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치도 못했는데 비회원분들이 많이 제 썰을 읽어주셨더라고요.
음... 대형견썰은 100화넘게 다 회원전용이죠?
시간이 날 때 한 번 날 잡고 천천히 토끼썰처럼 회원전용을 풀어놓을테니까
비회원분들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최대한 빠른 시일이내에 풀어놓겠습니다.
원래 독방에서 연재한 거라 비회원분들이 이렇게 많이 읽어주셨을지 몰랐네요.
세상에나...
Jeff Bernat - Groovin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넓지는 않은 원룸 안의 세상에 갇힌 윤기가 조금씩
지루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림을 그리는 취미는 없고,
노트북으로 볼 예능들도 이미 다 봤고,
책은 무슨 다 재미없는 이상한 책들만 가득하고.
이 녀석은 진짜 토끼를 길렀으면 고독사로 죽일 놈이야.
혀를 끌끌 찬 윤기가 자리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으면 좋겠다.
심심하면 무얼하겠나.
잠도 안 오는데
나가서 놀다오자.
너무나 당연하게도 남준이가 올 시간에 맞춰 돌아올 생각을 한 채
남준이의 옷을 챙겨입고 나가기 전 집을 한 번 둘러본 뒤
현관을 나섰으면 좋겠다.
서늘한 거리에 어중간한 오후가 내려앉아있으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고양이가 몰려있는 옆집을 에둘러 걸어간 뒤
꽤나 큰 시내까지 나왔으면.
분주해보이는 사람들,
어딘가 바쁘게 발걸음을 놀리는 그 틈들 사이에서
멍하니
어떠한 방향도 원치 않는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사실 윤기는 남준이의 생각보다 더 보통 사람의 생활에 익숙했으면 좋겠다.
문득 가야할 곳이 생각이 나서 홱하니 걸음을 돌려 어느 구석진 골목으로 향했으면.
문을 열고 들어가,
어, 윤기형! 오랜만이에요.
자신에게 밝게 인사하는 태형이와 만났으면 좋겠다.
잠시 거기서 시간을 보내던 윤기가 문득 태형이에게 어느 가게 이름을 말했으면.
그러면 주변 지리를 잘 알고있던 태형이는 바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윤기는 다음에 또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나
태형이가 알려준대로 거리를 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남준이가 일하는 카페였으면.
생각보다 큰 크기에 오지게 힘들겠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안으로 들어갔으면.
카운터에 서자 구석에서 이야기하던 남자와 여자가 보여 가볍게 목에 두른 목도리를 풀러내리며
저기요.
하고 말했으면.
그 소리에 반응해 남준이가 다가왔다가 윤기를 보고 깜짝 놀랐으면 좋겠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요?
내가 오면 안 되는 곳이라도 왔냐.
아니, 어, 어? 어떻게?
바보도 아니고. 아메리카노 아이스로 하나 줘.
... 토끼가 커피 마셔도 돼요? 아니, 근데 또 왜 그렇게 자연스러워요?
뭐. 토끼 무시해, 지금?
심지어 포스기 옆으로 내밀어진 카드에 남준이가 정말 어리둥절한 얼굴로 계산을 했으면 좋겠다.
윤기는 카드를 다시 받아 주머니에 넣고 힐끔
분주하게 샷을 뽑아내는 여자애의 뒷모습을 바라봤으면.
아,
쟤인가.
여자애 옆으로 가 부드럽게 휘어지는 남준이의 얼굴을 보며 윤기는 아무 말없이 그 풍경을 제 눈에 담아내었으면 좋겠다.
제 앞에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플라스틱 컵에 담겨져서 나오면
조금 있으면 퇴근하는데 같이 가겠냐는 남준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으며 윤기는 쌩하니 커피만 챙겨 나왔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내심 서운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여도 모른 척 나왔으면 좋겠다.
그 사이 벌써 어두워진 거리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아리게 스쳐지나가는 찬바람에 어깨를 움츠리며 손에 쥔 플라스틱을 꾹 움켜쥐었으면 좋겠다.
차갑네,
다.
제 뒷모습을 남준이가 유리벽 너머로 보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조금씩
남준이의 시야에서 천천히 마른 등이 지워졌으면 좋겠다.
--
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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