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급전개 주의 ※엄청나고 이상한 관계설정 주의
김종인 동생인 징어가 모델인 썰
뭐? 지금 내가 들은소리가 개소리가 아니고서야 뭔지. 무슨 재벌 2세의 파티를 보는 듯 거창했던 김종인의 생일이 끝나고 나서 숙소에 안가고 집에서 자고 간다는 멤버들의 말에 기겁을 하며 보내놨더니 아침부터 장난전화질이다.
ㅡ “ 응? 가자 가자. ”
“ 아이, 전 좀…. ”
ㅡ “ 안 갈거냐? ”
“ ……. ”
ㅡ “ 박찬열이랑 단 둘이서 밥 먹기로 약속 잡아놓고 왜 변백현이랑은 데이트하러 안 가는데? ”
데이트라니 시발. 모델 일 시작하자마자 인생 말아먹을 일있나. 씻고 준비하라는 변백현의 일방적인 통보에 이러지말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스케줄 때문에. 핳. 사실 스케줄 따윈 없다. 곧 잡힐거니 기다리라는 인기스타의 말에 그냥 집에서 짱박혀 지내고 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더니, 누구보다도 바쁠 변백현이 그러니까 숨이 턱턱 막혔다. 스케줄 핑계를 대면서 슬쩍 빠져나가려는데 스케줄? 도진이 형이 너 당분간 스케줄 없다던데. 라는 변백현의 말에 결국 휴대폰을 떨굴 수 밖에 없었다. 시발, 도대체 뭐하는 인간이야.
ㅡ “ 이제 더이상 변명거리없지? ”
“ ……. ”
ㅡ “ 빨리 보고싶다. 준비하고 기다려. ”
아, 존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진짜 아닌 것 같은데 시발. 금방 간다는 변백현의 말에 통화를 끊자마자 엎어져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다. 하아, 신성한 내 휴일을 이딴식으로 붕괴하려고 하다니. 그러면서도 발은 슬금슬금 욕실로 들어가고 있다. 못된 발, 나쁜 발. 눈살을 찌푸리며 피곤으로 얼룩덜룩 덮여져있는 얼굴을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진짜 내가…, 이틀만에 무슨 개고생이냐. 지체할 시간도 없다는 듯 거울을 보며 한숨만 쉬던 OO가 결국 물을 틀어놓고 욕실 문을 닫았다.
“ 예쁘다. ”
“ …헣. ”
“ 오늘 왜이렇게 예뻐보이지? ”
네 눈이 잘못 된거니까 시발. 그래도 나름 남자 만나러 나가는건데 평소보다 두배로 더 치장했다. 뭐,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되냐는 김종인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긴 하다만 그래도 나름 신경써서 나온건데 보자마자 예쁘다고 칭찬 해주니 기분이 조금은 업됐다. 하루만에 본 변백현 또한 여자들이 딱 좋아할만한 스타일로 옷을 입고 나왔다. 핑크색 셔츠에 회색 가디건을 어깨에 걸치다니 패션 센스 좀 있네.
“ 나 졸업하자마자 운전면허부터 땄어. ”
“ …예? ”
“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구요. ”
인기스타한테 내 오피스텔 주소를 물어본건지 나오라는 문자를 받자마자 오피스텔 정문으로 나갔는데 정문 앞에 떡하니 세워져있는 SM5 플래티넘에 순간 내가 잘 못 본건 줄 알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었다. 왜 변백현이 운전석에 타고 있는거지? 왜? 뭐때문에? 순간 렌터카인가 싶어 둘러봐도 이걸 렌터할바에 차라리 사겠다는 정의를 내렸다. 뭔가 이상한 기분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듯한 변백현이 제 운전실력은 충분히 믿을만하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 근데 우리 뭐하러 가요? ”
“ 안불편해? ”
“ 뭐, 뭐가요? ”
“ 존댓말 하는거. ”
익숙하게 차를 몰던 변백현이 사이드미러를 통해 뒷차를 흘끔 쳐다봤다. 그러고서는 시선을 돌려 나를 보며 웃는데 이건 무슨 기류인지. 심장이 떨려오는 느낌이다. 무서운가? 어, 이거 무서운가보다. 이건 무서워하는 감정이야. 제멋대로 감정의 선을 긋고서 다시 변백현을 쳐다봤다. 느긋하게 내 대답을 기다려주는 모습에 다시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와, 나 진짜 심장병인가. 미쳤나봐. 계속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는 내가 무슨짓을 할지 몰라 딴청을 부리며 창문 밖을 쳐다봤다.
