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0 完 |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은 안난다. 다만 뭔가에 놀래서 크게 움찔거리며 눈을 번쩍 떴다.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엇박자로 숨을 들이쉬다가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시선을 돌렸다. 처음 다시 만난 그날처럼 손을 올려 눈을 비벼도 보고, 꿈뻑 거려도 보았다. 꿈도 아니고, 잘못본거도 아니였다. “ 쑨양. ” 내 목소리에도 아랑곳않고 새근거리며 잘도 잔다. 갑자기 올라오는 차가운 느낌에 고개를 들어 내려다봤더니 2m 남짓 되는 커다란 사내 둘의 알몸이 보였다. 그대로 다시 베게를 배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생각이 정리 되었을 무렵 거침없이 붉어지는 얼굴을 혹여나 쑨양이 볼까봐 손을 올려 얼굴을 가렸다. 더듬더듬 팔을 아래로 뻗어서 바닥에 널부러진 이불을 끌어올렸다. 황급히 몸 위로 휙 덮었더니 차가운 이불 느낌에 쑨양이 미간을 찌푸리며 끙 앓는 소리를 냈다. 흠칫하곤 그대로 굳어있었다. 힐끗 봤더니 다행히 잠에서 깨지않았다. 이불을 똑바로 덮어주려고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정열적인 밤을 보내기엔 벌써 나이가 든 모양이였다. 온 몸이 찌푸둥한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 하‥ ” 이불을 제대로 덮어주려 시선을 내리다가 문득 쑨양의 어깨가 눈에 띄었다. 전에 본적없는 선홍빛의 굵은 흉터가 생겼다.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쓸어보았다.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지는 흉터다. “ 태환? ” 내 손길에 아무래도 잠을 깬건지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러면서도 눈은 절대 뜨지않았다. 더 자라며 흉터가 없는 쪽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한쪽 눈만 반쯤 뜨고 시선을 굴려 나를 보더니 이내 다시 눈을 감고 푸흐흐 하면서 웃었다. 왜 웃냐고 했더니, 쑨양은 좋아서요. 라고 서슴없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다시 쑨양을 재워주려고 토닥거리고 있는데 우웅- 하는 진동소리가 들렸다. 휴대폰이‥. 어디에도 휴대폰은 보이지않았다. 미간을 찌푸리며 팔을 뻗어 바닥에 떨어져있는 팬티를 건져올려서 대충 걸쳐입고 뚜둑 거리는 몸을 뒤로하고 방에서 나왔다. 현관에서부터 무슨 뱀 허물마냥 옷이 후두둑 떨어져있었다. 뺨을 긁적이고 현관 쪽에 있는 코트 주머니 안에서 폰을 꺼냈다. “ 네. ” “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받아? ” “ 아, 누나. 왠일이야? ” “ 왠일이라니, 짐은 다 싸놨어? 빠뜨린거 없이 잘 챙겨. 택배는 누나집으로 보내. 누나가 집에 가져다 놓을게. ” “ ‥어? ” “ 뭐야? 짐 안쌌어? 너는 그렇게 꼭 발등에 불떨어지면 하더라. 혼날래? ” “ ‥아,아아‥아니야 짐 쌌어. 쌌지. 다 싸놨어. ” “ 설마 여태잔거야? 점심인데? 매일 일찍 일어나면서 왠일로? ” “ 좀‥ 피곤했나봐. ” “ 어디 아픈건 아니지? 짐 택배 보내고나면 연락줘. ” “ 어어, 알았어. 아, 나 좀 바빠서 끊어야겠다. ” “ 그래, 한국에서 보자. ” 전화를 끊고 머리를 쓸어넘겼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행복감에 젖어 있을때가 아니였다. 나는 곧 떠난다. 하지만 쑨양은 그걸 모르고 있었고, 떠나는 날을 연기 할 수도 없었다. 방안에서 쑨양이 선생님-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흠칫 놀래서 방문을 보다가 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집어들고 대충 걸쳤다. 