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아리는 04
-쵸코-
[BGM: 기억을 따라 가는 재경]
"있잖아, 그거 알아?"
"뭘?"
"우리 학교에 안 쓰는 교실 한 개 있잖아."
"응."
"거기가 예전에 동아리실이었데."
"아 그래? 처음 알았네."
"근데 그 동아리가..."
[우리 동아리는 04화]
보슬비가 내리는 날,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그곳에 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반항심이 생겨 그곳에 들어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골목길을 발견했고 처음 와본 곳에 대한 호기심에 나는 그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도 날 찾지 못할 거라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가지고.
골목길을 계속 걷다 점점 어두워져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을 보니 벌써 마담의 전화가 다섯 통이나 와있었다.
가뿐히 무시하고 휴대폰 화면의 작은 빛에 의존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와, 생각보다 깊숙하네. 끝이 없어."
비가 더 거세지기 시작했고 마담의 전화는 계속 걸려왔다.
더이상 버팅기면 맞는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에 얕게 한숨을 쉬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그때였다.
"으윽."
신음소리가 들렸다. 가려던 걸 멈추고 다시 소리에 집중했다.
그러나 빗소리만 들릴 뿐, 다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네, 내가 빗소리를 잘 못 들은 건가?
어깨를 으쓱이고 다시 발걸음을 돌리려는데 이번에는 똑똑히 들었다.
"...윽!"
분명 사람의 신음소리였다. 분명히.
사람 소리에 놀란 내가 골목길로 더 들어섰다.
그러자 정장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크흑! ㄴ,너...누가,"
"......"
피투성이가 된 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도.
눈앞에 보이는 잔혹함에 놀라 손에 힘이 풀렸고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 했다.
다행히 순발력을 발휘해서 휴대폰을 놓치지 않았지만 문제는 이거였다.
손의 헛디딤으로 휴대폰의 옆면이 눌렸고 그로 인해 무음에서 소리로 바뀐 것.
그리고 때마침 마담에게서 전화가 왔다.
[♩♬♪♩♬♪♩♬♪♩♬♪♩♬♪♩♬♪]
"......"
"......"
[♩♬♪♩♬♪♩♬♪♩♬...]
빗소리와 남자의 신음소리만 들렸던 조용한 골목길에 내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등을 보였던 남자가 나를 쳐다봤고 나는 남자가 들고 있는 피 묻은 칼을 보자마자 쓰고 있던 우산을 버리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나는 망설일 새도 없이 그곳으로 들어갔다.
왠지 칼을 들고 나를 쫓아올 것 같은 느낌에. 이곳에는 안 오겠지 싶어서.
"너 제정신이야?!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데!!"
"......"
"하, 이제 말까지 씹어?! 오늘 니년이 돌았구나?"
"......"
"따라와. 말 안 듣는 년에겐 매가 답이지."
나는 그날, 마담에게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다. 그리고 나는 그날, 보고 말았다.
골목길에서 칼을 들고 있는 남자의 얼굴을. 그 남자는.
나와 같은 반인 남자애였다. 민윤기. 민윤기였다.
그날을 기점으로 나는 마담의 전화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꼬박 받았고 나를 괴롭히고 때리는 아이들보다 민윤기를 더 무서워했다.
[그날의 내가 한 잘못은, 망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것. 단지 그뿐.]
.
.
.
그 말을 끝으로 민윤기가 나에게 다가왔다.
겁에 질린 체로 앞만 보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던 민윤기가 낮게 웃더니 바닥에 떨어진 숟가락을 줍고 내 앞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덕분에 잠시 숨통이 트였고 내 머릿속은 빠른 두뇌 회전을 하기 시작했다.
봤다고 하면 날 죽이려나. 그래서 집에 데려온건가? 죽이기 편하니까?
근데 난 빨리 죽고 싶으니까 봤다고 하는 게 났겠지? 하지만...
"봤냐고 묻잖아."
난 내 손으로 직접 나를 죽이고 싶어. 더러운 나를.
