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마지막까지 감사드립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20 完
W. 여우
우현은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경로를 따라, 그리고 앞서가는 두 대의 차량을 따라갔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달렸을까. 첫 타자로 달려가던 호원의 차량이 깜빡이를 넣으면서 줄줄이 명수의 차와 우현의 차가 휴게소로 빠져들어갔다. 노란 안내판에 붙어있는 검은 글씨는 강릉을 알리고 있었다. 우현은 부드러운 주차실력을 뽐내며, 빈 자리 한 곳에 차를 세웠다. 그래도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다들 해를 보러가는 것인지, 늦은 새벽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를 북적거리고 있었다. 우현은 살짝 기지개를 켜는가 싶더니, 성규를 바라보았다. 아흐……, 나는 이렇게 죽어라 운전했는데-. 우현은 살짝 얄미운 감이 들었는지, 새근새근 자고 있는 성규의 볼을 톡톡 찔렀다. 아무리 봐도 잘 익은 감같은 것이, 자신 몰래 맛있는 것이라도 먹으러 다닌 것 같았다. 우현은 하나 둘, 차에서 내려 자신에게 다가오는 명수와 호원을 보고는 그들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명수와 달리 호원은 손을 싹싹 비비며, 해맑게 웃고 있었다.
"으으- 뭐 먹을래?"
"바다가면 해맞이 축제라고 해서 떡국도 준다니까, 괜히 돈 쓰지 말고 음료나 사가는 게 어떨까요-."
"오, 그래? 동우랑 성열이는 어떻게 하겠대?"
"성열씨는 지금 술에 취해서 자고 있다는데, 동우형도 뭐 마찬가지에요-."
"아, 그래? 그럼 난 성규한테 뭐 좀 먹겠냐고 물어볼게, 각자들 그럼 먹을 거 대충 골라서 차에 오르자-."
우현이 말을 끝마지차 호원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명수는 이미 저 멀리 휴게소 안의 편의점에 뛰어들어갔다. 우현은 살짝 차문을 열고 들어가서 조수석에 앉아있는 성규의 어깨를 툭툭 건드렸다. 으음……, 으- 추워……. 성규가 무어라 중얼중얼 거리더니 눈을 떴다. 성규는 속이 쓰린 건지, 졸린 건지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서 우현을 바라보았다. 휴게소왔어-, 뭐 먹을래? 우현의 다정스런 말투에 성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캔커피 사올까?-. 우현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졌고, 성규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속이 찬 모양이었다. 우현은 성규의 끄덕임에 알겠다며 문을 닫고 나가버렸다. 시린 공기가 그 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성규는 으쓱- 몸을 떨다가 창에 머리를 기대었다. 자기도 모르게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았다. 코끝이 징징-거리고, 속도 불편했다. 대체 무슨 징조일까 싶어 눈을 비비니, 이상한 눈물같은 것도 맺혀있었다. ……김성규 너, 왜 울어- 바보냐……. 성규는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속삭이며 눈을 감았다. 성규의 잘못임을 알면서도 다정스럽게 굴어주는 우현이 고마워서였을까, 혹은 떠난 뒤에야 권태기를 지워낸 우현이 원망스러워서였을까. 그것은 성규 본인도 모르는 문제였다.
* * * * *
호원은 동우를 흔들어깨웠다. 동우야- 다 왔어……. 미지근한 음성이 동우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으음- 5분만……. 동우는 편안히 기댄 조수석이 제 침대인 줄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바다래도-. 호원은 다시 한 번 나긋한 목소리로 동우를 부지런히 깨웠다. 흐응- 거리는 앙탈이 호원을 간질거리게 만들었다. 동우는 그런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잔뜩 미간을 찌푸리고 찡찡- 매달렸다. 아……, 귀엽다. 호원은 큭큭- 웃으면서 동우의 찡그려진 미간에 입술을 맞대었다. 그러자, 거짓말인 듯 동우의 미간이 사르르 풀렸다. 신기하다……. 호원의 뱉은 말이었다. 호원은 그런 동우의 모습을 보며 실실대다가 퉁퉁- 불어 삐져나온 입술에다가도 살을 맞대었다. 호원은 혹시나 이 입술도 들어갈까 싶어 살짝 감았던 눈을 뜨었다. 그러자,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생긋 눈웃음을 치고 있는 동우였다. 어…으엇-?. 호원이 놀란 듯 어버버대자, 동우는 살풋 웃음을 참는 듯, 생긋대었다.
"언제, 깼어요……?"
"음, 우리 호원학생이 큭큭댈 때 부터요-."
"……아, 말- 하지. 부……끄럽잖아……요."
"호원학생, 잠깐 이리와봐요!"
