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웃지마!!"
"안 웃었어- 얼른 집 가자, 탄소야!!"
버스 정류장의 불빛으로 보인 그의 얼굴은 해맑았다. 애 같아. 볼도 발그레하니 귀여운게. 박지민이 '버스 언제 와….'라며 내 얼굴과 마주한 상태로 양 손을 내 어깨 위로 올리고선 내 머리 위에 자신의 이마를 콩 박았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박지민을 눈을 위로 뜨고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다.
연예인 덕후와 연애해요 03
"으아아아!!"
아, 슈발 꿈. 꿈에서 박지민이 평소와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얼굴을 들이밀다가 이내 입이 맞물릴 뻔 했다. 그에 놀라 존나 경기를 일으키면서 잠에서 깼는데 온몸이 땀 범벅이었다. 전기장판을 끄고 자던가 해야지, 후. 지금이 몇 시지? 아직 어두운 방을 보며 한 숨을 내쉬고 핸드폰 화면을 켰다. 아이씨, 눈 부셔. 한 쪽 눈을 감은 채로 시간을 확인하자.
"헐, 좆됐다."
할 수 있을까? 응, 내가 누구여, 김탄소 아니여.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덕에 아침 식사는 당연히 거르고 급하게 씻을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왜 자꾸 심장이 쿵쿵대지. 마치 방탄소년단의 뮤비를 보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야. 세수를 하며 거울에 비친 얼굴을 보며 마치 남성 스킨 광고마냥 턱 부분을 쓸었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수건으로 얼굴을 몇 번 톡톡(사실은 퍽퍽에 가깝게) 두드리고선 급하게 화장실에서 뛰쳐나갔다. 앞으로 지각할 것 같은 날에는 전날 미리 교복을 입고 자야겠어. 이게 뭐람.
"후, 세이프!!"
"아, 존나 아쉽."
누구보다도 빠르게,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온 덕에 지각은 면할 수 있었다. 작년까지 행해오던 '몸과 마음을 단련하자.'라며 교장선생님이 등교 시에 운동장을 3바퀴씩 반드시, 필히! 뛰게 시켰었는데, 교장선생님이 새로 오시고 난 뒤로는 없어진 그 엿같은 규칙이 아직도 있었다면 지각은 물론이고, 나는 아직도 운동장 바닥을 먼지와 함께 뒹구르며 선생님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이리저리 뒹굴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교장선생님이 바뀌고 그 규칙이 없어지던 날, 전교생이 오열했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착하게 살겠습니다.'를 반복했다. 나와 아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로를 부둥켜 안고 제자리를 돌며 방방 뛰었다. '뮤비를 한 편 더 볼 수 있어!'라며 외쳤고, 그런 감동스러운 장면을 본 친구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며, 어느새 머글친구들까지도 모두 모여 방방 뛰고 있었다. 모두 행복했었다. 이제 2학년이라는 것만 제외한다면. '그래도 아직 1년 더 남았어!'라며 자기 세뇌를 하는 친구들도 몇 보였다. 흥, 난 타고났으니 덕질과 공부를 같이 할 수 있어! 누군가가 듣는다면 내 뺨을 신명나게 때릴 말을 속으로 외쳤다.
간신히 숨을 헉헉대며 들어오자 아미가 아쉽다며 콧방귀를 꼈다. 저년, 저거저거. 얄미워 죽겠네.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헤드락을 걸까 싶었지만 숨을 쉬기도 힘들어 심장을 부여잡고 간신히 생명을 연장시켰다. 아오, 살려주세요, 여기 119…, 가방을 자리에서 놓을 생각도 않고 교실 뒷편의 벽에 한 손을 올려다 놓고 다른 한 손으로는 심장 부근을 부여잡고 자리에 주저 앉았다. 이건 뭐, 운동부족 수준. 그러게 평소에 운동을 좀 했어야지. 누굴 탓 하겠니.
"우리 탄소!!"
"후, 하, 후, 하…."