어떻게 말하지. 고민을 하며 방안으로 다시 들어섰다. “ 누구에요? 한국어 들린거 같은데‥ ” “ 어? 아아, 우리 누나. ” “ 잘지내고 계세요? ” “ 그럼, 잘지내지. 하하. ” 이불밖으로 얼굴만 빼꼼히 내민 쑨양이 고개를 기우리고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갑자기 두통이 밀려와서 표정이 굳은 모양이다. “ 표정이 안좋아. ” “ 어? 어어‥ 좀 피곤해서 그래. ” “ 이리와서 더 자요. ” 쑨양이 이불 밖으로 팔을 뻗어 벌렸다. 그런 쑨양을 가만히 보다가 작게 미소지었다. 됐어, 밥 먹어야지? 라고 말하며 팔을 벌리고 기다리는 쑨양을 뒤로하고 다시 방을 빠져나와 현관에서부터 쭈욱 늘어져있는 옷가지들을 집어들어서 소파 위에 얹어두었다. 머리가 아파온다. 어쩌면 좋지. 대체 어떻게 말을 해야할까. 아니, 그전에 겨우 이렇게 다시 만났는데 또 떨어져야한다는 현실에 조금 화가 났다. “ 쑨양, 밥 먹어야지. 이제 그만 나와. ”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선은 쑨양을 먼저 뭐라도 먹여야할거 같아서 서둘러 없는 재료를 탈탈 털어 밥을 지었다. 쑨양은 몸에 이불을 둘둘 감싸서말은채 절뚝거리듯 걸어나왔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금 뭐하는거냐며 다가가 등을 찰싹 때렸다. 쑨양은 가뜩이나 온몸이 얻어맞은거처럼 아파죽겠는데 왜 때리냐며 금방이라도 울 듯 찡찡댔다. 내 몸만큼 쑨양도 몸이 많이 지친모양이다. 우리 벌써 늙은건가. 다시 옷을 걸치고 나온 쑨양은 식탁앞에 싱글벙글 웃으며 앉았다. “ 오랜만에 먹는 박태환표 밥! ” “ 많이 먹어. ” “ 잘 먹겠습니다. ” 쑨양은 웃으며 왼손으로 젓가락을 어눌하게 잡아쥐었다. 지그시 보고 있다가 자꾸만 반찬을 놓치는 쑨양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 너 오른손잡이잖아. ” “ 이렇게하면 머리 좋아진데요. ” “ 머리 좋아져서 뭐해, 똑바로 먹어. ” 결국 쑨양은 내 등살에 못이겨 젓가락을 내려놓고 오른손을 들었다. 왠지 망설이는거 같았다. 밥을 입안에 오물거리면서 힐끗힐끗 쑨양을 살폈다. 젓가락을 잡을 듯 말 듯 망설이다가 손을 움직여 젓가락을 다시 잡았다. 그 순간 챙그랑 하면서 젓가락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나는 눈을 깜빡이며 쑨양을 바라봤다. “ 아, 저- 젓가락이 미끄럽네. ” 어색하게 웃으며 쑨양은 상체를 숙여 젓가락을 주으려했다. 그러나 젓가락은 손안에 잡히지않고 다시 떨어져 바닥을 굴렀다. 나는 그대로 상체를 조금 앞으로 당겨서 쑨양의 오른손 손목을 잡아 당겼다. 놀란 쑨양은 잠시 그렇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너‥ ” “ 아무렇지않아. 수술은 잘됐어요! 그냥 손에 땀이 좀 나서 그래. ” 내 손에 잡힌 쑨양의 오른손은 가엾게도 약하게 떨리고 있었다.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였다. 손목을 꾹 쥐었다가 놓으며 미간을 감싸잡았다. 쑨양은 고개를 숙인채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 병원에 가자. ” “ 아니야, 안가도 돼. ” “ 니 상태를 알아야 내가 어떻게든 해주지. ” “ ‥태환. ” “ 제발 이제 좀 아픈거 혼자서 짊어지려고 하지마. 나 못 믿어? 난 대체 뭐야 너한테? 어? ” 손을 올려서 얼굴을 가렸다. 왠지 울거만 같은 표정이 자꾸만 나와서 쑨양에게 보이고 싶지않았다. 쑨양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왼손을 뻗어 얼굴을 가린 내 손을 내렸다. 쑨양의 얼굴이 아파보인다. “ 미안해요. 안그럴게. ” 아무말없이 쑨양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아침밥은 결국 다 먹지 못했다. 더 먹다가는 체할거 같은 분위기가 되버려서 쑨양도 나도 숟가락을 빨리 내려놓았다. 