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enny Chesney - Come Over
| #0 6 |
by.팊
그렇게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나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다시 중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일정에는 4일정도면 충분했지만, 정리가 필요했다.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어서 3일간 정말 집밖으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은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짐가방을 질질 끈채 현관을 들어서니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 놓은 신발들이 보였다. 한숨을 푹 쉬고 그 옆에 신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고개를 드니 집안이 어두컴컴 했다. 더듬더듬 팔을 뻗어 불을 켜고 짐을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잔 들이키고나니 조금 살거같았다. 컵을 싱크대에 내려놓으려 발을 옮겼는데 발바닥에서 뭔가 바스라지는 느낌이 들어 시선을 내렸다. 뭔가 하얀 알갱이들이 여러개 보였다. 뭐지? 바닥에 쭈그려앉아서 알갱이 하나를 들어서 킁킁 냄새를 맡았더니 쓴향이나는 약이였다. 미간을 찌푸리고 시선을 굴리니 부엌 바닥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흩뿌려져있었다. 그 알약의 끝에는 빈통이 데구르르 굴러다니고 있었다. 멍하니 있다가 빈통을 잡아들어서 확인했더니, 진통제라고 적혀있었다. 진통제? 자리에서 일어나서 빈통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다. 방문이 살짝 열려있었다. 문고리를 잡아쥐고 문을 밀었더니 끽-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방안은 굉장히 퀴퀴한 냄새와 함께 어두컴컴했다. 역시나 손을 벽에 대고 더듬어서 불을 켰더니 밝아진 시야에 눈을 꾹 감았다 떠야했다. 아무렇게나 어질러진 방안이 외관상 좋지않아서 이건 뭔가하며 방에 들어서려는데 거실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 어‥ ” “ ‥태환? ” 일주일 사이에 꽤나 초췌해진 쑨양이 보였다. 쑨양은 거실에 우뚝 선채 멍하니 나를 보고있었다. 그리고 자기 얼굴을 더듬더듬 거리며 눈을 두어번 꿈뻑거렸다. 문득 그의 손이 눈에 띄어서 눈을 가늘게뜨고 지그시 바라봤다. 성큼성큼 다가갔더니 쑨양이 뒷걸음질 쳤다. 손목을 낚아채어 잡았다. “ 이게 뭐야? ” “ 아‥ 긁혔어. ” “ ‥쑨양? ” 가까이에서 본 쑨양의 모습은 가관이였다. 손을 비롯해 얼굴 여기저기에도 생채기가 나있었다. 목까지 끌어올린 쑨양의 점퍼 지퍼를 쭉 잡아 내렸더니 목에도 빨간 생채기가 보였다. 다시 내려다본 쑨양의 손톱이 아무렇게나 부러져있었다. 쑨양은 잡힌 손목을 비틀어 빼내려다가 갑자가 윽! 하는 신음을 내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 쑨양? 쑨양! ” “ 아윽! ” “ 쑨양, 아파? 왜그래? ” “ 어깨가‥ 흣‥ ” 쑨양은 괴로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린채 어깨를 붙잡았다. 계속해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를 보며 나는 어쩔줄 몰라했고, 쑨양은 부들부들 몸을 떨다가 고통에 못이겨 손톱으로 자신의 팔을 긁어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쑨양의 손목을 붙잡고 힘으로 팔에서 손을 떼어냈다. “ 뭐하는짓이야! ” “ 아파‥ 으윽! 흐… 악!” 이마에 핏대까지 선 그는 더욱 고통에 몸부림쳤다. 계속해서 나는 갑작스런 이 상황때문에 패닉상태에 빠져있었고, 고통에 바닥을 굴러다니는 그를 보다가 문득 부엌에서 봤던 알약들이 생각났다. 부엌으로 걸어가는데 자꾸만 다리에 힘이 풀려서 몇 번이나 넘어질뻔 했다. 알약을 세알정도 주어서 컵에 물을 받아서 다가갔더니 이미 쑨양은 고통에 정신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 쑨양, 정신차려봐. 이거 먹자, 어? 쑨양! ” 계속 정신을 놓으려는 쑨양의 뺨을 때려서 겨우 다시 깨울 수 있었다. 