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채셔
벌써 2일이다. 이틀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적지 않은 시간이다. 장장 48시간, 그러니까 2880분 동안 지민만을 기다린 거다. 지민에게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았다. 아주 심한 몸살이라는 명목으로 회사를 오지 않았다. 그래서 출근, 퇴근도 같이 할 수 없었고 회사에서도 지민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걱정이 되어 지민의 집으로 찾아가면 늘 태형만이 나와 '아직 안 왔어.'라고 말해주었다. 어쩜 이럴 수 있는 걸까. 지민에게 이런 일방적인 잠수는 어울리지 않았다.
지민의 잠수만큼이나 힘든 것은 남준과의 일이 있고 난 후 확연히 달라진 회사 내의 시선이었다. 나만 보면 손가락질을 하며 수군대는 여사원들 때문에 신경박약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리고 변해버린 남준 또한 골치가 아팠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나에게만 쌀쌀 맞게 굴면 될 걸, 모든 사원들에게 딱딱하고 삐딱하게 굴었다. 덕분에 화살이 돌아간 쪽은 내 쪽이었다. 남준의 성격이 바뀌어버린 것은 모두 다 나 때문이라는 것이 손가락질과 온통 세모 꼴을 하고 있는 눈들의 주요 골자였다.
"팀장님, 여기 랩몬스터 관련 홍보 자료구요."
"……아, 네."
"이건 랩몬스터 인터뷰 딴 것들 기사 형식으로 써본 겁니다."
내가 랩몬스터의 이름을 언급하자 다시금 회사의 분위기가 경직되는 듯했다. 앞에 앉은 팀장님의 얼굴도. 나는 눈을 내리깔다 자리로 돌아갔다. 점심 전에 업무를 끝내서 다행이었다. 그 날 엉망이 된 남준의 인터뷰를 다시 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는데, 그 자료들을 몇 시간씩이나 봐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어찌 됐든 일이고, 회사 업무니 완성할 수 밖에 없었지만. 곧 점심 시간이 되어 사원들 모두가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는 힘이 빠져 책상에 엎드렸다. 속이 쓰려 죽을 것 같다. 위염인가. 눈을 감고 입술을 물었다. 지금 점심 시간이라 병원도 오래 기다려야 할 텐데. 그렇다고 또 조퇴를 하기에는 너무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참기로 했다.
"우리끼리 밥 먹어요?"
"네, 여주 씨 자는 것 같은데요."
"진짜… 오늘 프로듀서들 만나야 돼서 랩몬 작업실 들어갔거든요."
"헐, 진짜요? 요즘 완전 싸가지 없다던데."
"네, 그러니까요. 김여주 씨랑 그런 일 있고 나서 완전 딴 사람이더라니까요."
눈을 감고 있으니 자는 줄로만 알았나보다. 희미해지는 정신을 붙잡는 소리들은 여전히 지겨운 소리들이었다. 소리가 희미해질 때쯤 나는 눈을 가만히 떠보았다. 하아, 하아, 하고 숨을 규칙적으로 내뱉어보다가 똑바로 앉았다. 약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일어선 순간, 내 앞에 남준이 있었다. …여주 씨. 짧고 매정하게 말하던 남준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다 이내 무너져버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남준을 보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미안해."
"……."
"미안해, 내가."
"………."
"근데 너한테 이렇게 대하는 거."
"……."
"내가 못하겠다."
"………."
"내가…, 못하겠어…."
남준은 울먹였다. 내가 못하겠어, 라는 말만 반복하던 남준은 칸막이를 꾹 잡았다. 꾹꾹 울음을 참아내던 남준은 하아, 하고 뜨거운 숨결을 내뱉었다. 그래, 내가 끝내볼게. 8년동안 이어왔던 감정, 내가 끊어내볼게. 곧이어 작게 들려오는 남준의 말을 듣다, 일어서서 남준을 안아주었다. 조금 더 성숙해진 얼굴로 남준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에 젖은 미소가 안쓰러워서 입술을 꾹 물었다. 등을 토닥여주면서 나는 남준의 첫사랑이 예쁘게 별이 되기를 빌어주었다. 이 마지막 손길이, 어쩌면 길고 긴 싸움이 될지 모를 남준의 첫사랑을 최대한 아프지 않게끔 어루만져줄 수 있었으면. 그렇게 한참을 우는 남준을 그대로 안아 달래주었다.
