.
야.
익숙한 목소리.
남준이가 고개를 돌리자 그제야 깊숙히 내리 눌렀던 후드를 반쯤 올린 채
온전한 사람의 모습이 된 윤기가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을 건네줬으면.
너 벨소리 좀 바꿔. 울릴 때마다 귀 아파.
...
야. 너 또 토끼 말 무시하냐.
살짝 인상을 찡그린 윤기가 뭐라 더 말하려는 순간 제 볼을 덥썩 쥐어잡는 남준이에 눈을 동그랗게 떴으면.
와, 대박. 이렇게도 변할 수 있었어요?
... 야.
이거 귀 진짜야? 진짜? 그냥 사람 귀랑 똑같네?
윤기의 볼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고, 또 후드 아래로 드러난 귀를 조물거리는 남준이에 윤기가 바로 대응하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으면.
그러다 자꾸 제 귀를 만지고 귀찮게 하는 바람에 남준이의 양 손 위로 제 손을 올리고
고개를 바짝 올려
서로 코 끝이 스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남준이와 눈을 마주쳤으면 좋겠다.
눌러썼던 후드가
천천히
내려갔으면 좋겠다.
놔.
짧은 윤기의 말에 그제야 남준이의 손이 스르륵 내려가면 윤기는 제 볼을 매만지다가
그 사이 헝클어진 제 머리를 손으로 대충 헤집어 정리했으면 좋겠다.
그럼 나 간다.
...
개가 되어서 오면 쫓아낼거야.
다시 후드를 눌러쓴 윤기가 먼저 고개를 까닥인 뒤 걸음을 옮겨 멀찍이 가버리면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남준이가
손을 들어 제 입을 가린 채 작게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와,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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