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엄마는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근데, 그 사람은 아니야. 정말 그 사람은 아니야. 아가.
옆집 남자 06
Write, 옆집 남자
이제야 기억났다. 술을 먹고 윤기 씨 앞에서 난동 피웠던 게 기억났다.
아, 뭐 잘난 과거라고 그렇게 말한건지. 내 자신이 한심하다. 아, 엄마 나 이제 어떻게 살아. 계속 돌아다니면서 저 남자랑 마주칠 텐데 나 어쩌지.
내 술버릇을 알았다. 과거이야기 하기, 소리 지르기. 난 왜 이런 주사만 가지고 있는 걸까. 좀, 좋은 주사는 없는 건가. 예를 들어 애교 부리기라던가 예쁜 짓 하기 같은 거. 난 왜 그런 주사가 아니라 쓸모없는 주사를 가지고 있는 건지.
아, 보고싶다. 오랜만에 엄마가 보고 싶다. 한 동안 과제에 치이고 사느라 아무 것도 신경 못 썼는데 엄마가 보고싶다. 그리고 정국이도 보고싶다. 전정국 고2라더니 철 좀 들었으려나. 정국이를 마지막으로 봤을 때가 언제더라. 정국이가 7살 때 마지막으로 봤네. 초등학교 입학하는 것도 못 봤구나. 우리 동생 어릴 때도 많이 예뻤는데, 지금도 예뻐서 인기 많겠지?
“ ... 뭐야? 왜 아무도 없어? ”
“ 김 후배? 왜 여기있어? ”
“ 선배! 혹시 오늘 강교수는 수업 일정 바뀐 거 아니죠? ”
“ 강교수님 오늘 연수 가셔서 휴강인데? 착각했구나 ”
뭐? 휴강? 왜 나만 모르는 휴강이 존재하는 거지? 혹시 나 설마 그건가. 아싸. 아웃사이더가 된 건가. 그럼 오늘은 뭐하지... 휴강이면 오늘도 집에서 짱 박혀서 드라마나 돌려볼까. 아, 그러기엔 내 시간이 너무 아깝다. 오랜만에. 그래 정말 오랜만에 엄마 보러가야지.
*
*
*
내가 여길 와도 괜찮은 걸까. 혹시 오랜만에 왔는데 환대받지도 못 하고 욕만 먹고 가는 건 아닐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그래도 언젠가는 꼭 들렸어야 할 곳이니 기차 표를 끊었다.
[ KTX, 대구로 가는 기차를 타실 승객분들께서는...]
그래, 때가 된거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듯이 나는 지금 그 때를 잡아 고향으로 가는 거다. 내가 무서워하고 걱정할 거 하나 없다. 오늘은 나를 위해 대구에 가는 거다. 집에서 쫒겨나기라도 하면 정호석이나 만나러 가지 뭐.
KTX라 그런가.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아, 나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엄마 만나면 뭐라고 하지? 엄마 안녕? 아, 가식적이야. 엄마, 안녕하세요. 너무 딱딱한데? 어머니… 아, 드디어 내가 미쳤나보다. 오랜만에 쉬는 시간이 찾아오니까 뇌가 과부하 된 건가.
택시를 타고 집 앞 공원까지 왔다. 사실 공원에서부터 집까지 쭉 주위를 둘러보고 싶었다. 9살에 정신병원에 갇혀서 이 주위를 둘러보지 못 한게 벌써 10년이 다 되어간다. 주위는 많이 변했다. 정국이와 내가 자주 놀러나오던 공원의 미끄럼틀은 녹슬은 지 오래고, 우리가 장난 치던 모래밭은 아스팔트에 덮인지 오래인 것 같다. 그리고 푸르던 들판은 사리진 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아, 고작 10년만에 이렇게 변하는 구나. 10년은 모두에게 많은 변화를 주는 구나.
친구들과 놀러나온 것 같은 고등학생들. 정국이도 아마 저 나이쯤 됐겠지? 고2라더니 엄마 속은 안 썩히나 몰라.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골목으로 들어가려고 고등학생들을 앞질러 걸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원을 추억하기 위해 뒤를 돌았을 때. 너무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야, 죽을래? 왜 이렇게 늦어 새끼야 ”
“ 아! 우리 집 순심이 밥 주고 왔다 왜 ”
“ 쟤는 안 늦는 날이 없어 ”
늦은 친구에게 윽박지르는 아이들 중 정국이가 섞여있었다. 키도 크고 근육도 많이 생겼네. 진짜 남자다워졌다. 얼굴에 그 이목구비는 그대로인데, 진짜 여자애들 많이 울리고 다니게 생겼구나. 내 시선을 느꼈는지 정국이가 나와 시선을 맞춘다. 그리고 정국이의 머리 위에 있는 물음표가 지워지고, 느낌표가 생겼을 때. 난 그 자리를 황급히 피했다.
왜 피했을까. 뭐가 문제였을까. 아직 난 네 앞에 서려면 용기가 부족한걸까. 아니면 난 네게 아직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걸까. 정국이의 얼굴을 볼 용기가 없어서 그리고 아직 그 때가 안 된 것 같아서. 엄마는 만나지도 못 한 채로 황급히 택시를 불렀다. 뒤에서 빠른 걸음걸이가 들리고 난 그 걸음 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택시를 기다렸다.
“ 탄탄 누나. 누나 ”
“ 야! 전정국! 갑자기 어디 가 ”
“ 김탄탄. 탄탄 누나 ”
물기 젖은 정국이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한 채로 택시를 잡아 그 자리를 피했다. 정국이를 마주 볼 자신이 없어 피했다. 택시가 멀어져 가는 데도 넌 그 자리에서 택시를 아련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마치 첫사랑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세상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내가 탄 택시를 쳐다본다.
“ 아가씨, 어디로 가냐니까? ”
“ 아, 죄송해요. 대구 복합터미널로 가주세요 ”
난 널 마주할 용기가 아직 없기에. 아직 네게 죄책감을 가지고 있기에 떠난다. 미안, 정국아. 나중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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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남자의 사담 |
안녕하세요! 오늘은 여주를 알아본 정국이와 여주의 심정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노력했는데, 마음대로 안 된 것 같아요ㅠㅠㅠㅠ
오늘 편은 대화가 많지 않아서 분명 지루하셨던 분들도 계실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 아프네요
오늘 편도 봐 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과분한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암호닉은 7화 혹은 8화까지만 받을 생각입니다!
독자님들 사랑하고 늘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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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 걍 신혼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