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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밤



 

 

 

 

 

 

 

 

 흰 가운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이 맘 때쯤이면 한국은 더위가 한풀 꺾였을 터였다. 내가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게 죄지. 탄소는 머리를 잔뜩 헝클였다. 옆에 앉아, 그녀의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석이 부스스해진 그녀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이제 곧, 우린 한국에 갈 수 있을 거야. 호석이 느릿하게 말을 이었다. 탄소는 푹 숙인 고개를 끄덕였다.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흰 탁자 위로 뚝 떨어졌다. 탁자 위에 놓인 서류에 흔적이 생겼다.

 

 

 탄소와 호석, 아니 거의 모든 연구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출퇴근 지역이 바뀌게 되었다. 멀어봐야 고작 한국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던 연구소는 어느새 일본까지 가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좋게 말해 파견이지, 그들에겐 고문과 다름없었다. 일어에 무지했던 탄소는 호석이 하는 대로 따라했다. 호석은 앙칼지기만 했던 탄소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지만 탄소는 무심하게도 아는 척 해주지 않았다.

 

 

 잠시 후, BTS 빌딩 최상층에서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었다. 사실 이것은 탄소와 호석이 일본에 오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세미나가 될 것임은 틀림없었다. 회장을 위한, 회장에 의한 연구는 드디어 막을 내릴 터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태형이었다. 이 연구, 그러니까 PS - 613의 개발자이자 총 책임자였던 그는 수많은 간부들을 위해 약품을 설명할 것이다. 탄소는 긴장도 하지 않은 채로 의자에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태형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톡, 톡. 태형의 손가락이 일정하게 탁자를 두드렸다.

 

 

 문득 탄소는 메스꺼움을 느꼈다. 한참 전에 간식으로 먹었던 타코야끼가 역류하는 것만 같았다. 평소보다 강도가 셌나. 탄소는 하얗게 질린 손을 몇 번 쥐었다, 피길 반복했다. 연구 전후엔 아무 것도 먹지 말랬는데. 호석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턱 막힌 가슴을 주먹으로 몇 번 내리쳤다. 옆에 서 있던 호석이 그녀의 이상한 행동을 눈치 채고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왜 그래. 긴장한 거야?”


 “아니, 네 말 들을걸 그랬어.”


 “오빠라고. 그나저나 체했어?”


 “연구 전에 타코야끼를 먹었더니….”

 

 

 

 

 

 탄소의 등을 두드리는 호석의 힘이 더욱 거세졌다. 마치, 그러게 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냐며 타박하는 것 같았다. 끔찍해. 한참 전의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탄소의 손에선 매끈한 장갑 아래로 질척이는 피가 느껴졌다. 질끈 눈을 감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이상한 것이었을 뿐이야. 잊어.”


 “지는.”

 

 

 

 

 

  탄소는 실험하는 내내 하얗게 질려있던 호석의 얼굴을 떠올리며 코웃음쳤다. 평소보다 조금 더 이상한 것. 그래, 평소에도 정상은 아니었지. 애초부터 국가의 이익을 위한 연구소는 아니었으니 그럴 만 했다. 비인도적인 것은 잘 알고 있다. 어찌 됐건, 한결 나아진 것도 같고.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을 폈다. 고개를 들자 여전히 탁자를 두드리는 태형이 보였다. 그가 다리를 떨어대는 탓에 탁자가 흔들렸다. 탁자를 쾅 소리나게 내려치자 태형이 고개를 들지 않고 눈만 치켜뜬 상태로 탄소의 눈과 마주했다. 태형은 금방 핸드폰으로 시선을 옮기며 다리를 떠는 행동을 그만두었다. 언뜻 보이는 그의 팔토시 아래의 살이 검붉었다. 멍이라도 든 모양이지. 탄소가 혀를 찼다.

 

 

 

 

 

 “내가 뭐.”


 “아까 안구 적출해내시고 덜덜 떠시던 분 어디로 갔는지.”

 

 

 

 

 

 놀려대는 탄소의 말투에 호석이 입을 닫았다. 안구는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필요했다. 연구를 위해 몇 달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이 뻔했다. 연구를 위해 있었던 긴 생머리의 여자는 꽤나 예쁘장하게 생겼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눈도, 피도 모두 사라진 시체가 되어 생전에 예뻤다는 것은 믿기 어려워졌지만.