“ OO야. ”
“ 느, 느에? ”
“ 존댓말 쓰는거 안 불편하시냐구요. ”
조, 좀 불편하긴 해요. 그럼 이제부터 말 놔. 아, 네. 말 놓으라니까? 네. 말 놓으라고. 알았어요, 놓을게요. 근데 왜 말 안놔? 이제 놓을게요. 어? 자꾸 그런다. 놓으라니까? 아, 말 놓는다구여. 근데 지금도 존댓말쓰잖아. 말 놓으라고 나처럼. 놓는다니까요? 시발 이게 무슨 지랄이여. 어떻게 바로 말을 놔, 어색하게 시리. 끈덕지게 말을 놓으라는 변백현의 말에 결국 내가 졌다. 입가에 미소를 잔뜩 띄우고 있는 걸 보니 나를 놀리는게 그저 재밌는 모양이다. 응, 이제부터 말 놓을게 백현아.
“ 어? ”
“ 말 놓으라면서. ”
“ 다시 해 봐. ”
“ 뭘? ”
내 이름 부른 거 말이야. 왜, 백현아. 살짝 골려주려고 말 놓은김에 정신줄도 놓았는데 이놈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고만 있다. 좋다, 네가 날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괜히 뜨끈뜨끈해지는 볼에 손부채질을 하며 길게 늘여뜨린 머리카락을 들어올렸다. 시트에 몸을 묻고있자 조용한 나를 힐끔 쳐다보던 변백현이 주먹 쥔 손을 올려 입을 가리며 웃었다. 왜 자꾸 쪼개, 사람 민망하게 시리. 이런 기분은 내 평생 처음이라 (사실 표지훈이 있었지만 부정하고 싶었다)집에 불을 켜놓고 온 사람마냥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했다.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것도 마음에 안들어.
“ 우리 오늘 어디가? ”
“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 ”
“ 아니. ”
근데 스케줄은? 오늘 텅텅 비었어. 멤버들 다 자거나 사우나가서 그틈에 몰래 나온거야, 너 보려고. 예, 예. 눈물겨운 사랑입니다. 조용히 휴일을 즐기자는 변백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거리에 나가면 분명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건데 그럼 큰일 나는 거 아니야? 걱정이 되는 마음에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변백현을 쳐다보자 걱정 하지말라며 웃던 변백현이 다 제 계획이 있다며 거기에 맞춰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그래, 뭐 반 강제로 불려나온 마당에 즐기다가 가야지.
“ 너 이사한 집, 나만 알고 있다. ”
“ 아, 진짜? ”
“ 응. 도진이 형이 끝까지 안 알려준다는거 겨우겨우 꼬셨어. ”
그래, 너 말고 다른 콩나물들까지 알고 있었다면 다시 집을 옮겨야지. 어제 저녁늦게까지 로맨스 영화를 보고 잤더니 어깨가 뻐근하다. 시트에 묻은 몸을 뒤척이며 어깨를 통통 두들겼다. 신호를 받은 차가 멈추자 몸을 내게로 살짝 튼 변백현이 내 손등을 쿡하고 찔렀다. 응? 왜? 아프지않게 누르는 듯한 느낌에 어깨를 두들기다말고 옆을 쳐다보니 여전히 입꼬리는 상승한채로 웃고 있는 변백현이 보였다. 어깨 주물러줘?
“ 어? ”
“ 많이 피곤한가 싶어서. 어제도 계란말이하느라 힘들었잖아. ”
“ 아, 아냐. 괜찮. 근데 내가 어제 계란말이 한 거 어떻게 알았어? ”
“ 글쎄. ”
알쏭달쏭한 미소를 짓던 변백현이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살랑이는 허밍음이 들리며 핸들을 쥐고 있던 변백현의 얄쌍한 손가락이 까딱였다. 와, 손도 예쁘네. 그냥 길쭉길쭉하기만 한 제 손가락과는 다르게 길쭉하면서 곡선이 연하게 그려진 백현의 손가락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OO가 괜히 제 손을 숨기며 창밖을 바라봤다. 밖에 날씨 좋은가보다, 햇빛이 짱짱하네. 근데 자꾸만 가면 갈수록 살아가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길들이 구불구불하게 나있었다. 뭐야, 날 어디로 데려가는거셈.
