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반 - 머리와 심장이 싸우다
| #0 5 |
by.팊
“ 선생님 ” “ 선생님- ” “ 어, 선생님! ” “ 선~생님! ” “ 선생님? ” “ 선생님~ ” 귀를 틀어막았다. 쑨양은 요즘 몇일사이에 매일 20분에 한번씩 저렇게 나를 불렀다. 처음에는 계속 간지러운 느낌 때문에 힘들었고, 중반쯤에는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괜찮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냥 미칠거같았다. 쑨양은 사사건건 작은 일에도 꼭 나를 불렀다. 이젠 가만있다가 내가 보이면 불러댔다. 애써 무시하며 거실에서 TV를 보는 쑨양을 지나쳐 가려는데 어김없이 선생님~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악! 소리를 지르며 귀를 막았더니 놀란 쑨양이 달려와서 선생님? 선생님 아파? 선생님? 거리며 안절부절 거렸다. “ 그만, 그만, 그만! ” “ 선생‥ ” 난 팔을 뻗어서 쑨양의 입을 틀어막았다. 놀란 쑨양은 눈만 동그랗게 뜬채 나를 내려다봤다. 우선 진정을 좀 하고 쑨양을 잡아끌어다가 앉혔다. 맞은편에 앉아서 나는 진지한 얼굴로 벙쪄있는 쑨양을 바라봤다. “ 너 몇 살이야. ” “ ‥? 27살. ” “ 근데 자꾸 이제 막 말 배운 애기처럼 선생님 선생님 거릴거야? 어? ” 대뜸 쑨양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더니 해괴한 비명을 지르며 쑨양은 이리저리 정신없이 흔들거렸다. 쑨양이 내 손을 떼낼때까지 흔들었고, 이내 내 손길에서 벗어난 쑨양은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으며 끄응 앓는 소리를 냈다. 여전히 씩씩 거리며 나는 그를 바라봤다. “ 그치만‥ ” “ 시끄러! ” “ ‥… ” 입술을 삐죽삐죽 내미는 쑨양이 귀엽기는 했지만, 정말 나는 노이로제에 걸릴거만 같았다. 하루에 쑨양은 선생님 이라는 단어를 수백번을 말하는거 같았다. 체감으로는 수만번이였다. 계속 입술만 삐죽거리던 쑨양이 미안하다고 말해왔다. “ 많이 밝아진거 같아서 좋은데‥ 왜 그리 나한테 집착을해요, 쑨양? ” “ 예? ” “ 다 큰남자가 내 뒤를 쫄래쫄래 쫓아다니면서 그러는거, 남들이 보면 오해한다구. ” “ 오해? 무슨 오해? ” “ 사람들이 자꾸 니가 날 좋아한다고 오해하잖아요. ” “ 좋아하는데요? ” “ 아니 그게 아니라‥ ” 이 새끼는 멍청한건가 순수한건가. 하고 나는 정말 진심으로 고민했다. 미간을 짚으며 인상을 찌푸렸더니 쑨양이 자기가 또 뭘 잘못한거냐며 계속 눈치를 살폈다. 한숨을 푸욱 내쉬고 쑨양의 어깨를 턱 잡았다. 쑨양은 또 흔들까봐 잔뜩 긴장을 한 채 나를 바라봤다. “ 이성적으로 좋아하는 줄 안다구요. ” “ 에? ” “ 이성적으로, 알겠어? ” “ 아‥, 왜? ” “ 뭐 임마? ” 반사적으로 한국어가 튀어나갔다. 진짜 몰라서 묻는건가? 요 몇일간 지켜본 결과 쑨양은 의외로 한국어를 조금 알고 있었다. 내 한국어를 분명하게 알아들은 쑨양은 순간적으로 흠칫거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나도 모르게 낮게 깔린 목소리탓에 헛기침을 두어번 했다. “ 예나 지금이나 쑨양은 너무 과해. ” “ 표현이? ” “ 그래, 바로 그거야. ” “ 좋은걸 어떡해‥ ” 순간 할 말이 없었다. 그래 뭐‥, 좋은데 뭐 어쩌랴. 근데 왜 하필 그게 나이며, 5년이나 지난 지금도 이렇게 나를 부담스럽게 하는건지 이해 할 수 없었다. 여전히 쑨양은 나를 우상을 여긴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우상을 향한 애정표현일까? 하는 생각이 아주 가끔 들었다. 오죽했으면 혹시나 지능적 안티는 아닐까하고 고민한적도 있었다. “ 너무 솔직해도 안되는거야. ” “ 왜? ” “ 이렇게 오해를 사니까. ” 쑨양은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왠지 기운이 빠진거처럼 보여서 그의 머리를 슥슥 쓸어주었다. “ 내일은 치과에 가는 날이라고 했으니까, 일찍 자. ” “ 나 그럼 이제 뭐라고 불러요? ” “ 어? ” “ 선생님이라고 부르는거 싫다고 그랬으니까‥ ” “ 아니 싫다는게 아니라 ” “ 그러면? ” “ ‥음, 부르는 횟수를 줄여봐. ” “ 그럼 꼭 필요한데 벌써 많이 불렀으면? ” 멍하게 쑨양을 보고있었더니 쑨양은 다시 한번 더 내 대답을 요구했다. 