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정택운차학연] 익인3은 보아라.
:학원물
펜을 들고 지겨웠는지 하품을 뱉고 고개를 창문으로 돌린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반갑다며 손을 흔든다. 마른 풀잎들이 바람에 실려 어딘 가로 날았다. 히터 옆 시계 아래 자리. 따듯하고, 기댈 수 있다는 만족감에 눈이 감길 때 칠판을 가득 채운 필기가 보여 결국 놓치려는 펜들 고쳐 잡고 자세를 바르게 고쳐 앉았다. 이과의 수학 시간은 살아있는 눈동자가 많지 않다. 앞의 두 줄이 전부. 그 사이에 홀로 꿋꿋하게 필기를 쓰는 자신의 모습이 나름 뿌듯하다 생각했는지 허리를 더 바르게 편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정확하게 울리는 종소리에 선생님은 교탁을 정리하고 아이들은 좀비마냥 일어났다. 담요와 목도리를 얼굴에 푹 눌러서 잔 것인지 일어나는 아이들 족족 볼에 붉은 자국을 뭍히며 일어났다. 택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이리저리 돌려 맞은 편 문과 반으로 들어갔다. 시간표를 보고 아이들을 보니 엎드려 있는 것에 택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밥 먹고 나서의 수학은 이과나 문과나 힘들구나.
“학연아, 일어나.”
보라색 목도리에 파뭍혀 나오지 않는 학연의 얼굴은 택운의 흔드는 어깨에만 반응을 했다. 필기를 하다 잠이 든 것인지 검은 볼펜이 아슬아슬하게 손가락 사이 껴 있었다. 택운은 짙은 갈색의 머리를 쓰다듬고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에서 가장 인기가 많고 제일 많이 팔리는 바나나 우유가 있을까 생각했다. 그래도 하나는 있지 않을까. 택운은 계단을 총총 내려와 매점으로 들어갔다. 매점 안 온기가 어째 교실보다 더 따듯했다. 코를 훌쩍거리며 딱 하나 남은 바나나 우유를 집어 천원짜리 지폐를 내고 노란 빨대를 집어 매점 아저씨에게 인사를 꾸벅한다.
“매일 사가네.”
“네.”
얼굴을 알아 보는 건지, 아니면 한 번 찔러보는 건지 아저씨는 능글맞게 허허 웃으며 턱을 괴며 작은 TV에 시선을 옮겼다. 택운은 한 손에 들린 바나나 우유와 빨대를 들고 나왔다. 훅 끼치는 바람에 코를 다시 훌쩍이고 교실로 들어갔다. 아직도 깨지 않는 차학연의 모습에 바나나 우유 끝으로 톡톡 쳐보니 끄응 하는 소리와 함께 간신히 일어났다.
“운아, 왔어?”
얼굴 가득 자국이 난 모습이 어린 애 같아 택운은 입꼬리만 쓱 올렸다. 대놓고 웃으면 왜 웃냐며 장난스럽게 주먹을 휘두를테니. 책상 끄트머리에 바나나 우유를 올리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먹으라는 단촐한 말을 밷으니 학연의 표정이 이내 밝아진다. 우와아 운아 사온거야? 추운데, 고마워. 바나나 우유를 두 손으로 들으며 흔드는 모습에 택운은 자꾸만 학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맛있다.”
“이따가 또 올께.”
다음 교시엔 자신이 갈 꺼라며 다리를 구르는 학연이 이내 방긋방긋 웃는다. 추위를 잘 타 밖에 나가지 않는 택운이 그래도 자신에게 뭔가 주겠다며 나갔다 온 것이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자신을 보러 온 것과, 추운 날씨에 잠깨라는 의미로 매점까지 다녀 온 택운이 고마워 석식 먹고 나서 자신이 간식을 사줘야겠다 생각하며 학연은 지갑에 얼마가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어러운 건 없었어?”
택운의 물음에 바로 검지를 척 들며 문제를 가르키는 학연이 모르겠다며 아가 들고 있던 검은 볼펜으로 문제를 톡톡 내려친다. 그 볼펜을 택운이 잡아, 식을 알려주며 힌트를 조그맣게 써주니 학연이 그제서야 알겠다며 이번엔 샤프로 식들을 술술 써내려 간다. 이거 맞지? 응, 그거야. 잘하네. 네가 알려준거라서. 말도 참 예쁘게 한다. 택운은 바나나 우유를 쭉쭉 먹는 학연을 보며 웃었다.
“정택운 종쳤다.”
언제 들어온 건지 다음 교시의 문학 선생님이 교탁 앞에서 교편으로 택운을 콕 찝었다. 택운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자신의 교실로 나갔고, 그 사이에 눈을 맞추며 손을 흔드는 학연에게 자신도 작게 손들 흔들었다. 이과 일등과 문과 일등 끼리끼리 논다며 선생님은 허허 웃었고, 학연도 헤헤 웃었다. 또 택운이 보고싶다. 학연은 다행히 재미있는 문학시간이라며 바나나 우유의 끝을 후룩 마셨다.
짧아서 미안해....나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