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축하해, 어제도 터졌네. 영혼 없는 황실장님의 칭찬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쭈, 이제는 좀 떴다고 대답하기도 싫은가보지? 또 고개를 끄덕일 뻔했다. 싫은게 아니라 귀찮아요…. 안 그래도 정확히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새벽 2시에 마친 라디오 때문에 집에 들어가자마자 뻗었는데 4시간 자고 바로 불러내는게 말이 돼요?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휴하고 쉬자 컵을 테이블위에 소리나게 올려놓은 황실장님이 원래 인지도가 높아질수록 피곤한 법이야. 하고는 다리를 꼬았다.
“ 너 피곤한거 잘 아는데 네 일이 많아진 걸 어떡하니. ”
“ …일이요? ”
“ 지금 당장 연습하러 가야 돼. 이틀뒤에 서울 걸즈 컬렉션 런웨이쇼 있으니까. ”
뭐요? 요즘들어 난청끼가 있는 것 같다. 오른쪽 귀를 파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황실장님을 쳐다봤다. 너 내가 그런 표정 짓지 말랬지. 아, 알았어요. 근데 런웨이가 뭔 말이에요? 넌 이때까지 레슨 받은 걸 뭘로 들었냐. 더이상의 질문은 이쪽에서 거절한다. 일어나, 연습하러 가게.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황실장님을 올려다보다 얼떨결에 일어났다. 한시가 급하다며 발걸음을 바삐 옮기는 황실장님을 따라가다가 볍새가 될 지경이였다. 뭐 이렇게 발걸음이 빨라요, 나 가랑이 찢어지겠어요.
“ 투덜댈 시간 없어. 내가 널 이른 새벽에 부른 이유가 뭐겠냐? ”
“ 아흐, 그런 건 최소 일주일 전에 좀 알려주시면 안돼요? ”
“ 그러고 싶어도 일주일전에 안부르고 어제 불러들이는 걸 어쩌겠니. ”
기집애, 거 퉅툴 대지 좀 말라니까. 뾰루퉁하게 나와있는 내 입을 툭하니 치던 황실장님이 찡찡거리는 나를 뒤로하고 먼저 레슨실로 들어갔다. 어, 안녕하세요. 뒤따라 레슨실로 들어가니 이미 연습을 하고 있던 다른 모델들이 보였다. 반갑게 맞아주는 황실장님과는 다르게 울상을 지은 얼굴로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했다. 김OO 오랜만이네. 옷 갈아입고 바로 시작하자. 못본새에 더 무서워진 것 같은 워킹선생님의 말에 툭 건들이면 울 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아, 진짜아.
간지러운 손길에 목을 긁적였다. 정식으로 런웨이 서는 건 처음이지? 스타일링 해주는 코디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쉬었다. 황실장님이 널 밀어붙인 이유가 있을거야. 점점 부담스러워지는 말에 긴장감이 두배로 불어나는 것 같았다. 런웨이 시간은 다가오고 내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있고. 이틀동안 연습을 더 빡시게 했더니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소파에 앉아 종아리를 툭툭 두들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황실장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 연습 열심히 했어? ”
“ 예에. ”
“ 디데이가 오늘인데 다 죽어가네. 자. ”
쭉 뻗어있는 내 다리를 찰싹하고 치던 황실장님이 내 손에 뭔가를 넘겨줬다. 이게 뭐에요? 글쎄? 봐 봐. 주먹을 쥔 손을 펼쳐보니 손바닥 한가운데에 호박엿이 있었다. 호박엿? 지금 나보고 엿먹으라는 건가. 의문스러운 눈길로 황실장님을 쳐다보자 살짝 내려간 선글라스를 여유롭게 올리던 황실장님이 너네 오빠가 너 주라더라. 하고는 픽 웃었다. 하여튼 안 그런 척 하면서 동생 챙기는 거 하고는. 뒷말을 붙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황실장님이 실수하지 말고 잘해라 하고는 대기실에서 나갔다. 손에 들려진 호박엿을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튀어올라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휴대폰 홀더를 켰다.