병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도 나는 말을 하지않았다.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피던 쑨양은 한숨을 푹 쉬었다. “ 작은 부작용이라고 했는데. ” “ 그래도 정확한 상태를 알아야지. ” “ ‥화났어요? ” “ 응. ” “ 진짜? ” “ 진짜. ” “ ‥미안해요. ” “ 사과하지마. ” “ 그치만‥ ” “ 다 그만큼 니가 좋아서 그런거야. 그러니까‥ ” 주차를 다 마치고서 나는 고개를 돌려 쑨양을 바라봤다. 쑨양은 잔뜩 풀이 죽어있었다. 그런 쑨양을 보다가 팔을 뻗어 그의 손에 깍지를 껴서 잡았다. 입술을 삐죽거리던 쑨양은 힐끗거리며 시선을 들었다. “ 아프지마, 혼자서 아프지마. ” “ ‥선생님. ” “ 충분히 혼자 힘들어했으니까, 어? ” “ 그치만 내가 아파하면 이렇게 태환이 더 아파하니까‥ ” 쑨양은 여전히 작게 떨리는 오른팔을 들어서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주었다. 여전히 그 손길은 다정하고 따뜻했다. 한숨을 쉬며 손을 거두고 병원으로 들어가 쑨양은 각종 검사를 다시 받았다. 애석하게도 나는 기다리는 동안 검사결과 보다는 한국으로 돌아가야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불안해있었다. 어느새 검사를 다 마치고 나온 쑨양이 내 손목을 덥썩 잡아쥐었다. 흠칫 놀래서 시선을 들었다. “ 손톱 뜯지마, 선생님. ” “ 어? 어어? ” 어릴 때 불안하면 종종 나오던 버릇이였다. 몇 년간 전혀 그런 버릇이 다시 나오는 일은 없었는데 무의식중에 손톱을 뜯었던 모양이다. 작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쑨양의 이름이 불려졌다. 이번에는 진료살에 쑨양도 함께 들어갔다. “ 수술은 잘된거같네요. 근데 다만‥ ” “ 다만? ” “ 오른팔에 있는 근육들이 다 죽어버렸네요. 힘줄에도 문제가 좀 생긴거같고‥ ” “ 왜죠? ” “ 아마 마취를 하는 도중에 그랬을수도 있고, 뭐 10명중에 2명은 후유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 그런 의미없는 말만 늘어놓던 의사는 내가 재활치료사 라는걸 기억해냈다. 팔 운동을 꾸준히 해주면 지금 현재 손이 떨리는 증상과 가벼운 물건 조차 잡지못하는 증상은 많이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와는 달리 쑨양은 꽤 밝은 얼굴로 병원을 나왔다. 차에 올라타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데 쑨양의 목소리가 들렸다. “ 선생님이 낫게 해주면 되겠다. 물에 들어갈 수 있게 약속도 했으니까. ” 나는 대답이 없었고, 쑨양은 대답을 기대했다가 돌아온 침묵에 고개를 기우리며 나를 바라봤다. 말 없이 운전대를 꾹 쥐고 출발했다. 한동안 계속 눈치만 보던 쑨양은 빨간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다시 입을 열었다. “ 선생님? ” “ ‥… ” 이번에도 대답하지않았다. 지끈지끈, 두통이 올라왔다. 집으로 가는 동안 쑨양은 무수히 많이 말을 걸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어떤 대답도 하지않았다. 차를 다시 주차하고 꽉 쥐고 있던 운전대를 살짝 놓았다. “ 못해. ” “ 예? ” 조용히 있던 내가 겨우 내뱉은 한마디였다. 쑨양은 놀래면서도 기분이 좋아서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반면 나는 웃지 않았다. 웃을 수 없었다. “ 내가 못 도와줘. ” “ 뭐를요? ” “ 네 팔. ” “ …왜요? 바로 말 안해서 화났어요? 아침이 되면 말 하려고 했었어요. ” “ 아니야, 그런거 아니야. ” “ 그러면요‥ 왜 그래요. 말을 해봐요. 그렇게 괴로운 표정을 하고 못한다고 하면‥ ” “ ‥어쩌지. ” “ 왜요, 왜그래요. ” 상체를 숙여 운전대에 머리를 박았다. 쑨양은 지그시 보다가 팔을 뻗어 내 머리를 쓸어주었다. 이제 어떻게하면 좋을까, 쑨양. 