알약을 입에 넣어주고, 물을 먹여주었더니 처음에는 삼키지 못해서 입안에서 그르륵 거리며 물고있다가 숨쉬는 타이밍에 겨우 약을 삼켰다. 그 후 2분간은 정말 지옥같이 느껴졌다. 계속해서 쑨양은 바닥을 굴렀고, 약효가 돌기 시작했을 때 쑨양의 몸 떨림이 줄어들었다. 땀에 젖은 쑨양의 몸을 닦아주려고 수건을 가지러 일어나려는데 쑨양이 발목을 붙잡았다. “ ‥마요. ” “ 뭐라고? ” 쑨양의 목소리가 들리지않아서 다시 바닥에 앉아 귀를 가져다댔다. 쑨양은 그대로 내 허리를 꽉 붙잡아 안았고, 놀란 나는 그를 떼어놓을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서럽게 우는 쑨양을 달래야했다. “ 가지마, 태환‥ 가지마‥ ” “ 무슨 소리야 ” “ 내가 잘못했어요, 가지마요 선생님‥ ” “ ‥쑨양 ” “ 가지마요, 가지마‥ 여기있어요. ” 쑨양은 길 잃은 아이처럼 너무 서럽게 울었다. 쑨양은 나를 꽉 붙잡은채 놓아주지않았다. 나는 엉엉 울며 매달리는 그 손을 맞잡았다. “ 여기있어, 나 여기있다고. 그러니까 그만 울어, 그러다가 탈진해. ” “ 꿈 아니죠? 그쵸? ” “ 꿈 아니야, 그러니까 그만 뚝. 쑨양, 너 피나. 상처 치료해야해. ” “ 안오는줄 알았어요. 화나서‥ 화나서 나 버리고 간줄 알았어요. ” “ 무슨 소리야, 한국에 일이있어서 가야한다고 원장님한테도 말하고 갔는데. ” “ 미안해요. 선생님 내가 잘못했어요. ” “ 쑨양, 알았으니까 일단 그만 울어. 너 정말 이러다 쓰러져. ” 쑨양은 겨우 울음을 멈추고 끅끅 거리는 소리만 내며 꾹 잡았던 내 허리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마주한 쑨양의 얼굴이 많이 망가져있었다. 이 사내는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걸까, 정말 알 수 없었다. 머리가 아프다. 왜 너는 이렇게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걸까. 이리도 아픈 얼굴을 한 네가 왜 이렇게 안쓰럽고 나도 아파오는걸까. 너는 알고있어, 쑨양? “ 뭐야‥ 왜 이래 꼴이. ” “ 내가 싫어서 간거 아니죠? ” “ ‥내가 애냐, 그런일로 화났다고 도망가게. ” “ 선생님, 선생님 ” “ 그만 울먹거려‥ 너 때문에 나까지 서러워진다. ” “ 또 가는거 아니죠? ” “ 갔다 왔잖아. ” “ 앞으로 쭉 선생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 “ 그래, 불러도 돼. 엄청 불러도 그냥 내가 참을게. ” “ 나 싫어하는거 아니지? ” “ 그랬으면 진작 왕원장한테 너 넘겼겠지. ” “ 그러면‥ ” “ 뭐라고? ” 쑨양은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상체를 휘청거렸다. 바닥에 앉아있던 쑨양의 몸이 기우뚱거리더니 이내 넘어갔고, 나는 그런 쑨양을 안아서 받쳤다. 내 품에 안긴 꼴이 된 쑨양은 고개를 작게 부빗거렸다. 아득해지는 정신에 쑨양은 한마디를 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 내가 선생님을 좋아해도 돼요? ” 뭐라고 다시 물을 겨를도 없이 쑨양은 기절했고, 이내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들렸다. 어안이 벙벙해서 멍하니 내려다보다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겨주었다. 운동치료를 병행하면서 부상이 많이 나아졌다 생각했는데, 아니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쑨양은 매일매일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괜찮아보였고, 운동치료도 무리없이 잘 따라 올 수 있었다. 그날 축제때 그렇게 말해놓고 또 아픈걸 숨겼다는거에 배신감을 느꼈지만, 분명 쑨양은 내가 걱정하는게 싫어서 그래서 숨겼을거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휩쓸고 지나가니 내 품에 안긴채 지친 얼굴로 잠이든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 “ 쑨양, 정말 궁금한게 있는데. ” 어정쩡하게 안긴 쑨양의 머리를 내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끙 거리는 앓는 소리가 들리기에 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더니 이내 다시 앓는 소리는 사그라들었다. 