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my kook!
02
( 브금: love is you (inst) )
(이 글은 실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며 천천히 연재됩니다.)
동성연애에 대해 반감을 가진 분들이 보시기엔 다소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날 밤 이후로 몇일이 지난 지금까지 전정국을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뭐, 워낙에 마주칠 일이 없기도 했고 내가 불편한 거일 수도 있겠지. 관심있는 여자가 여자친구가 있다니, 충분히 당황스러울만 하다. 이런 반응도 이젠 익숙해졌기에 딱히 그가 나에게 특별하게 기억되진 않았다. [네가 부탁한 자료 갖고 왔으니깐 과방으로 와 - 파괴몬] 아니 이 오빠는 메일로 보내지 뭘 과방으로 오라 하고 난리람. 김남준에게 자료를 얻기 위해 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 귀찮아 죽겠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손을 흔드는 김남준이 보였다. 그 옆에는 매트리스 위에 누워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민윤기가 보였다. 처음에 민윤기가 매트리스를 가져왔을 땐 모두 저 미친놈하고 혀를 찼지만 이제 보니 그가 천재처럼 느껴졌다. 피곤에 쩌든 대학생에게 매트리스라니, 존나 혁신이잖아.
그리고 김남준의 옆에는 눈이 동그래진 정호석이 보였다.
"어? 호석오빠 안녕하세요"
"아, 응 잘지냈지?"
"그럼요"
"스카쟌 잘어울린다"
"야, 잘어울리긴 무슨. 양아치처럼 생긴 기집애가 저거 입으니깐 더 양아치같아 임마. 넌 치마 좀 입어. 저번에 입었던 테니스스커튼가 배드민턴스커튼가 뭐시기 그거. 안그래도 센이미지 존나 세보여"
망할 민윤기. 지가 뭔데 내 패션가지고 이래라 저래라야.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면서 양아치 어쩌구저쩌구 떠들어대고 있다. 모순적이게도, 나와 패션이 가장 겹치는 사람을 뽑자면 민윤기일 것이다. 새내기 때 스타일이 겹쳐서 여자민윤기로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사돈 남말 하시네. 내가 입이 비죽 튀어나오자 민윤기는 그걸 또 어떻게 봤는지 입술 집어 넣어라- 하곤 내 입을 한 대 툭 쳤다. 정호석은 내 눈치를 보며 그저 하하, 어색한 웃음을 뽑아낼 뿐이었다.
빨리 자료나 줘요. 내 말에 김남준은 아, 맞다. 이러면서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렸다. 아니 도라에몽이야? 뭘 그렇게 뒤적거려. 김남준은 한참이 지나도 가방 속에 손을 넣고 휘젓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김남준에게 크게 대들 순 없었다. 우린 이어폰으로 엮인 갑과 을의 관계였기 때문에. 그때 민윤기가 매트에서 일어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저 오빠 일어나면 뭔가 불안한데. 역시 불안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김탄소, 아주 여자남자 안가리고 인기쟁이야"
"또 뭔 시비를 거시려고"
"시비라니, 칭찬하는 건데? 여자친구랑은 헤어졌냐?"
"아니거든요? 잘사귀고 있는 커플에게 헤어졌냐니"
"왠일이래 이번에는 오래 가겠다? 정호석 차고 사귄 애라 그런가?"
저새끼는 눈치가 없는 거야, 일부러 저러는 거야. 정호석의 입술이 점점 시옷이 되는 걸 알지도 못하는지 계속해서 여자친구 얘기를 꺼냈다. 야, 네 여자친구 좀 데려와봐. 궁금하다. 너 같은 여자애도 좋아하고. 안돼요. 나는 김남준 쪽으로 다가가서 김남준의 손에 있는 자료를 뺏어들었다. 사실 여자친구가 생기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정도는 말하되, 왠만해서 여자친구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편은 아니였다. 물론 나는 자랑하고픈 마음이 굴뚝같지만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곤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걔가 레즈라고 소문이 난다던가. 워낙에 참견하는 애들이 많아서 조심스러운 편이다. 물론 김남준이나 김태형, 박지민, 민윤기 이 넷은 입이 워낙에 무거운 걸 알기에 별로 숨기지 않는 편이었다. 여자친구를 소개해준 적도 많았고.
