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라고 부르고 싶은 우리 종대...ㅠ_ㅠ 종대자기.. 내자기.. 우리자기.. 자기야..ㅠ_ㅠ
너징은 아침 일찍 눈을 떴어. 아니, 아침이라고 하기도 뭐하지. 새벽 여섯시 반. 슬슬 겨울이 다가오는지 이 시간에는 아직까지도 밤만 같아.
살짝 쳐진 커튼 사이 창문으로는 어스름한 어둠만이 짙게 깔려있고 밤새 비가 왔는지 방안의 공기가 눅눅한 것 같기도 해.
너징이 어두운 방안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핸드폰 액정을 느릿한 시선으로 바라보다 알람이 울린지 5분이 지나갈 즈음 푹, 파묻혀있던 이불을 걷어내고 기지개를 켜.
오늘은 너징의 가을 소풍날이야.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축제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 이제는 놀 일만 남은 너징이라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
뭐, 한참 놀고 나면 기말고사가 또 한번 너징을 기다리고 있기는 하겠지만. 일단은 굉장히 신이 난 너징이야.
쌀쌀한 공기에 너징은 맨 팔을 슥슥 쓸며 욕실로 향해 깔끔히 씻고 나와. 씻고 나온 너징은 평소에 엄격한 학교 규칙 때문에 잘 하지 못했던 화장도 살짝 하고
어젯밤까지 고심하고 고심하며 골라뒀던 옷을 챙겨입어. 깔끔한 반바지에, 쌀쌀한 날씨에 감기들면 안되니까 루즈핏 크롭 니트.
그러면서도 섹시함이 포인트라며 나시하나 없이 속옷 위에 니트 하나만 걸친 너징이야. 이러니 감기가 걸려 안걸려?
너징이 일주일간 빡세게 다이어트를 한 결과로 깔끔하게 떨어지는 옷 핏을 바라보며 기분좋게 웃어. 이래야 고생한 보람이 있지.
사실 너징은 수도권을 꽤나 벗어난 지방에 살고있어. 그렇다 보니 놀이공원이라던지, 서울엔 자주 갈 일이 없는게 사실이야. 서울 지리를 모르는건 기본이고.
너징은 원체 성격이 여기저기 쏘다니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날에 들뜰 수 밖에 없지.
평소엔 가기 귀찮고, 머리아팠던 서울나들이! 너징은 기분좋게 준비를 마치고 춥겠다며 걱정을 해오는 엄마의 마중을 받으며 학교로 향해.
학교 앞엔 이때다, 싶어서 아주 날을 잡고 치장한 친구들이 보여. 다들 아주 신이 나셨구만.
또 하나의 사실을 말해주자면 너징은 여고를 다니고 있었어. 이런 말까지 하기는 미안하지만 여중-여고 루트를 정직하게 밟았지.
너징의 주변에 남자라곤 눈꼽만큼도 없는데 친구애들은 어디서 그렇게 남자를 쏙쏙 찾아내 사귀는지들. 왠만한 애들은 다 남자친구가 있는것만 같아.
그러면서 너징은 와아, 서울간다 신난다! 놀이기구 많이 타야지! 뽕을 뽑고 와야지! 하는 마음과,
서울에 가면 잘생긴 남자가 많겠지! 내 스타일이 하나쯤은 있겠지! 하는 마음이 뒤섞여 기분좋은 미소를 지어.
너징이 학교 앞까지 바래다주는 엄마의 차에서 내려 학교 앞에 주르륵 줄지어 있는 버스들을 둘러보며 너징의 반이라는 종이가 붙은 버스를 찾아.
아, 저기다. 너징이 한편에 세워진 버스를 찾아 쫄래쫄래 뛰어가 버스에 올라타. 와아, 쌤 저 안늦었죠! 오라는 시간 정각에 딱 맞춰왔는데!
한시간 반 정도 소요해 놀이공원에 도착했어. 너징은 수학여행이라던가, 작년 소풍때 몇번 가봤던 기억이 있는
에버랜드가 아닌 롯데월드에 왔다는 설렘에 빨리 가자며 친구들을 재촉해. 친구들은 얼른 놀이기구를 타자는 너징이 귀찮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귀여워
겉으로는 툴툴대며 길을 잘 모르는 너징을 위해 제대로 된 길로 데려가. 말도 같이 예쁘게 해주면 참 좋을텐데. 그치?
너징은 잔뜩 무서운 놀이기구들을 탈 기대에 가득 차 있었어. 하지만 무서운 기구는 절대 못타겠다는 친구의 말에 첫 개시로 회전목마를 타기로 했지.
와아, 오징어 인생에 회전목마라니. 이건 있을 수가 없어. 너징이 발랄한 음악과 함께 느릿하게 돌아가는 회전목마에 멀거니 앉아 즐거워하는 친구들을 바라봐.
신났네. 이런저런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는 친구들을 보니 또 기분이 좋아지는 너징이라 카메라를 들이미는 친구들에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주는 너징이야.
그나마 다행인건 유치한 놀이기구는 그걸로 끝이었지. 너징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 한명을 붙잡고 잘 모르는 길을 돌고 돌아 바이킹 앞에 도착했어.
근데 이게 참, 줄이 너무 긴거야. 너징이 벌써부터 길게 늘어선 줄에 한숨을 쉬고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하고 멍하게 줄을 바라보는데 너징의 친구가 너징을
어두운 바이킹의 뒤쪽으로 이끌어. 저쪽으로 가면 더 빨리 들어가, 빈좌석 우선 입장하면 개 빨리 들어간다니까? 아, 빨리와!