고개를 숙여 쑨양을 한참 바라보고있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에게 얼마나 힘들었던건지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밥도 제대로 안 먹은건지 그새 살이 빠졌다. “ 정말 내가 좋아서‥ 그러니까 이성적으로… 그렇게 좋아서, 나한테 이랬다저랬다 한거야? ” 왕원장이 매일 쑨양이 나한테 어린아이처럼 구는건, 그만큼 나를 좋아하고 믿기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지껏 내 주변에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사람은 없었고, 좋아한다고 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어떻게 대해줘야할지 몰랐다. 살아오면서 연애라거나 그런 인간관계를 겪을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쑨양은 한시간쯤 지났을 무렵 겨우 다시 정신을 차렸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그는 나를 보고 또 한번 깜짝 놀랬다. 불편한 정장을 입고 한시간을 그렇게 나보다 큰 사내를 받치고 있었더니 다리가 저릿거렸다. “ 태,태환‥ ” “ 잘잤어? ” “ ‥진짜 다시 온거에요? ” “ 덜깼네 아직. ” 쑨양은 그대로 나를 꽉 끌어안아버렸다. 다리에서 올라오는 저릿함은 뒤로하고 끌어안은 힘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혀왔다. 등을 툭툭 쳤더니 팔에 힘이 스르륵 풀렸다. 물론 그렇다고 안은 팔을 푼건 아니였다. “ 안오는줄 알았어요. ” “ 왕원장한테 분명히 나 없는동안에도 운동하고 밥도 잘먹고 있으라고 말해달라고 했는데. ” “ ‥너무 흥분해서 그 뒷이야기는 못들었나봐요. ” “ 내가 환자 하나 책임 못지고 도망가는 그런 한심한 인간같았어? ” “ 그런거 아니에요‥ ” “ 쑨양 ” “ ‥… ” “ 쑨양, 대답. ” “ 왜요… ” “ 내가 좋아? ” 맞닿은 쑨양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조금 들뜬 쑨양의 심장박동 소리가 느껴졌다. 끌어안은 팔에 다시 한번 힘이 꾹 들어갔다. 나는 여전히 차렷자세로 있었기에 아프다고 또 짜증을 했더니 얼른 팔을 풀었다. “ 그런거같아요. ” 쑨양은 그렇게 말하고 잠시 가만있다가 축 쳐진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다. “ 미안해요. ” “ 뭐가? ” “ 좋아해서 미안해요. 같은 남자인데… 싫죠? 나도 너무 놀랬어요. ”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다가 쑨양을 살짝 밀어서 끌어안은 팔을 풀게했다. 그리고 마주 앉아서 바라보니 쑨양은 손을 작게 떨고있었다. 팔을 뻗어 쑨양의 떨리는 손을 꽉 움켜잡았더니 천천히 시선을 들어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 좋아해줘서 고마워. ” “ …‥ ” “ 정말이야, 고마워. ” 다른 손으로 쑨양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쑨양은 왠지 울거같은 얼굴을 한 채 고개를 떨궜다. 쑨양을 일으켜 세워서 소파에 앉혀놓고 구급상자를 찾아와 그의 옷을 벗겼다. 드러난 맨살은 더 가관이였다. 몸 여기저기 손톱에 긁히고 파여서 상처가 덧나있었다. 한숨을 푹쉬며 고개를 절레였다. “ 이지경이 될 때까지 왕원장도 한번 안찾아갔어? ” “ 그럴 생각이 안나서‥ ” “ 정말 내가 옆에 없으면 밥도 하나 못챙겨 먹는거야? ” “ 나는‥ ” “ 병원에 가자, 쑨양. ” “ 병원? ” “ 니 몸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겠어. ” “ 그치만 병원은‥ ” “ 아파서 이렇게 온몸에 상처를 낼 상태까지 됐는데, 무슨 운동치료고 심리치료야. 안돼. ” 우선 여기저기에 생긴 찰과상에 약을 발라주고 심한곳에는 밴드를 붙여두었다. 얼굴에 밴드를 여기저기 붙였더니 꼭 싸운 사람처럼 보여서 양아치 같다고 했더니 쑨양이 놀리지말라며 작게 웃었다. “ 드디어 웃네. ” “ 예? ” “ 자꾸 그렇게 슬픈 얼굴로 있으면 내가 미안해지잖아. ” “ 아‥ ” “ 그렇게 놀랬어? 약도 제대로 먹을 생각도 못할만큼. ” “ ‥눈 떴는데 갑자기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누구나 놀랠거에요. ” ‘ 좋아하는 사람 ’ , 그 한마디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어깨를 작게 움츠렸다 폈더니 쑨양이 멀뚱히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입꼬리를 올려서 웃었다. 