"그 신입생은 연락하냐?"
"누구요?"
"그때 그 술 같이 먹었던 남자애. 정국이랬나?"
"남자요?"
갑자기 정호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본인도 당황했는지 다시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조심스레 앉는 정호석이었다. 민윤기는 뭐가 그리 웃긴지 눈이 휘어접히게 웃고 있었다. 저기, 입동굴 좀 닫아주셨으면 좋겠네요. 차마 입밖으로 내진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그 날 이후로 만난 적도 없어요. 내가 민윤기를 살짝 째려보며 말했다. 에이, 재미없어. 민윤기는 다시 매트리스 위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제발 영원히 잠들었으면. 야, 김탄소 뭐라고 했냐? 아, 들렸어요? 속으로만 말한다는 게 그만. 젠장. 귀는 드럽게 밝네. 입을 비죽이며 민윤기의 동그란 뒷통수를 째려봤다.
"탄소야 신입생이 너 좋아한대?"
"아뇨, 그냥 남자친구 있냐고 물어봤었어요"
"그래서?"
정호석이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점점 곤란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벌컥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존나게 감사해요. 이 상황에서 구제해주시다니. 여어- 김탄소 여깄었네? 형들 안녕하세요! 구식적인 인사와 함께 김태형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옆에는 망개같은 미소로 손을 흔드는 박망개, 아니 박지민도 보였다. 그래 니들이 내 구원자다. 정호석도 관심이 이 둘에게 쏠렸는지 나에게 쏟아대던 질문을 멈췄다. 그런데, 니들 뒤에 보이는 저 익숙한 얼굴은 뭐냐. 박지민과 김태형 뒤로 검은 비니를 쓴 전정국이 보였다. 당사자 왔네. 김남준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시발, 구원자 취소다 새끼야.
"형들~ 제가 잘생긴 새내기 건져왔어요~"
"안녕하세요. 16학번 전정국입니다"
"어, 오랜만이다"
전정국은 인사를 받아준 김남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한 뒤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전정국? 쟤가 걔야? 라며 호들갑을 떠는 정호석과 또 뭐가 그리 재밌는지 피식거리는 민윤기를 뒤로한 채 전정국은 성큼성큼 다가와 내 앞에 섰다. 뭐야, 왜 내 앞으로 오는 건데.
"오랜만이에요. 탄소선배"
"아... 응 오랜만이다"
"옆에 앉아도 되죠?"
"어 네 맘대ㄹ"
"탄소 옆자린 태효이자리~ 넌 저기 박지민 옆에 앉아"
태형아 오랜만에 고맙다. 전정국은 김태형의 말에 박지민 옆에 앉았고 박지민은 그런 전정국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 어깨를 두어번 토닥였다. 근데 이 숨막히는 어색함은 뭔데. 정호석은 전정국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고 김남준은 눈만 데굴데굴 굴려댔다. 그러니깐 김남준씨, 내가 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잖아요... 속으로 김남준을 원망하고 있을 때 전정국이 내 앞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내밀었다. 선배 번호 좀 주세요. 그러자 김태형이 옆에서 귓속말로 오~ 박력있는데? 라며 깝쳐댔다. 뭐, 과후배니깐 상관없겠지. 나는 전정국의 휴대폰을 집어들어 번호를 톡톡 찍었다. 정호석의 입술이 한껏 시옷이 된 건 기분탓인가. 다시 핸드폰을 돌려주려 핸드폰을 내밀자 전정국의 얼굴이 훅하고 들어왔다.
아, 잘생긴 얼굴이 훅 들어오니깐 당황스럽네
"선배, 어디 피곤해요?"
"아냐 잠을 못자서 그래"
"많이 아픈 거 같은데?"
"아 괜찮다니ㄲ"
약 먹으러 가요. 쓰러질 것같애. 전정국은 내 팔을 큰 손으로 잡아채어 억지로 끌고 나갔다. 뭐지 이 당황스러운 애는. 눈이 커다래진 남정네들을 뒤로한 채 전정국에게 이끌려 질질 끌려가니 갑자기 우뚝 서는 전정국이었다.