저 멀리서 남학생 무리에서 빠져나온 박지민이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빠르게 달려와 내 가방을 빼앗아갔다. 좀 가벼워지니까 낫네. 박지민에게 오른손 엄지를 들어 보여줬다. 굿보이. 내 가방을 왼쪽 어깨에 맨 박지민이 교실 바닥에서 쓰레기와 함께 있던 내 왼쪽 팔을 끌어당겼다. 으아, 후들거리는 다리로 박지민에게 부축을 받으며 자리까지 도착했다. 방실대며 내 가방을 책상 걸이에 걸어놓은 박지민이 맞은 편에서 쪼그리고 앉아 책상에 양 팔꿈치를 대고 일명 꽃받침자세로 턱을 괸 그가 나를 보며 웃었다. 하, 시발. 평소에도 이런 앤데 내가 왜. 이게 다 꿈 때문이야!! 아침에 그런 꿈만 꾸지 않았더라도, 내가 박지민을 보고 둨흔거릴리가 없잖아. 그럴리가 없어, 없다고!!
"탄소야, 뛰어왔어? 왜 이리 힘들어해."
"와, 나 진짜 운동부족인가봐. 죽는 줄."
"운동부족? 그럼 나랑 같이 운동하면 되겠…."
"야, 쌤 오셨다!!"
운동 부족이라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박지민이 한참을 생각하는 듯 하더니 몸을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같이 운동하자는 말을 꺼냈다. 싫어, 운동은 죽어도!! 마침 타이밍 좋게 문을 여신 선생님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박지민의 손목을 가볍게 치며 어서 자리로 가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다시 또 고개를 끄덕이던 박지민이 '끙차.'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선 그가 의자를 끌어당겨 바로 앉았다. 끙차라니, 끙차라니, 아아, 님이 오셨습니다, 이런 것을 씹덕이라고 하나요? 님의 환호성…. 잠시만, 대각선? 대각선?? 고개를 뒤로 돌려 나를 쳐다보는 그에 놀라 오른손으로 그의 왼쪽 어깨를 쿡쿡 찔렀다.
"왜-."
"니 자리 거기 아니잖아."
"…호석이가 눈이 안 보인다길래."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 확인한 정호석은 교실 저 맨 끝 구석에 짱박혀 자고 있었다. 눈이 안 보이기는 개뿔, 저긴 맨 뒷자리잖아. 정호석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박지민에게 고개를 돌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박지민이 어색한 웃음으로 내 눈을 피했다.
"눈이 안 보이긴, 저기 맨 뒷자리잖아."
"…아, 내가 눈이 안 보인다고 그랬나? 아니아니, 눈이 너무 좋아서 이 자리에 있으면 선생님 땀구멍까지 다 보여서 곤란하대…."
"…됐다."
지금 현재 자신의 자리에 앉으면 선생님의 모공까지도 잘 보이는 대단한 시력을 소유하신 정호석님과 자리를 바꾸신 박지민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자, 다음 변명? 에잉, 쯧쯧쯧. 고개를 몇 번 흔들어재꼈다. 어제 방탄소년단을 보느라 하지 못한 공부를 평소보다 더 늦게 시작해서 늦게 끝맺음한 탓에 피곤한 것 같았다. 그랬으니 내가 이렇게 고개를 꾸벅이지. 아, 몽롱해. 공기도 따뜻하고 모든 말소리가 웅웅대고 세상은 뿌옇고 포근했다. 한마디로 존나 졸렸다.
넋을 놓고 꾸벅이고 있을 때마다 박지민이 나를 한 번씩 툭툭 건드려 준 탓에 간신히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다 때려 치우고 싶다. 개졸려. 집가서 자고 싶다. 그냥 자고 싶다. 하염없이 자고 싶다. 누가 들으면 비웃을 헛소리까지 윙윙대며 머릿 속을 헤집고 다녔다. 졸려. 공부하기 싫다. 박지민. 아, 졸려. 자고 싶다. 박지민? 뜬금없이 든 생각에 잠이 확 달아났다. 아니, 잠깐만. 내가 왜 박지민 생각을 한거지? 왜? 왜죠?! 뜬금없이 머릿속에서 일어난 전쟁에 심장도 가담하려는 것인지 쿵쿵 뛰었다. 나 미쳤나봐. 왜 이래.