큰일이다. 마치 처음에 ‘ 선생님 ’ 이라고 불렀을 때 그 표정이였다. “ 태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 “ 하지마‥ ” “ 또 화낼거에요? ” 금새 또 울상을 하는 저 얼굴에 약했다. 미간을 꾹 누르며 시끄럽다고 녀석의 얼굴을 밀쳤다. 푸흐흐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애써 외면하고 병원에 가자고 일어섰다. 쑨양은 또 현관에 서서 이제 괜찮아졌다고 나도 왔으니까 다시 아플일 없을거라고 말을 하며 가지않겠다고 버텼다. 이 남자는 27살이나 먹고 저렇게 큰 덩치로 병원을 왜 무서워하는걸까? 혼자 가버릴거라고 확 돌아섰더니 뒤에서 안절부절하던 쑨양이 결국 따라나왔다. 큰병원을 가야할거같아서 중국에 오면서 빌렸던 차에 올라탔다. 치료소 집 치료소 집 이렇게만 왔다갔다 하다보니 탈 일이 없어서 방치됐었던 차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있었다. “ 운전도 해요? ” “ 내 나이가 몇인데‥ ” “ 나는 운전 못하는데‥ ” 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쑨양에게 표지판들 잘 보라고 단단히 일러뒀다. 쑨양은 가만히 있다가 왼쪽으로 11km래요. 직진이요. 라며 안내해줬고 덕분에 나는 편안하게 운전 할 수 있었다. 빨간불에 걸려서 가만히 운전대를 붙잡고 멍하게 있었는데 쑨양이 입을 열었다. “ 근데 왜 나한테 말도 안해주고 갔어요? ” “ 뭐를? ” “ 한국 가는거요. 어떻게 마트가는거도 아니고 한국 가는걸‥ ” “ 먼저 나를 피한게 누군데‥ ” “ 그, 그래도‥ ” “ ‥많이 아팠어? ” “ 응? ” “ 어깨말이야. ” “ 아‥ 아니, 괜찮아. ” “ 또, 또 거짓말. ” “ 음‥ ” 운전대를 꽉 움켜쥐었더니 쑨양이 내 눈치를 살폈다. 한숨을 쉬며 입을 꾹 다물었고, 쑨양은 화났냐며 물었지만 아무 대답도 하지않았다. 화나서가 아니였다. 그냥 자신의 고통을 자꾸 혼자 지고가려는 쑨양이 너무 미웠다. 내가 그렇게 못 미더운가? 물론 덜렁 한국으로 떠나버렸다가 왔지만, 그래도 왜 그는 아프다는걸 내게 보이지않으려는걸까. “ 알았어‥ ” “ 뭐를. ” “ 사실 그동안 좋지는않았어, 부상당한곳이. ” “ 진통제는 어디서 구한거야? ” “ 여기오기전에 한 세통정도 처방 받아서 왔어. ” “ 언제까지 그렇게 아픈걸 숨길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 “ 아니야, 아니에요 그런거. ” “ 그러면? ” 힐끗 쑨양을 봤더니 안전벨트를 손에 꼭 쥔채 시선을 떨궜다. 한참 그렇게 손을 꼼지락 거리던 그는 얼굴을 쓸어내리며 말을 다시 이었다. “ 내가 아프다는걸 부정하고 싶었나봐. ” “ 어? ” “ 내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그냥 나 자신에게 부정하고 싶었어요. ” “ ‥멍청이네. ” “ 그치만 정말 좀만 참으면 더 할 수 있을거 같았다구요. ” “ 그러니까 멍청이지. 더는 수영을 못하게 되면 어쩌려고 그래? ” “ ‥… ” “ 니 몸 하나 니가 관리하지 못하면 더는 선수생활 할 수 없단 말이야. ” “ 괜찮아. ” 병원 앞에 도착하자 들리는 쑨양 목소리에 나는 차를 세우며 고개를 돌려서 그를 흘겨 봤다. 쑨양은 움찔거리며 사실이라고, 자신은 정말 괜찮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조금 화가나서 목소리가 높아졌다. “ 그게 말이돼? ” “ 나쁘지않은걸. ” “ 뭐가! ” “ …선생님이랑 이렇게 지내는거도, 나쁘지않은걸‥ ” 항상 느꼈다. 쑨양은 자신의 감정을 어찌할 줄 몰라서 그런건지 지나치게 솔직했다. 감정을 더 할 나위없이 드러내고 표현했다. 그런 모습은 내게는 너무 낯설어서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내가 여지껏 쑨양에게 화를 낸 이유도 그때문이였다. 솔직하게 다가오는 쑨양을 감당하기 버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나는 그에게 익숙해져갔고, 어느새 저런 솔직한 표현에 반응을 하기 시작했다. 쿵쿵 거리는 내 심장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얼굴이 내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 말이라도 못하면‥ ” 헛기침을 하며 그대로 차문을 열고 휑하니 내렸다. 쑨양은 따라서 내리며 금세 내 곁으로 쪼르르 와서 성큼성큼 걸어가는 내 팔을 붙잡았다. “ 화났어요? 