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비타님, 리로님 감사합니다.
김성규는 여우가 아니다 15
W. 여우
성열이 명수의 품에 안기었다. 콧대를 지나 떨어지는 선이 예뻤다. 명수는 팔을 내주었고, 성열은 놓칠세라 명수의 품으로 더 깊숙히 파고들었다. 명수야-. 얄팍한 목소리가 명수를 부르자, 명수는 낮은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어, 왜-. 여간해서는 들을 수 없는 진중한 음성이었다. 성열은 명수의 눈을 피하며 자꾸만 속으로- 속으로 파고들었다. 명수는 아무 말없이 성열을 안아주었다. 맨살에 닿는 서로의 느낌이 친숙했지만, 어려웠다. 이전 같지는 않은 몸부림이었다. 명수는 성열의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불 사이를 열고 나오는 성열의 눈가에는 눈물이 어려있었다. 명수는 성열을 보며 눈을 감고 말았다.
"……명수야."
"……."
"……우리가 잘못한 거야?"
"……미안."
한참의 정적이 흘렀다. 성열은 고개를 숙여 다시 명수의 가슴팍으로 파고들어갔다.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공인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겠지. 명수는 끔찍하게도 후회하고 있었다. 성열에게 잊지 못할 날이 되어주기를 바랬지만, 그 날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명수와 성열을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게다가 커다란 명수보다도 그 뒤에 가려진 성열을. 미칠듯한 연기력이라며 칭송하던 이들은 더 이상 성열을 옹호하지 않았다. 그저 스폰서에게 몸을 대주며 주연자리를 꿰차고, 운이 좋아 상까지 타낸 더러운 인간이라 떠들어댔다. 명수의 가슴이 젖어들어갔다. 촉촉하다가 축축하다가. 이내 더 이상 젖을 공간이 없어 흘러내릴 때까지-. 명수는 모른 척, 눈을 감았다. 집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는 성열을 위해, 자신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고민했다. 그리고 그 날이 지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사실에 낙담했다.
* * * * *
명수는 인상을 찌푸렸다. 느즈막히 잠이 들었는데도, 자연스레 눈이 떠져버렸다. 늦은 겨울, 해가 떠오를 무렵이라면 아마 7시쯤 되었으려나. 명수는 자신에게 안겨있을 성열을 보기 위해 이불을 들어올렸다.하지만, 자신 속에는 성열이 누워있지 않았다. 소름이 오싹- 돋는 기분이었다. 명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정신을 차렸다. 자리에서 일어나보니, 침대 어디에도 성열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명수는 침대 밑으로 발을 내렸다. 시린 마루자락이 명수의 발을 얼게 했다. 타박타박-. 명수는 달칵 열리는 문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거실로 나갔다. 하얀 화면을 잡고서 울고 있는 성열이 보였다. 인터넷……, 인터넷……. 명수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명수는 성열의 앞으로 걸어갔다. 밤새도록 잠도 못자고 이딴 쓰레기들에게 시달렸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성열……."
"……, 어- 일어났어?"
"그냥 화를 내, 멍청아-. 나를…… 나를 때리던가."
"……하하, 그런 거 아니야.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얼른 자……."
"너는……, 너는 어떻게……."
명수는 결국 성열의 옆자리에 자리잡았다. 마우스를 뺏어든 명수는 다가와 성열이 읽고 있던 기사를 주욱- 내려버렸다. 스크롤 끝에는 듣도보도 못한 욕들이 들어와있었다. 더럽다느니, 연예계의 현실이라느니……. 성열은 차마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명수의 입술 사이로 한 숨이 흘러나왔다. 내가 이 대한민국에서 무슨 영광을 누리자고, 너를 여기까지 끌고 왔을까-. 저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우리가 사랑한다는 걸……. 명수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미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성열과 자신의 관계로 뒤덮여있었고, 연관검색어에는 동우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었다. 명수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명수는 그래도 하나 믿을 게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팬카페에 들어갔다. 많이 줄어있는 숫자가 가슴을 찔렀다. 하지만 그에도 개의치않고 게시판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응원란에 마우스를 클릭했다. 수없이 달린 글들, 그리고 위로들. 심지어는 같은 성향을 가진 남자들의 감사를 표하는 이야기들. 그 중 단연 눈에 띤 것은 공지사항 표시가 되어있는 게시판지기의 글이었다.
"……김명수 팬이네, 한 번 읽어보자."
"어? 아, 어……."