그 모습에 푸하하하 하고 웃어버렸더니 쑨양은 왜 웃냐며 당황했고, 나는 더 크게 웃어버렸다. “ 그걸 지금 말이고, 어휴. 바보다 진짜… ” 쑨양은 여전히 아니꼬운 표정으로 나를 보다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바보 아닌데‥ 라고 웅얼이더니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 나 진지해요. ” “ 응, 그래서 웃겨. ” “ 아, 나빠‥ ” “ 내가 뭘? ” “ 나 놀리는거죠? ” “ 아닌데? ” 쑨양의 얼굴은 더 일그러지다 못해 울상이 됐다. 그 모습이 웃겨서 또 큭큭 거리며 웃었더니, 웃지말라고 어깨를 툭툭 쳐오는 그 손길이 마냥 귀여웠다. 정말 덩치만 큰 사내였다. 나이를 헛 먹은걸까 이 사람은. 이렇게도 내 기분을 들었다놨다 하는 쑨양이 참 신기했다. “ 강아지처럼 너무 쫄래쫄래 따라다니지말고, 일일히 보고 안해도 되니까 너무 날 찾지마. ” “ 음‥ ” “ 알았어? ” “ 노력할게요. ” “ 착하다. ” 쑨양의 머리를 다시 한번 더 쓰다듬어주었더니, 어린애 취급하지말라며 투덜거렸다. 물론 그러면서도 내가 쓰다듬어주면 가만히 있었지만 말이다. 통통,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남자를 내가 잘 보듬어서 앞으로도 쭉 잘지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불현 듯 스쳐지나갔다. “ 선생님, 폰 줘봐요. ” “ 어? 왜? ” “ 아, 빨리 나 가야돼요. ” “ 뭐, 왜? ” 폰을 내밀었더니 받아든 그는 뾱뾱 거리면서 뭔가하더니 통화버튼을 눌렀다. 쑨양의 손에 들린 폰이 벨소리를 내며 울렸고, 이내 쑨양은 통화종료를 눌렀다. 그리고 내게 폰을 다시 건네주었다. “ 등록해요! 내가 연락하면 답 해줘요. ” “ 하루 다녀오는건데 무슨‥ ” “ 내 담당 치료사잖아요. ” “ ‥? 그게 왜? ” “ 내가 갑자기 몸이 아프면 어쩔거에요. ” “ 아니 뭐‥ 아, 알았어. 얼른 가봐. 밖에서 자꾸 빵빵거려. ” 겨우 현관으로 나선 쑨양은 신발을 신고나서 갑자기 가기싫다고 징징거렸다. 오늘은 쑨양이 치과에 가는 날이였다. 교정한 치아가 괜찮은지 검사하러 가는건데, 교정하는 동안 여간 힘들었던지 매니저에게 치과에 가야한다고 전화가 왔을 때 쑨양은 펄쩍 뛰었다. 아침까지만해도 이불 안에 숨어서 정말 치과는 싫다면서 질색을 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놀렸더니 이내 또 입술을 삐죽거리며 외출 준비를 했지만 현관에서 또 멈춰버렸다. “ 얼른 다녀와. ” “ 그치만 진짜 아픈데‥ ” “ 애도 아니고, 치과가 어때서. ” “ 거기는 남녀노소 할거없이 무서운데라구요. ” “ 그 큰 키가 아깝네요. 얼른 안가? ” “ 키랑 그건 별개죠. ” “ 아, 글쎄 얼른 가라니까? ” “ 그냥 선생님이랑 있으면 안돼요? ” “ 쑨양‥ ” 목소리를 내리 깔았더니 쑨양은 어깨를 움츠렸다. 한숨을 푹 쉬더니 겨우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쑨양을 배웅 해주느라 따라나섰는데 문득 쑨양이 돌아봤다. 또 가기 싫다고 하는건가? 하고 한심하게 보고있었는데 전혀 다른 말을 했다. “ 내가 이렇게 가서 다시 안오면 어쩔거에요? ” “ 어? ” “ 치과 갔다올게요~ 랬는데 안돌아오면? ” “ 무슨‥ ” “ 얼른, 내가 안오면 어떨거같아? ” “ 어‥ 음‥ 기다리겠지? ” “ 그래도 안오면? ” “ 걱정하겠지? ” “ 그래도 안오면? ” “ 왜 묻는거야? ” 가끔 쑨양은 이렇게 본인의 의도를 숨긴채 스무고개를 하듯 질문을 해댔다. 쑨양은 차 문을 열려다가 멈춘채 나를 슥 돌아보더니 작게 웃었다. “ 나 안기다려줄까봐. ” “ 내가 왜? ” “ 나만 안달내는거 같아서요. ” “ 뭐를? ” “ 태환을요. ” “ 뭐라고? ” 쑨양은 대답을 하지 않은채 차에 올라타 문을 닫았다. 난 그대로 멍하게 차 안을 바라보고 있었고, 손을 흔들던 쑨양을 태운 검은색 벤은 그대로 미끄러지듯 주택가를 벗어났다. 멍하니 떠난 차의 뒷모습만 보고 있다가 뭔가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 어? 