그리고 김남준의 말대로 내가 아직 정리 못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
그에 나는 거짓말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무슨 소리야?"
"......"
나를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이면서 최악의 수단인.
"난 너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는데?"
거짓말을.
"...하."
"......"
내 말이 끝나자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민윤기가 헛웃음을 뱉었다.
그리고 거실 선반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이 뒤적거렸고 찾은 물건을 들고 내게 다시 다가왔다.
나는 그 물건을 보고 더 굳을 수밖에 없었다.
"누굴 속이려고."
"......"
"이거 너꺼잖아."
"......"
우산이었다. 그것도 아주 익숙한.
민윤기가 내 눈앞에서 우산을 이리저리 흔들더니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앉아있는 나를 삐딱하게 쳐다봤다.
저 우산은 분명 내가 그날에 썼던 우산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여기에 니 이름까지 쓰여 있네. 김탄소. 라고."
"......"
노란 우산에 쓰여 있는 내 이름 석 자를 보고 읽은 민윤기가 내게 그 우산을 건넸다.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우산의 끄트머리를 잡는데 그 순간 민윤기가 우산을 자신의 쪽으로 다시 잡아당겼다.
그 반동으로 민윤기와 내 거리가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서로의 숨소리까지 다 들리는 거리에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그날 일, 누가 더 알고 있어?"
"......"
"말해."
"...나 밖에 없어."
내 대답에 민윤기가 우산을 놨고 그 덕에 참았던 숨을 몰아쉴 수 있었다.
"계속 조용히 있는 게 좋을거야."
"......"
"그리고."
"......"
민윤기가 말을 하다말고 고개를 숙였다.
"나 너무 무서워하지 마."
"......"
"나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
"...나도,"
한참을 그러고 있던 민윤기가 이내 발걸음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내 물음에 얼마 안 가 걸음을 멈추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면서 왜 죽였어?"
"......"
"왜 그런 짓을 했어?"
헐, 나년 방금 뭐라 했냐? 내가 뱉은 말에 내가 놀라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내가 드디어 정신줄을 놨나 보다. 하지만 내가 봤던 민윤기의 모습은,
"......"
"......"
민윤기가 알 수 없는 오묘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민윤기 본인이 아니기에 민윤기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무슨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아까 전 나를 압박해오는 민윤기는 평소와 다르게 슬퍼 보였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그래, 매우 슬퍼보였다.
무언가를 억누른듯한 느낌. 침묵이 흐르고 민윤기가 나를 보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나도 몰라."
"......"
"그냥,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어."
"......"
"쉬어라."
그 말을 마치고 민윤기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그 자리에서 머릿속을 정리했다.
위? 위에서 시키는대로 했다고? 무슨 소리일까. 온통 의미를 알 수 없는 말 투성이었다.
"두 명은 나랑 같은 일을 하고, 한 명은 위에서 시켜서 살인하고."
도대체 뭐가 뭔지.
점점 머리가 복잡해져 식탁 위에 엎드려서 두 팔에 얼굴을 묻고 눈을 감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민윤기에 대해서 아니, 민윤기뿐만 아니라 그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겼다.
마냥 평범한 애들이 아니라는 건 처음부터 알았고. 무슨 사연을 가졌기에 자살 동아리를 만들고 자살 동아리에 들게 됐을까.
이때 나는 알지 못했다.
이 호기심이 나한테 어떤 독으로 다가올지를.
[사람은 어리석게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
.
.
감았던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그리고 나는 부엌이 아닌 내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언제 내가 여기에 들어왔지? 분명 부엌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가 모르는 몽유병이라도 있나 보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목이 말라 1층으로 내려갔다.
어깨가 결려서 주먹으로 어깨를 치며 부엌으로 가니 민윤기가 식탁에 고개를 박고 있었다.
아, 깜짝이야. 예상치 못한 인물에 놀라 잠시 굳어있다가 상대가 민윤기인걸 깨닫고 무서움에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지. 민윤기가.
"야, 여기서 뭐 해?"
"...어..."
...맙소사.
어제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잔 게 아니었나?