"갑자기 끌고 나와서 미안해요"
"뭐야 너"
"둘이서 할 얘기가 있어서 일부러 그랬어요"
"뭔데"
"선배 나랑 밥 먹을래요?"
"뭐래 나 여자친구 있다고 했잖아"
"그럼 나랑 술 먹을래요?"
"하... 전정국"
"저 앞으로 더 들이대려고요. 선배한테"
"야"
"지금 별로 여자친구랑 사이 안좋은 것같던데"
"...그걸 네가 어떻ㄱ"
"아마도 곧 헤어지게 될 거에요"
"너 그런 막말하는 거 아니다. 나 좀 실망하려고 해"
"제가 뭘 좀 봤거든요"
"그럼 선배. 이따가 연락해요. 같이 술먹게. 아니, 아마도 연락하게 될 거에요"
아니 쟤는 뭐가 저리 당당한데. 나는 뻔뻔한 전정국의 태도에 화가 나 전정국의 말을 가뿐히 씹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아 시발, 뻐큐 하나 날릴 걸. 누가 누구랑 헤어진대. 나는 입으로 계속 어이없는 소리를 내며 다시 과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우악스럽게 문을 열자 굉음과 함께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뭐야 벌써 갔다왔어? 입에 과자를 우물우물 거리며 물어보는 김남준을 가볍게 무시하고 김태형 옆에 털썩 앉았다. 그니깐 시발 김남준 너만 아니었으면 쟤를 만날 일도 없잖아.
"야 태태 너랑 박짐 수업 다 끝났지"
"남았는데 째려고 히"
"그러면 지금 나랑 밥먹으러 가자"
"쏘리 나 약속있음"
"개새끼 존나 배신이야. 박찜 너는? 너는 배신 안할거지?"
"아휴, 가자 가"
김태형을 향해 혓바닥과 뻐큐를 가볍게 날린 뒤 박지민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과방을 나갔다. 박지민과 향한 곳은 학교 근처에 있는 닭갈비 집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괜히 매운 게 땡겼다. 매운 걸 못먹는 박지민은 물론 물에 씻어 먹겠지만. 워낙에 배려가 넘치는 애라 항상 내 의견을 따르는 박지민이었다. 지글지글 맛있게 익는 닭갈비를 보면서 침을 꼴깍 넘기고 있는데 박지민이 나를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누나 얼굴 닳는다"
"오늘은 뭔 일인데. 너 짜증나는 일 있을 때마다 매운 거 먹잖아"
"이시키 날 너무 잘알아"
"전정국이랑 뭔 일 있었어? 아님 세리?"
"....둘 다"
"술 시킬까?"
"아냐, 이따가 밤에 세리 만나기로 했어"
"그래 그럼 사이다나 먹어라"
박지민이 따라준 사이다를 홀짝이며 아까 전정국이 나에게 말했던 것을 털어놓았다. 완전 미친놈이지? 누구한테 헤어진다 뭐다 그러는데. 짜증나 안그래도 요즘 세리랑 사이 별론데. 박지민은 턱을 괸 채 아무말 없이 내 말을 들어줬다. 내가 혼자 씩씩거리자 그제서야 박지민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전정국은 그렇다 치고. 세리랑은 무슨 일인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좋아죽더니. 박지민의 물음에 나는 잘 읽은 벌건 닭갈비 하나를 입에 넣었다. 그때, 내 입주변에 양념이 묻었는지 박지민이 손을 뻗어 엄지손가락으로 내 볼을 문질거렸다.
"세리가 나랑 섹스하기 싫은가봐"
내 볼을 문질거리던 박지민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그러더니 양념을 닦은 엄지손가락을 다시 자신의 입술에 가져가 쪽-하고 빨았다. 여기 소주 세 병이요- 박지민이 지나가는 종업원을 붙잡고 말했다. 야, 나 술 안먹는다고. 내가 박지민을 째려보며 말하자 박지민은 어차피 자기 혼자 먹을 거라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암튼, 저새끼 술 존나 세다니깐.
"그래서, 섹스가 문제야? 너 원래 그런 거 신경 안썼잖아"
"나 세리랑 있으면 설레고 좋거든? 세리도 나한테 잘해주고 귀엽고"
"그런데"
"근데 세리가 스킨십을 싫어해"
"너가 스킨십을 신경 써?"