뭐지 방금 그건? ” 잘못들었나‥, 머리를 긁적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핸드폰을 켰더니 쑨양이 찍어주었던 폰번호가 먼저 떴다. 멀뚱히 내려다 보고있다가 ‘ 대형멍멍이 ’ 라고 저장‥ 하려다가 다시 쑨양으로 바꿨다. 혹여나 나중에 저장된걸 보게되면 또 난리칠걸 생각하니 피곤해질거 같아 두려웠다. 아까전의 일이 막 떠오르려던 찰나에 전화가 울렸다. 한국에서 온 전화였다. “ 예, 여보세요? ” 오랜만에 듣는 한국어가 참 어색하게도 느껴지면서도 그리웠다. 전화상대의 목소리는 누나였다. 요즘은 안부전화도 안하냐며 잔뜩 핀잔을 늘어놓더니, 옆에서 삼촌~ 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 어, 어, 태희 태희! 옆에 있어? ” “ 너 누나는 안중에도 없지? ” “ 아, 바꿔줘봐 얼른! ” “ 동생을 헛키웠어‥ ” 그렇게 한시간이 넘도록 내 작은 천사 태희와 통화를 했다. 언제 이렇게 커서 말도 또박또박 잘하게 된건지, 옆에 있었다면 정말 깨물어주고 싶었다. 그렇게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기분 좋게 통화를 하고나니 갑자기 피로가 몰려와서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폰을 테이블에 던져두고, 포근한 소파에 기대누웠다. 몇일간 나름 바쁜나날을 보냈더니 눈이 저절로 감겨왔다. ‘ 아, 쑨양은 잘 검사받고 있으려나‥ ’ 시선은 홀로 방치된 폰에 가있었지만 몸은 움직이지않았다. 그대로 나는 단시간에 아주 깊게 잠이 들어버렸다. 메시지 진동소리에도, 전화 진동소리에도 꿈쩍도 않고 꿈 속을 헤맸다. 유쾌한 꿈은 아니였다. 꿈 속에서 쑨양을 봤다. 그는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내 주위를 멤돌았다. 그렇게 끝나지않는 술래잡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 “ ‥환. ” “ 으음‥ ” “ ‥환, 태환!! ” “ 아으, 뭐야‥. ” “ 태환! ” “ 으,응? 쑨‥양‥? ”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었더니 희미하게 커다란 덩치를 가진 사내가 보였다. 눈을 비비며 상체를 일으켜 똑바로 눈을 떴을 때, 나는 굉장히 화가나 보이는 쑨양을 맞이해야했다. 몽롱한 정신은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고, 쑨양은 테이블을 탕탕 두드렸다. 그 소리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 왜 그랬어? ” “ 어‥? ” “ 귀찮았어? ” “ ‥응? ” “ 너무한거 아냐? ” 잠은 깼지만 여전히 사태 파악이 되지않았다.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나를 다그치는 쑨양은 너무 갑작스러웠고, 잠긴 목소리는 사방팔방 갈라졌다. 목을 부여잡고 큼, 하고 헛기침을 한 후 다시 쑨양을 봤지만 여전히 그는 화를 내고 있었다. 요즘들어 쑨양의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어떨때는 아이처럼 웃다가, 어떨때는 엄청나게 화를 내기도 했고, 또 어떨때는 침울해보이기도 했다. “ 왜 그래, 쑨양. ” “ 전화! ” “ 그게 왜? ” “ 왜 안받았어? 왜 껐어? ” “ 어‥ 전화했었어? ”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폰을 바라봤다. 배터리가 간당거리더니 아마 꺼진 모양이였다. 입을 가린채 하품을 하고 뺨을 긁적였더니 쑨양은 지금 잠이 오냐며 다시 나를 다그쳤다. 아니 얘는 갑자기 왜이래‥? 저번에 한번 쑨양과 이야기하다가 한국에서 전화가 와서, 대화를 끊고 한참을 통화했더니 그때도 쑨양은 화를 냈었다. 물론 그땐 말로 하지않고 조용히있다가 갑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 이틀간을 그렇게 나와 대화를 하지않았었다. “ 왜 화내는거야. ” “ 내가 전화 받으랬잖아. 