어쩌지. “ 우리 이제 진짜 못봐. ” “ 예? ” “ 나 한국에 가. ” “ 한국이요? ” “ 이번에는 영영. ” “ ‥… ” “ 돌아가야해. ” 머리를 쓸어주던 쑨양의 손이 멈췄다. 고개를 들고 쑨양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어서 계속 운전대에 이마를 기댄채 일어나지않았다. 속이 타들어간다. 이렇게 겨우 다시 만났는데 또 다시 이별을 준비해야한다. “ 언제 가는데요? ” “ ‥5일 뒤에. ” “ 그렇게 빨리요? ” “ ‥… ” “ 선생님, 선생님. ” 쑨양은 다시 내 머리를 쓸어주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고 쑨양을 바라봤다. 그는 작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 미소가 왠지 더 슬프게 보여서 입술을 삐죽이며 다시 시선을 피했다. “ 그럼 5일 동안 우리 데이트도 하고, 맛있는거도 먹으러가고, 영화도 보고 그렇게해요. 응? ” “ …하지만. ” “ 그 다음일은 그 다음에 생각해. ” “ ‥쑨양. ” “ 우리 지금은 이렇게 같이 있잖아. 그게 중요한거에요. 후회가 남지않게. 하루하루를 그렇게 지내야죠. ” “ ‥긍정적인거냐, 생각이 없는거냐 넌. ” “ 전자로 생각해줄래요. 후자는 좀 슬픈거 같은데. ” 장난스럽게 대답을 하는 너를 보며 왠지 웃음이 새어나왔다. 차에서 내려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정신이 조금 돌아오는거 같았다. 조수석에서 내린 쑨양은 쪼르르 내 곁으로 다가와 감기 걸린다며 내 허리에 팔을 감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겨 어정쩡한 포즈로 걸어갔다. “ 누가 보면 어쩌게? ” “ 어차피 태환도 나도 여기서 벗어나면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닌데. ” “ ‥ 하긴, 너도 여기 사람이 아니지. ” “ 대륙이 괜히 대륙이겠어요. ” “ 그치만 한국이랑은 멀어. ” 그 말에 쑨양은 또또, 거리며 자신의 턱으로 내 머리를 콩 하고 찍었다. 정말 아팠다. 아프다고 투덜댔더니 쑨양은 흐흐 웃으며 더 꽉 끌어안았다. 집에 들어와서 문을 잠근 쑨양은 장난스럽게 또 말을 걸어왔다. “ 어제같은 이벤트는 없는거에요? ” “ 뭔 이벤트? ” “ 문 닫고 돌아서는데 딱! ” “ ‥… ” 안그래도 생각하면 생각 할 수 록 창피한데, 쑨양이 저렇게 대놓고 말을하니 얼굴이 붉어지는게 느껴졌다. 쑨양은 계속 신발은 벗지 않은채 응? 응? 거리며 그 큰 키로 총총 뛰었다. 코트를 벗어서 냅다 쑨양의 얼굴이 집어던졌다. “ 시끄러. ” 쑨양은 거실에 앉아서 우리 뭐할까요. 라고 하며 5일간의 스케줄을 저 혼자서 쭈욱 다 짜버렸다. 우선 오늘은 치료소에 가야했다. 아직 서류 안뗀거도 있고, 거기에 짐도 있고… 쑨양과 함께 오랜만에 치료소로 향했다. 치료소 사람들은 쑨양을 반갑게 맞이했고, 쑨양은 왕원장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말솜씨에 휘말려서 하마터면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할 뻔해서 머리에 또 혹 하나를 달았다. “ 태환, 이제 정말 마지막이네요. ” “ 으음, 그 헤어스타일이 그리울거에요. ” “ 장난은…. 가끔 중국에 놀러오고 해요. ” “ 저 그렇게 돈 많지 않은데요? ” “ 어머, 내숭은. 전직 금메달리스트가 할 소린 아닌거같네요. ” “ 푸흐,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 “ 태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공부 열심히해서 꼭 교수가 되길 빌어요. ” “ 그래야죠. 공부 할 생각하니까 머리가 아프네요. 더 있을까요? ” “ 엄살은‥, 태환이라면 좋은 지도자가 될거에요. ” “ 고맙습니다. ” 그렇게 왕원장과 작별인사를 하고 치료소 사람들과도 작별인사를 나눴다.