내가 또 뭐 잘못한거에요? ”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입을 열면 심장이 튀어나올거처럼 미친 듯이 뛰고있었다. 쑨양이 잡은 팔이 너무 뜨거웠다. 부끄러운건가? 뭐지, 미칠거같다. “ 아,안났어. 이거 놔. ”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더니 쑨양은 더 꽉 잡아왔다. 쑨양을 쳐다볼 수 없었다. 애꿎은 접수처만 노려보며 빠르게 걸었다. “ 선생님, 지금 부끄러워하는거죠? ” 들켰다. 아마 쑨양이 심리전에서는 나보다 한수 위인거 같았다. 우뚝 멈춰섰더니 쑨양이 가만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시선을 힐끗 들었더니 그는 곧은 시선으로 나를 봤다. 움찔하고는 시선을 거뒀다. “ 누, 누가 부끄러워 한다고 그래? 시끄러! 가서 접수나해! ” 쑨양의 등을 떠밀었더니 쑨양은 나를 돌아봤다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웃지말라고 등을 찰싹 때렸더니 왜 아픈데를 때리냐고 쑨양은 금새 또 울상이 돼서 투덜거렸다. 웃다가 울다가, 참 볼때마다 재밌는 남자인거 같았다. 투덜거리면서도 접수처로 가서 접수를 하고 있는 쑨양의 뒷모습을 지그시 바라봤다. “ 다른 감정은 다 솔직한데, 왜 힘들고 아픈거만 그렇게 혼자 짊어지려는걸까. 결국 힘든건 너 혼자인데. ” 접수를 끝낸건지 돌아본 쑨양이 손을 흔들며 웃고있었다. 잠시 아까전에 고통에 몸부림치던 얼굴이 생각나서 얼굴이 굳어버렸다. 쑨양은 그런 나를 보고있다가 왜그러냐고 다가왔다. 쑨양은 내가 울거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말을 해주었다. 너때문이야, 나는 원래 이렇게 감정에 충실한 사람이 아닌데. “ 이젠 아프지마. 니가 아프면 내가 힘들어. ” “ 왜? ” “ 몰라, 니가 그렇게 만들었어. ” 쑨양은 잠시 놀란 듯 있다가 정말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애정을 가득 담은 시선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내 머리에 손을 얹더니 슥슥 쓸어주었다. 자존심 상하는 행동이였지만 나쁘지않았다. 괜히 입술을 삐죽거렸더니 쑨양이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쑨양은 내게 아프지않겠노라고, 아프기전에 치료를 잘 받겠다고 말했다. 검사를 받으러 오라고 쑨양의 이름이 불려졌고, 발걸음을 돌려 가려는 쑨양을 나는 작게 불렀다. 조금 떨어진 쑨양이 돌아봤다. “ 나도 그런가봐. ” “ 예? 뭐라구요? ” “ 나도 니가 좋은가봐. ” “ 예? ” “ 두 번은 말안해. 어서가 똥강아지야. ” 쑨양은 눈을 동그랗게 뜬채 바보같이 서있다가, 또 그렇게 바보같이 웃으며 부끄럽다는 듯 몸을 베베꼰채 검사실로 들어갔다. 그가 온 후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늘어갔던건 아마도 이 내 감정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러한데 그는 그렇게 장난스러운 모습만 보여서, 혹은 너무 저돌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모습에 내가 놀래서 나조차 내 감정을 눈치채지 못했었던거 같았다. 한국에 있는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고, 다시 돌아왔을 때 깨달았다. 나도 그 못지 않게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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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재밌게 보셨나요? 중요하죠,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한다고ㅎㅎ..
떠났다고 생각한건 쑨양이 너무 흥분해서 왕원장의 말을 끝까지 못들었던거죠ㅋㅋ 몽충이..ㅇ<-<
자, 드디어 애정전선에 불이 들어왔네요 ㅠㅜ 어헝허엏어 ㅠㅜㅜ 너네들 행쇼 ㅠㅜㅜㅜ
하지만 과연 여기서 두사람은 행복하기만 할까요 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댓글은 뜰때마다 불이 나게 달려와서 보고 있어요!
| 암호닉 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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