명수는 성열의 보챔에 글을 클릭했다. 카페의 운영자라며 글을 알리는 의도가 나열되어있었다. 명수는 도움을 줄 만한 내용이 아니라며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실망입니다-. 라고 적혀있는 글이 명수의 시야에 들어왔다. 명수는 성열이 볼세라 더 빠르게 글을 내리려 했지만, 이미 성열은 본 듯, 명수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천천히, 읽어보자는 의미었다. 이런 걸 뭐하러 봐……. 명수의 툴툴거림에도 성열은 고개를 저었다. 너 팬이라잖아……. 명수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좋을까, 너를- 내가…….
"이성열, 정말 읽어?"
"응, 나 안 볼래- 너가 읽어줘……. 하나도 빼놓지 말고."
"휴……."
[15년동안 카페를 운영하고, 팬미팅에도 따라다닌 원조 골수팬이라면 그렇겠지요. 우선, 참 오래됐네요- 그 시간이. 그런데 어제 저는 참 오빠한테 실망했어요. 원래 그런 사람이었나 할 정도로 바보 같았죠. 성열씨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짧게 쓰겠습니다. 명수 오빠, 빨리 뭐라도 해보세요. ……(생략)……. 성열씨 이제 막 모델에서 연예계로 발 돌린 사람이잖아요. 정말 사랑한다는 게 뭔지, 오빠의 사랑도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줘요. 저는 기다릴게요.]
"……흐으읍-, 흐……."
성열이 뚝뚝 눈물을 흘렸다. 다른 누군가가 이 글을 보았다면 오글거린다거나 창피하다고 생각할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세상에 남겨진 둘에게 있어 이리도 따스한 글들은 큰 힘이 되어 줄 수 있었다. 명수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다는 것을 아주 조금 잊고 있었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성열또한 사랑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명수는 울고 있는 성열을 꼭 안아주었다. 기자회견……, 할게……. 명수의 말에 성열이 더 크게 소리내어 울었다. 엉엉- 우는 소리가 텅 빈 거실을 맴돌았고, 성열은 그저 천천히- 명수의 허리를 부여잡을 뿐이었다.
* * * * *
2012년 12월 26일 저녁 7시-. 명수의 급작스런 기자회견 발표였다. 커밍아웃을 한 것이 바로 스물 넉 시간 전이었다. 명수는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 들어왔다. 들어오는 순간부터 눈을 뜰 수 없는 플래시들이 연달아 터졌다. 기자들은 긴장한 듯 조용했고, 하나라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노트북을 켜 놓고 있었다. 카메라들은 자리싸움이라도 하듯, 명수를 찍기 위해 빛을 보내고 있었다. 명수는 무대 중앙으로 가 꾸벅 인사를 하고는 자리에 착석하였다.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니, 절대 마주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하이에나들이 두루두루 앉아있었다. 시체까지 먹어치우는 하이에나들, 꼭 하이에나가 하이에나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명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관계자가 가져다 놓은 마이크가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켜졌다. 명수는 마른 침을 한 번 삼키고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이내 입이 트였다.
"안녕하세요, 김명수입니다. 우선 국민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장내가 침묵으로 이어졌다. 인사와 사과, 단 두 줄이었지만 기자들은 미칠 듯이 플래시를 터뜨렸고, 이젠 명수의 시야가 하얗게 흐려질 정도였다. 타닥타닥-, 펑- 펑. 명수가 입을 다물자 온통 사진찍는 소리와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뿐이었다. 명수는 잠시 생각했다. 이 원고 그대로 사과만 하고 나올 것인가, 아니면…… 진심을 다해 설명할 것인가. 그 순간,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성열이 생각났다. 잔뜩 긴장한 채로 실시간 뉴스가 뜨기만을 기다릴 이성열이-. 그런 이성열이 생각났다. 김명수……, 너 뭐하냐. 명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나의 퍼포먼스였을 뿐이라고 적혀있는……, 종이가 구겨졌다. 명수는 이내 정장 안쪽에 들어있는 주머니에서 접혀져있는 종이 두 어장을 꺼내었다. 하루종일 써 온, 종이었다. 다시 한 번 마른 침이 명수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하고 있는 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까르륵- 대며 웃는 것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어김없이 저에게 달려와 살려달라고 폭- 안겼습니다. 아마, 또 가위바위보에서 진 탓에, 같은 팀 아이들이 자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겠지요. 그때부터 그 학생이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그 해 겨울. 1998년 12월 25일, 그 학생에게 고백했습니다. 고민하던 그 학생은 저를 받아주었습니다."
"……."
"……. 저는 제 사랑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여성이 되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여성을 혐오하지도 않습니다. 예쁜 여성을 보면, 예쁘다-, 아름답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성입니다. 여러분들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같은 남자라는 것. 그 이외에는 없습니다. 저는 웃기를 좋아하던 학생을 사랑했고, 그 학생은 이성열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성열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건 죄가 아니지 않나요. 여러분들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모든 이들이 여러분들의 연인을 조롱하고 비웃고, 가슴아프게 한다면-. 여러분들의 가슴은 어떨 것 같나요."