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한숨을 푸욱 쉬었더니 쑨양이 한숨쉬면 늙는다는 한국말을 어디서 들어와서는 옆에서 계속 쫑알거렸다. “ 선생님, 우리 나가요. ” “ 어딜? ” “ 밥 먹으러! ” “ 그냥 집에서 먹‥ ” 얘는 분명 환자였던거 같은데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내 팔을 잡아당겨 끌고가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밖으로 나가야했다. 좀 따뜻한 집에서 쉴까했는데‥. 쑨양의 손에 이끌려 우리 동네에서 멀지않은 시내쪽으로 나왔다. 중국 음식을 못 먹는 나는 거리에서 나는 향신료향 덕에 속이 계속 부대꼈다. “ 쑨양, 냄새. ” “ 자. ” 그럼 쑨양이 냄새 못 맡게 자기 품에 안기라며 길 한 복판에서 팔을 벌렸다. 눈썹을 꿈틀이며 그대로 지나쳐서 갔더니 쑨양이 뒤에서 또 무드 타령을 칭얼거리며 쫓아왔다. 그렇게 쑨양과 향한곳은 서양식으로 된 고급 레스토랑 이였다. 눈을 꿈뻑거리며 입구에 서서 건물을 훑었다. “ 용캐 이런데를 찾았네? ” “ 중국 사람들이라고 중국 음식만 먹진 않아요. ” “ 그건 어느나라 사람들도 다 그렇지만‥ ” 오랜만에 스파게티라던가 정통 이태리식 피자라던가 이런것들을 먹었다. 웃으며 쑨양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느새 한국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은 잊혀졌고, 우리는 배가 터지도록 포식한 다음에 소화 시키자며 거리로 나가 달리기 시합도 하고, 먹자말자 뛰었더니 토할거 같다며 찡찡대는 쑨양을 달래기도 하고, 그렇게 밤을 깊어갔다. 집에 돌아와서 잘 준비를 끝내고 잠시 짐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나는 또 쑨양의 손에 이끌려 질질 끌려가다싶이 해서 쑨양의 방으로 향했다. “ 왜? ” “ 같이 자요. ” “ 애도 아니고‥ ” “ 아, 그럼 오늘은 애 할게요! 거참‥ ” “ 짜증도 낼 줄 아네. ” “ 나도 사람이거든요. ” 흥, 하고 돌아서는 모습이 귀여워서 소리내서 웃었더니 쑨양은 먼저 침대에 누워서 옆자리를 손으로 팡팡 쳤다. 멀뚱히 그런 쑨양을 보다가 그런건 어디서 배웠냐고 했더니, 떨어져 있는 동안 한국영화를 많이 봤는데 거기서는 다 이렇게 하더라. 라고 했다. 혼자 자는거에 익숙한 나는 옆에 있는 쑨양이 조금 불편했다. 반면 금새 잠이든 쑨양은 새근거리는 숨소리는 내뱉으면서도 내 허리를 안은 팔을 풀지않았다. 그덕에 나는 가만히 누운채 2시간은 멍때리다가 정말 기절하듯 잠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남은 일정을 빠듯하게 보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밥을 했고, 쑨양은 정말 맛있게 먹어주었다. 설거지가 끝나고 나면 손을 잡고 동네 산책로를 돌았다. 사람이 안 보인다 싶으면 쑨양은 선생님- 하고 불러서 응? 하고 올려다보면 기습뽀뽀를 하기도하고 그렇게 아슬아슬한 애정행각도 즐겼다. 그동안 나는 중국에 살면서 한번도 문화생활을 즐긴적이 없었다. 쑨양의 손에 이끌려 내가 사는 지역의 시내보다 더 큰 지역의 시내가도 가보고, 한국에서도 가본지 오래된 영화관도 가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기도 했다. 쑨양이 너무 펑펑 울어서 다음에는 절대로 드라마장르는 보지않아야겠다 생각했지만‥. 그날도 저녁은 밖에서 떼우고 집으로 돌아와 조금은 피곤한 느낌에 둘다 제대로 씻지도 않고 기절을 했다. 항상 아침일과는 똑같았다. 다만 그 후의 일정은 조금씩 달랐다. 우선 나는 한국으로 가기전에 쑨양의 옷부터 어떻게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또 시내를 나가 옷집을 누비며 쑨양에게 잘 어울릴 듯한 옷을 몇벌을 사주었다. 그날은 하루종일 쇼핑한 기억 밖에 나지않았다. 하루하루를 여지껏 해보지못한 것들을하며 바쁘고 재밌게 보냈다. 쑨양은 매일매일 데이트라며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렇게 쑨양과 한 침대에서 자는게 익숙해질 무렵 내가 한국으로 떠나야하는 날은 점점 더 다가오고 있었다. “ 쑨양. ” “ 왜요, 잠이 안와요? ” “ 내가 가면 어떻게 할거야? ” “ 음‥ ” “ 이제 그런건 생각해둬야지. 