용기를 내서 민윤기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 깨우자 민윤기가 꿈틀거리더니 고개를 들었고 나는 충격적인 모습에 경악했다.
쟤 얼굴이 왜저래...? 도대체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민윤기의 얼굴은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와 있었고 안 그래도 하얀 피부는 더 창백해져 있었다.
"...야, 어디 아파?"
"아니, 잠을 못 자서."
"잠을 왜 못 자?"
내 질문에 민윤기는 손가락으로 눈 주변을 짓누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알 필요 없고. 지금 배고파?"
"...조금?"
"밥 차려줄 테니까 먹어."
"아니! 내가 차려도 되는데?"
"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데 뭘 차리겠다고. 가만히 앉아있어."
민윤기가 냉장고를 열더니 반찬과 채소를 꺼냈다. 그리고 식탁 서랍에서 칼을 꺼내더니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안 생겨서 요리도 할 줄 알고 의외네. 냄새를 맡아보니 볶음밥이었다.
볶음밥을 접시에 옮겨 담은 민윤기가 내 앞에다가 접시를 내려놨다. 역시나 내 몫밖에 없었다.
"넌 안 먹어?"
"별로 안 땡겨."
"...잘먹을게."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민윤기를 보다 숟가락을 들어 볶음밥을 먹었다. 헐, 핵 맛있어.
볶음밥이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 민윤기를 힐끗 보니 내 앞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왜 안 가지? 괜히 눈치가 보여서 힐끗거리며 밥을 먹고 있는데 민윤기가 인상을 찌푸렸다.
"뭘 봐. 계속."
얘는 눈을 감아도 내가 보이나 보다. 투시 능력이라도 있나.
"아니, 너 밥도 안 먹는데 계속 앉아있길래..."
내 말에 민윤기가 눈을 뜨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싫어하는 것 같길래."
"뭐?"
"혼자 먹는 거 싫어하는 것 같아서."
"......"
"그래서 기껏 앉아 있어줬더니. 계속 보내려고만 하고."
"......풉,"
민윤기의 말에 벙쩌 있다가 곧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웃자 민윤기가 중얼거리며 욕하던 걸 멈추고 얼굴이 빨개졌다.
아무래도 민망한가보다. 아, 왜 이렇게 웃기냐.
얼마 만에 이렇게 웃어보는 걸까.
그게 오래됐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입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좋은 말로 할 때 웃지 마라."
"...아, 배 아파 죽을 뻔했네."
"웃지마. 입꼬리 또 슬슬 올라간다."
"알겠어. 이제 안 웃을게. 근데 너 피곤하면 들어가서 자도 돼."
"...됐어. 빨리 먹기나 해."
민윤기를 보고 실실 웃다가 서둘러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말없이 내려다보던 민윤기가 체한다고 천천히 먹으라며 물을 건네줬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런 기분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죽는 날까지만이라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체.
제발, 이렇게만.
.
.
.
밥을 다 먹고 내 방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문득 먹고 싶은 게 생각났다.
아까 고마웠던 민윤기에게 보답도 할 겸 민윤기 것도 사와야지.
신이 난 마음에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비상금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민윤기네 집이 학교와 매우 가까워서 길을 잃을 걱정은 없었다.
빙고. 금방 시내로 가는 길을 찾았고 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 이것저것 맛있는 맛으로 골라 담았다.
내 것은 들고 가면서 먹으려고 콘에다가 따로 퍼달라고 했다.
바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시내에 나오니 볼거리가 많았다.
항상 땅만 보고 걸어서 몰랐는데. 신기했다.
다른 여고생들처럼 밤늦게까지 돌아다니며 시내를 구경하는 게 내 작은 소원 중 하나였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조금만 구경하고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나는 이때 고민 따위 하지 말고 바로 집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와, 큰일 났어."
아무 생각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게 화근이었을까 나는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더 큰 일인 건 지금 내 휴대폰이 박지민한테 있다는 거다.
고로, 나는 망했다.
당황스러운 마음에 아무 길이나 들어갔다가 공사중인 공사장에 도착했다. 여긴 또 어디야...