동우는 살짝 떨어진 호원에게 손짓했다. 잠깐 가까이 와달라는 뜻이었다. 호원은 무슨 일인가 싶어 동우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동우는 조금 더 가까이오랄며 눈을 깜빡였다. 어디 아파……?. 호원의 다정한 말투에 동우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동우는 슬쩍 호원의 목에 두 팔을 거는 가 싶더니, 두 콧망울이 마주닿을 적까지 호원의 얼굴을 잡아당겼다. 호원은 그제서야 동우의 뜻을 알아들었는지 푸흐흐-하고 웃음을 흘렸다. 호원학생은 내가 웃겨요?-. 동우의 질문이었다. 호원은 삐친 듯한 동우의 말에 살짝 고개를 저으며 입술에 작게 뽀뽀해주었다. 촉-. 아주 작게 맞닿은 소리였다. 동우는 호원에게 고맙다는 의미인지 풋- 하고 웃어주더니 더 끈질기게 입술을 당겨내었다. 호원은 놀란 탓인지 제대로 눈조차 감지 못하는 듯 하다가, 이내 유하게 동우를 받아들였다. 호원은 쭉 뻗은 상체를 서서히 일으키며 동우를 끌어올렸다. 동우는 카시트에 붙은 듯한 상체를 들어올려 서서히 호원에게로 기대었다. 그렇게 조수석과 운전석의 가운데 즈음, 둘이 만나 진득한 열기를 뽐내었다. 둘의 열기가 어느정도 되었을 무렵, 누군가 쾅쾅- 차를 흔들었다. 앞유리에 손자국이 난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성규인 것 같았다. 동우는 성규의 태도가 귀엽다고 생각했는지, 촉- 하고 입술을 떼고는 호원의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좀 있다가 다시 해요, 우리-. 호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우의 볼을 문질렀다. 동우는 이윽고 안전벨트를 풀고는 차에서 내렸다.
* * * * *
차에서 내린 명수와 성열앞에 펼쳐진 것은 하얀 백사장이었다. 물론, 바글바글하게 모인 인파탓에 모래알이 그렇게 잘 보인 것은 아니었지만, 동해바다로 이렇게 단 둘이 온 것은 처음이었기에 설레기에는 그지없는 장소였다. 깜깜한 듯한 하늘에 뿌연 수증기가 흘러다녔다. 해무인가싶었다. 그러더니, 어느새 뽀얗게 하늘이 흐려졌다가, 맑아졌다. 서서히 해가 가까워졌다는 뜻이었다. 명수는 뒷자석에 있던 마스크와 모자를 꺼내 푹- 눌러쓰고는 이내, 성열에게도 씌여주었다. 성열은 가만히 눈을 감고 바다의 향을 느끼는 듯 하다가, 명수의 손길이 다하자 눈을 떴다. 눈을 뜬 하늘은 어느새 해를 불러오는 지 까만 하늘이 아니었다. 명수가 잠시 모자와 마스크를 씌어주는 순간, 그 뿐이었다. 그 잠시동안 이렇게 하늘이 바뀌다니, 성열은 신기한 듯, 두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어갔다. 하늘바다위로 펼쳐진 하얀 거품은 이내 붉게 변하나 싶더니,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성열은 신기하다는 듯, 해를 쳐다보다가 명수를 한 번 쳐다보았다. 해를 구경나온 사람들도, 북적거리며 다들 한 마디씩 던지어댔고, 지역주민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나지막히 말을 건넸다.
"신정 해는 원래 샘이 많아서 구름위로 뜨는데, 샘도 못할만큼 예쁜 사람들이 왔는가보네-."
네?-. 성열이 되물었지만, 이내 옆에 서 있던 할머니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두 손을 모았다. 성열은 잠시 할머니의 말을 생각하다 흐흐- 거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명수는 그런 성열을 보며 바보같다는 눈빛을 보내왔다. 성열은 이내 이리저리를 둘러보았다. 혹시- 자신들을 알아채는 사람이 없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다들 두 손을 모은 채 해를 향해 기도하느라 바쁘었고, 추운 날씨탓에 마스크와 모자는 크게 튈 만한 부분이 아니었다. 성열은 두 눈을 감고 빠르게 소원을 빌었다. 그리고는 한쪽 귀에 걸린 마스크의 자락을 벗겨냈다. 손을 뻗어, 명수의 것도 한쪽 벗겨내자, 명수가 놀란 듯 크게 눈을 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성열은 생긋 웃으며 명수의 두 볼을 톡톡 쳤다. 아무래도, 어제의 다툼은 잊은 듯해 보였다. 명수는 살갑게 예쁜 웃음을 짓더니, 이내 자신의 모자를 벗고 부스스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언제 눌렸냐는 듯, 머리가 생기있게 되살아났다. 명수는 살짝 양 옆을 의식하는 듯, 신경쓰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그리고 당당한 공개연애를 즐기려는 듯 서서히 눈을 감고 성열에게로 다가갔다. 성열은 그런 명수를 의아하게 쳐다보다, 금새 그를 이해했는지 저또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웃음이 서로에게서 흘러나왔지만, 그 누구도 멈추지 않았다. 제각기 돌아가는 사람들과 백사장 위에서 입을 맞추는 평범한 커플들, 명수와 성열은 그들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연인이었다. 이에 반해, 동우는 해를 향해 아직도 소원을 빌고 있는 것 같았다. 호원은 열심히 동우를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급하게 소원을 빌어내었다.