 

 

 슬슬 BTS 빌딩의 최상층까지 도달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를 타야했다. 역시 새로 지은 건물이라 그런지 으리으리한 것이 탄소의 기를 살짝 꺾어 놓았다. 엘리베이터에 타게 된 셋은 아무 말이 없었다. 태형은 앞에 서서 호석과 탄소를 등지고 있었다. 호석은 여간 더운 것이 아닌지 흰 가운 위로 뚝뚝 떨어지는 땀을 연신 닦아내고 있었다. 탄소가 조용히 팔을 뻗어 그의 땀을 닦았다. 태형이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

 

 

 

 

 

 “개발과, 검증이 마친 PS - 613입니다.”

 

 

 

 

 

 탄소와 호석은 한 테이블에 앉아 태형의 결과 발표를 한가히 들었다. 태형은 덥지도 않은 것인지 여전히 팔토시를 낀 상태였다. 가운만으로도 더워 죽겠는데 쟨 뭐하는 거야. 호석은 탄소의 말을 들었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우리가 저걸 검증을 했었나?”


 “…그러게. 안 했던 것 같은데.”

 

 

 

 

 

 동시에 그들은 저 멀리서 열심히 설명 중인 태형을 봤다. 그와 함께 눈빛이 마주쳤다. 왜인지 모르게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호석은 자연스럽게 탄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원래 우리 일이 그렇잖아. 호석의 말에 탄소가 입을 다물었다.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번 약품은 조금 위험한 거 아니야?”


 “그렇긴 한데, 별 문제될게 있을까?”


 “내 기억으로는 이 자리에서 회장한테 투여한다고 알고 있는데.”

 

 

 

 

 

 어떻게든 되겠지. 호석이 테이블 위에 놓인 물 컵을 들기 위해 손을 뻗었다. 순간, 컵 속의 물이 찰랑였다. 탄소는 눈을 찌푸렸다. 약품 때문인지, 시끄러운 통역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또한, 생명 연장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굉장하군.”

 

 

 

 

 

 태형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회장이 감탄사를 입 밖으로 꺼냈다. 태형은 그의 말을 듣자마자 미소 지었다. 흥미로운데 지루한 상황이 뭔지 알아? 옆에 앉아서 탄소의 옆모습을 지켜보던 호석이 입을 뗐다. 뭔데? 지금 같은 상황. 호석의 대답에 탄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긴 하겠네. 소곤거리는 도중 말을 끊었다. 약을 투여할 시간에 다다랐기 때문이었다.

 

 

 회장은 굉장한 사업가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대해선 깐깐하디 깐깐한 호석도 인정할 정도였다. 젊을 적에 시작한 사업은 대성공을 이루었다. 회장인 그는 아직 62세였다. 그는 꽤나 욕심이 많았다. 자신의 것을 남기고 죽을 수는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또한, 정보통도 굉장한 축에 속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이었다. 감춰지고 감춰진 연구소를 알아내어 이용한다는 것을 보며 탄소는 절대 당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회장은 불로장생을 원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욕심 많은 회장과 비인도적인 연구소. 적절한 관계였다.

 

 

 어느새 태형은 회장의 팔목에 주삿바늘을 꽂아 넣고 있었다. 탄소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호석도 긴장되었던 것인지 탄소의 팔목을 붙잡았다. 푸른 약이 남자의 혈관을 타고 스며들었다. 태형은 미소 지었다. 그와 상반되게 탄소는 불안에 떨었다.

 

 

 

 

 

 “굉장해. 당장에라도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군.”


 “그럼요.”

 

 

 

 

 

 남자의 요청에 의해 몇 사람들은 약품을 투여 받게 되었다. 괜찮은 거야? 탄소의 물음에 호석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확실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다시금, 잔잔했던 수면에 파동이 일었다.

 

 

 투여를 마친 태형이 그들에게서 멀어졌다. 많은 인파를 뚫고 태형은 꿋꿋이 걸어 나왔다. 괜찮은 거 맞아? 탄소의 물음에 태형이 웃었다. 당연히 아니지. 멈춰선 태형이 팔토시를 걷어내고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곧, 투여한지 한 시간이 될 거야. 팔토시를 벗은 그의 팔이 검었다. 이게 뭐, 탄소가 말을 건네기도 전에 끝 쪽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시작인가보네. 얼른 나가. 태형은 말을 마치고 걸음을 옮겼다.