"아니 예전같으면 신경 안썼지 입술을 부비던 몸을 부비던"
"자랑이다"
"아 근데 세리는 손 잡는 것도 싫대! 안는 것도 싫고 뽀뽀는 당연히 안되고! 이게 사귀는 거냐고!"
"손 잡는 것도 싫으면 뭐 문제있는 거 아니야? 너 설마 사귀고 진도 하나도 안나갔냐?"
"걔가 부담스러워하는데 어떻게 나가..."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박지민의 술잔에 소주를 따르고 내 사이다컵과 가볍게 쨘을 한 뒤 꿀꺽꿀꺽 사이다를 들이켰다. 사실 예전에 세리네 집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평소에 스킨십을 부담스러워해서 많이 조심했었는데 그날따라 술에 조금 취해서 그런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리를 부둥켜 안고 볼에 뽀뽀도 했었다. 그때마다 세리가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져서 기분이 꽁기했었다. 이건 스킨십을 불편해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나를 불편해하는 느낌이었다. 요즘 세리가 나에게 거리를 두는 느낌이 계속 들어서 섭섭했는데 이렇게 피하니 더 서러워졌었다.
"세리야, 너 나 진짜 좋아하는 거 맞냐"
"...."
"....대답 바로 안하네"
"무슨 소리야 언니! 내가 언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스킨십 떄문에 그래? 내가 저번에도 말했잖아~ 나 스킨십 별로 안좋아한다고!"
"그냥 요즘 네가 나를 불편해하는 느낌이 들어서"
"언니! 전혀! 내가 그동안 언니 좋아서 매일 음료수 바쳤던 거 잊었어? 나 언니 많이 좋아해! 내가 이렇게 누구 좋아해보는 거 처음이라니깐?"
"나 정말로 좋아하면"
"응응 진짜 많이 좋아해"
"나랑 섹스할래?"
"...."
"미안. 내가 많이 불안했나봐. 나 갈게"
아마도 그때 세리네 집에서 나오고 집에서 폭풍 오열을 했을 것이다. 같이 자취하는 사촌오빠가 한심하다며 혀를 쯧쯧 찼지만 아랑곳 않고 술을 부어라 마셨었다. 그 이후로 서먹해졌는데 오늘 오랜만에 세리와 데이트가 잡혀서 오늘 제대로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근데 전정국 그자식은 나랑 세리랑 사이가 안좋은지 어떻게 알았냐고. 도대체 뭘 봤다는 거야. 찝찝하게. 아무한테도 말 안했었는데. 내가 박지민에게 그동안 세리와의 일을 말하며 투덜거리자 박지민이 다시 술을 입에 털어넣었다.
"김탄소. 나 원래 네 연애에 개입 안하는 거 알지"
"알지. 그래서 내가 너 맘에 들어하잖아"
"네가 워낙에 연애에 개입하는 거 싫어하기도 했고 연애는 둘만의 일이니깐 신경 안쓰려고 했는데"
"근데"
"난 너랑 걔랑 사귀는 거 마음에 안들어"
"왜?"
"걔가 별로 마음에 안들거든. 처음부터 그랬어"
"내 여자친구 까지 마라"
"차라리 전정국이 더 나아"
너 이새끼, 전정국이랑 수업 몇 개 같이 듣고 좀 어울렸다고 막말하냐. 내가 박지민의 멱살을 잡고 탈탈 흔들자 박지민이 내 팔을 꽉 잡았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사뭇 진지해져서 나도 모르게 멱살을 잡았던 손을 떼었다. 나 장난 아니라 진심인데. 나 너한테 거짓말 안하는 거 알잖아. 박지민이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욱 주며 말했다. 이새끼 표정보니깐 졸라 진지한데. 이럴 땐 뭐... 내가 짜져야지. 내가 알겠다며 손 좀 놓으라고 하자 그제서야 내 손을 놓아주는 박지민이었다.
"야, 내가 옛날에 왜 너 좋아했는지 아냐"
"예뻐서?"
"뭐래 너 내스타일 아니거든. 난 귀여운 스타일 좋아해"
"아 그럼 왜 좋아했는데!!"