태환, 귀찮아? ” “ 잠깐만, 잠깐. ” 나는 무작정 쏘아대는 쑨양을 좀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손을 들어서 그에게 멈추라는 표시를 하고, 뻐근한 목을 한번 빙글 돌려서 풀었더니 우드득 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뒷골이 당겨온다. 요즘들어서 자꾸만 이랬다가 저랬다가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 쑨양이 마음에 들지않았다. “ 전화 안받았다고 지금 이러는거야? ” “ 폰도 꺼놓은거까지 ” “ 쑨양. ” “ 변명하려고? ” “ 쑨양 ” “ 왜요, 말해봐. ” “ 내가 왜 전화를 꼭 받아야하는데? ” “ 어? 그거야… ” “ 쑨양, 난 네 엄마가 아니야. 자꾸 이러면 곤란해. ”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어느새 장난기 어린 표정은 모두 사라지고, 무표정하다 못해 침울해 보이는 표정이 되었다. 나는 자다깨서 예민한거도 있었지만, 지금 이상황이 이해가 안되고, 최근들어 이상하게 변한 쑨양의 태도가 그냥 짜증이났었다. “ 엄마라고 생각한적 없어요. ” “ 하는 짓이 그렇잖아. ” “ 내가 언제? ” “ 이해를 못 해? ” “ 뭐를? 태환, 이상해. ” “ 거기까지. ” 난 팔을 뻗어 내 앞에 있는 쑨양의 가슴팍을 밀었다. 쑨양은 뒤로 살짝 밀려났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나를 봤다. 왜 이러냐고 다시 다가오려는 쑨양을 나는 다시 밀었다. 밀려난 그는 다시 다가오지않았다. “ 네 행동, 말하는거 전부다. ” “ ‥? ” “ 짜증나니까 거기까지해. ” “ 뭐? ” “ 이랬다가 저랬다가 쑨양 지금 나 가지고 놀아요? ” “ 무슨‥ ” “ 그렇게 장난스러운 행동과 말들, 받아주기 힘드네요. 나는 보기보다 유쾌한 사람이 아니야. ” “ 태환‥ 난, ” “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쑨양이 안타깝고 안쓰럽지만, 나한테 왜 그래요? ” “ 나는‥ ” “ 자다 일어났는데 갑자기 누가 화내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알아요? ” “ ‥그건 미‥… ” “ 요즘들어서 자꾸 나한테 애매모호하게 이러는거, 달갑진않아. 미안하지만 오늘은 별로 쑨양을 보고싶지않아. ” 나는 그렇게 꺼진 전화기를 챙겨서 그를 지나쳐 방으로 쏙 들어갔다. 방문을 닫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좋다고 했다가 또 어떨때는 나를 골탕 먹이려는 듯 아주 당황스럽게 만드는 그가 얄미웠다. 문득 방문을 닫고나서는 너무 심하게 말했나 하고 후회했지만 확실하게 말 해둘 필요가 있었다. 더 참다가 터지면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그래도 우선 다음엔 미안하다고 말해야겠다. *** 굳게 닫힌 그의 방문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물이 날거같아서 고개를 들었다. 숨소리 조차 떨려왔다. 어쩌면 저렇게 둔할 수 있을까, 내가 하는 행동들이 모두 그에게는 장난으로 보였던걸까. 아니, 그전에 나는 왜 그렇게 저 박태환이란 남자를 귀찮게 하는걸까.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5년전에는 순수하게 우상으로서 너무 좋아서 애걸복걸 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나이가 들 수 록 왜 나는 더 어려지는 기분인지 모르겠다. 사람을 대하는게 너무 힘들다. “ 태환‥, 솔직하게 행동하면 당신은 눈치 챌 줄 알았는데. 난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 속이 너무 답답해서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집을 다시 나섰다. 치료도 받는둥 마는둥 했더니 이가 아파오는 느낌이였다. 애써 잘 참아왔던 감정들이 최근 들어서 자꾸만 통제력을 잃고 튀어나와서 나도 당황한적이 많았다. 내가 이런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구나. 그렇게 느끼면서 그 감정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애시당초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도 이해가 안갔다. 