내일 나는 정말 떠나잖아. ‘ “ ‥그러네요. ” “ 어쩔거야? ” “ 우선 우리 집으로 돌아가야죠, 나도. 그리고 밀린 일들을 처리해야하지 않을까요. ” “ 밀린 일? ” “ 은퇴라던가 그런거요. ” “ 아‥ 미안해. ” “ 뭐가요? ” 쑨양을 등지고 누워있었고, 쑨양은 그런 나를 뒤에서 끌어안고 있었다. 힐끗 시선을 굴리다가 몸을 돌려서 쑨양과 마주봤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 덕에 쑨양의 얼굴이 잘 보였다. “ 그렇게 옆에서 자신있게 다른 생활 할 수 있게 도와준대놓고 이렇게 가버리네. ” “ 왜 그런 걱정해요. 수술도 내 의지로 한건데. ” “ 내가 수술하라고 재촉했잖아. ” “ 언젠가는 해야했어요. ” “ 그치만‥ ” 쑨양은 내 뺨을 잡아 입을 쪽하고 맞췄다.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 내일 걱정은 내일. 내가 분명히 말했죠? ” 그런 쑨양을 보며 한숨을 쉬고 나는 쑨양의 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내 어깨를 감싸안은 쑨양은 괜찮다고 그렇게 내 등을 쓸어주며 잠이 들때까지 토닥거려주었다. 아침해는 빠르게도 다가왔다. 짹짹 거리는 새소리에 아침이 왔다는걸 알았지만 눈을 뜨고 싶지않았다. 눈을 뜨면 나는 떠날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향해야했다. 싫어서 계속 눈을 감고 쑨양의 품을 더 파고 들었다. “ 선생님, 일어나야죠. ” 이미 쑨양도 일어나있었다. 싫다며 내가 고개를 절레 거리자 키득거리며 웃은 쑨양이 오늘 밥은 내가 해줄게요-. 라며 귓가에 속삭이고 일어나더니 방을 나갔다. 그렇게 잠에 또 빠져있다가 허전해진 옆자리덕에 잠시 뒤척거리다가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뭐지? 하고 눈을 스르륵 뜨고 손을 들어서 보았다. “ 어? ” 밥 먹어요! 라며 소리치는 목소리에 일어나서 방에서 나왔다. 밥그릇을 식탁에 내려놓는 쑨양의 손가락을 유심히 보았다. “ 쑨양 이거‥ ” “ 봤어요? ” “ 이런건 언제‥ ” 내 손가락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은 다름 아닌 반지였다. 물론 그 반지는 쑨양의 손가락에도 끼워져있었다. 평소 은 장식을 좋아하던 내 취향에 꼭 맞는 심플한 은반지였다. 얼른 앉으라며 쑨양은 의자에 나를 앉히고 맞은편에 저도 앉았다. “ 한국에서는 손가락에 그렇게 ‘증표’가 있으면 안 건드린다면서요? ” “ 그런건 또 어디서 들은거야. ” “ 영화요. ” “ 너 그런 영화 좀 보지마‥ ” “ 마음에 안들어요? ” 그 질문에 나는 대답을 하지않은채 흠, 하는 헛기침만 하고 숟가락을 들었다. 밥이 어떻게 들어가는 지도 모르고 끌어넣었다. 쑨양은 계속 내가 밥을 먹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 선생님, 밥 먹는데 왜 자꾸 얼굴이 빨개져요. ” 결국 밥이 컥 하고 목에 걸렸다. 놀란 쑨양이 괜찮냐며 허둥지둥 물을 가져다 주었다. 콜록 거리며 물을 받아서 마시고 가슴팍을 툭툭 쳤다. 입술을 잘근 거리다가 고개를 들었다. “ 너때문이야. ” “ ‥푸흐흐, 부끄럼이 많네요. ” “ 시끄러. 얼른 밥이나 먹어. 똥강아지야. ” 쑨양은 의외로 중국 음식이 아닌 한국 음식을 요리했다. 아무래도 중국 음식을 못먹는 나를 위한 배려인 듯 했다. 쑨양의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반지도 신경쓰였지만 아무래도 여전히 왼손으로 힘겹게 밥을 먹는 쑨양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밥을 먹다가 쑨양의 밥그릇을 뺏어들었더니 쑨양이 놀래서 바라봤다. 쑨양의 밥을 퍼서 쑨양의 입가에 가져다댔다. 잠시 고개를 기우리던 쑨양은 순순히 아, 하고 밥을 받아먹었다. 반찬도 집어서 입가에 대주면 아, 하고 받아먹었다. 처음엔 의아해하던 쑨양도 이내 웃으며 밥을 다 받아먹었다. 