“ 어디가는 거야? ”
“ 다왔어. ”
엉?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차를 하던 변백현이 잔뜩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나를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안전벨트를 푸는 변백현을 따라 안전벨트를 풀고 창밖으로 사람이 많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했다. 이러다가 사진이라도 찍히. 탁ㅡ. 혼란스럽다, 시발. 아무렇지않게 차문을 닫고 옷매무새를 정리하는 변백현을 보다 보니 내가 별 병신이 된 듯한 기분이다. 나도 사진 찍히는 뭐, 그따위 신경도 쓰지 않았어. 아돈케. 라는 도도함을 보여주기 위해 차에서 여유롭게 내렸다.
“ 한옥집? ”
“ 응, 들어가자. ”
잘빠진 차문을 닫고 내리니 내 눈앞에는 도심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고층 건물이 아닌 전통의 미를 맘껏 자랑하고 있는 아름다운 한옥집이 보였다. 와, 진짜 예쁘다.
대문 앞에 서서 잠깐만. 이라던 변백현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뭐야? 내 물음에도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하던 변백현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들었다. …설마. 설마 이 집이 당신네 집이라는 뭐 그런 거 아니지? 누가 그러던가, 슬픈 예감은 왜 틀린 적이 없냐고. 대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던 변백현이 소리쳤다. 엄마!
정말 죽을 것 같다. 난데없는 변백현의 호칭에 당황스러워하던 것도 잠시 안에서 응? 누구니? 백현이니?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뒷목을 긁적이며 어색하게 멀뚱멀뚱 서있는데 뒤를 돌아 그런 나를 쳐다보던 변백현이 손을 내밀었다. 가자. 지금 내가 상견례를 하고 있었던가. 손을 내미는 변백현을 차마 거부할 수가 없어 손바닥위에 내 손을 포갰다. 꽉 잡은 손을 앞 뒤로 흔들던 변백현이 잔뜩 신난 표정으로 안으로 들어섰다.
“ 아들! ”
“ 엄마, 잘 지내셨어요? ”
“ 당연하지. 근데 이 예쁜 아가씨는 누구야? ”
아, 안녕하세요. 변백현과 맞잡은 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변백현의 어머님께서 아, 우리 현이 여자친구구나? 하고는 고상하게 웃으셨다. 와, 변백현이 어머니를 많이 닮았구나. 여자친구 아니라며 손사레를 치는 나를 보던 변백현이 입술을 쭈욱 하고 내밀었다. 우리 현이, 못 본새에 어리광만 더 늘은 것 같네. 아들을 안고 싶어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에 변백현과 잡은 손을 슬쩍 놓자 기다렸다는 듯 변백현에게 다가서던 어머님이 꽉 안아주셨다. 과연 저 모습이 남들이 보는 김종인과 이여사의 모습일까. 찐한 스킨십을 필요로 하는 둘의 사이에 항상 나와 아부지는 소파 한 구석에 몰려있었다.
“ 바쁘지 않아? ”
“ 응, 근데 모처럼 쉬는 날이라서 들렀어요. ”
“ 그래? 잘했어. 아, 손님을 밖에 너무 오래둔 것 같네. 안으로 들어와요. ”
따라오라며 손짓하는 어머님을 따라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왠지 모르게 경건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 엄마, 서울에 사는 것보다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사는 거 좋아하셔. 어느새 내 옆에 붙어 쫑알쫑알 설명을 해주는 변백현을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나도 이렇게 사는 거 좋아하는데. 내 말에 걸음을 멈추던 변백현이 이상해 뒤를 돌았다. 지금 변백현의 표정을 설명하라면 입꼬리가 올라가다 못해 아주 그냥 하늘로 치솟을 기세다.
“ 엄마가 너 좋아하시겠다. ”
“ 나도 어머님 좋으신 분 같아. ”
“ 나 몰래 둘이 뭘 그렇게 소근거려? ”
거실에 나와 변백현을 앉히고 부엌으로 들어가시던 어머님이 차와 작은 컵을 꺼내오셨다. 멍하니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와주려고 하자, 나를 말리시던 어머님께서 직접 차를 우려주셨다. 피로회복에 좋은 구기자차에요. 아, 그러고보니 이름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에요? 김OO에요. 말 편하게 하세요. 두 손으로 차를 받들며 말을 하자 고개를 끄덕이시며 웃던 어머님께서 다시 변백현에게 시선을 돌리셨다.
