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틀어놓은 흑백영화는 그가 좋아해서 예전에 녹화해둔 작품이었다. 몇 번을 돌려봐도 늘 재미있었는데 진솔이 잠들어버리자 혼자 보기엔 별 흥미가 없어지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진솔이 꿈결같이 눈을 뜨니 형광등은 꺼져 있고 브라운관의 푸른빛만이 물결처럼 방 안에 퍼져 있었다. 건은 소파에 머리를 기댄 채 팔짱 낀 자세 그대로 잠들어 있었다. 영화는 저 혼자 끝나버린 모양이다. 진솔은 잠든 그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살짝 스쳐보기도 했다. 이건 꿈일까 아닐까. 난 깨어난 걸까 잠의 연장일까…. 무방비하게 잠든 남자의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예전엔 미처 알지 못 했다. 5분만. 아니 10분만, 이 남자가 자는 모습을 지켜보다 앞방으로 건너가야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미웠다 고왔다 하는 남자. 무장해제한 이건의 모습을 실컷 바라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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