어린 아이가 된거 같다며 웃었다. “ 쑨양, 공항에 따라오지마. ” “ 왜요? ” “ ‥그냥. ” “ 왜요, 말해봐요. ” “ ‥니 얼굴보면 울거같아서. ” “ 울보. ” “ 웃기고 있네. 그건 너지. ” “ 어차피 나도 비행기 타고 가야하는걸요. ” 내가 짐을 싸는 사이 쑨양도 짐을 쌌다. 우리 둘다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함께 한 추억이 남아있는 집을 뒤로 하고 나섰다. 열쇠를 가져다 주러 치료소에 들렀다가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며 쑨양은 계속 반지를 나눠낀 손을 만지작 거렸다. 여지껏 괜찮다며 웃었지만 역시나 쑨양도 아쉬워했다. “ 이제 진짜 우리 언제보지? ” “ 그러게요. ” “ ‥기약없는 기다림이네. ” “ 이번엔 서로 기다리는거니까. ” 쑨양은 팔을 들어서 너무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말라며 내 뺨을 쓸어주었다. 그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웃었다. 그 모습에 쑨양도 웃어주었다. 가만히 있던 쑨양이 사진사진. 하면서 폰을 꺼내서 앞에 들이밀었다. 오랜만에 사진 찍는거라 좀 어색하게 있다가 이내 쑨양의 옆에 붙어서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작은 액정안에 우리는 웃고 있었다. 쑨양에게 사진을 전송 받고나서 한국행 비행기와 중국 항저우쪽 비행기 알림이 떴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쑨양을 알아본 중국인들이 술렁이며 조금씩 몰리고 있었다. “ 선생님, 전화해요. ” “ 알았어. 또 아프지말고‥, 내가 가르쳐준 팔 운동 열심히해. ” “ 걱정말아요. 나 기억력은 좋아. ” “ ‥잘가. ” “ 그런 얼굴 하지 말래두요. ” 울상이 된 내 얼굴을 보더니 먼저 울음을 터뜨린건 쑨양이였다. 계속 해서 술렁이는 중국인들 탓에 나는 쑨양을 얼른 달래주었다. 훌쩍거리는 쑨양은 나를 꼭 한번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속마음을 다 털어놨다. “ 안가면 안돼요? 가지마요. ” “ 쑨양‥ ” “ 또 어떻게 떨어져있어? 나는 못해요. ” “ ‥… ” “ 가지마요, 가지마 태환. 가지마… ” 눈물이 날거 같았다. 입술을 꽉 깨물며 억지로 참았다. 어쩜 이렇게 잔인하게도 함께하는 시간보다 떨어져야하는 시간이 긴건지. 이렇게 멀어지면 우리는 서로 다시 만날 수 있기는 한건지. 쑨양의 등을 쓸어주고 주변 시선에도 아랑곳않고 입술 위에 입을 맞춰주었다. 그제야 쑨양의 울먹거림이 조금 줄었다. “ 아프지마, 절대. ” “ 아플거에요. ” “ …하여간 똥강아지, 말은 더럽게 안들어. ” “ 사랑해요. ” 쑨양은 고개를 숙이고 내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반지를 낀 내 손가락 위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나는 그런 쑨양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며 마지막으로 웃어주었다. “ 나도, 나도 사랑해. ” 서로 게이트가 달라서 손을 흔들며 돌아섰다. 그 와중에 돌아선 쑨양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울지말라고 했는데 또 우는 모양이다. 눈물이 나올거만 같아서 서둘러 게이트를 막 들어서려는데 저 멀리에서 쑨양이 소리쳤다. “ 선생님, 선생님! ” 돌아봤더니 쑨양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키가 큰 쑨양은 멀리 있어도 눈에 띄었고 손을 흔들며 밝게 웃어주었다. 바보같이 눈물은 뚝뚝 흘리면서. 그런 쑨양을 보고 있자니 정말 눈물이 차올라서 휙 돌아서서 들어가버렸다. 먹먹해지는 가슴 때문에 비행기에 올라타 계속 가슴을 쿵쿵 내려쳤다. 한국으로 가는 동안 나는 눈을 감고 단 한번도 눈을뜨지 않았다. 다시 눈뜨면 이 모든게 꿈이길 바라면서 그렇게 오지도 않는 잠을 청하려 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눈을 떴을 때 나는 익숙한 인천공항을 맞이해야했다.