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 , 하고 내 마음같은 빗소리가 들린다.
우산이 없었다. 친구도 없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나는 교실 한 구석에 죽은사람 처럼 엎드려 누워 있었다.
mp3에 비오는 날. 폴더를 눌러 휴대폰이 반짝 빛났다. 우울한, 잔잔한 노래들이 흘러나왔다.
마침 이번주는 주번이라 문을 잠구는 것도 내 담당이였다.
한 참을 그렇게 소리 없이 보고 있으니, 하늘도 내가 불쌍했는지 소나기가 그쳤다.
문을 잠궈 교무실에 열쇠를 두고 나왔다.
가방이 자꾸 어깨로 흘러내려, 양손으로 꽉 부여잡고 교문을 나섰다.
근데 또 , 툭툭 하고 비가 내렸다.
돌아가기도 , 집으로 가기도 애매한 딱 중간. 그 쯤의 거리에서 어깨가 젖었다.
축축한 그 느낌이 싫다가도 , 홀가분 하다가도. 여러가지 감정을 들게 했다.
점점 비가 많이 내려 , 앞머리에 눈앞이 가려져 눈을 감았다.
내리던 비가 멈췄다.
여전히 우수수 소리가 났다.
어떤 따스한 온기가,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그 온기가 내 앞머리를 뒤로 넘겼다.
나는 눈을떳다.
어느 나른한 날 오후, 나는 그 사람을 만났다.
그냥 그를 지나쳐 집으로 걸으니, 그도 나에게 우산을 씌여주며 따라 걸었다.
나는 문득 멈춰서 그를 돌아봤다.
넓은 우산을 내 쪽으로 온전히 내어주고 , 뒤에서 흠뻑 비를 맞고있던 그의 곁에 다가섰다.
그러자 우산도 움직여 , 우리는 한 우산 아래에 있었다.
좋은 냄새가 났다.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겨 주었다.
그러자 그가 웃었다. 예뻣다. 따스했다.
나도 , 살짝 웃음이 났다.
우리는 한참을 그렇게 말 없이 서있었다.
집까지 데려다 준 그 사람은 작게 고개인사를 한 뒤에 돌아갔다.
이름이라도 물어볼 걸 그랬나. 하지만 언제 또 볼 사이라고.
집은 추웠고 , 혼자였지만 나는 아직도 그 온기가 남아있는 기분이였다. 다 젖은 교복을 벗고 싶지 않을만큼.
그 해는 유독 비가 많이 내렸다.
신기하게도 , 내가 우산이 없어 학교에 몸을 숨기고 있을 때쯤 , 그 사람은 다시금 내게 우산을 내밀고 있었다.
교복을 보고 찾아왔나보다.
어느 날 부터인가 , 나는 비가 오길 기다렸다. 일부러 우산을 챙기지 않았다.
그렇게 비오는 날 마다 나는, 그와 한 우산 아래에서 거닐었다.
우리는 늘 아무런 말이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산 아래에 있기만 해도 서로의 온기를, 향기를 ,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그 것 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2년 , 그 긴 시간을 돌고 나의 졸업식엔 비가내렸다. 가족이, 없다.
하지만 괜찮았다. 비가 내렸으니까.
그런데 , 그 날 그 사람은 오지 않았다.
이후에는 학교가 바뀌고, 나는 그 사람을 만날 수 없었다.
일부러 비가 오는 날이면 그를 기다리러 학교를 찾아가서 기다리기도 했다.
그래도 없었다.
2년동안 그가 막아줬던 비만큼 , 마음이 쓸려 내렸다.
그 사람의 존재는 내겐 너무.. 아마도 나는 그 사람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비가 오면 나는 무작정 그 학교에 앉아 그를 기다린다.
오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