착잡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 공사장 앞에 있는 나무 의자에 앉았다.
"...김탄소?"
"......?"
넋을 놓고 일하는 아저씨들을 보고 있었을까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렀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의외의 인물이 서 있었다.
"설마 했었는데 맞았네? 안녕, 여기에 너가 어쩐 일이야?"
"...어, 정호석."
정호석이 반갑게 인사를 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얘가 왜 여기 있지? 영문 모를 눈빛으로 정호석을 쳐다보니 정호석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하는 중이었어."
"여기서?"
"응. 나 공사장에서 일해."
"......"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이니 정호석이 살짝 웃으며 내 옆에 앉았다.
"너는 여기 왜 왔어?"
"길을 잃어서 막 돌아다니다가 정신 차려보니까 여기더라."
"윤기랑 같이 안 왔어?"
"응. 피곤해 보여서 그냥 나 혼자 나왔어. 이거 먹을래?"
시내에서 돌아다니며 산 간식거리를 건네자 정호석이 고맙다고 말한 뒤 급하게 간식거리를 먹었다.
많이 배고팠구나. 왜 이런 곳에서 일하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뭔가 실례인 것 같아서 가만히 먹는 모습을 쳐다봤다.
"지금 많이 궁금하지?"
"...어? 뭐가?"
"내가 여기서 일하는 이유."
"......"
정곡이 찔려서 가만히 있으니 정호석이 슬픈 표정과는 반대로 담담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 나를 키워주셨던 할머니가 많이 아프셔."
"......"
"나는 다른 애들과 달라. 부자가 아니지."
"......"
"많은 돈이 필요해서 일하고 있는 거야."
"......"
"...아직 쉬는 시간 남았으니까 학교까지 데려다줄게. 가자."
"......"
정호석이 슬픈 표정을 지우고 평소와 같이 웃으며 나를 일으켰다. 분명 무언가를 더 얘기하려다가 망설였었다.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괜히 안 좋은 기억을 꺼내게 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리고 의외였다. 동아리 애들은 모두 돈이 많다고 소문이 나 있었는데 정호석은 부자가 아니었다.
정호석과 침묵을 유지하며 길을 걸었고 곧 학교 앞에 도착했다.
"아까 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ㅇ,어? 아니야. 나도 여기까지 데려다줘서 고마워."
"별말씀을. 그럼 조심해서 가 탄소야."
"응! 너도 조심해서 일하고."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들어가. 아까처럼 딴 곳으로 세지 말고."
정호석이 웃으면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웃음.
그런 정호석을 보고 뒤를 돌아서 빠른 속도로 걷는데 갑자기 속에서 울컥하고 알 수 없는 감정이 쏟아져나왔다.
그리고 나는 망설이다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정호석을 쳐다봤다.
내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었는지 정호석과 눈이 마주쳤다.
"정호석! 고민 있거나 필요한 일이 있으면 말해."
"...어?"
"혼자 생각하고 혼자 앓지 말고 말하라고!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도와주고 들어줄게."
"......"
"그곳에서 손님들 얘기 맨날 들어서 나 듣는 거 진짜 잘해. 알겠지?!"
정호석이 벙찐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다가 곧 입꼬리를 올려 예쁘게 웃었다.
여전히 웃음에 빛이 나는 아이.
그래, 저렇게 웃어야 정호석이지.
"...그래."
"그럼 내일 보자!"
봉지에 담긴 아이스크림이 다 녹아 지금의 내 마음처럼 무거워졌다.
그리고 나는 오래간만에 기도했다.
이번에는 내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며.
부디 너만은 그 예쁜 웃음을 잃지 말기를.
앞으로 기도를 자주 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에필로그+
[탄소가 어떻게 방에 들어왔을까?]
지금 윤기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아까 전 탄소가 자신에게 했던 말이 눈을 감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맴돌았기 때문이다.
"아, 미치겠네. 여태껏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있더니 왜 그딴 말을 한거야."
