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002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d/6/d/d6d98176cb692f9bd226af51850b4997.jpg)
[수열] 천만번째 남자
02.
엘이 창문을 휙 닫아버렸다. 문이라도 열어달라며 손잡이를 잡아당겼지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성열은 당황스러움을 감치 못해 문고리를 놓곤 뒤로 돌아섰다. 그렇지 뭐 남자랑 데이트한다고 하면 당연히 멘붕오는거지 뭐, 애초부터 자리지키겠다고 온게 잘못이지. 성열이 길을 빠져나가려 뒤를 돌자 명수 역시 차창 너머로 보고있다 당황스러운 나머지 창문을 다시 열어 성열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일단 타, 그래도 너 나 좋다고 표 여러장 끊었을텐데 타라고!" 성열은 몸을 멈춰서 입꼬리를 한쪽만 올리며 비웃었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 선글라스를 끼며 자신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김명수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냥 이거 없던일로 해, 댁이나 나나 둘다 끌리는 데이트는 아니잖아" "하, 그세 좀 냉정하게 대했다고 형 팬 안하겠다고 투정부리는거야? 짜식"
"그리고, 그렇게 얼굴만 떡 내밀고 사람잡는게 아니고 문 열어서 직접와서 잡는거에요 알아? 매너는 개똥도없는 자식아"
"뭐? 매너..개똥? 니까짓게, 니 거기 딱버티고 서있어라"
성열이 그래도 가려하자 명수는 굳게 닫혔던 문을 열곤 이곳저곳을 살피다 걸어나가는 성열을 붙잡아 끌어 차에 구겨넣었다. 성열은 강제로 구겨넣은 명수에 의해 차 위쪽에 정통으로 박치기를 했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아프다며 낑낑댔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뭐? 매너가 개똥?! 너 지금 내가 누군줄 알고 그런 소리를.." "엘이잖아 엘!"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딱봐도 알텐데? 내가 말이지 모든 여자의 이상형인 그런남자라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서도 한치 부끄러움도 없는지 명수는 자신있게 씨익 웃었고, 성열은 싸이코인지 정신세계가 독특한 인간인지 가늠할수가 없어 말을 간단히 씹어주었다. 엘은 검은색의 선글라스를 벗어던지며 셔츠 주머니에 꽂았다. 보통여자들은 저런 모습을 보면 '아 진짜 너무 잘생겼어'라며 멍하니 엘에게 시선을 떼지 못할것이라지만 성열은 엘이 선글라스를 벗어던지든 말든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두었다. 또 뭐가 불만인건지 엘은 성열의 어깨를 툭툭 치며 승질을 내었다. "야, 너지금 나한테 집중안하냐? 너가 지금 누구랑 데이트 하고있는지.." "나 너한테 관심없거든? 왜, 니 선글라스 벗는 모습에도 감탄이라도 해줘야되?"
"니 몇살인데 벌써부터 반말질이냐?"
"스무살이다, 내가 조사하기론 니도 똑같은 스무살이라고 알고있어서 말깠다 왜, 불만있냐?"
"뭐, 동갑이라니 할말없네"
자신의 앞에서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사람을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명수는 기분이 조금 언짢았다. 긴 생머리 웨이브 여성이 오지 않아서 안그래도 화가 잔뜩 나있었는데 점점 명수의 기분은 저조해져만 갔다. 이대로라면 녀석을 지금 쌩쌩 달리고있는 고속도로 한 가운데 내다 버려놓고 갈것만 같은걸 꾹 참고 있었다. "어디가 근데?" "어디가긴, 사람들 없는곳으로 가지, 아무리 봐도 내 위치가.."
"니 위치가 모든 여자의 이상형이고, 탑 가수 위치에 있어서 어디있어도 기사거리가 되서 사람없는곳으로 가야된다고?"
"그렇지, 너 뭘좀 안다 남팬?"
명수는 성열의 잘빠진 뒷통수를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고, 성열은 가방에서 뒤적이며 노트를 꺼내 명수에게 던져보였다. 명수는 노트를 받아내며 이게 뭐냐는 신호를 보냈고, 성열은 펴보라며 고개짓을 했다. 명수는 노트를 피자마자 오락가락하는 글자에 풉 웃음을 내뿜었다.
"이게뭐야? 보아하니 나에대해 조사한거같기도 하고,"
"니네 회사에서 해오라는거 어제밤까지 밤새서 해온거야, 검은색 좋아한다더니 진짜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이네"
"여기다가 싸인해주면되나?"
"뭐?"
"우리 남팬 기특해서 여기다가 싸인해줄게, 고이 간직해?"
"누가 니 남팬이야, 너 좋아하는 남자애들도 있데?"