말하는 싸가지하고는. 예뻐죽겠네, 개새끼. 곧 리허설을 하러 간다는 말에 시간을 보던 OO가 언니, 나 잠깐만 무대 보고 올게요! 하고는 대기실 문을 열어 후다닥 뛰었다. 잔뜩 시끄럽게 웅웅대는 소리에 무대를 바라보자 대형을 맞춰보고 있는 EXO가 보였다. 구석에서 좀 구경하다가 들어가야지. 건장한 스태프들이 가득한 곳으로 가 뒤로 숨었다. 케얼리스 케얼리스. 언제나 듣기가 힘든 노래가 나오고 목이 터져라 고음을 내지르는 도경수가 보였다. 가수는 가수구나. 내지르는 고음을 들을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저게 어떻게 올라가? 와. 무대를 보는게 처음은 아니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점점 더 실력이 늘고 있는게 보였다.
“ 수고하셨습니다. ”
“ 수고하셨. ”
어? 줫댔다. 스태프분들한테 수고하셨다며 꾸벅꾸벅 인사를 하던 만두오빠랑 눈이 마주쳤다. 웁스. 푸드덕대며 남자 스태프 뒤에 숨겼던 몸을 움직여 무대현장을 벗어났다. 안들킬수 있었는데 하필 인사하다가 걸리냐. 나란년은 진짜. 머리를 콩콩 쳐대며 대기실로 들어갔다. 어딜 갔다왔냐며 묻는 코디언니한테 그냥…. 이라고 대답하다가 순간 거울을 봤다. …아, 시발. 잔뜩 힘을 세운 머리에 이퓨리한 딸기삔이 꽂혀있었다. 뭐임ㅋ 나 이거 꽂고 리허설 보러감ㅋ? 어쩐지ㅋ 지나가는 사람들이 존나 이상한년처럼 쳐다보더라ㅋ
“ 엉니…, 나 이러고 나갔는데 왜 안말렸어여…? ”
“ 아직 머리도 덜 됐는데 뛰쳐나가길래 화장실 가는 건 줄 알고 안 붙잡았지. ”
ㅎㅎㅎ나는 미친년이다 흐하훟히히헿헿헿
“ 이리와, 머리 마저 해야 돼. ”
그렇게 멍청히 서있을 시간 없다며 빨리 오라는 스타일링 언니의 말에 해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딸기삔이 꽂혀 제어 할 수 없던 긴생머리가 한순간에 풍성한 웨이브로 바뀌어가는 걸 보고 나중에 집에서 고데기질을 한 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웨이브 넣어도 나쁘지 않은데? 흠. 괜찮네. 나름 자기만족을 하며 뿌듯해하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소파에서 노트북을 만지작대고 있던 인기스타가 네. 라고 대답하자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 안녕하세요! ”
“ 방가방가. ”
“ 어, 형! 안녕하세요. ”
듣기만해도 시끄러운데 안봐도 누군지 알 것 같다. 우글우글 거리던 남정네 여럿이서 안그래도 의상때문에 좁아터진 대기실을 꽉 채웠다. 정말, 고맙습니다, 시발. 안그래도 너무 허전해서 마침 12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오 존나 신난다. 익숙하게 들어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앉던 멤버들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제 무리들을 올려다보는 도진오빠한테 인사했다. 뭔데, 벌써 형이라고 부르는 사이가 된거임?
“ OO야, 안녕. ”
“ 예, 안녕하세요. ”
“ 아까 우리 리허설 봤다며? 민석이 형이 그러던데. ”
시발 그건 또 언제 말해가지고. 아, 네 뭐. 화장실 가다가 시끄. 우리 OO가 EXO 무대 보려고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갔던거구나! …뭐요, 시발? 난 너네들을 보려고 간 적이 절대 없고 그건 단순히 어쩌다가 본 것일뿐이야. 라고 차갑게 말하려던 내 계획이 망했다. 어쩐지 코디언니가 EXO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 싶었다. 이런 개망할 발언을 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시발! 마음같아서는 고데기를 잡고 있는 코디언니와 함께 29박 30일로 염라대왕님을 만나고 싶었다.
“ 그렇게 오빠 무대가 보고싶었어? 응? ”
“ 우쭈쭈. ”
내새끼, 우쭈쭈. 어화둥둥 잘한다, 우리 애기. 무슨 5살짜리 꼬마도 아니고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기분이다. 소파 끝에 앉아 머리를 만지작대는 김종인을 쳐다봤다. 시발, 니새끼라도 이것들을 말렸어야지. 가뜩이나 머리가 덜된 마당에 움직일 수도 없어 나가라고 소리치지도 못하고 있는데 고개를 틀던 김종인과 눈이 마주쳤다. 왜 데려와? 나도 끌려 온거야. 김종인의 입모양을 보다가 그냥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 운명이 이런걸 어쩌라고.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지 시발.