"탄소야, 졸리면 그냥 자. 저번처럼 필기 보여줄게!!"
"아, 아냐. 됐어."
언제 수업이 끝난 것인지 눈을 반짝이며 다가온 박지민이 화이팅!이라고 말하는 듯한 포즈를 지으며 얘기했다. 아니, 사실 잠은 달아났지. 시발, 뭔가 복잡해졌지만. 박지민은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내 양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씨발!!! 심장이 존나 쿵쾅댔다. 뭐야, 미쳤냐 김탄소? 미쳤어?! 내적갈등을 뒤로 하고 아무 일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손에 땀나.'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박지민이 내 양 팔목을 잡고 '땀 식히자-.'라며 이리저리 휘저었다.
"아씨,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아, 놔!!"
"싫은데, 싫은데-."
내 양 팔을 이리저리 휘젓게 만드는 박지민은 하지말라고 아무리 지랄을 해도 들어먹질 않았다. 오히려 놀리는 투로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아, 이새끼 힘 존나 쎄!! 힘하면 또 김탄소인데, 온 힘을 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 팔에 힘을 단단히 주고 체중을 실어 내 쪽으로 팔을 팍 당겼다. 놓으려던 것인지 약해진 힘에 당연히 내 몸은 존나게 기울었고, 박지민도 마찬가지였다.
"어, 어?"
"헐?"
박지민은 뒤로 넘어갈 듯한 나를 잡으려 내 한 쪽 팔목을 잡았고, 다른 손으로는 책상을 짚고 있었다. 당황스럽게도 내 힘에 딸려온 그는 몸이 앞으로 기울어 얼굴과 얼굴이 심각하게 가까운 상태였다. 박지민은 특유의 당황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며 '어, 어.'만 반복 중이었고, 나는 아침에 꾸었던 꿈이 다시 생생히 떠올라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지나가던 아미가 식겁한 표정으로 '여기 교실이야! 음악실에 사람 없어!'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학교가 끝나고도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서로 놀라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팍 떨어지며 거리를 두었다.
"소, 손은 괜찮아?"
"어, 괜찮아. 미, 미안."
"아니, 내가 장난을 쳐서…."
그냥 겁나 어색했다. 마치 첫키스라도 한 연인인 양. 아니 진짜, 나 아까부터 표현 왜 그래? 첫키스라니, 키스라니. 김탄소 공부하더니 아주 단단히 정신이 나갔다보다. 제발, 그러지마 탄소야. 정신 차려! 얜 박지민이야!! 후, 하. 어색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살짜쿵 꺼내 들었다. 침침아, 내가 간다.
"재밌어?"
"어어어어!!"
핸드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박지민이 내 핸드폰 위로 얼굴을 불쑥 들이밀었다. 아씨, 놀래라. 왜 자꾸 얼굴을 들이미는거야. 사람 놀라게. 인상을 장난스럽게 찌푸리며 핸드폰을 놓고 박지민의 볼을 감싸쥐고 옆으로 밀쳤다. 눌린 얼굴이 마치 망개떡 같구나. 양 볼을 손으로 꼬집자 박지민이 특유의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내 눈을 마주쳤다. 아, 좋다.
"흐흥, 난 아마 죽을 때까지 덕질하고 있겠지?"
저 멀리서 아미가 눈을 반짝였다. 눈빛으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우리의 덕질은 운명이자,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그러자 박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자를 내 옆으로 더 당겨서 앉았다. 왜, 왜 자꾸 붙는거야….
"응? 그럼 결혼은?"
"덕질…."
"애는?"
"…."
마치 뭉크의 절규에 나오는 사람마냥 손을 양 볼에 가져다대고 절규하는 박지민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자신의 볼을 눌러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런 박지민의 손을 잡아 아래로 끌어내렸다. 그거 하지마, 귀여워. 이내 정신을 차린 듯 머리를 탈탈 턴 박지민이 다시 얼굴을 가까히 가져다 댔다.