 

 

 

 

 

 “이게 무슨 소리야?”


 “우선 나가야할 것 같은데?”

 

 

 

 

 

 나가고 싶지 않았어도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나가게 될 판이었다. 넓은 빌딩 최상층이 비명소리로 가득 찼을 때 쯤, 지독한 피비린내가 풍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팔이나 다리 따위가 떨어져나간 시체가 되어 걸어 다니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돼. 멈춰선 탄소를 호석이 억지로 끌었다. 호석이 가운의 소매로 탄소의 코와 입을 막았다. 그렇지만, 한 번 맡은 피비린내는 막을 수 없었다.

 

 

 

 약을 투여한 지 3시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보낸 시간이었다. 최상층에는 이미 허우대 멀쩡한 사람을 찾기란 어려웠다. 그들은 순식간에 앞에 있던 사람을 붙잡고 몸을 물어뜯어 댔다. 그들의 살점들이 뜯긴 상처는 검게 물들어갔다. 입가에 피를 잔뜩 묻힌 그들은 더 이상 멀쩡한 사람이 아니었다.

 

 

 아무리 탄소와 호석이 차츰 연구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아니, 있을 수 없는 광경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다른 사람들보다 도망치는 것이 빨랐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엘리베이터는 이미 멈춰선지 오래였다.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강제로 멈춘 것이 분명했다.

 

 

 

 

 “비상계단은?”


 “한참 멀 거야. 에스컬레이터가 가까워.”

 

 

 

 

 

 호석의 말에 탄소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옷을 부여잡았다. 우리가 있는 곳은 최상층이었다. 65층. 걸어서 내려간다고 해도 중간에 좀비 상태인 그들에게 붙잡히거나, 힘들어 죽거나. 둘 중 하나였다. 호석이 급하게 탄소와 함께 탈의실로 몸을 구겨 넣었다. 좁은 공간에는 거울로 그들이 비쳐보였다. 탈의실의 문을 잠구곤, 시끄러운 바깥 상황을 엿들었다.

 

 

 

 

 

 “무섭냐?”


 “무섭긴 개뿔.”

 

 

 

 

 

 한껏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호석이 장난스레 속삭였다. 그에 대답을 해주곤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좁디 좁은 탈의실에서 남녀 둘이 껴안고 있는 모습이라니. 건축된 지 얼마 안 된 새 백화점이면서 탈의실은 왜 이렇게 좁게 만들어 놓은 건지. 거울로 비치는 모습에서 하얗게 질린 얼굴이 보였다. 땀이 얼굴의 곡선을 타고 흘렀다.

 

 

 

 

 

 “무서운 건 너인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심장 빨리 뛰어.”


 “…….”

 

 

 

 

 

 탄소도 나름대로 장난을 위해 뱉은 말이었다. 상대가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사실 장난을 칠만한 상황은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럴수록 정신을 놓아야 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정신을 놓지 않는다면, 그 전에 이미 내 손목을 내가 자를테니.

 

 

 피비린내가 공기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되었다. 널리 퍼진 피 냄새에 견딜 수 없어 탄소는 호석의 가슴팍에 코를 박았다. 말이 없던 호석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110. 호석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번호를 눌렀다. 조용한 탈의실 속에는 통화 연결음이 울렸다. 최소한으로 음량을 줄여도 너무 고요한 탓이었다. 이 소리를 듣고 찾아오면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죽는 걸까?

 

 

 

 

 “긴급 상황입니다, 좀비가, 좀비가 있어요.”


 “장난 전화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시발, 진짜라니까! BTS 빌딩, 빨리, 제발….”

 

 

 

 

 

 저 멀리 들린 전화 속 목소리는 우리에게 신뢰가 없었다. 그래도, 출동하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는. 알겠습니다. 성의 없이 끊긴 전화에 호석은 가만히 핸드폰을 내려다 보다, 탄소를 끌어안았다. 불안감에 손이 축축했다.

 

 

 

 

 “우리는 꼭 나가서….”


 “그래,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봐.”


 “같이 살기로 했잖아. 꼭 나가서….”