“ 아까 딸기삔 뺐네? 엄청 귀여웠는데. ”
“ 뭐야, 딸기삔도 했었어? 형은 왜 그 좋은 걸 혼자서만 봐. ”
“ 보여줄새도 없이 사라졌어. ”
마구잡이로 뺀다고 화장대 위에 나뒹굴고 있는 딸기삔을 발견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시발. 그 딸기삔 여기있지. …아, 언니 제발. 내 머리를 해주고 있는건지 EXO얼굴을 보고 있는건지 모를 언니가 딸기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그것을 찾아 변백현 손에 들려줬다. 아, 이거구나. 누나, 나 이거 가져도 돼요? 응응, 가져가. 가져가. 저 언니 저러다가 내 모든 걸 가져라고 할 기세네. 살인미소를 날리는 변백현을 황홀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코디언니가 폭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우리 OO 해보라고 해야되겠다. 내가 지금 무슨 개소리를 들은거지.
“ 이리 줘 봐. ”
“ 꺼져. 내꺼야. ”
“ 나랑 단 둘이서 밥 먹으러 갈 때 하라고 해야겠다. ”
“ 미친놈. 네가 뭔데 OO랑 단 둘이서 밥 먹으러 가. ”
“ 예쁜이가 제발 그러자고했는데, 병신아. ”
뭐? 야. 너 박찬열 이 똘구같은 새끼랑 단 둘이서 밥먹으러 가자고 했냐? 딸기삔을 만지작대던 변백현이 싹 바뀐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시발, 여기서 네. 라고 대답하면 존나 쳐맞을 삘이다. 어떡하지.
얘들아, 쳐때리기전에 진정해. (침착)
침착해, 제발. 으르렁거리는 변백현을 보다가 시선을 돌려보면 예쁜아, 그러자고 했지? 단 둘이서 밥 먹으로 했잖아. 그런 적 없다고 말할거야? 그럼 나 이 대기실 뒤집어엎어도 돼? 라고 할것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는 박찬열이 보인다. 이걸 뭐 어떻게 반응해야 돼.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두 사람의 눈빛에 초점없는 눈으로 멍하니 화장대만 쳐다보는데 인기스타와 노트북을 하던 김종대가 왜? 하고선 나를 쳐다봤다.
“ 미친, 박찬열이 말같지도 않은 소릴 하잖아. ”
“ 넌 지금 예쁜이가 말같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는거냐? ”
“ 아, 진짜 미친놈. ”
“ 왜애? 뭔데? 뭔데? ”
제각각 딴 짓을 하던 남정네들도 하나 둘 씩 소란스러워지는 분위기에 박찬열과 변백현을 번갈아쳐다보다가 최종적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 난데, 시발.
“ 아니, OO가 이새끼랑 단 둘이서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잖아. ”
“ 개지랄이네. ”
“ 지랄이네. ”
“ 믿을게 못 됨. ”
“ 박찬열이 또 반협박 했겠지. 뭐. ”
대수롭지 않게 박찬열 탓을 하던 멤버들이 다시 딴 짓을 했다. 다됐다. 그와중에 머리를 만지던 손이 점차 느려지더니 수고했다며 내 어깨를 토닥이던 스타일링 언니가 고데기 선을 뽑았다. 생머리였을때와는 다른 분위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어색한 머리를 만지작댔다. 와, 졸예네. 겁귀겁귀. 스타일링을 끝낸 나를 보자마자 엄지손가락을 올리던 멤버들 사이로 게임하다말고 흘끗 쳐다보던 김종인이 비웃음 비슷한 조소를 흘렀다. 저새끼 웃는거봐라, 저거.
