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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제 석고대죄부터 받으세요. 후아...
제가 이렇게 오래 있다가 올 생각이 아니었는데..
한국이 아니었습니다..예...후아...
무슨말을 해도 제 죄가 사해지진 않겠죠..예...
긴 말 필요없이 폭풍 업뎃으로 제마음 표현할게요..
하하(어색한 웃음으로 경수마냥 뒷대가릴 긁적이며 사라진다.)
백현은 거리에 주저앉았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경수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오지 않는다면 어떡해야 하는건지 가늠도 가지 않았다.
그때, 백현의 어개를 잡아채는 손길에 혹여나 경수일까 싶어 백현은 무릎을 꿇듯이 돌아 앉아 위를 봤다. 하지만 절대 도경수가 가질 수 없는 그림자 길이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하...크리스다.
"일단 일어나라 변백현. 뭐하냐 길거리에서.."
"...경수..."
"...일어나야 경수를 찾던지 뭘하던지 할거아니냐."
"...경수 어디갔지..? 내가 존나 맨날 망나니같이 굴어서 도망갔나..?어..?"
너 망나니 같았던건 아는구나...크리스는 아주 잠시동안 꼬숩다고 느끼는 제 마음을 추슬렀다. 그래도 제가 키워낸 걸작인데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길바닥에 엎어져 쉴새없이 제 연인을 찾아대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았다. 이게 어딜 봐서 카리스마 넘치는 희대의 국민오빠란 말인가.
"...찾을 수 있을거야. 그리고 경수가 애도 아니고."
"..경수가 도망간거면 어떡해..?..어? 아니..차라리 무슨 일 생긴거 아니고 도망간거면 낫겠다...여기 미친놈들 많은데...그 병신같이 순진한게 어디 끌려간건 아니겠지..어?"
그리고 평생 도경수만 할 줄 알았던 삽질을 니가 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냐. 진짜...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렇게 일본 시내를 이잡듯이 뒤진지 한시간이 흘렀을까. 크리스는 저까지 동원된 이 삽질에 이제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저는 아이돌 엑소를 키워내고 세기의 미다스라 불리는 아이돌계의 신의 손이거늘 어째서 이 게이들의 이벤트에 끼어들어 이 고생을 하는것인지. 게다가 이제 변백현의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경수...경수..."
신들린 것은 아닌지 싶을만큼 백현은 이제 경수가 아닌 다른 단어는 입에 올리지도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는 이제 슬슬 변백현이 진짜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저러다 큰일나겠는데..
"야..변백ㅎ.."
그때,
-아....아....이제 되는거 맞아?
일본 시내에 울려퍼지는 도경수의 목소리.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어지러운 일본어.
-아 진짜 뭐래는거야....변백현!!변백현 너 나 찾고 있냐?
벌떡 일어선 백현은 이제 테크노를 추듯이 고개를 미친듯이 돌려대기 시작했다.
-설마 울고 있는건 아니지? 히히
히히...라니. 크리스는 이제 이마를 짚고 고개를 숙였다. 어지러운 일본 시내에 울려 퍼지는 한국어.
-나 찾고싶냐? 보고싶냐?
.....경수야.....
-그럼 예전에 거기로 와.
예전에..거기?
-이 일본시내에서 지금 내말 알아듣는 사람..너밖에 없겠지?
나는...나는 귀가 없니..경수야?
-고민했어 백현아 엄청 많이. 어떻게 해줘야 니가 기뻐할까.
-나는 남들보는데서 고백하는거 너무 부끄럽고 싫은데 너는 좋아하니까.
-나는 너만큼 똑똑하지가 못해서 이렇게밖에 생각이 안나. 남들도 모두 있는데서 말해도 너만 들을 수 있는 방법.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가득한 일본 거리의 스피커에서 변백현만이 알아들을 수 있게 도경수가 조용히 말한다.
-사랑해 백현아.
-도경수가 변백현 너무 너무 사랑해.
-지금 빨리 와줘.
-넌 알고 있지?
니가 그렇게 찾고 있는 도경수가 어디에 있는지.
-일본에서 우동 먹다가 니가 나한테 키스한 곳.
"ㅂ..변백현!"
백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은 이제 아홉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백현은 쉬지 않고 뛰었다.
우동집.
그날은 엑소의 일본 팬미팅이 있던 날이었고 어김없이 백현은 경수를 데리고 갔더랬다. 스케쥴을 마치고 오밤중에 호텔방에 들어선 백현에게 날아온건 분노에 찬 도경수의 배게였다.
'내가 무슨 너네 강아지냐!!!'
이세상에서 제 강아지를 1등석에 태워 끼고 다니는 놈도 있냐.
'밖에도 못나가게 하고!!나 혼자 이 넓은 방에서 너만 기다리고 이게 뭐야!!'
한껏 분노로 달아오른 경수의 얼굴을 보니 미안하기도 하다만 저만 기다렸다는 소리에 백현은 슬며시 지어지는 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웃어??너 지금 웃는거냐 변백현!!!'
그럼 우냐. 간단히 대답하고 제 허리를 껴안는 백현에게 벗어나려 낑낑대던 경수는 결국 제풀에 지쳐 백현의 어깨에 제 턱을 기댔다.