"왜 자꾸…."
"진짜 결혼 안 할 거야?"
"할 수 있을까…?"
절로 한숨이 쉬어질 듯한 내 말에 박지민이 잠깐 웃음을 터트리더니 내 머리 끝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다가 내 책상에 얼굴을 박고선 나를 쳐다봤다. '그럼, 당연하지.'라고 조용히 말하는 박지민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오늘따라 교실이 왜 이렇게 조용하지. 기분 탓인가?
"그럼, 우리 탄소는 나를 덕질하면 되겠다. 그렇지?"
"므어?"
"좋네!! 박지민이 덕후 김탄소, 이야!!"
박지민이 말하면서 계속 눈을 깜빡였다. 그래? 그럴까? 너 내 연예인할래? 헙, 미친거야, 김탄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계속 눈만 깜빡이는 박지민이 보였다. 아, 움짤로 만들고 싶다.
"그럴래?"
"…응?"
"나 너 덕질할까?"
아이, 사람 무안하게. 박지민은 여전히 눈만 깜빡거리는 중이었다. 자기가 덕질하라 해놓고 한다니까 고민하는거야? 와, 이거 안 되겠네. 내 연예인으로서의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럼 안 되죠-. 양손으로 박지민의 얼굴을 잡아채 이번엔 내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박지민의 얼굴에 따뜻하게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왜, 하지말까?"
"아, 아니!! 해!!!"
"해?"
"응!! 해!!"
어구, 귀여워. 머리야 부정하지마. 내 꼴린대로 내 소신대로 살거니까. 내 인생에 현실 남자가 있었니? …시발. 어찌됐건, 좋은게 좋은거지. 박지민의 볼을 꾹꾹 눌렀다. 말랑말랑해. 흐, 좋아. 박지민이 살짝 웃더니 다시 또 내 손을 떼어낸다.
"아, 왜-."
"왜-."
"아, 좀 만지게 해 줘라!!"
"싫다!!"
"헐, 싫어…?"
우렁차게 대답하는 박지민의 말에 존나 기죽은 듯한 표정과 말투로 손을 뗐다. 상처받은 것처럼. 으아, 모니터 덕질과는 다른 덕질이야. 세상에 신기해. 완전 좋아!! 그러자 갑자기 안절부절하던 박지민이 내 손을 자신의 얼굴에 가져다댔다.
"…자."
"으아, 완전 좋아. 개말랑거려!!"
"좋아?"
"어!! 완전!!"
박지민이 볼에 바람을 넣어 볼을 부풀렸다. 이씽, 이럼 만지는 느낌이 사라지잖아. 볼을 눌러 바람이 빠지게했다. 하지말라는 표시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박지민이 나를 따라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 그러고보니 오늘은 방탄소년단 얘기를 별로 안 한 것 같네. 기분 탓인가?
-
"썅, 존나 배고파."
"넹, 쳐먹던거나 마저 드세용."
아미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것 같다며 옆 친구의 스파게티까지 가져와 호로록 소리를 내며 진공청소기처럼 흡입 중이었다. 참, 저런거 보면 내 친구라지만. 에휴, 창피함의 끝이었다. 아미는 만족한다는 듯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스파게티만 먹어재끼는 중이었다. 아니, 얘는 이렇게 먹는데 왜 많이 안 찌는지 몰라. 하긴. 저렇게 먹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는데. 모든 칼로리를 그렇게 소비하는건가? 이래서 덕질이 중요해. 정말이야.
"야, 니 근데 요즘따라 왜 더 박지민이랑 붙어다니냐?"
"…그랬나?"
"엉, 시발. 이건 뭐 나 혼자 덕질하는 기분이야."
"죄송, 열활할게여, 언니."
"근데 진짜 왜 그렇게 붙어다녀? 사귀냐?"
"엉."
'뭐?' 스파게티면을 우물거리다 내 말에 놀라 먹던 스파게티면도 다 뱉어내고 콜록거리며 기침했다. 에이, 더럽게 진짜. 사람 눈도 생각해 줘야지.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가 한심하다는 눈빛을 아미에게 가득 보내며 휴지를 쥐어주었다. 휴지를 쥐어주고선 궁금하다는 눈빛을 나에게 쏘아보냈다.