“ 사람이네. ”
“ 뒤질래? ”
그제서야 사람됐다며 날 위아래로 훑어보던 김종인이 다시 게임에 집중했다. 아이템이 신기한지 옷을 이리저리 만지작대던 도경수가 툭하니 던졌다. 근데 옷이 좀 많이 짧다. 그 한마디에 별 생각없이 보던 멤버들도 어, 그러네. 워킹할때 조심해야겠는데. 누나, 너무 짧은거아니에요? 하고 코디언니에게 태클을 걸었다. 다른 모델들에 비해서 별로 안 짧은건데? 옷을 챙기다말고 옷에 태클을 거는 멤버들 목소리에 인상을 찌푸리던 코디언니가 멤버들 얼굴을 보자마자 싱긋 웃었다. 찰칵. 소란스러운 와중에 어디선가 들리는 카메라 촬영 소리에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누가 나 찍었어. 누구야.
“ 자, 다들 나가도록. ”
“ 에이ㅡ. 조금만 더 있다 갈게요. 네? ”
“ 맞아, 손이라도 한 번 잡고 갈래. ”
“ OO야, 오빠가 지켜보고 있을게. 화이팅해 내새끼. ”
기지개를 켜던 도진오빠가 내 주변에서 웅성대는 멤버들을 새 쫓듯이 훠이훠이하고 쫓아냈다. 드디어 살 것 같네. 근데 막상 우글거리던 남자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니 대기실에 허해졌다. 이게 무리의 위엄인가. 오소소 돋는 소름에 팔뚝을 쓸어내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런웨이 서는게 실감이 난다. 대기실을 똑똑하고 두드리는 문에 네하고 대답을 하니 곧 쇼 시작한다는 말을 하던 스태프가 스탠바이 준비해달라고는 문을 닫았다. 어푸우.
“ 긴장하지마. 잘할거야. ”
“ 오키. ”
“ 가자. ”
흐뭇하게 웃으며 OO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도진이 대기실 문을 열고 나갔다. 화이팅. 단 이틀 동안이라도 저 런웨이 한바퀴를 돌기위해 24시간이 모자를 만큼 열심히 연습했던 OO를 알던 도진은 그저 뿌듯하기만 했다. 잘 할 수 있을거야. 주먹을 쥐고 잔뜩 경직 되있는 OO의 어깨를 통통 두들기던 도진이 발걸음을 옮겼다.
“ 앞만 쳐다보고 중간선으로 워킹해. 알겠지? ”
“ 네. ”
호랑이 같았던 워킹선생님도 이럴때는 그저 순한 양같기만 했다. 당신이 더 긴장되는지 손에 땀이 찬다며 씩 웃던 선생님이 내 어깨를 툭하니 쳤다. 너같이 모델에 기본도 없던 애가 이렇게 잘해줄 지 몰랐다. 난 네가 뿌듯해, 김OO.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선생님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져, 쌤. 제가 누구 제잔데. 쇼가 시작됐다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는듯이 고품격스러운 경음악이 흘러나왔다. 내 앞에 서있던 모델들이 하나 둘씩 런웨이로 나갈 수록 숨이 턱턱 막혔다.
“ 하나, 둘, 셋. 나가! ”
내게 손짓을 하는 프로듀서님을 보다가 나가라는 말에 맞춰 발걸음을 뗐다. 사실 죽어라 연습했던만큼의 실력이 나올까 걱정이 됐지만 이게 내 런웨이의 데뷔라고 생각하니 절로 각이 나오는 것 같았다. 워킹하는 1초마다 무슨 플래쉬세례가 이렇게나 터지는지 눈이 아파 죽을 지경이다. 어휴, 진짜. 내가 워킹연습할때 누구보다 플래쉬 더 밝게 터뜨리기 연습이라도 하셨나. 중앙에 서서 한바퀴 도려는데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EXO가 보였다. 깜짝이야. 몇초동안의 눈이 마주친 듯 했지만 존나 쿨내나게 뒤돌아섰다.
“ 잘했어, 잘했어. 얼른 가서 다음 옷 갈아입어. ”
“ OO야! 여기! ”
아, 정신없다. 런웨이에서 내려오자마자 걸치고 있던 옷을 벗고 칸막이로 들어갔다. 다음 옷을 건네주던 코디언니가 재빠른 손길로 척척척척 옷을 입혔다. 이러니까 꼭 아바타같다. 정신없이 나가 워킹하고 정신없이 들어와 옷을 갈아입기를 서너번 반복했을까 마지막 피날레라는 소리에 온몸에 기가 빠지는 느낌이였다. 피날레까지 장식하고 나서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소파에 뻗었다. 내가 지금 뭐한거지. 잘하기는 했는지 어땠을지 정신이 너무 없어 생각도 못했다.