"호원학생은 무슨 소원 빌었어요?"
"……궁금해? ……으흠-, 동우랑 영원히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
"……네?"
"……나 지난주에 부모님께 허락받으러 다녀왔어-. 고등학교 때부터 내 이런 모습 알고 계셔서 그 때만큼 충격받으신 것 같진 않더라구……, 우리 지방 내려온 김에 오늘 창원 갈까?"
"……창원은 왜……."
"동우가 좋아하시는 호원학생 집이 창원에 있어요. 그러니까 갈꺼지?"
도무지 반말인지 존댓말인지 구별할 수 없는 말투였다. 하지만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동우는 그저 그렁그렁한 눈물을 단채로 호원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자신과 사귀기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서, 그 후로 이렇게나 큰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던가……. 동우는 괜히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자신을 이렇게 아껴 줄 사람을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짧게나마 호원을 놓아주려 노력했던 자신을 바보처럼 원망했다. 동우는 자꾸만 눈물이 뚝뚝 떨어져서 호원을 볼 수가 없었다. 호원은 눈물이 식으면 혹시나 볼이 차가워질세라 맨손을 꺼내 동우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거센 바람탓에 거칠어진 손이었지만, 동우에게 있어서만큼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모카라떼 같은 자락이었다. 동우는 결국 감정이 복받친 듯, 엉엉- 울어제끼기 시작했고, 호원은 그런 동우를 위하려는 듯 코트를 길게 열었다. 들어와 안기라는 이야기였다. 동우는 끅끅대면서도 입가로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와서 미칠 것만 같았다. 호원은 멍하니 동우를 바라보다 결국 동우를 품 안에 가두었다. 사랑한다는 말 없는 의미였다.
* * * * *
성규는 뻘쭘히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소리를 치기도 하고, 크게 소원을 빌기도 했다. 혹은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기도 했고……. 성규는 시선을 돌려 옆에 서 있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우현 또한 멍하니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성규는 우현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나의 잘못된 오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천천히 권태기에서 벗어나면서 내 생각이 났을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천가지, 만가지였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바로 그렇게 물어볼 수는 없었다.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바라보다 보면, 언젠가는 우현이 바라보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그 기도는 이루어진 듯, 천천히 우현의 고개가 돌아갔다. 빨간 태양 때문인지, 우현의 얼굴에 까만 그림자가 져 있었다. 성규는 우현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사락- 거리는 모래소리가 들렸다. 아니, 어쩌면 성규가 생각한 소리일런지도 몰랐다. 주변은 그만큼이나 시끄러웠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성규는 지금 둘 만의 공간에 갇힌 듯, 그 무엇도 들리지 않고, 보이지 않았다. 성규는 천천히 한 발짝 앞서 바로 옆에 서 있는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은 멍하니 성규를 바라보다 씨익- 웃어주고는 다시 해를 바라보았다. 천천히 눈을 감는 모습이 예뻐보였다. 성규는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비는 우현을 바라보다 웃음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언제부터 그렇게 소원을 빌었다고……. 성규는 천천히 내려오는 우현의 손을 보았다. 그리고, 그 손에게 자신의 손을 뻗었다. 주머니 속에 있던 자신과는 달리, 시리도록 꽁꽁 언 손이었다. 성규는 그 손을 잡아 자신의 주머니로 이끌었다. 멍하니 놀란 눈으로 성규를 바라보던 우현이 천천히 눈꼬리를 접었다.
"성규야-."
"……왜."
"……고마워, 그리고 나도 사랑해-."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아잌, 오랜만이지요?
사실, 어제 올렸어야 하는데, 방송녹음을 새로 하고, 이것저것 일이 겹치는 바람에 별 수 없었네요.
으으, 오늘도 콘티문제로 영상관까지 가서 편집 논의 회의도 하고ㅋㅋ.. 아아 힘들어여 ㅠ
사실, 오늘도 12시 30분 차 타고 집에 와야되는데 오늘 12시까지 넘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이렇게 왔어요.
어휴, 엉엉 근데 엄마 일도와드리니까 벌써 넘었네요. 바로 위엣줄 까지는 11시 30분이었는데 분명
아, 진짜 나 미쳤나봐요, 어떡해요 ㅠㅠ 죄송해서.
흐흐으으응 ㅠㅠ 어쨌든 그대들 그럼 사담으로 찾아뵐게요,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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