 

 

 

 

 

 탄소가 호석의 등을 손으로 조심히 쓸어내렸다. 그래, 알았어.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우리는 살아 나갈 수 있을 거야. 한참을 미동 없이 있자 소란했던 바깥이 약간 잠잠해 진 것을 느꼈다. 탈의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에스컬레이터는 이쪽이야. 가까스로 진정된 호석을 따라 나섰다. 지금 몇 층이야? 나도 잘 모르겠어. 나 다리 아파. 조금만 참아. 내려오는 동안은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리 먼 거리에 있지 않은 좀비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 여기서 죽나?”


 “아니.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좀비는 일반 사람들보다 속도가 현저하게 느렸다. 뜯긴 다리가 불편한 것인지는 몰라도, 느리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렇지만 탄소와 호석은 서로의 손을 맞잡은 채로 움직이지 못했다. 백화점 바닥이 마치 갯벌 같았다. 우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살아야 하는데.

 

 

 

 

 

 “여기서 나가랬지, 뭐하냐.”


 “…….”

 

 

 

 

 

 이미 좀비들은 떼를 지어 몰려오고 있었다. 시발, 호석이 입술을 꾹 깨물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좀비들은 뒤를 돌았다. 흰 가운을 벗어던진 태형의 팔 한 쪽은 이미 검게 물들어 있었다. 어쩌면 아주 오래된 것일지도 몰랐다. 좀비들과는 다르게 태형은 상처가 없었다. 물리지 않은 듯 했다.

 

 

 

 

 

 “재밌지, 난 연구 중에 감염됐어. 완성된 약이 아니라.”


 “무슨 소리야.”


 “그래서 감염 속도가 많이 떨어지지. 이 새끼들보다.”

 

 

 

 

 

 

  좀비들은 태형을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난 목표를 이뤘는데, 너흰 아닌 것 같네. 어서 뛰어. 태형은 정신 나간 사람마냥 한참을 킬킬댔다. 괴리된 모습에 탄소는 덜덜 떨었다. 호석은 탄소를 붙잡고 뒷걸음질쳤다. 그러는 순간에도 태형에게서 시선을 떨어뜨리지 못했다. 순식간에 좀비는 태형을 붙잡았다. 끈적이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핏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평생토록 남의 장기를 만지던 태형의 장기가 파헤쳐졌다. 탄소는 밀려오는 구토를 참고 시선을 돌렸다.

 

 

 호석은 탄소의 어깨를 감싸고 에스컬레이터의 계단으로 발을 내딛었다. 내딛는 걸음이 안정되기 시작할 때 쯤, 천장의 호화로운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그와 함께 몸을 휘청였다. 아무래도 우리는 죄를 너무 많이 지어서, 죽어야만 하나봐. 이런 때에 지진이라니. 호석이 탄소의 손을 세게 붙잡았다. 그는 살아야 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도 약간,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계단을 내려오기 시작한지 어언 3시간. 몇 층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 발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한 번 잠깐 방문한 지진의 여파로 에스컬레이터는 지나갈 수 없었다. 잔뜩 부풀어 오른 다리 근육을 이끌고 도착한 비상계단 역시도 문이 부서져 막혀 버렸다. 호석이 비상계단의 문 옆의 벽에 몸을 기댔다. 우린 살아나갈 거야. 단호한 호석의 말에 탄소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의 표시였다. 그렇게 믿어야 했다.

 

 

 호석의 핸드폰이 배터리가 없어 꺼진 이후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워낙 아래층까지 내려온 탓에 좀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굉장히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진은 한 번으로 멈추지 않았다. 지진은 모든 샹들리에를 깨부시고, 샹들리에는 호석의 하체를 부쉈다. 샹들리에가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했으나, 내내 걸어 내려온 탓에 움직일 수 없었다. 탄소는 호석의 머리 위에서 흔들거리는 샹들리에를 보았다. 정신을 반쯤 놓은 호석의 몸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힘을 짜내어 옮기려 했다. 이미 수차례 나를 업었던 그는 몸에 힘이 들어갈 리 없었고, 탄소는 그런 그를 안전히 옮길 수 없었다. 간신히 그의 머리가 박살나는 것은 막았지만 그의 허리는 멀쩡하지 못했다.