“ 올, 김OO. ”
“ 헣, 나 어땠어? ”
“ 짱잘했음. ”
진짜? 응, 주변에서 계속 칭찬하더라. 너 워킹 잘한다고. 나 완전 뿌듯했음. 브이자를 그리는 나를 보며 물을 건네던 인기스타가 옆구리에 꿰고 있던 노트북을 테이블위에 올려뒀다. 이제 한시름 놨네? 엉. 죽을 것 같아. 눈을 꽉 감았다 뜨자 그제서야 정신이 드는 듯 했다. 도진오빠가 잠시 자리를 비워주는 사이 런웨이 섰을 때보다 무난한 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나갔다. 이제 EXO 차례인가? 지정석에 앉아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대고 있는데 크게 들리는 함성에 어깨를 흠칫떨며 무대를 올려다봤다. 우, 우월한 오케스트라같은 전주가 흘러나오자 무대가 아주 뒤집어들듯한 함성소리가 들렸다. 올ㅋ
“ 종인이 춤 잘춘다. ”
“ 뭐, 어렸을때부터 잘추긴 잘췄어요. ”
“ 기집애, 어깨 올라간 거봐. ”
하늘로 치솟겠다. 뿌듯한 표정으로 무대를 보고나서 손바닥이 떨어져나갈새라 박수를 쳤다. 마지막 무대를 끝으로 서울 걸즈 컬렉션이 끝났다. 수고하셨다고 인사를 하다가 대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맛있는 냄새나. 대기실로 들어가자 내 앞에 보이는 김밥헤븐에 눈을 도로록 굴렸다. 무대 잘 봤어? 무대를 보는 동안 밖에서 사왔는지 음식포장지를 뜯던 도진오빠가 앉으라며 소파에 자리를 내줬다.
“ 너 밥도 못 먹고 와서 급하게 나가서 샀어. ”
“ 와, 대박. 진짜 개감동. ”
멋쩍게 웃으며 나무젓가락을 내 손에 쥐어주는 인기스타를 황홀한 눈빛으로 보다가 김밥을 물었다. 개맛있다, 진짜. 이것이 천국이로다. 냠냠쩝쩝거리며 맛나게 먹고나니 배가 불렀다. 싹 다 비운 음식을 멍하니 내려다보던 인기스타가 다른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너무 많이 먹었나. 직업병이라도 걸린건지 예전같지 않게 먹고 나서 먹는 양을 초과해서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만큼 운동을 하는데 이까짓거 뭐. 포장지를 다 싸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 많이 피곤하지? ”
“ 어엉. 진짜 돌아가시겠다. ”
“ 이제 그런 일도 많아질거야. ”
어질러 놨던 대기실을 깨끗히 비우고 대기실을 빠져나왔다. 인기스타님과 함께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데 한곳에서 우글우글 대는 남정네들이 보였다. 셔츠를 끌어올려 배를 긁적이던 손을 멈추고 헛기침을 했다. 와, 나 은연중에 신경쓰기 시작했어. 놀랍다, 놀라워. 넋놓고 무대를 봤다는게 괜히 쑥스러워 도진오빠 뒤에 숨어서 엉금엉금 벤으로 가는데 아니나다를까 딱 걸렸다. 아오, 쉬벌.
“ OO! ”
“ 와, 개예뻤어. 진짜. ”
“ 우리 무대는 어땠어? ”
“ 머, 멋있었어요. ”
나름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짧게 박수를 쳤다. 벌써 피곤하다. 이제 집에 가는거야? 땀을 닦던 변백현이 물었다. 네, 이제 집에 가서 좀 쉬어야죠. 그래, 피곤하겠다 우리 OO. 언제나 들어도 참 낯간지럽다. 우리 OO, 예쁜이. 멍한 눈으로 차에 기대 휴대폰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던 김종인이 보였다. 저거 저러다가 휴대폰 떨어뜨린다에 한 표 건다. 탁. 역시, 난 위대해. 김종인 손에서 휴대폰이 떨어졌다. 앞면으로 떨어진 휴대폰 액정이 반짝였다. …뭐야, 저거.