밤 공기가 차가워서 그런지 내 몸은 더 차갑게 식어가는거 같았다. 그 일이 있었던 이후, 나는 본의아니게 태환을 피해버렸다. 사실 지금으로서 피하고싶은건 태환일텐데 멍청한 나는 또 태환이 나에게 화를 낼까봐 도망쳐버렸다. 웃지않는 태환은 내가 너무 낯설었다. 노골적으로 태환을 피하며 운동치료도 하지않았다. 왕원장이 눈치를 채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난 입을 다물었다. 태환 역시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듯 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빗소리에 느릿느릿 잠에서 깨서 방을 나왔다. 문득 거실을 둘러봤더니 텅 빈 느낌이 차갑게 다가왔다. 항상 눈 뜨면 아침인사를 하는 그가 앉아있었는데‥ “ 선생님 ”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생각이 있는 성인인데 언제까지 그를 이렇게 피할 수 만은 없었다. 방문을 노크했지만 들리는 대답이 없었다. 아직 자는 건가? 다시 한번더 노크했지만 조용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었더니 잘 정리된 이불과 책상이 보였다. 어라, 없네‥. 벌써 나갔나? 뺨을 긁적이며 문을 닫았다. 집에 있는 음식들로 대충 배를 채우고 치료소로 가기 위해서 우산을 들고 나섰다. “ 먼저 그렇게 가버린적은 없었는데‥, 많이 화났나? ” 이젠 익숙해진 치료소 로비를 지나서 태환의 진료실로 찾아갔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도 없었다. 어디간거지? 천천히 걸어서 치료소를 다 돌았지만 어디에도 그의 모습은 보이지않았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마침 환자를 다 본 왕원장이 진료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 원장님 ” “ 엇, 쑨양씨 일찍 왔네요. 비 많이 오죠? ” “ 네, 근데 저기. ” “ 무슨 일 있어요? ” “ 선생님이‥ 안보여서요… ” “ 아, 태환! 몰랐어요? ” “ 네? 뭐를요? ” “ 태환 오늘 아침에 한국으로 갔는걸요. ” “ 예? ” 놀래서 너무 놀래서 그 뒤로 왕원장이 뭐라고 했는지 귓가에 들리지않았다. 벙찐채 있었더니 왕원장이 괜찮냐고 물어왔다. 그 손길을 뿌리치고 정말 넋이 나간 사람마냥 걸었다. 우산 쓰고 가라는 간호사의 외침이 들렸지만, 몸은 이미 멋대로 밖을 향해 걷고있었다. 태환이 한국으로 떠났다니, 이건 대체 무슨 소리지? 말도 안돼.
“ 나 버리고 간거에요? ” 허공에 말해봤자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집으로 가는길에 우뚝 멈춰섰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고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 소리죽여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요, 이젠 부르지도 않고, 쫓아다니지도 않을게요. 선생님, 선생님. 태환‥ 어딨어요? 아파요, 어깨가 막 아파요. 허리도 아프고‥ 어딨어요? 얼른 봐줘요. 그게 선생님이 해야할 일이 잖아요. 어딨어요, 태환. 지금 나 엄청 아파요. 들려요? 어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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팊.
뻘글이네요, 음... ㅋㅋㅋ 비가 오니까 마음이 적적해지는것이...또르르르르......ㅁ7ㅁ8
열심히 끝을 향해 달리는 선생님x2!
항상 제 글들은 0 0 으로 표시되면서 10화를 못넘기고 다 끝나네요ㅎㅎ
어헣ㅎㅎ허헣ㅎㅎ 짧은 유종의 미라고 생각해주세욬ㅋ 이번편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암호닉 스릉스릉 S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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