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목록 한 번 확인 부탁드립니다.
중복신청, 재신청 모두 일일이 댓글로 달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만
혹시 몰라 제가 지나친 게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암호닉을 수정하고 싶으시다고 하셨던 분도 수정해서 목록에 올렸습니다.
음, 여기 글은 안 읽으시나...
주저리가 대부분이지만 작은 공지도 가끔 올리니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ㅁ;...
그럼 전 자러 갑니다. 다들 잘자요.
추우니까 옷 따듯하게 입고 다녀요, 여러분.
엠레스트 - 겨울의 끝자락
또 한 번의 밤이 지나고
또 한 번의 뻑뻑한 눈을 비비며 일어난 남준이의 눈에 보이는 건 역시나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토끼였으면.
그 뒤에 둘의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정확히는 윤기의 행동이 조금 달라졌으면 좋겠다.
마치 그 날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가 언제
어색했었냐는 듯.
예전과 다를 바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 게임을 하겠다고 꿋꿋히 버둥거리고,
남준이가 퇴근하고 초콜릿을 가져오면 눈을 빛내면서 이리저리 초콜릿을 찾아 뒤적이고,
가끔은 욕을 했다가 남준이에게 입술을 꼬집히기도 하는.
그런 예전과 비슷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엇나가는 그런 나날.
되려 윤기가 그렇게 의연히 행동하는 것을 본 남준이가 혼란스러워졌으면 좋겠다.
그 날 자신이 취했던 뜨거움은 뭐였는지,
왜 갑자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는지,
왜
나만
이렇게 혼란스러운건지.
며칠동안 서로가 알게모르게 머리를 감싸다 한숨을 내쉬었으면.
남준이는 윤기의 발정을 달래주면서 저까지 뜨거워졌던 감각을 기억하고 있기에 더더욱 그랬으면.
하루의 반절 이상이 윤기로 채워진 채, 어떻게든 엇나간 무언가를 잡고 싶어서 애꿎은 머리만 헝클였으면 좋겠다.
무슨 고민 있어요?
전에 있던 마감 알바가 그만둔 뒤 새로 들어온 알바생을 가르치느라 남아있던 남준이가
문득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저었으면.
그 얼굴에 가만히 신입 알바생은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천천히 눈을 휘어접어 웃었으면 좋겠다.
거짓말.
...
무례하게 들린다면 죄송해요. 근데 형, 진짜 요즘 얼굴이 말이 아니잖아요.
지민아.
남준이의 부름에 포스기에서 정산을 끝낸 신입 알바생, 지민이가 포스기 주위를 마저 정리하면서
네.
하고 짧게 대답했으면.
안 그래도 같은 학교인 것을 알고 선배님, 후배님 하면서 금방 친해진 둘이었기에 대화에는 어색함이 없었지만
남준이는 제 입장을 다 말할 수는 없으니 어디까지 말해야하 하나, 고민했으면.
몇 번의 한숨이 오가고,
때마침 한가한 카페의 안을 둘러보던 지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짝사랑 문제인거예요?
응?
여자 마음이 궁금하면 물어봐요. 제가 연애를 많이 해본 건 아니지만 과가 여초과라서 여자들 마음은 꽤 많이 알거든요.
아... 잠깐. 짝사랑?
남자가 그렇게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고민하는거면 가족, 아니면 짝사랑 아닌가. 형 애인 없다면서요.
어. 어. 없지. 내가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
아까부터 어쩌지, 어쩌지, 아, 내가 왜 그랬지... 걔는 왜 그럴까.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이러고 있었잖아요.
남준이를 흉내내듯이 진지하게 미간을 구긴 채 머리를 쓸어올리고 길게 한숨을 쉬는 지민이의 모습에 남준이가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짝사랑...
내가, 토끼를,
민윤기를
좋아한다고?
혼자 속으로 곱씹어보던 남준이는 숨을 들이키면서 잠시 말을 잊었으면.
복잡한 얼굴로 유리테이블만 내려보는 남준이를 보던 지민이는 슬쩍 어깨를 으쓱이고
마저 배운 일을 하러 조용히 움직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가르쳐주는 시간이 끝나고 평소보다 한 시간 늦게 퇴근을 하는 남준이가 옷을 갈아입은 뒤에,
우물쭈물 카운터 근처를 서성였으면.
지민아.
네?
그... 짝사랑인 걸, 깨달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 형, 서툰 사람이구나. 아주 많이. 망설이는 남준이의 물음에 지민이는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거, 답정너인거 알죠?
...
뭐해요. 늦은 만큼 온 몸으로 부딪쳐야죠.
지민이의 말에 길게 숨을 내쉰 남준이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급하게 카페 밖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다시 돌아와 카페에서 파는 마카롱을 포장해달라고 했으면.
서툴지만 꽤나 공을 들여 포장해준 지민이가 남준이가 내미는 카드를 거절하고 자신의 카드를 꺼내 계산했으면 좋겠다.
어, 야. 왜...
고백 잘 하라는 인사. 혹은 차였을 때의 위로?
야, 임마.
농담이에요. 잘 되면 나중에 나 밥 한 끼 사주세요, 선배님. 안 돼도 사주고요.
알았다. 그, 고마워.
남준이가 작게 중얼거리면 지민이는 양 손을 들어올려 화이팅이라는 소리와 함께 주먹을 쥐어 보였으면.
마카롱 몇 개가 든 작은 상자를 들고,
남준이는 집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제야 무언인가가 딱,
맞물린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맞물림이 아직 엉켜있을 윤기에게도 통하길 바라면서
걸음을 재촉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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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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