"존나 싸가지 없어서"
"뭐?? 망개떡새끼가!! 나랑 싸우자는 거냐?"
"존나 싸가지 없는데. 또 존나 멋있어"
"...."
"항상 솔직하고 당당한 게 멋있었다고"
"야... 새끼... 거 참 쑥쓰럽게"
"근데 지금 너 엄청 답답하다"
"...."
"예전의 너였으면 뒤에서 이런 고민도 안하고 바로 네 여자친구한테 달려가서 다 따졌을걸?"
"...."
"별로 너답지 않아"
나답지 않다라. 박지민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계속 생각했다. 나는 한편으로 느끼고 있던 것이다. 세리가 날 좋아하지 않다는 것을. 그걸 마음으로 알면서도 머리로 인정하지 않아서 더 구질하게 행동했던 것 같다. 그래 그냥 오늘 다 말하고 나 안좋아한다고 하면 헤어지지 뭐, 난 연애는 쌍방이라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이 틀어지는 순간 항상 그 관계를 끊어왔다. 왜냐면 어차피 일방적인 연애는 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한 후 세리와의 데이트를 위해 옷을 골랐다. 평소에 치마 입는 것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세리랑 만날 때는 치마를 입으려고 노력했다. 치마를 입을 때마다 항상 예쁘다고 좋아했으니깐. 세리와의 연애가 그래도 좀 특별했던 것은 내가 세리에게 많이 맞췄다는 것 같다. 달래주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다. 세리는. 나는 습관적으로 서랍에서 치마를 꺼냈다가 다시 집어넣었다.
"그래, 그냥 나답게 내 스타일대로 가자"
내가 수많은 연애를 하면서 많은 상처도 받았지만 지치지 않았던 것은 항상 나답게 굴었기 때문이다. 흔히 연애를 하면 서로의 색이 섞여버린다. 연애를 하면 닮아간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처음엔 서로 비슷한 색으로 맞추기 위해 이것 저것을 막 섞다가 비슷해지는 찰나에 사랑이 불타오르고 나중엔 결국 흙탕물이 되어버려 서로에게 반했던 본래의 모습을 벗어나버린다. 나는 그런 연애는 싫었다. 그래서 굳이 상대방의 색에 내 색을 맞추지 않았다. 원래 이 색의 나를 좋아했는데 내가 왜 상대방의 색에 맞춰야 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하길 원하는 애인은 그냥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애인일 뿐이다. 본래의 나를 사랑했으면서 왜 자신에게 맞추길 원하는데? 나는 다시 내가 즐겨입는 찢어진 청바지를 집어들었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지만 세리는 좋아하지 않았던 가죽 자켓을 걸쳐입고 밖으로 나갔다.
참 그동안 세리에게 많은 것을 맞춰왔구나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에 도착할 즈음에 갑자기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발신인을 보니 세리였다.
"여보세요? 세리야 어디야?"
[언니! 미안해... 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못갈 것같아... 언니 어디야?]
"많이 급한 일이야?"
[응 미안해 진짜... 오랜만에 데이튼데... 설마 지금 약속장소 도착했어?]
"....아냐, 나 이제 집에서 나가려던 참이었어. 늦을까봐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다행이다... 아직 안나와서]
"무슨 일인데?"
[그게... 아빠가 갑자기 찾아오셔서! 급하게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하셔서]
"어쩔 수 없지. 아버님이랑 맛나게 먹고! 내 걱정은 하지말고~"
[응! 언니 정말 미안해... 다음에 봐!]
하... 일부러 박지민이랑 술도 안먹고 왔는데. 물론 세리의 사정은 알지만 허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대로 집에 들어가긴 아쉬운데. 나는 핸드폰에서 1번을 꾹 눌렀다. 아, 왜 전화를 안받아. 그때 수화기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야! 태태! 어디야 술 먹자. [미안, 나 지금 약속 때문에 못가] 매정하게 전화가 끊어졌다. 김태형 진짜... 친구라는 놈이... 그래 부랄친구 다 부질없다 부질없어. 나는 다시 박지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박찜!"
[어야, 와 전화했는데]
"나 지금 밖인데 나올 수 있어?"
[세리는?]
"...못온대. 술이나 먹자"
[야, 나 지금 집에 엄마왔는데]
"아..."