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었던거 같다. 다행히 가족들은 볼 일을 보러 나간 상태였고, 정말 이불을 붙잡고 숨이 넘어갈 듯 울다가 탈진해서 잠이 들어버렸다. 다음날 퉁퉁 부은 눈으로 눈을 뜨고 익숙한 내 방 천장이 보이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쑨양과 함께 한 그 간의 일들이 모두 꿈은 아니였을까 하고. 하지만 내 손가락에서 반짝거리는 이 반지가 결코 꿈이 아니라는걸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립다, 벌써 그립다. 지금 당장 품안에 안고 사랑한다고 속삭여주고 싶다. 입술이 부르틀때까지 입맞춰주고 싶었다. 눈물이 차올라서 자꾸만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쑨양의 목소리가 자꾸만 귓가를 맴돌아 나를 힘들게했다.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렇게 우리는 또다시 서로에게 힘이든 기약없는 이별을 해야만했다.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는 그런 생각을 품은채 서로의 일상 생활으로 돌아갔다. 한국으로 돌아와 학교에 다시 나가면서 이따금씩 나는 키가 큰 사람을 보면 흠칫 거리며 뒷모습을 쫓았다. 하지만 매번 머리를 쥐어뜯으며 돌아섰다. 언제 다시 들을 수 있을까, 나를 향해 웃으며 장난스럽게도 불러주던 그 목소리를. ‘ 선생님, 선생님! ’ 그립고 그리웠다. 짧은 우리의 사랑이 애석하게만 느껴졌다. END. |
팊.
드디어 선생님x2이 10편에서 유종의 미를 맞이 했습니다!
이건 뭐 새드도 아니고 해피도 아니고 으흫흐흫ㅎㅎㅎㅎ 언제나 그렇듯 오픈엔딩입니다 ㅇ<-<
0화 부터 10화까지 줄기차게 달려왔네요! 런던의 추억부터 니하오를 거쳐 선생님x2 까지!
쉴틈없이 달려왔는데 그동안 꾸준히 제 글을 봐주신 분들도 계시고 또 새로 본 분도 많은데
정말 다들 모두 감사합니다 ㅜㅠ... 그저 혼자 상상만 하기에 심심해서 써본 글들이 였는데
형편없는 솜씨에 오타ㅋ.. 맞춤법..ㅋ... 다 틀려도 그저 읽어주신 독자 분들 덕에
정말 ㅋㅋㅋ 매일매일 신나서 열심히 썼어요! 그러는동안 글잡에서 춰럭글도 해보고!!
싱기방기합니다.... 우오와오....... 독자님들 스릉스릉 S2 !!!
메일링 공지는 후에 다시 세울게요 *^^* 번외편을 써달라는 분들이 꽤 계셨는데
잘 모르겠어요, 매번 글마다 번외편을 하나씩 썼는데 아무래도 선생님x2 은 이미 7화가 번외였기때문에..
여태까지 선생님, 선생님! 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ㅠㅜ
항상 댓글 보면서 너무 힘이됐어요! 그냥 읽어만 주셔도 감지덕지인데 댓글까지 허류 ㅠㅜㅜㅜ
여러분 기억해주세요! 저는 항상 쑨환/태양으로 다시 돌아옵니다ㅎㅎㅎ S2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2 마지막 브금은 이 글 선생님, 선생님!을 쓰게해준 브금으로!!
| 74명의 암호닉! 다음 작품에서도 그대로 다시 뵐 수 있길 빌어요 S2 행쇼!! |
T,무슈,파랑, 박쑨양, 허니레인, 응가, 아와레, 태쁘, 마린페어리, 샤몰이, 흙흙, 륜(히륜), 촹렐루야, 광대승천, 코난, 쌀떡이, 아스, 피클로, 빈츠, 소어, 돌고래, 매치드, 깨식빵, @, 감수성, 양갱, 당근, 빠삐코, 뺑, 또윤, 아롱이, 너구리, 파랑, 여름향기, 포도주스, 음마, 부은눈, 레몬, 대후니요정, 오동통, 브이콘, 카르페디엠, 콩가루, 햇반보이, 하늬, 비둘기, 태환찡, 양양, 녹차라떼, 까망이, 샤긋, 백구, 유스포프후작, 잼, 텔라, po쑨환wer, 우구리, 모닝, 레인, 농민밭일꾼, 고구미, 탱귤탱귤, 햄돌이, 재현, 구름, 찰떡아이스, 카리스, 밧장과국대들, 렌, 졸리, @히히, 쏄, 또르르, 안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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