“ 형이랑은 통화했어? ”
“ 응, 그저께. ”
“ 네 걱정 많이 하더라. ”
무슨 걱정이냐며 웃던 변백현이 차를 홀짝였다. 너 되게 있는 집에서 태어났구나 乃 헤이 짱짱맨? 새삼 변백현이 달라보였다. 나는 지금 차를 마시는 것 조차도 간지러워서 미치겠는데 변백현은 이 모든것에 아무렇지않게 예의를 지키는 모습에 놀랍기도 했고, 전혀 다른 세상에서 살다가 만난 사람마냥 신기하기도 했다. 선선히 바람 부는 소리에 나뭇잎을 타고 흘렀다. 이곳은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온김에 저녁까지 먹고 갈래? 투명한 거실 창으로 보이는 바깥 정원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구경을 하는데 들리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옆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 아, 저, 저요?
“ 응. 현이가 처음으로 데리고 온 손님인데, 빨리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다. ”
“ 아, 어머님이 괜찮으시다면 먹고 갈게요. ”
“ 어머님? 은근히 듣기 좋다, 얘. ”
변백현의 팔뚝을 툭툭 치시며 말하시던 어머님께서 그럼 점심은 집에서 먹고 저녁은 나가서 먹자. 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서재 가시게요? 응, 그래도 되지 아가? 당연하죠! 대답은 아무렇지않게 재기발랄 넘치게 하면서도 굉장히 놀라운 말을 들은 것 같은 기분이였다. 아가? 내 머릿속에 뒤죽박죽 지식수첩에 나와있는 결과로는 아기를 부를때 쓰는 말과, 시부모가 젊은 며느리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이라고 되어있다. 나를 아기로 보시고 한 말은 아니실텐데. 후자는 더더욱…. 아니면 내가 이름 말씀 드릴 때 저는 김아가입니다. 라고 했었나? 어머님이 자리를 뜨시고 난 뒤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 땡. ”
“ …어? ”
“ 뭘 그렇게 얼어있어. ”
지금 얼음땡 놀이를 하자는 건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땡을 외치던 변백현이 조금 남은 차를 마저 마셨다. 집 좋지? 응. 우리 엄마가 2년동안 준비해두신 인테리어야. 이거 완공하는데 시간 오래걸린다고 얼마나 아이처럼 구셨는지 몰라. 다시 그때를 회상하는 듯 기분 좋게 웃던 변백현이 따사로운 햇빛이 비치는 창을 바라봤다. 형이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엄마가 나랑 같이 살려고 내 방까지 꾸며두셨는데 갑작스레 내가 연습생이 되는 바람에 그 방 2년도 채 못 썼어.
“ 어머님 많이 섭섭하셨겠다. ”
“ 가끔 어린아이처럼 칭얼대실때도 있으셔. ”
“ 진짜? ”
“ 응. 언제오냐고, 보고싶다고. ”
요즘따라 많이 외로우신가봐. 간간히 농담을 하며 웃던 변백현이 의자 깊숙히 몸을 기댔다. 그냥 장난스럽기만 하고 가끔씩 두갈래의 뿌리를 갖고 있는 콩나물인 줄만 알았는데 이렇게 보니 또 어머니를 사랑하는 든든한 아들같다. 좋아, 특별히 EXO 1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데이트라길래 당연히 영화 보고 밥을 먹고 헤어지는 건 줄 알았는데 이런 코스도 나쁘지 않았다. 사적으로 만난 처음부터 어머니를 소개시켜준다는게 조금 당혹스럽긴 했지만.
“ 나중에 결혼할 남자랑 이런 곳에서 사는 건 어때? ”
“ 어? 뭐, 나야 좋지. ”
나이가 몇인데 벌써 결혼얘기야. 뭐,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변백현과의 관계는 다른 멤버들보다 월등히 더 많이 발전한 것 같았다. 잠에 쩔어 퉁퉁 부은 나를 깨워줬던 어제부터 시작해서, 어색했던 존댓말에서 반말을 사용하는 지금까지. 아무 말없이 그저 이렇게만 앉아있어도 자연스럽게 보이는 바깥 정원 풍경에 저절로 마음이 힐링이 되는 듯한 느낌이였다. 같이 있는 사람이 간간히 보여주는 멋진 모습에 내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만 빼면.