[너가 나오라고 하면 가고]
"아냐아냐 어머니 부산에서 올라오셨는데 같이 있어야지. 알겠다!"
김남준이랑 민윤기에도 연락을 해봤지만 다들 뭐가 그리 바쁜지 까이기만 했다. 아니 평소에 술이라고 하면 환장하는 사람들이 왜 필요할 때만 바쁘고 난린데! 누구 없나... 연락처를 뒤적이고 있는데 익숙한 이름 석자가 눈에 띄었다. 전정국. ....얘라도 부를까. 아까 전정국이 뭘 봤다고 한 말이 계속 신경쓰이긴 했다. 술을 먹고픈 마음에 너무 컸기에 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냥 받지마라.. 받지마라.. 바램과는 달리 신호음이 몇 번 가지 않아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했네요]
"어디야"
[선배는 어딘데요]
"나 여기 신촌 이디야 앞에"
[저 근처에 있어요. 거기로 갈게요]
"....응"
[술먹어요. 같이]
전정국은 정말 근처에 있었는지 몇 분 되지도 않아 숨을 헉헉거리며 찾아왔다. 뭐야 뛰어왔어? 천천히 와도 되는데. 전정국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 팔목을 잡았다. 선배가 불렀잖아요. 처음으로. 나는 전정국의 손에 이끌려 근처에 있는 술집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자 전정국은 뭐가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술이나 먹어. 괜히 비어있는 전정국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제가 연락하게 될 거라고 했죠?"
"...."
"선배 오늘 엄청 예뻐요. 가죽자켓 잘어울려요"
"그치!! 내가 이거 사려고 알바를 몇탕 뛰었는ㄷ..!"
"....풉"
"...큼,큼"
"오늘 여자친구랑 뭔 일 있었나봐요?"
"맞다 너! 나랑 여자친구랑 사이 안좋은 건 어떻게 알았냐"
"제가 뭘 봤다고 했잖아요"
"아 그니깐 그게 뭔데"
"곧 알게 될 거에요"
전정국과 굉장히 불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술을 먹다보니 술기운 탓인지 굉장히 편했다. 서로 통하는 것도 많고 비슷한 점도 많아서 생각보다 더 잘맞았다. 어느 순간 세리와 있었던 일을 전정국에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처음엔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듣다가 나중에는 열심히 들어주고 공감해줬다. 아니 시발! 다 큰 성인 커플이 손잡는 것도, 뽀뽀도, 키스도, 섹스도 안하는 게 말이 돼? 책상을 내리치며 말하자 전정국이 입안에 품고 있던 술을 가볍게 뿜었다. ㅁ,뭐요? 안그래도 큰 눈이 더욱 커져있었다.
"아니,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하는 게 그렇게 불편해? 앙? 손잡는 것도 그렇게 싫어?"
"그 여자 복에 겨웠네요"
"좋아하는 사람이면 손 잡는 것도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하면 기분 좋아야 정상 아니냐고!"
그때 전정국이 내 손을 덥석 잡았다.
"기분 좋네요"
"....에?"
"좋아하는 사람이랑 손잡으니깐 기분 째진다고요"
"뭐해 손 빼ㄹ"
쪽-
"...."
"뽀뽀하니깐 기분 더 좋은데"
"...."
"좋아하는 사람이랑 뽀뽀하니깐"
"...."
"지구 뿌시고 싶을 정도로 기분 존나 좋다고요"
"...."
"그 여자가 비정상이네"
나는 전정국의 머리를 숟가락으로 가볍게 쳤다. 아! 전정국이 소리를 내며 자신의 이마를 부여잡았다. 누가 맘대로 뽀뽀하래 새꺄!! 전정국을 향해 씩씩거리자 전정국은 이마를 문질거리며 빙구같은 웃음을 날릴 뿐이었다. 처음엔 마냥 이 어린애가 들이대는 게 어이없기만 했는데 이제 보니 귀여운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그냥 이런 짓들도 나에겐 귀여운 재롱으로 보인다. 선배, 저 어때요? 남자로서 많이 별론가? 전정국이 사뭇 진지해져선 말을 꺼냈다. 아니, 네가 별로면 이세상 남자들은 어떻게 살라고. 무심하게 대답하자 전정국의 광대가 실룩실룩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저 괜찮아요?"