"당연하지, 내가누군데"
차 끝쪽에 꽂혀있는 매직을 꺼내 명수는 제멋대로 싸인을 휘갈겼다. 성열은 턱을괴고 명수의 행동을 보다가 어이없는 실소가 터져나왔다. 진짜 왕자병이 너무 심해서 병원에 데려다주고 싶은 케이스다. "어디갈까, 남팬 니 가고싶은데 있냐?"
"남팬 아니라니까?"
"아아, 이름까지 써줘야지, 남팬 이름이 뭐야?"
"너 귀먹었냐? 남팬아니래도!?"
"이름이 뭐냐고, 내가 두번물었다"
"성열..이성열"
"응 그래 성열이.."
TO. 칸에 성열의 이름을 적으며 명수는 만족한다는듯 성열에게 노트를 던져주었고, 성열은 받자마자 성종에게 가져다줄 생각을 하며 가방속에 고이 넣어놓았다. 도로근처에 꽃이 펴있고 나무들이 무성한 풍경을 보며 성열은 탄성을 내질렀다. 명수에게도 툭툭 치며 밖에좀 보라고 했지만 무드가 영 없는 녀석은 관심없다며 고개를 휙돌려버렸다. 분위기 확 깨지고 참 좋네
"너는 차도 되게 큰거탄다," "당연하지, 우리정도면 이정도는 타줘야지 간지가나지"
"지금 정상에 올라가있을때 잘해, 밑에서 기는 애들은 이런거 엄두도 못낸다"
"무슨소리야? 뜬금없이 참,"
"그냥 너같은 애들은 다 잊어버렸을 그런게 있단다"
"뭐래"
차가 한 호텔앞에 도착해 섰다. 도어맨들이 문을 열어주었고, 명수는 성열의 허벅지를 툭 치며 내리라고 손짓했다. 여기를 왜왔냐고 궁금해서 묻는 성열을 뒤로 하곤 명수는 먼저 내려버렸다. 성열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명수의 뒷통수에대고 혼자 궁시렁궁시렁 거렸다. 긴장감이 살짝 도는 분위기에서 룸으로 도착했고, 그안에는 각종 먹을거리와 게임들과 집에서 딱 갖혀놀기 좋은 것들이 뒤숭숭하게 모여있었다. 명수는 신발을 벗어던지고 쇼파에 먼저 몸을 기댔다. "오늘은 이안에서 놀자고?"
"응, 밖에나가면 너도 고생이고 나도 고생이니까,"
"너 만약에 여자애들이였으면 어떻게 하려고했어? 설마..이 변태자식!!!"
"야, 나도 이미지가 있고 생각이있어. 여자애들이였으면 호텔로 데려왔겠냐? 나 따라다니는 파파라치가 얼마나많은데"
"...파파라치는 무슨"
"여자애들 데리고 들어오면 섹스스캔들이 확 날거아니야, 그렇게 이상한눈으로 보지마라?"
성열은 째릿하며 명수를 계속 노려보았고, 명수는 노려보는 성열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며 얼굴을 살짝 밀쳤다. 명수를 한번 째릿하며 쳐다보다가 금세 제 앞에 보란듯이 놓여진 게임기로 시선을 옮겼다. "와..엘, 이거 어디서났어? 이거 한정판이라 나 사지도못했는데!" "난 언제든지 다 구할수있어, 이런거 다들 그냥 준다고 난리지"
"진짜? 역시 윗애들은 다르구나..나 이거 한번 해봐도되?"
성열이 명수를 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게임기를 들고 묻자 명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게임은 두 남자의 승부욕을 들끓게 했다. 권투장갑으로 성열의 캐릭터가 명수의 캐릭터를 계속 주먹질 해오자 명수는 악을 지르며 이기려 애썼고, 성열은 여유로운 미소로 크하하 웃으며 더욱더 주먹질을 날렸다. 왕자병 이 저질스러운 왕자병아 없어져라! 성열은 속으로 주문을 외우듯 명수의 캐릭터를 K.O시켜버렸다. 성열은 손을 위로 뻗으며 명수에게 삿대질을 했고, 명수는 이를 악물며 성열의 손가락을 잡고 이로 앙깨물었다. "악! 아파!! 진짜 깨물어?" "하는짓은 얄미워가지고, 야 남팬 이럴땐 좀 져주고 해야지 승부욕만 드럽게 쎄가지고 어디에 써먹을라고"
"근데 너 게임 진짜 못한다..푸흡.."
"내가 져준거다, 빌어먹을."
게임기를 냅다 던져버리고 옆에있는 과자를 손으로 집어 아삭아삭 깨물어먹었다. 성열이 명수의 옆으로 달라붙어 '아'하며 입을 벌리는데 명수가 씨익웃으며 제 손가락을 성열의 입속으로 넣었다. 그것도 잠시 성열의 약삭빠른 머리는 명수의 손가락을 확 물어버렸다. 악! 소리를 내며 명수는 성열의 입안에서 손가락을 빼내었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저를 보는 엘의 표정을 보고 상당히 꼬셨다.