“ 자주 오고 싶어도 못 와. ”
“ 응, 그러겠다. ”
“ 그럼 엄마가 많이 외로워하실텐데. ”
“ 응, 그러시겠다. ”
“ 시간 날 때 가끔 와서 우리 엄마랑 같이 데이트도 하면서 놀아줘. ”
“ 응, 그러. ”
뭐? 허락한거다. 자연에 홀라당 마음을 뺏기느라 대충 대답을 했더니 딱 걸렸다며 웃던 변백현이 이제 빼도 박도 못 하겠네.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이시끼가. 변백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켰다. 마음이 나른한게 이게 바로 힐링의 힘. 은 무슨, 놀아드리라는게 뭔 소리야. 차와 작은 컵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는 변백현을 졸졸졸 따라가며 쫑알댔다. 며느리로 점수 좀 따라는거야. 내가 왜 며느. …린데? 익숙한 손길로 건더기를 걸러 버리던 변백현이 컵을 씻었다.
“ 왜긴 왜야. ”
“ 그러니까 왜. ”
“ 내가 너 좋아하니까 그렇지. ”
우리 엄마 그렇게 안 보여도 은근히 깐깐하셔, 근데 처음부터 아가라고 부르신 거 보면 꽤나 먹고 들어가는 것 같던데. 더 잘해 봐. 아마 너 졸업하자마자 결혼 시켜 주실 수도 있. 얄미운 변백현의 입술을 손으로 집었다. 으으. 풀어달라고 찡찡대는 변백현을 보며 웃다가 처진 눈꼬리에 금방이라도 눈물 방울이 달릴 것 같아 급히 손을 놨다. 어우, 죽을 뻔 했네. 하늘나라로 가는 줄 알았다며 제 입술을 만지작대던 변백현이 방을 구경시켜준다며 내 손목을 잡았다.
“ 침대부터 벽지까지 다 엄마가 손수 인테리어 하셨어. ”
“ 와, 대박이다. ”
“ 예쁘지? 아마 우리 아기방도 이렇. ”
그만해라. 그 이상 입을 떼면 날라서 차버릴거라는 내 무언의 눈빛에 말을 끝맺지 못하던 변백현이 하핳하고 웃었다. 하얀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동동 굴렀다. 와, 완전 푹신하다. 이사를 가고 난뒤 매번 딱딱한 땅바닥이나 작은 소파에서 잔경우가 많아 푹신한 곳에만 앉으면 절로 눕고 싶어진다. 어머님이 정리해두신 책상위에 물건을 둘러보는 변백현을 흘끗 쳐다보다가 침대위에 누웠다. 와, 개편하다. 이 침대 내 오피스텔에 가져다달라 그러면 맞으려나. 부스럭거리며 이불까지 덮고 눈을 감았다. 빠져든다, 빠져들어….
“ 이거 봐 봐, 나 어릴 때 형이랑. ”
“ ……. ”
대답 없는 OO에 뒤를 돌아보던 백현이 제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든 OO를 보며 결국 웃음이 터졌다. 아, 미치겠네. 정말. 너랑 나는 왜 자꾸 침대에서 만나는거야. 제 침대 가까이 다가가 걸터앉은 백현이 그 짧은 시간에 꿈나라로 빠져든 OO를 보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사진 찍어야지. 찰칵. 혹여나 소리때문에 OO가 깰까봐 스피커쪽을 막고 찍은 백현이 잘나온 사진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나중에 깜종한테 자랑해야겠다. 종인의 배경화면을 본 백현이 OO의 사진을 달라고 했지만 눈꼽만큼도 줄 생각이 없어보이는 종인 때문에 바싹 약이 올라 내 기필코 반드시 OO의 사진을 찍어서 배경화면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백현이였다. 그런 OO가 제 침대에서 자고 있다니.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OO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고 이불을 끌어올려주던 백현이 OO의 이마에다 짧게 입을 맞추고 걸터앉은 침대에서 벗어났다.
“ 잘 자. ”
색색 잠이 든 OO를 보던 백현이 방의 불을 끄고 문을 닫았다.