"야, 너 정도면 우리 학교 여자들 다 꼬실 수 있어"
"왜요? 제 어떤 점이 괜찮은데요?"
"잘생겼잖아. 이 나라는 외모지상주의라서 잘생기면 거의 다 먹고 들어가는 거야"
"....그거 말곤 없어요?"
"뭐, 남자로서 진짜 괜찮지. 핫바ㄷ.. 아니 너 정도면 자상하고 말도 잘 통하고. 학교도 여기로 온 거 보면 머리도 좋겠지 뭐"
"그럼 저랑 사귈래요?"
"....야, 나 여자친구 있다고 했지"
"태형이형한테 들었어요. 누나 레즈가 아니라 성별에 신경 안쓰는 거라고. 그리고 지금 사귀자는 거 아니에요"
"...."
"그냥 내가 선배 좋아한다고 이미 알겠지만 확실히 말해두고 싶어서요"
"...너는 애가"
"좋아해요. 선배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니 네가 나를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나로선 이해가 안갔다. 끽해봐야 안 지 몇개월이고 나에 대해 아는 것도 많이 없을 것이다. 도대체 내 어떤 점이 좋다는 걸까. 나는 드라마처럼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첫 눈에 반하긴 개뿔. 그 사람을 알아야 진정으로 좋아하는 거지. 단순한 외모나 특별한 다른 이유로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성별에 상관없이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거고. 이런 돌직구 고백은 오랜만에 받아서인지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넌 내가 왜 좋은데?"
"제 스타일이거든요"
"뭐, 외모가?"
"네. 외모도 그렇고 성격도 그렇고 선배 자체가 제 스타일이에요"
"그게 뭐야 날 얼마나 안다고"
"최소한 선배 여자친구보단 오래 알았을 걸요"
"...뭐?"
"제가 생각보다 선배를 오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니깐 저는 그냥 선배 자체가 좋다고요"
"청바지랑 가죽자켓을 좋아하는 선배 자체요"
뭐야, 방금 얘한테 설렐 뻔 했네. 그나저나 오래 전부터 알았다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아무튼 간에 생각보다 멋진 고백이었다.
"그리고, 선배는 곧 헤어지게 될 거에요"
"뭐?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데"
"여자친구 지금 어디있어요?"
"오늘 아버님이랑 저녁 먹는다고 했어. 왜?"
"아버님이 생각보다 젊나봐요?"
"....무슨 말이야"
"아버님이 언제 태형이형이 됐대"
"....김태형?"
"아직도 모르겠어요?"
"...."
"지금 김태형이랑 한세리, 둘이 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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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앙ㅇㅇ
여러분 오마꾹은 오랜만이쥬?
요즘 연재 계획이 그냥 빨리 오마꾹 먼저 끝내버릴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이래저래 애매하게 늦춰지는 것보단 더 나은가 싶기도 하구...
여우신부도 얼른 연재해야하는데
현생때매 연재가 느려지게 되어서 지금 멘붕임미다ㅠㅠ
현생새기...!
꺼져벌여...!!!!