"너 지금 이게 얼마짜리 손가락인데!!"
"한개당 50원정도?"
성열이 명수의 옆에서 일어서며 슬슬 피하려는 눈초리가 들자 명수가 어딜도망가냐며 성열을 잡으러다녔다. 이로써 난데없는 남자들끼리의 호텔방안에서의 나잡아봐라 놀이가 시작되었다. 잡히면 곧 죽일듯한 명수가 점점 무서워져 성열은 이방저방을 달리고 달리다가 결국 발이 미끄러져 침대에 걸쳐지듯이 넘어졌다. 명수는 기회다 싶어 성열을 잡으려다 성열이 미끄러진쪽에서 같이 미끄러져 엎어졌다. "...." 자세가 오묘해졌다. 침대에 걸쳐지듯이 고꾸라진 성열의 위에 명수가 앞머리가 축 내려온채로 헥헥 대고있었다. "왜. 형아 좀 섹시해?"
"무..무슨..!!나와"
"왜, 너무 섹시해서 눈이부셔?"
"나오라니까..!!응? 내가 잘못했어..응!?"
"짜식, 꼭 이렇게 해야지 말을들어, 형이랑 나잡아놀이 하고싶었어?"
"형은 무슨.."
명수가 위에서 내려오자 성열은 그대로 스르르 주저내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벌렁벌렁 벌어지는 느낌이 들어 가슴팍을 부여잡다가 명수가 방을 나가자 후아 하며 한숨을 끌어올렸다. 곧 거실에 있던 명수는 성열에게 얼른 오라고 소리질렀고, 성열은 또 궁시렁 거리며 엉덩이를 툭툭 털며 방을 나왔다. 거실로 발을 질질끌며 나와보니 엘이 여기좀 보라며 티비를 가리켰고, 녹화방송으로 진행됐던 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거기엔 멋있게 춤을 추며 팬들의 환호를 받는 인피니트가 보였다. 멋있다, 멋있긴하네.
"나 어때, 보여? 우리 팬들 함성지르는거"
"다 보이네, 춤은 확실히 그 옆에 사람들이 더 잘춘다,"
성열이 말하는 그 옆사람이란 호원과 동우를 말하는거였다. 명수는 딱히 춤에 관해 말할게 없기때문에 대충 고개를 얼버무리곤 지나갔다. 오랜만에 있는 휴식에 명수는 그동안 자신이 나왔던 프로그램을 죄다 모니터링했다. 물론 성열을 애완동물처럼 옆에다가 모셔놓고 말이다.
"야, 봐 저 이쁜여자들이 다 나한ㅌ..."
"..."
"너 자냐? 이게 진짜 누가 말하는데 잠을 자는.."
성열의 꾸벅거리던 고개가 명수의 어깨로 안착했다. 순간 명수의 어깨가 굳게 굳어버렸다. 숨을 들이마시다가 이내 곤히 색색거리면서 자는 성열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풋 웃었다. 나중엔 어깨가 조금 결려오는거같자 옆에 있던 베개를 조심히 꺼내 성열의 머리맡에 베어주었다. 명수가 일어나서 주방에서 꾸물적 거리며 채소들을 툭툭 썰어냈다. "그래도 음식은 내가 원래 해주려고 했던 거니까..한번 해볼까"
팔을 걷어붙이고 명수는 레시피에 맞게 요리를 해나갔다. 물이 끓을 잠시동안 땀이나는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씩 닦아내며 요상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주인님 전화왓당께!!!왓다꼬!!!받으라꼬!!!!' 핸드폰 벨소리인것 같았다. 분명히 제것은 이런 싸구려 싼티 벨소리가 아닌데, 이성열 껀가? 언제 이름을 또 기억했지, 성열의 머리맡 근처에서 홀로 외로이 울리고 있는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발신자는 [대표님] 이라는 사람이였다. 받을까말까 망설이다 여전히 핸드폰이 제 귓가에서 울려도 깨질 않는 성열탓에 전화기를 받아들었다.
"여보세ㅇ..." - "이성열 이 개놈의새끼야, 팀을 이따위로 만들어놓고 연습을 안나와?"
"..."
- "내가 너 너네팀에서 왕따당할려는것도 다 구제해줬건만 니놈이 일을 만들어? 그러니까 너가 안되는..이성열 이 개새끼야 듣고있어!?"
"..."
- "니가 사장말을 얼마나 씹는지 두고보자 너, 죽기싫으면 당장 연습나와, 지금 안나오면 연예계 생활 끝인줄알아"
대표님이라는 사람이 윽박을 지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채 욕을 내뱉을때 명수는 곤히 배게 끝을 손으로 꾸욱 쥐고 새근새근 자는 성열의 얼굴로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꾹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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