“ 야, 김종인. ”
“ 왜. ”
“ 너 왜 나 도촬함? ”
저건 또 무슨 개소리야. 라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보던 김종인이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그 순간 아차싶은 김종인의 표정이 빠르게 지워졌다. 아까 게임하는듯하더니, 게임하는 척 하면서 내 사진을 찍은 듯 했다. 그래도 제 동생 예쁘다고 사진 찍어주는 거 봐라. 그것도 배경화면까지 해놓고, 얼씨구. 야리꾸리한 눈빛으로 김종인을 쳐다보자 내 시선을 애써 피하던 놈이 피곤하다며 후다닥 차에 올라탔다.
“ OO야, 나랑 단 둘이서 밥 먹으러 갈꺼지. ”
“ 으, 예? ”
저게 질문하는건지, 강조하는건지. 분명 문장을 보면 질문하는 것 같은데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니라고 말한다면 널 사살해버리겠다. 뭐 이런?
“ 뭐 이딴 놈이랑 먹으러가. 나랑 가자, 나랑. ”
“ 꺼져 좀. ”
“ 나도 데리고 가! ”
어디선가 갑툭튀한 김종대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웃었다. 가기 싫다고 말하면 맞을려나. 그, 그냥 다같이 먹으러 가요! 선심썼다는 듯한 내 말에 각자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던 세사람이 동시에 나를 쳐다봤다. 어? 밥 먹으려고 약속 잡는거야? 그럼 이 몸이 빠질 수 없지. 우글대는 개미마냥 들러붙던 멤버들이 언제 갈까? OO는 시간 언제 돼? 라며 나를 감쌌다. 아, 시발. 집에 존나 가고 싶다.
“ 우리는 네 시간에 맞출게. ”
“ 아이, 저. ”
“ 저녁에 만나는게 더 좋지 않을까? ”
왜 저녁에 만나. 의심미가 가득한 얼굴로 말하던 루한이 씩 웃었다. 안그럴 것 같이 생겨서 더 그러네. 역시 사람은 얼굴로 판단하면 안되는거구나. 밥 먹을 날을 정하자는 11명의 보챔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아이고, 나죽네. 먼저 차에 들어가있던 김종인이 창문을 쓱 내리고는 빨리 안타고 뭐하냐며 퉁명스레 말했다. 부끄러워하는거봐, 새끼. 김종인의 말은 귓등으로도 안쳐듣던 11명이 매니저 삼촌이 오자마자 낑낑댔다.
“ 형, 우리 스케줄 없는 날 언제에요? ”
“ 우리 그때 놀러가도 돼요? ”
“ 저녁에 나가면 안돼요? 조심히 놀게요. 네? ”
제 팔을 늘어지게 잡고 들러붙는 11명에 뭐야, 이거. 라는 듯한 표정으로 삥 둘러보던 매니저 삼촌이 나를 쳐다봤다. 애, 애들 왜 이래? 에이핑크가 부릅니다. 몰라요.
“ 스케줄 없는 날 찾아보긴 할게. 근데 왜? ”
“ OO랑 밥먹게요. ”
내가 못산다, 못살아. 제가 말해놓고 개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는 변백현에 혀를 내둘렀다. 난 아직 먹으러 간다는 말도 안했는데 저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에헤라디야 놀고 자빠졌네. 허둥지둥 나갈타이밍을 못잡고 있는데 박력있게 클락션을 울리던 인기스타가 야! 타! 족처럼 손짓했다. 아까부터 자꾸 사랑하게 만드시네, 저님. 기쁨에 콧구멍이 춤추는 걸 겨우 막고 아쉬워하는 11명 사이를 빠져나갔다. 먼저 가볼게요!
“ 우리 약속은? ”
“ 나중에 시간 나실때 전화주세요. ”
됐고, 집에 가고 싶다그여.
“ 아, 맞다. ”
김종인을 쳐다보자 여전히 창문을 열어놓고 기대있던 놈이 뭐, 이년아. 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 사진 카톡으로 보내라. ”
“ 야, 내가 찍은게 아니라. ”
“ 안녕히 가세요. 수고하셨어요! ”
상쾌하게 문을 닫았다.
사랑합니다 S2s2
글쓰는 속도가 많이 느려졌어요ㅠㅠㅠㅠㅡㄹ엉엉엉ㅠㅠㅠㅠ내손 망할손ㅠㅠㅠㅠㅠㅠ
여러분 ㄴ핫튜핫튜해요!! 암호닉은 받는다고 할때까지 당분간 안 받아요!
S2암호닉S2 |
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