너징은 친구의 손에 이끌려 뒤로 향하고 나서야 이건 신세계야… 하며 놀라. 이렇게 줄을 서봤어야 알지, 내가.
그렇게 너징은 줄을 선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이킹을 타고 내려왔어. 근데 되게, 한번 타면 두번 타고싶고, 세번 타고 싶잖아? 너징이 딱 그런거야.
마음 잘맞는 친구랑 타게 돼서 백번 감사하는 너징이야. 눈이 마주치자마자 한번 더 타자며 평소 잘 뛰지 않던 너징도 아까의 그 줄로 향해 뛰어갔지.
두번째 바이킹을 타고 나왔는데, 운동부족인지 벌써부터 다리가 너무 아픈거야. 그런데도 또…, 한번이 두번 되고, 두번이 세번 되는 법.
마지막이야 진짜. 하면서 너징과 친구는 세배는 늘어난듯한 줄로 달려가. 그래. 뭐 어떻게 됐겠어. 세번 타고 내렸지.
너징은 한시간이라는 시간동안 세번의 바이킹을 타고 기진맥진해 친구를 이끌고 실외로 나가려해. 아니 근데, 또 길을 몰라.
물어보면 어떻게든 가긴 가겠지! 하면서 너징은 발걸음을 재촉해. 어, 어디로 가야하지. 너징이 길 한복판에 멈춰섰어. 아아, 모르겠어.
여기 너무 복잡해. 너징이 한참 멘붕에 빠져있는데 다리가 너무 아픈거야. 어쩌겠어. 앉아야지. 친구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 벤치에 앉았어.
나란히 앉아 쉴겸 추억도 늘릴겸 사진도 많이 찍어두고. 너징이 10분정도를 친구와 앉아있는데 너징에게 평생동안 없을것만 같던 일이 일어났어.
툭툭-.
"저기, 죄송한데.."
너징이 순간 놀라 눈이 동그래진채로 뒤를 돌아. 나를 부를 남자는 없는데, 뭐지. 내가 뭘 떨어트렸나? 치고 갔나? 뭘 묻혔나? 나 손에 아무것도 없는데.
짧은 순간 뒤를 돌아 고개를 올려 너징을 부른 남자와 가만히 눈을 맞추고 있었어. 아, 나 모르는 남자랑 이렇게 눈 오래 보고 있는거 처음인데.
모, 못생기진 않았네. 아니 그게 좀. 조옴, 조오그음. 자, 잘생겼는데? 너징이 짧은 순간 무슨일이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면서도 남자의 얼굴을 꼼꼼히 살폈어.
"뭐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두, 두개 여쭤봐도 될 것 같은 목소린데? 남자는 너징의 이상형이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 인걸 어떻게 알았는지 독특한 톤의 목소리가
묘하게 너징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귀를 끌어당겼어. 너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네에. 하고 답하니 남자가 수줍은듯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어.
"제가, 길을 몰라서 그런데."
"……아."
"여기서 실외로 나가는 길 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세요?"
내가 뭘 기대한거지. 너징은 순간 아아, 하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어. 뭐라도 말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길을 모르네요.
너징은 순간적으로 기대한 제가 바보같아 하하, 하는 허탈한 웃음을 흘리고 입을 열어. 죄송한데, 저도 길을 잘 몰라서요.
이렇게 말하면 왠만한 사람들은 아, 죄송합니다. 하고 뒤돌아서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거나 할거 아니야. 근데 이 남자가 계속 마주보고 서있는거야.
너징을 빤히 내려다 보는 남자에 너징이 뒤돌아 가기도 그렇고, 해서 아까부터 뻘쭘히 서있던 친구를 흘끗 살펴.
야, 어떡해. 우리 어디로 가. 너징이 눈치를 주자 친구가 입모양으로 작게 나도 몰라. 하고 속삭여. 그러는데 남자가 저기요. 하고 너징을 다시 불러.
"네, 네?"
"그럼 저 뭐 하나만 더 여쭤봐도 돼요?"
"아아, 근데 제가 여기 길을 잘 몰라서…."
"이건 대답 해주실 수 있으실 것 같아서."
아, 뭐 그럼. 어디 뭐 말이나 해봐라. 하는 투로 무의식중에 말을 내뱉은 너징이었고, 그런 너징을 옆의 친구가 툭 치며 눈치를 줘.
오징어, 저 남자가 네 번호가 아닌 길을 물어봤다고 그렇게 대놓고 꽈베기가 되면 어떡해, 제발 좀 이렇게 잘 좀 해봐라 등신아. 짧은 눈짓이었지만 내제된 의미가
그득한 친구의 눈빛이었어. 너징이 그런 친구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어. 네, 뭔데요?
너징과 친구의 짧은 눈맞춤으로 잠시 흐름이 끊겼던 대화에 너징이 다시 말을 이어가려 네, 뭔데요? 하고 다시 한번 남자에게 물어.
"제가, 그쪽을 잘 몰라서 그런데."
"네, …네?"
"연락처 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
저거 종대 짤 마성이다 미치겠다
글 한줄 쓰고 무의식적으로 눈이 따가워서 시선을 올렸는데
와.. 기본 세네번은 봐야 시선이 돌려지네...
저거 실화예요. 는 무슨 꿈에서나 나왔으면 좋겠다 에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