암튼
여러분
넘 보고싶었어유ㅠ
암호닉 정리 기념으로
암호닉 여러분들 젠부 워더
암호닉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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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문자
#새벽세시 #침쁘# @침침@ ■■■ ●달걀말이● ♡율♡ ♡틸다♡ ♥민군주♥ ♥심슨♥ ♥여지♥ ♥옥수수수염차♥
숫자
0320 0801 0815 10041230 1122 1220 1234 1쟉하2 616 627 74 777 92X 990419 eeggg
ㄱ
가온음자리 가위바위보 강변호사 강여우 개구락지 계피사탕 고려대학교18학번 고룡 고작보내준게김밥두세줄 골드빈 골뱅 과잉정국 굥기놀이 굥기윤기 구름 금붕어 긍응이 기디 김러브 김태태 까망이 꽃님 꽃밭 꽃오징어 꾸기 꾸기꺼 꾸기밥 꾸기봄 꾸깃꾸깃 꾸꾸 꾸꾸야꾸꾸해 꾸꾹까까 꾸우까 꾸잉 꾸쮸뿌쮸 꾹꾹 꾹꾹이 꾹냥꾸가냥 꾹왁 꾹이만세 꿍디 낑깡
ㄴ
나의 그대 난나누우 내 기억 속의 빈칸 내눈이침침해 내마음의전정쿠키 냉채족발 냥 너라는정국 너만볼래♡ 노랑 녹차잎 누가보면 누삐 눈꽃ss 눈누난나 뉸뉴냔냐냔 늘봄 늘품 니뿡깝민
ㄷ
다름 단미 달꾸 달리기 달보드레 도손 돌고돌아서 돌파리 동상이몽 동휘 됴종이 됼됼 두동치미 두부두부 뒷방마님 듀크 딘시 딸기꾸기 딸기맛님 딸기빙수 또룩 또이 뚱이 뜌 뜡기
ㄹ
라슈라네 라온하제 라일락 라임슈가 랄라 랩런볼 레인보우샤벳 레티 로로 루이빅 룬 룰루랄라
ㅁ
마망고 마쩡 망개 망개떠억 망개똥 망개침침 망무망무 매직레인 매직핸드 메리뮤 멜랑꼴리 명탐정코코 모닝쿨피스 모래 모래성 모찌새색시 모찌섹시 모찌한찌민 모카 몰랑이 몽마 몽쉘 몽자몽 무네큥 무지티 물불 므앙고 미늉기 미니꾸기 미랑아 미송 미스터 미호 민슈프림 민투구 민트 민피디 밍 밍도 밍뿌
ㅂ
바냐냐냐 바순희 박력꾹 박여사 박지민 초커 박침침 방소 방탄이들 백열 버거킹 벨베뿌야 복숭아 복숭아츄 봄 봄플 봉봉 봉봉 불화자 붐바스틱 붕어 뷔글뷔글 뷔밀병기 뷔요미 뷔타민V 뷩꾹 블라블라왕 블루베리 비비빅 빙그레 빛나무 빠밤 빨주노초파남보라 뽀야뽀야 뾰로롱♥ 뿌까 삐삐걸즈
ㅅ
ㅅr랑둥이 사과꽃 사랑둥이 사랑사랑사랑 사실 맞아 사이다 산들코랄 삼월 새벽 샤랄라 세젤예세젤귀 솔랑이 솜구 수수태태 순별 슈놀 슙비둡비 슙쿵 스노우볼 실웨 썩은촉수 쎕쎕 쑥
ㅇ
ㅇㅅㅇ 아꾹 아도라 아몬드 아이스망고 안녕엔젤 안돼 압솔뤼 야끙 야하 어린이운동화 엘런 여단 여름겨울 여우별 여우비 여우영 연애학 연이 연화 열원소 예쁜이 오늘내일 오레오 오마이갓 오큑 오타 온새미로 올옵 옮 우리사랑방탄 우유 우찌 운전 웃음망개짐니 원형 위잉위잉 유뇽뇽 유비 유은 유자 유자 유자청 윤기네설탕 윤기랑짝짝꿍 윤기자몽 윤민기 율예 융기뿡기 융기의흉기 융기태태쀼 이나라는물의나라 이연 이월십일일 이졔 인연 일일구1 입틀막 있잖아요..? 잉크펜
ㅈ
자몽석류 자몽선키스트 자몽쥬스 자몽현 쟈가워 쟌디 저장소666 전아장 전정꾹 젓가락 정꾸기냥 종구부인 지민아 지민이바보 지민이배개 지민이어디있니 진진 짜몽이 짝짝 쩌이쩌이 쩔지내 찜빵
ㅊ
차차 참기름 천하태태평 청보리청 청포도 체리마루 체셔리어 초코망개 초코생크림 초코아이스크림 추억 침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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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커몬요 커튼 컨디션 콩콩 쿠우쿠우 쿠우쿠우 쿠쿠 쿠키 쿠키오 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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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팝콘 포카칩 푸른달 풀네임이즈정국오빠 풀림 플럼 피글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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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월 하늘고래 하트태태하트 학생 햄버거 햄찌 허공이 헤융 헹구리 현 호로록 호비 호빗 호어니 호에에 홉스 화산송이 화양연화 회전초밥 흥흥 흩어지게해 히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