내 콧구멍속으로 맛있는 냄새가 끼쳐왔다.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다 푹신푹신한 기분에 눈을 떴더니 하얀 벽지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맘때쯤이면 난 지금 땅과 마주보고 있어야 하는데 왜 벽지랑 마주보고 있는걸까. 순간 정신이 번쩍하고 들었다. 제 위에 덮어져있는 이불을 흘끔 내려다보던 OO가 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 미쳤나봐. 변백현 집까지 와서 잠이나 쳐자고 있었다니. 난 상또라이가 분명해. 이불을 걷고서 변백현의 방 한켠에 붙어있는 거울을 쳐다봤다. 잔뜩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침대를 깨끗하게 정돈해놓고서 문을 슬쩍 열었다.
“ 아가 일어났니? ”
“ 네? 네! ”
조심스럽고 최대한 소리 안나게 방에서 나오려고 했는데 어머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한심한 내 이마를 딱하고 쳤다. 비척이던 발걸음을 바삐해 부엌으로 들어가자 앞치마를 매고 뒤집개를 들고 계신 어머님이 보였다. 죄송해요, 깜빡 잠드는 바람에…. 말꼬리가 축 처졌다. 그런 나를 슥 쳐다보던 어머님이 변백현과 똑같은 눈웃음을 지으셨다. 괜찮아, 피곤 할 수도 있지. 백현이 한테 들었어. OO는 모델한다며? 아, 네.
“ 많이 힘들지? ”
“ 아, 아뇨. 힘들기야 하지만 일인데 어쩌겠어요. 흐흫 ”
이여사한테도 듣지 못했던 위로의 말이다. 아나, 눈물. 시큰해진 코를 훌쩍 거리다가 소매를 걷었다. 뭐라도 도와드릴까요? 아니야, 다 됐어. 그래도…. 그럼 이것 좀 탁상에 놔줄래? 반찬거리들을 쟁반에 담던 어머님께서 내 손에 들려주셨다. 거실로 나가 차를 놨던 자리에 반찬을 내놓자 변백현이 읽고 있던 신문을 슬쩍 내려 나를 쳐다봤다. 잘잤어? 잠 들었으면 좀 깨워주지. 왜 치사하게 그냥 갔어. 응석부리는 내 말투에 신문을 내려놓던 변백현이 소리내어 웃었다. 깨우려고해도 너무 곤히자서 못 깨우겠더라. 피곤한 건 좀 가셨고?
“ 으응, 근데 어머님 못 도와드려서 어떡해. ”
“ 괜찮아, 엄마 요리 하는 거 좋아하셔. ”
자, 밥 먹자. 물통과 컵을 들고오시던 어머님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오랜만이다, 엄마가 해주는 밥. 잘 먹겠습니다. 애교스러운 말투로 어머님께 웃던 변백현이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 변백현을 쳐다보다가 개미만한 목소리로 잘 먹겠습니다. 하고는 덩달아 수저를 들었다. 일부러 콩나물국을 해주신건가. 노란 대가리를 가진 깜찍한 콩나물을 보고 있자니 EXO 멤버들이 생각났다. 부재중 온 건 없으려나. 밥 먹고 확인해봐야겠다.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배가 불렀다. 말리시는 어머님을 기어이 거실로 나가게한 뒤 설거지까지 끝내니 이번엔 어깨가 아닌 허리가 뻐근했다. 난 뭐 어제오늘로 설이야, 설. 손을 말끔히 씻고 거실로 나가니 나란히 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 안해도 되는데. ”
“ 그래도 제가 해야죠. 저녁까지 든든하게 먹었으니까. ”
아주 늦게까지 꿀잠을 자버려서 점심은 변백현과 어머님께서 따로 먹었다고 했다. 나가서 먹기로 한 저녁은 다음으로 미루고 집에서 먹은건데 나가서 사먹는 것 보다 훨씬 더 맛있었던 것 같다. 현이가 여자친구라고 데려온 건 처음이라서 많이 신기해. 여자친구 아니라고 말씀 드리고 싶었지만 워낙에 인자한 미소로 나를 봐주시는 탓에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그저 헬렐레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 현이한테 들었는데 시간 날 때 들러서 나랑 데이트 할거라고 했다면서? ”
“ 네? ”
아, 네에. 변백현을 슬쩍 쳐다보자 오렌지 주스를 마시며 눈을 찡긋했다. 아, 진짜. 어머님만 아니였더라면 진작에 킥 날렸다. 이 동네는 한적해서 장점이긴 한데, 너무 한적해서 사람이 없는게 단점이기도 해. 안 그래도 심심했었는데 우리 OO가 데이트 해준다고 했다니 너무 기분 좋다.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아닌데요? 라고 하기에는 정말 대가리에 똥만 든 것 같아서 그저 수줍은 척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 너무 늦지 않았니? ”
“ 네, 이제 곧 가봐야 할 것 같아요. ”
“ 지금 가죠, 뭐. ”
자리에서 일어나는 변백현을 쳐다보다 일어섰다. 대문까지 나오시는 어머님께 꾸벅 인사를 드린 뒤, 살짝 물러났다. 앞에서 본 변백현의 뒷모습은 영락없는 아기였다. 어머님께 꽉 안기던 변백현이 어머님의 등을 토닥이고는 발걸음을 뗐다.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어머님. 응, 그래. 운전조심하고, 집에 조심히 들어가. 어머님의 배웅을 받고 차를 탔다. 안전벨트를 매고 기어를 넣던 변백현이 유연하게 차를 몰았다.