그러나 꼭 탄소 때문만은 아니었다. 제일 큰 이유는 자신이었다.
윤기는 지금 자신이 매우 낯설었다. 단언컨대 자신은 원래 그런 성격이 아니다. 절대로.
그런 성격이 어떤 성격이냐고 물으면, 치료를 해준다거나, 밥을 차려둔다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뭐, 이런 모습들 말이다.
시발, 내가 왜 그런 소리를 지껄인 거냐고. 내가 왜! 왜인지 모르게 탄소에게 미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
무서워서 자신의 눈을 피하는 탄소를 보면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음에 안 든다고 그 표정.
윤기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헤집어놓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물이나 마시자. 속 차리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뺨을 여러 번 내리친 다음에 윤기는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탁에 엎어져 있는 형태를 보고 몸을 굳혔다. 그녀였다.
나를 이상하게 만들었던 그녀. 김탄소.
"얜 왜 여기에 엎어져 있어."
"......"
윤기는 탄소를 깨우려다가 멈칫했다. 아까 학교에서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몸에 손 닿는 거 싫어하던데 괜히 건드렸다가 우는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윤기는 바로 앞에 있던 젓가락을 들고 탄소의 어깨를 살짝 찔렀다.
"야."
"...으음."
"들어가서 자던가."
"...시끄러워어..."
그러나 탄소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아씨, 우리 집 은근 추워서 이런 곳에 자빠져 자면 감기 걸릴 텐데.
탄소의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던 윤기는 이내 생각을 마쳤는지 다시 젓가락으로 탄소를 살짝 찔렀다.
"야."
"......"
"미안하다, 니 몸에 손 좀 댈게."
"......"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 이상한 짓 하는 거 절대 아니야."
혼자 중얼거리던 윤기가 곧 탄소를 안아 들었다.
탄소를 안아 방까지 무사히 데려온 윤기가 침대에 탄소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이불을 덮어줬다.
서툴게 덮어준 게 흠이지만. 아니, 이불을 던져서 덮어줬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그리고 자는 탄소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겁에 질린 듯이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랑 완전 딴판이네. 자는 건 이렇게 예쁜데 말이야.
흐뭇하게 탄소를 쳐다보던 윤기가 곧 표정을 굳혔다. 잠시만, 예뻐? 시발. 내가 진짜 뭐래냐.
드디어 정신 놨네 민윤기. 제2의 전정국도 아니고.
...그렇게 윤기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으로 밤새 잠들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 주저리]
안녕하세요 저 진짜 저번 화 댓글들 보고 진짜로 감동 받아서...ㅠㅠㅠㅠㅠㅠ
덕분에 조금 제 글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고마워요 정말ㅠㅠㅠㅠㅠ
그리고 암호닉에 대해서 말씀드리려고 하는데요! 사실 저 암호닉을 영원히 안받을 생각이었습니다.
제 주제에 무슨 암호닉을...ㅠㅠ! 그러나 한편으로는 암호닉을 받아서 소통하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암호닉을 받아보려고 합니다. 암호닉은 이번화와 다음화까지만 받고 받지 않을거예요.
...아무도 없는거 아니겠죠...? 흑흑
암호닉을 신청해주시는 분들께는 다른 작가분들이 하는 것처럼 이 글이 완결됬을 때 텍파를 보내드릴거예요!
근데 사실 불안하기도 해요. 제가 완결을 낼 수 있을까요...
결말은 이미 생각해 놨는데 그 중간 이야기들이 좀 많이 비네요ㅠㅠㅠ그래도 노력해보겠습니다!
그리고 또 3화랑 4화 중에 어떤게 더 보기 편하신지 말씀해주세요!
검은 바탕이 편한가요 아님 흰 바탕이 편한가요? 또 왼쪽 정렬이 편한가요 아님 가운데 정렬이 편한가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뭐...의견이 없으시다면 그냥 제 마음대로 할게요...허허허.
아, 프롤로그에 암호닉 신청해주신 독자분 계셨는데 아직도 제 글을 보고 계시다면 다시 신청해주세요!
그럼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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