'..오늘 하루종일 룸서비스만 먹었단 말이야..'
'너 룸서비스 좋아하잖아. 다 니가 좋아하는것만 주문해놨는데?'
'오늘은 우동이 엄청 먹고 싶었는데....'
'그래?'
사실 바쁜 일정으로 백현은 아예 점심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황이었으나 눈치없는 도경수가 알리 없었다. 그리고 백현 자신도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못먹어도 도경수는 먹어야 하고 내가 먹으면 도경수는 훨씬 좋고 맛있는걸 먹어야 한다. 가 변백현, 그의 지론이었다. 게다가 그런 도경수가 오매불망 호텔방에서 저만 기다리다가 먹고 싶은 것도 못먹었다는데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경수가 거식증을 앓고 난 뒤로 경수의 식사에 대해 민감해진 백현이었다.
'그럼 먹으러가면 되지.'
'...뭐?'
'지금 먹으러 가자.'
우동이 아니라 우주에 떠다니는 먼지가 갖고 싶다해도 찾아 나설 변백현인데 그깟 우동 한그릇 못먹여줄까.
그렇게 해서 그 야밤에 호텔 근처를 벗어나 다다른 어느 한적한 마을의 허름한 우동집. 일본어는 개뿔도 할 줄 모르는 둘이 들어가 앉았으나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있던 백발의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둘에게 새우튀김이 올라가 있는 우동 한그릇씩을 내주었다. 걸신들린마냥 면을 퍼다가 입에 나르는 도경수를 바라만 보다가 결국 제 우동은 다 불어터져 먹지도 못했던 변백현의 슬픈 전설이 깃든 그곳.
면발을 입술에 매달고 저를 보며 그 커다란 눈을 휘며 마이따!!!라고 외치는 도경수에게 어떻게 키스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곳으로 지금 변백현이 달려간다.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를 시간을 달려 도착한 우동집앞에서 백현은 다시 주저앉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탓도 있었지만..
그 허름한 우동집의 입식 간판 옆에 쭈그려 앉아 있는 도경수의 작은 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도..경수.."
작게 떨린 등이 곧 천천히 뒤를 돌아 백현을 마주했다.
"..백현아!"
"......"
"있잖아...사실은 내가 되게 되게 멋있는걸 준비했었거든..?"
".....도경수."
"근데...근데...일단 화내지마!!화내지 말고 내말을 ㄷ.."
벼락같은 변백현의 고함을 대비하듯 눈을 꽉 감은 도경수는 허공을 가르는 작은 목소리에 허둥대던 두팔을 천천히 내렸다.
"....이리..와."
"..어?"
"...이리 와...경수야...제발..."
"..백현아..?"
"이리와서...나 좀...안아줘...."
"......."
"지금 죽을 것 같으니까...이리와서 나 좀 안심시켜줘 경수야..."
"....백현아.."
"너 지금 내눈앞에 있는거 맞다고..."
"........"
"확인 좀 하게 나 좀 안아줘 경수야..."
"........."
"..제발...제발 경수야..."
경수는 더러운 바닥에 주저 앉아 연신 저에게 손을 뻗는 백현을 바라봤다. 그리고 홀린 듯 자리에서 일어나 백현에게 다가갔다.
"백현아..나 여기 있어..."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채 경수의 다리를 붙잡아 얼굴을 묻는 백현에 경수는 이제 어쩔 줄 모르는 마음으로 백현을 내려다 봤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제 예상대로라면 이곳을 찾아온 백현이 불같이 화를 내면 경수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오늘이 2주년임을 밝히며 이번에는 니가 까먹었지!!하며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려는 계획이었으나...
"..경수야..."
"..응..백현아..."
"...무서워서...죽는 줄 알았어..."
"......백현아.."
"니가 나 두고 가버린걸까봐...아니..너 잘못된걸까봐...."
"......"
"너무 무서웠어..."
"......."
"경수야...경수야...경수야....나는..."
대체 지금 경수야. 를 몇번이나 들은건지...앞으로 1년은 도경수. 만 들어도 서운하지 않을만큼 이었다.
"...울지마 백현아..."
스캔들로 인해 힘들었던 그때 이후로 볼 수 없었던 백현의 눈물이 보여 경수는 들떴던 마음이 이제 서서히 가라앉고 있음을 느꼈다.
"..잘할게 경수야..."
백현아.
"내가 앞으로 진짜 더 잘할게..."
...백현아...
"그러니까..."
..변백현.
"나 두고 어디 가지마라..."
나는 그냥 항상 받기만 한것 같아서 너한테 좋은 추억을 주려고 했던것 뿐인데...
경수는 준비해 두었던 모든 것들을 뒤로 한채 연신 제 다리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백현의 등을 쓸어내렸다. 제가 아주 큰 잘못을 한 것 같았다.
"어떻게 이래..경수야..."
"....."
"어떻게 니가 없는 삶을 알게 할 수가 있어 나한테..."
".....백현아..."
"이게 선물이야..?"
"...어?"
"우리 2주년 선물이냐고 이게..."
너..알고 있었어 백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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