"진짜 사귄다고??"
"어, 왜?"
"씨발!!! 솔로 천국 커플 지옥!!!"
아미는 더이상 자신의 이미지는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자신이 먹던 것까지 모두 뱉어내며 말하는 그녀는 정말 더러웠다. 누군가 뒤에서 내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자 밝은 표정의 박지민이 있었다. 방금 막 급식을 받은 것인지 급식판이 손에 들려있었다.
"나 왔어!!"
"어, 앉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아 젓가락을 쥐던 박지민은 내 앞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하고 더럽게 있는 아미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쟤 왜 그래?' 라고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그 모습에 아미의 표정이 더욱더 굳어졌다. 저봐저봐, 저러지 말라니까. 여전히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박지민에게 '너랑 나랑 사귄다고 했어.'라고 속삭였다. 그러자 애처럼 꺄르륵거린 박지민이 해맑게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치며 한 손으로는 자신의 입을 가렸다. 어머, 세상에. 방금 나보다 더 여자같았어. 시발, 사진으로 찍어놨어야 했는데.
"시발…, 밥이 안 넘어가…."
"이미 많이 먹었잖아?"
"꺼져, 배신자년. 나 먼저 간다!!"
아미는 끔찍한 잔해들로 가득한 식판을 들고 뛰쳐나갔다. 저러다 넘어지지. 여기서 더 무너질 이미지도 없을텐데.
"탄소야, 스파게티 좋아해?"
"응? 너 많이 먹어."
"알게써…."
말꼬리를 늘린 그가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이미 밥은 거의 다 먹은 후라 박지민을 지켜보기만 하는데,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게 이런건가요? 내 배가 다 부르네, 그냥. 오구오구, 우쭈쭈해주고 싶네. 많이 먹고 그 볼살 유지해줘. 사실 지금도 더 쪘음 좋겠지만….
"오구오구, 마이쪄요?"
"…?"
"…미안."
…생각만 한다는게, 그만. 미안, 현실은 처음이라.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는 박지민의 눈을 피했다. 박지민이 바람빠지는 듯한 웃음소리를 내고선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더니, '좀만 기다려, 빨리 먹을게.'하고 엄청난 속도로 밥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천천히 먹어. 체하겠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아주 조금 속도를 줄인 듯 하더니 여전한 속도로 밥을 삼켰다. 물이라도 먹여야지. 주위를 살피자 맞은 편 테이블의 정호석과 김태형이 아미의 표정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박지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응, 니 친구들도 많이 놀랐지? 나도 놀랐어. 순식간에 밥을 모두 해치운 박지민이 내 식판까지 들고 일어섰다.
"응? 이리 줘."
"나 물…."
"헐, 아, 물. 기다려!"
박지민이 웃으며 식판 두 개를 처리하는 동안 허겁지겁 물을 떠다 바쳤다. 근데 식수대가 더 치열하다? 알고 있어? 응? 차마 말로하진 못하고 물컵을 들고 원샷을 때리는 박지민만 넋 놓고 바라보았다. 아, 목젖도 귀엽네. 동영상 찍고 싶다. 물을 다 마신 것인지 물컵을 놓고 온 박지민이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가자.'라는 말도 잊지 않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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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예, 오늘은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싸지른 글입니다.
세상에나!! 계획해둔 스토리가 없어요….
저는 결말만 알 뿐이랍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시무룩)
이래서 저는 글을 쓰면 얘기가 산으로 가나봐요!
의식의 흐름을 타고 산으로.
배고파서 죽을 것 같네요ㅠㅠ
이 시간만 되면 배고픔을 넘어선 배아픔ㅠㅠㅠㅠㅠㅠ
지금 먹고 자면 살찌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먹겠죠? (오열)
아무튼, 독자님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감기 조심하세요!
밖에 나가면 손이 얼어서 떨어져 나갈 정도로 추우니까 이불 속에서만 계세요.
이불 밖은 위험하니까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