"……."
"…… 제 해명과 기자회견은 끝났습니다. 저는 지금 당장 집에서 하염없이 울고 있을 저의 아름다운 학생에게 달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수가 기자회견장을 뛰쳐나가버렸다. 기자들은 계속해서 사진을 찍고, 자판을 두드렸다. 명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아마, 오늘 안으로 기획사쪽에서 계약 파기가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될 대로 되라지……. 하지만 이미 마음을 굳힌 명수였다. 더 이상 성열을 아프게 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한 상황이었다. 연예계에 더 이상 발을 들일 수 없을지라도-, 겁나지 않았다. 성열과 멀리멀리 떠나리라 생각했다. 무거우리라 생각했던 발이 날개를 단 듯 빠르게 허공으로 흩어졌다. 항상 그랬다. 이성열에게 가는 발걸음은 빨랐고,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 * * * *
명수가 급하게 차를 몰았다. 익숙한 벨소리가 울려왔다. 아마 또 회사겠지……. 명수는 액정을 확인하고 배터리를 전원을 끄려는 찰나, 시선 속으로 성규의 이름이 들어왔다. 뭐야……, 김성규 진짜……. 명수는 귀에 꽂힌 블루투스를 매만졌다. 딸칵-이는 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아들었다. 흥분한 듯한 음성이 명수의 고막을 괴롭혔다. 으으……. 명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김성규 목청 진짜……. 성규는 흥분을 넘어서 도가니탕에 푹- 고여진 것 같았다. 명수는 여보세요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다다다다- 쏟아지는 성규의 말을 들어야만했다. 뭐야……, 너. 명수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곧- 갓길에 차를 정차해야만했다.
- 김명수, 내 말 듣고 있어?
"……."
- 김명수, 듣고 있는 거 맞아?
"……아, 어. 계속 말해봐"
- 지금 인터넷 난리도 아니야. 기자들이 이렇게 예쁜 짓 하는 거 처음봤다. 진짜로-. 내가 지금 하나만 읽어볼게. 대한민국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지난 7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김명수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김명수는 커밍아웃을 하며 동성애에 대한 진중한 발언을 덧입혔다. 종교단체를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도 그를 옹호하고 있다. 김명수는 올해 대한민국을 바꾼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아닐까…….
"……믿어도 돼는 기사냐?"
- 지금 전부 다, 이런 식으로 도배 되어있어!
명수의 자동차 기어가 뜨륵-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D로 바뀌었다. Driving-. 명수는 성규의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자신의 차처럼 부드럽게 성열에게로 향했다. 빠르게-, 그리고 행복하게-. 아까 말했듯이-. 성열에게로 가는 길은 빠르고, 행복하고. 아름다우니까.
* * * * *
*여우 사담*
안녕하세요, 여우입니다.
하잌, 그대들 안녕하세요 제가 오늘 10분정도 늦었는데요
아버지 생신이셔서 ☆★한우머금☆★ 잇힝,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간머금
하하하하하하, 소를 오늘 잡은 건지 싱싱하더군요, 하하하 녹아요 녹아 살살
천엽 쥑임 ㅠㅠ 엉엉, 진짜 울뻔햇어여 너무 맛잇어서
근데 한우는 제 체질이 아니므니다.. 고기체질이 아니에여 .. 배아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채식이 중요함..☆★ 그러니 여러분도 채식을 하시떼.. 는 무슨 소리징
어쨋뜬, 아잌 노트북으로 썼더니, 대화가 너무 길게 나오네요 ㅠㅠ
화면이 작아서 줄글을 많이 쓴 것 처럼 나옴.. 마성임 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집 컴으로 보니 왜 이리 작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이 부끄러워라
하하하하핳, 아 ㅠㅠ 독실한 불교신자의 딸이었으나, 얼마전 저 혼자 개종햇으므로
저는 성당에 가야하므니다, 하하하하- 그대들 그럼 뾰료롱.. 16화 써놧는데 깔끔히 날아갔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음화는 현성입니닼ㅋㅋㅋ 아 이제 5화남았음.. 근데 오늘 내일은 2화씩 올릴지도 모름.
그럼 월요일날 완성.. 흡, 그럼 열봄과 함께 텍파하겟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눙물나네여
그럼 그대들 안녕!
+) 아 맞다, 혜댜님께 글 남겨요
자꾸 사담먼저 보지말고 글 부터 읽어요, 혜댜씨^^.
지금도 움찔 하셨다면 그대는 나의 프렌드
ㅋㅋㅋㅋㅋㅋㅋ비밀 얘기할 거 잇으니 어서 카톡 읽어쥬시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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