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알 수 없는 바이러스가 퍼진지 거의 세 달 즈음이다. 처음 이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린 것은 인터넷 뉴스가 시초였다. 정확히 이 바이러스가 퍼진지 다섯 달전, 인터넷 뉴스 한구석에는 한 연구소에서 실험하던 한 동물의 탈출과 함께 과학자들이 대거 죽어간다는 내용의 기사가 올라온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인터넷 기사는 몇 분 채 안 되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신뢰가 갈만한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아니었기에 본 사람들도 별로 없었겠거니 물론 믿는 사람들도 없었다.
그리고 딱 두 달 후, 대한민국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름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급격히 죽어났다가 다시 되살아났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들은 모두 공통적인 이상 증세를 보였다. 얼굴은 창백했으며 초점 없이 누렇게 변해버린 눈동자, 짐승 같은 소리, 점점 썩어들어가는 신체 일부, 모두 같은 증세를 보였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배고픔에 굶주린 짐승처럼 물어버리고 먹어치웠다. 쉽게 말하여 인간이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에게 물리면 전염이 된다고 하였다. 뉴스에 보도된 정보에 따르면 그랬다. 또 덧붙인 말에는, 집 밖으로 나가지 말고 최소한의 식량으로 버틴다면 머지않아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말도 포함되어 있었다. 구조대가 올 것이라는 말을 흘린 뉴스가 거의 두 달 반쯤 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희망을 갖고 한 달 동안 집에만 있었던 결과, 구조대의 '구' 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정부와 언론의 희망고문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가끔가다 2층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면 그냥 이곳저곳 걸어 다니는 좀비들만 주야장천 보일 뿐이었다. 우리 앞집에 잘 나가던 빵집 아저씨는 가게 안 유리창을 두드리며 끊임없이 나를 노려보았다. 옆 옆집 이웃 아주머니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 적이 언제였더라, 잘 살아는 계시려나. 아니, 저번에 길가에 돌아다니던 좀비들 중에서 아주머니를 본 것 같다. 이웃집 아주머니 생각을 하니 갑자기 아직까지 내게 연락 없는 우리 부모님의 소식도 궁금해졌다. 여행 간다고 떠나신지 꽤 오래되었는데, 부모님도 잘 살아 계신지는 모르겠다. 이 사태가 벌어지고 하루에 전화 수십 통을 해도 받지 않은 부모님에게 하는 연락은 거의 일상이었다.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의미 없이 전화통을 붙잡고 있으면 그 하루 동안은 마음이 편했지만 얼마 전 부득이한 일로 휴대폰이 박살 나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그 후로 가끔가다 텔레비전을 틀면 바깥 상황을 알려주었는데 맨날 똑같은 내용이라 그날은 의미 없이 하루를 보냈다.
그나마 색다른 속보를 전해주는 수단은 라디오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나머지 사람 목소리는커녕 잡음만 심한 고물 덩어리였다. 내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부모님이 결혼하실 때 장만한 라디오였으니 그럴 만도 하다. 말썽을 피울 때 무다 손으로 내리쳐 줘야지만 그제서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해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하나둘 그렇게 사람이 아닌 죽은 자로 변해가는 마당에 우리는 죽은 자의 수 보다 생존자의 숫자가 더 적을 것이라 판단했다.
우리는 이 끔찍한 죽은 자들을 ' 좀비 '라고 칭했고 죽은 자의 원인인 바이러스를 ' 좀비 바이러스 '라고 불렀다.
미국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나 흔하게 다루는 소재 ' 좀비 ' 말이다.
그렇게 대한민국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