“ 어땠어? ”
“ 뭐가? ”
“ 오늘 데이트. ”
뭐, …좋았어. 뒷목을 긁적이고는 시트에 몸을 묻었다. 좋긴 좋은데 나 오늘 한거라곤 잔 거 밖에 없는 것 같다. 아, 핸드백에 넣어뒀던 휴대폰을 꺼내자 부재중 통화가 7통이나 와있었다. 뭐야. 최근기록을 보니 수정이에게 2통, 인기스타한테 1통, 나머지 4통은 다 김종인이였다. 이놈이 웬일이래. 인기스타한테 한통밖에 오질 않은 것 보니 딱히 급한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심심해서 안부 물어보려고? 어차피 집에 틀어박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지 한통외에는 연락이 없었다. 휴대폰을 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벨소리가 들렸다.
“ 자. ”
“ 어? ”
“ 대신 받아, 오빠 운전중이잖아. ”
능글능글하게 웃던 변백현이 수신자를 확인하자마자 내게 휴대폰을 넘겼다. 누군. 어, 김종인이다.
“ 여보세요? ”
ㅡ “ 아, 존나 진. 어? 누구세요? ”
“ 네 동생이요. ”
ㅡ “ 이 미친. 네가 왜 백현이 형 전화 받아? ”
“ 같이 있는데. 오빠 운전중이라 못 받아. ”
ㅡ “ 같이 있. 뭐? 같이 있다고? 야! ”
왜, 종인아. 할 말 없으면 끊을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김종인을 무시하던 변백현이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아, 왠지 나 이번주 안으로 김종인 얼굴 볼 것 같은데. 근데 깜종이 뭐야, 깜종이. 존나 잘 어울리게. 변백현 휴대폰에는 김종인의 번호가 깜종으로 저장돼 있었다. 깜종이래, 미친. 개웃기네. 비실비실 흘러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집어넣었다. 휘파람을 불어가며 운전을 하던 변백현이 익숙하게 내 오피스텔 정문에 차를 세웠다.
“ 오늘 데이트 해줘서 고마웠어. ”
“ 뭘. ”
“ 집에 바로 들어가. 알았지? ”
응. 안전벨트를 푸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변백현이 씩 웃었다. 변백현에게 손인사를 하고서 차문을 열고 내렸다. 내가 들어가는 걸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변백현을 겨우 달래서 먼저 보낸 뒤 집으로 들어왔다. 아, 피곤하다. 허물 벗듯이 옷을 벗고 씻었다. 이부자리를 깔자마자 바로 누워 한참 동안 천장을 쳐다봤다. 아으, 오늘 내내 뭔가 하루종일 달달했던 것 같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겪어보지 못했을 일들을 내가 겪고 있다니 눈물겹게 달큰했다. 아, 중독되면 어쩌지. 스르르 눈을 감았다.
‘ 지잉-. ’
OO가 잠들고 얼마 되지 않아 짧은 진동이 울렸다.
뭔가 엄청 달달한 걸 쓰고 싶었는데 계속 개그로만 나가는것 가타ㅏ서.. ☞☜...
개발새발 손가락 휘어가며 응차응차 끙차끙차 열심히 썼ㅇ네욯ㅎㅎㅎ.. 되게 이상한ㄴ 급전갴ㅋㅋㅋㅋㅋㅋㅋㅋ
개뜬금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헣.... 그로치만 예쁘게 봐주.... 네....
대.다.나.다 S2s2
암호닉 안 받아요!
S2암호닉S2 |
똥강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