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의 내숭을 모른다.[01]
처음 그를 본것은 고1 수련회 때였다. 유명한 예체능 학교라 수련회도 화려하겠지 했는데 왠걸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학교 때와 비슷하게 진행되어 담력시험을 하겠다고 늦은 저녁까지 쉬게도 안해준다. 우리반이 제일 말을 안 들어 먼저 체험을 하는데 무섭기는커녕 어둡기만 해 재미도 없었다. 그런데도 애들은 꺅꺅 잘만 소리를 질러댔다. 노래하는 애들은 더 심했다. 발성도 끝내줘서 맨 뒤에 있었는데도 골이 울릴정도였으니까. 지루하고 귀만 고생시켰던 걷기 운동이 끝나고 강당으로 되돌아갔다.
'아아. 쉬고싶다.'
안그래도 재미없어 더 피곤한데 누굴 지루해 죽일 작정인지 딱 봐도 흔한 줄거리의 공포영화가 맞이해주고 있었다. 겁에 질린 애들이 질서를 어기고 저마다 친한 친구들 곁에 붙어 영화 감상을 하길래 나도 그냥 아무대나 앉아 영화를 봤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고 애들의 비명소리에 점점 불쾌감만 오르고 있었다.
'아오. 귀아퍼.'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 귀를 막으려는데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흐윽."
'..에?. 울정도야?.'
너무나도 당황스러 소리의 근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그가 있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소년을 찍고 싶었다. 나는 이 학교에서 사진을 특기로 들어왔다. 주로 찍는 것은 풍경화로 사진의 정적인 느낌과 내가 내는 특유의 아날로그적의 향수가 좋아서 사람은 찍지 않았다. 못 찍는것은 아니었지만 찍고 싶지 않았었다. 그런데 소년을 본 순간 그를 담고 싶었다, 온전히 사진이란 틀 안에 내가 그리는 그림 속으로. 소년의 작은 체구가 마른 선이 아프게 했다. 덜덜 떨리는 몸이 근육의 떨림 하나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독히도 탐이 났다. 노골적인 시선에 그와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췄다. 두려움을 담은 선량한 눈이, 작고 조막한 얼굴과 고운 선이, 깨물고 있는 얇은 입술이 미치도록 담고 싶었다. 소년의 시간이 탐이 났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몸을 웅크려 시야를 막자 청각이 발달한다. 시끄러운 애들의 비명소리가 아닌 여리고 가는 소년의 소리가 새벽달 아래의 피아노 선율처럼 처연하고 아름답게 울린다. 갈증이 났다. 지독히도 아름다운 그를 찍고 싶었다. 손이 떨려 팔짱을 끼고 더욱더 몸을 수그렸다. 입안이 말라간다.
***
수련회가 끝나고 나는 미친듯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풍경조차도 소년만큼 매력적이지 않았다. 미칠것 같았다. 소년의 움직임을 가두고 숨을 거두고 오로지 틀 안에서 가둬 멈추게 하고 싶었다. 나는 갈수록 소년이 탐이 났다. 다가오는 중간고사도 무시하고 더욱더 광기를 쏟으며 사진을 찍고 대회를 휩쓸었다. 더이상 소년을 생각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은 걸 찍고 더 많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럴수록 소년이 다가왔다. 미칠것 같았다. 학교에서도 쉬는 시간만 되면 밖으로 나가 사지만 찍어대니 친구들도 점점 말리기 시작했다.
"야야. 그만해. 그러다 너 죽어."
"야. 밥은. 밥은 먹었어?."
"안 먹은 것 같은데. 난 이기지배가 뭘 먹은 걸 통 본적이 없어."
"......"
"이름아."
"응?. 왜 뭐라 했어?."
"하아?. 야, 이 미친 기지배야."
"그만해. 그냥 닿아도 쓰러질 것 같은데 멱살이라도 잡다가 쟤 죽어."
"그래, 후.. 왜 그러는진 모르겠는데. 매점이라도 가자. 이것도 거절하면 화낼거야. 사진에 미쳐서 너 요즘 우리랑 밥도 같이 안 먹잖아."
서슬퍼런 민지의 말에 마지못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매점으로 가는데 점심시간이라고 우글대는 사람들에 질린 내가 입구에서 주춤하니 뒤에서 민다.
"야야들아. 이건 아냐. 저기 끼면 나 죽어."
"같이 들어가 줄게. 그니까 들어가 이년아."
거칠게 말하는 지우에 나는 몸에 힘을 빼고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했다. 들어가려는 순간 부딪힌 사람만 아니면. 나는 휘청거렸다. 부딪힌 상대방도 꽤나 마른 것 같은데 요 몇주 사이 몸을 혹사했더니 많이 약해졌다. 때문에 본인 탓인줄 알고 놀란 사람이 내 팔을 잡았고 나는 괜찮다고 하기 위해 상대를 본 순간 충격으로 기절하고 말았다. 소년이었다. 나를 괴롭게한. 그제서야 깨달았다. 소년은 나의 뮤즈였다. 기절하는 순간에도 나는 선량하고 고운 소년의 모습을, 나를 향한 걱정을 가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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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후기.
암호닉 - [유다안]/[돌하르방]. 언제나 감사합니다. 상냥한 말 읽을 때마다 행복해요. 고맙습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언제나 좋은 날 보내시고 괜찮으시다면 상냥한 말 한줄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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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드 차무희 전지현한테 대본 갔던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