10. 빨간 사과는 영양에도 좋고 당도도 높대요
좀 괜찮아질 줄 알았더니 위 통증은 몇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한숨을 푹 쉬고 위를 꾹꾹 누르는데, 갑자기 토 기운이 올라와 화장실로 뛰어들어갔다. 제일 처음 보이는 칸으로 무작정 들어가 우욱, 하고 속에 있던 것들을 게워냈다. 제대로 밥을 먹은 적이 없어서인지 위액만이 역류해 입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한참을 구역질하다 지쳐 변기 위에 걸쳐진 채로 한참을 있었다. 그러고 있으니 자연스레 눈물이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렇게 또 놓쳐야 하는 걸까. 또 혼자 있어야 하는 걸까. 남준이 떠나고 겨우 익숙해진 혼자의 생활에 지민이 뛰어들었고, 그래서 행복했는데. 다시 혼자 있을 자신은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다시 구역질이 나 변기에다 얼굴을 들이밀고 역류하는 것을 뱉어냈다. 다시 구토를 하자 이번에는 손길이 있었다. 내 등을 따뜻하게 토닥여주는 손길. 우욱, 하고 한 번 더 게워내고 나서 한참을 헐떡이다 뒤를 돌았다. 등을 토닥여주는 손의 주인공은… 지민이었다. 그토록이나 바랐던 지민의 얼굴과 손길이 내 앞에 있었다.
"얼마나 자기가 미웠는데."
"……."
"이렇게 아프면 어떡해요."
"………."
"그럼 내가 어떻게 자기를 미워해요."
그렇게나 좋아했던 볼살이 다 빠져 있었다. 날렵해진 얼굴로 무덤덤하게 말하는 목소리를 듣다 나는 결국 울어버렸다. 이내 아이처럼 엉엉 우는 나를 지민이 가만히 안았다. 이틀이나 아무 연락 없이 잠수를 탔던 지민이 너무 미운데, 밉다 말할 수 없었다. 그 수척한 얼굴에다 대고 차마 싫은 소리를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너무 많이 보고 싶었던 얼굴이라 해야 할 말도, 하고 싶었던 말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던 말들도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지민의 체취에 한동안 불규칙하던 심장 박동이 그제야 제자리를 찾아서. 그 따뜻한 품에 안기자마자 이내 마음이 안정되며 푹 놓여서.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어서.
"일단 나가자."
"……."
"병원 가요, 빨리."
힘없이 소매로 입을 닦는 나를 바라보던 지민이 얼른 나를 일으켰다. 화장실에서 나가려는데, 화장실 앞 휴게 공간에 여사원 둘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멈칫하자 나를 바라보던 지민의 눈길에 여사원들에게 멎었다.
"랩몬 이제 또 돌아왔다면서요?"
"헐, 진짜요? 대박이다, 진짜. 이중인격 아니에요?"
"이중인격이겠어요? 여주 씨랑 잘 된 거지, 뭐."
"와, 대박이다. 랩몬 여친이라니."
"진짜 랩몬이 아까워도 너무 아까운 거 아니에요?"
갑작스레 들려오는 내 이름에 지민의 얼굴이 확 굳었다. 나는 지민을 훔쳐보며 고개를 떨궜다. 이렇게 멋진 남자친구가 내 곁에 있는데, 정작 여자친구라는 사람은 남자친구 귀에 저런 소리나 들어가게 하고. 나는 가슴을 짓누르는 죄책감에 한숨을 푹 쉬었다. 진작에 말했어야 했는데. 내 손을 꼭 잡고 있던 지민이 갑작스럽게 나를 잡아당겼다. 놀란 눈으로 지민을 바라보자, 지민은 둘의 앞에 섰다. 여사원들 또한 놀란 눈치로 지민을 바라보았고, 이내 지민의 눈에서 꼭 잡고 있는 손으로 시선이 툭 떨어졌다. 여사원들의 눈이 더욱 커졌다.
"여주 씨, 제 여자친군데."
"…ㄴ, 네? 아, 아, 그러세요?"
"네, 제 여자친구예요."
당당하게 내 손을 꽉 잡아주며 말한 지민은 그대로 나를 제 쪽으로 끌어당겨 어깨를 꽉 감쌌다. 반쯤 지민에게 안긴 나를 보던 여사원들은 흠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달아오른 얼굴이 부끄러운 듯 했다. 아, 그게 그 랩몬 씨랑 사귀는 줄 알고…. 그 랩몬 씨가 요 며칠 행동이 완전 달라지셔가지고, 그래서…. 제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말을 조립하는 듯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여사원은 입을 앙 다물었다. 제대로 모르시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지민은 꽤나 직설적인 말을 웃으며 공손한 말투로 내뱉었다. 그래서인지 직접적이고 강한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기분 나쁘게는 닿지 않은 듯 했다. 여주 씨, 제 여자친구니까 다른 분들한테 그렇게 말해주세요. 다시 웃으며 부탁을 한 지민은 그대로 휴게 공간을 벗어났다. 그러다 다시 생각이 났는지, 다시 휴게 공간으로 들어선 지민은 여사원들에게 기분 나쁜 투로 말을 던졌다.
그리고 여주 씨, 랩몬한테 안 아깝거든여.
이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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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닛! 댓글들 넘나 예쁜 것 ㅠㅠㅠ 한참 봤어요 고마워요 읽어주고 댓글도 남겨줘서ㅠㅠㅠ 시즌2! 빨리 돌아올게요 그리고 윤기 글도 남기려고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철벽을 쳐요'루요 허헣 괜찮을진 모르겠어요 괜찮아요 다들? 넘나 사랑해요 뽀뽀 받아요 이삐들 다음 화에서 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