 

 

 그가 허리를 다치게 되면서 이동할 수는 없게 되었다. 사실 포기에 가까웠다. 하반신에 샹들리에 조명이 박힌 채로 피를 흘려가며 누워있으니. 분명 뼈도 뚫었을 터이다. 탄소는 그런 호석의 옆에 같이 누웠다. 살아나가자며. 응. 거짓말했네. 아직, 거짓말은 아니잖아. 탄소가 호석의 하반신을 보며 말을 이었다. 누가 이 건물 안 상황을 알까? 모르겠지. 그래? 연구소에서 알게 되면 이 건물을 다시 없앨거야. 그렇겠지.

 

 

 김태형은 왜 그랬대? …연구 중에 감염됐나봐, 연구소를 워낙 싫어하기도 했잖아. 일은 잘 했는데 말야. 한국 가고 싶었는데. 나도. 조금 아쉽네. 탄소의 흰 가운이 붉게 물들었다. 붉게 물든 자국이 점점 퍼지며 영역을 넓혀갔다. 호석이 고통에 주먹을 쥐었다. 아주 자그마한 가능성으로 살아 나간다고 해도 호석은 평생 휠체어 신세로 살아갈 것이 분명했다. 호석은 입으로 피를 뱉었다. 그의 입술이 잔뜩 피를 담았다. 괴리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탄소는 숨을 헐떡이는 호석을 끌어안았다.

 

 

 

 지금쯤 몇 시일까. 모르긴 해도, 밤일거야. 참, 역사적인 밤이네. 재수 없기도 하고.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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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아 넘나 졸린 것..

졸면서 글 올리다가 실수로 확인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연덕연으로 못 와서 미안해요 애초에 나같은 사람은 단편만 쓰고 말아야 하나(우울)

곧 연덕연도 오도록 노력할게요 뿅뿅♡

졸면서 썼더니 이게 말인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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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번외는 없는곤가요....?뒤에 어떻게되는지 너무궁금해요ㅠㅠㅠㅠ[후세]로 암호닉 신청해요!!
8년 전
소슬
후세님 반가워요!! 아쉽지만 번외는 예정에 없습니다ㅠㅠ.. 고마워요!!
8년 전
독자2
와..분위기..지렸구요..!!!
8년 전
소슬
으아 감사해요!!!
8년 전
비회원8.175
헐...쩐다...대박이예요
8년 전
소슬
헐.. 정말여..? 고마워요!!
8년 전
독자3
와 분위기... 작가님 신알신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년 전
소슬
신알신이라니(두근) 자주 봅시다!!! 고마워요!!
8년 전
독자4
헐.......분위기 봐요....어머 세상에.......대박이네오 작가니뮤ㅠㅠㅠ
8년 전
소슬
어머 세상에.. 이 말투 제 버릇인데 세상에... 고마워요!!
8년 전
비회원151.235
헐...대박...분위기 대박이고 이런글 너무좋아요ㅜㅜㅜ장난스러운 호석리모습도 좋고 태형이도 좋고ㅜㅜㅜㅜㅜㅜ짱이에요
8년 전
소슬
제 글에서 분위기를 느끼시다니(감격) (울먹) 고마워요!!!
8년 전
독자5
안녕하세요 크슷입니다.. 이건장편감인데 진짜대박인듯ㅠ작가님 와웁 대박이에요 뭔가호러호러한데 궁금하기도하고 재밌고분위기장난아니에요..진짜굿 단편인데다음이야기궁금하다는ㅠ
8년 전
소슬
크슷님!!! 장편으로 가기엔 저의 부족함이 너무 많이 드러날 것 같더라구요..(시무룩) 노력 중입니다..! 앞으로는 단편을 많이 쓰게 될 것 같아요!! 고마워요!!
8년 전
독자6
와....분위기대박이구ㅜㅜ 뭔가 브금이랑들으니까 좀더 무섭게 느껴져요
8년 전
소슬
분위기라니..(감격) 감사해요!!!
8년 전
비회원208.28
0103 와...분위기봐...
8년 전
소슬
0103님!!! 감사할 따름입니다ㅠㅠㅠㅠ
8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8년 전
소슬
엇 세상에..!! 감사합니다ㅠㅠ!!
8년 전
독자8
설탕이에요! 와 좀비물.... 대체 저 약을 어떻게 만든거지... 워..
8년 전
소슬
설탕님!! 역시 우리의 태형님입니다.. 오늘도 고마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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