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손목을 잡아채던 세훈이 웃으며 손을 내민다.
내밀어진 손을 잡고 같이 건물로 들어서는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가 발을 붙잡는다.
뒤를 돌아보니 인상을 찡그린 찬열이 빠르게 다가온다.
"너 뭐하는거야 지금"
[EXO/징어] 상속자들 11
"찬열아 이것 좀 놓고 가, 아파"
무작정 나를 끌고가는 찬열이가 낯설기만 하다. 잡힌 손목이 너무 아파 놓아달라는데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학교를 벗어나 큰길가에 위치한 카페에 들어가 자리에 앉더니 그제서야 팔을 놓아준다. 벌겋게 물들어버린 손자국을 매만지는데 찬열이 입을 연다.
"너 내가 그냥 병신 같지?"
"무..무슨!"
"앞으로 오세훈이랑 붙어다니지마"
"왜...?"
"그냥 붙어다니지말라면 붙어다니지마!"
인상을 잔뜩 구기곤 화를 내는 찬열의 모습에 기가 질려버렸다. 어렸을 적부터 질리게 봐온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내가 아는 박찬열 아닌 거 같애, 너 지금 무서워.."
"니가 이렇게 만들었잖아!"
테이블을 내려치는 찬열의 주먹에 놀라 결국 울음이 터졌다. 눈을 꼭 감고 두 손으로 귀를 감싸 잔뜩 웅크리며 울어대자
그제서야 돌아온 찬열이 다가와 품에 감싸 안는다. 미안하다며 연신 등을 토닥이는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ㅈ..집에 갈래.."
완전히 잠겨버린 목소리를 애써 가다듬으며 말을 꺼냈다. 내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찬열이 데려다주겠다며 어깨를 감싸온다.
찬열의 손길에 놀라 흠칫 떨며 눈치를 보자 씁쓸하게 웃더니 손을 거둔다.
"미안해 찬열아.."
-
그렇게 찬열이와 헤어진 후 꼬박 3일을 넘게 앓았다. 반복되는 악몽에 진정제를 맞고 나서야 겨우 잠에 들었다.
약에 취해 겨우 눈을 뜰때면 언니는 울며 손을 꼭 잡아왔다. 눈을 감고 꿈을 꿀때면 어김없이 아버지가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평소와 다른 개운함에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자 문을 열고 들어오던 언니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온다.
"우리 별이 몸은 어때?"
"괜찮아 이제.. 학교는.."
"학교는 걱정하지말고, 이번주는 그냥 푹 쉬자"
죽을 데워오겠다며 언니가 방을 나서고 찝찝한 몸을 씻으려 욕실로 가려는데 지잉-하고 핸드폰이 울린다.
"여보세요오"
[나야 세훈이, 몸은 좀 어때]
"괜찮아.."
[그래 다행이네, 학교는?]
"이번주는 쉬기로 했어..별 일 없지?"
[얼른 와, 아침 같이 먹을 사람 없어서 배고프다]
푸흐- 하고 웃음을 터뜨리자, 웃는거 보니 다 나은거 맞나보네 하며 답해오는 세훈이 참 정겹다.
통화를 끝내고 부재중 통화 내역을 살펴보니 수정이와 백현이, 세훈이 뿐이다. 정작 기대했던 찬열의 이름은 보이질 않는다.
-
일주일만에 등교한 학교는 다를게 없었다. 조금 변한게 있다면 찬열이가 머리를 짧게 잘랐다는 것, 그리고 우리 둘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는 것.
평소 같았으면 장난을 치거나, 수업시간엔 서로의 교과서에 낙서를 하며 투닥 거리곤 했는데. 아침에 잠시 마주친 찬열이는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있기만 했다.
사실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폭력적인 아버지 탓에 늘 남자를 경계하고 무서워했던 나였기에 늘 배려하고 또 배려하던 찬열이 그렇게 불 같이 화를 냈을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텐데 무작정 그런 찬열을 아버지 보듯 겁에 질려 보았으니.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지 온종일 고민했지만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교양수업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와 가방을 챙겨 저만치 먼저 걸어가는 찬열이 뒤를 따라 나가려는데 세훈이 붙잡는다.
"왜?"
"어디가-"
"아..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내일 봐!"
"저..!"
세훈이에게 인사를 건내고 급하게 찬열이 뒤를 쫓아갔다. 팔을 덥썩 잡자 놀란 찬열이 뒤를 돌아본다.
"찬열이 오빠- 아이스초코 먹으러 가요!"
-
달달한 아이스초코가 두잔 나오고, 여전히 둘 사이엔 침묵만 흐른다. 괜히 민망한 기분에 빨대로 쪽쪽 빨아 먹으며 찬열의 눈치만 보는데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다.
"저기..찬열아"
어색함에 눈만 굴리다 겨우 목소릴 짜내어 찬열아 하고 불렀다. 창밖을 보던 찬열이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춰오자 입을 열었다.
"그날은 미안해, 순간 바보 같이 겁을 먹어서.."
"아니- 내가 더 미안해, 뻔히 소리지르고 화내는거 무서워하는데 알면서도 너 배려 안한 내 잘못이야"
그래도 내가 더 미안해- 하며 울먹이자, 아이고 오빠라면서 데이트 신청 할 땐 언제고 왜 울어 하며 토닥여 온다.
-
카페에서 한참을 웃으며 얘기를 나누다 저녁 식사시간을 훌쩍 넘겨 근처 분식집에 들렸다.
라볶이에 치즈를 넣느냐 안넣느냐로 투닥 거리다 둘다 웃음이 터져 끅끅 거렸다.
"아 진짜- 박찬열 여고생 같이 왜 그래!"
"아 너는 여고생이 치즈맛을 모르냐!?"
"치즈 싫어어!"
"그러니까 니가 키가 땅꼬마인거야!"
우리 둘을 구경하던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가 고등학생 커플이 참 귀엽네- 하신다.
예? 하고 되묻는데, 찬열이 넉살 좋게 웃으며 그쵸? 저희 너무 잘 어울리죠? 하며 장난을 친다.
밉지 않게 찬열을 흘겨보자 왜왜 우리 애기 하며 놀려댄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분식집을 나오는데 뭔가 차가운게 볼에 떨어진다.
"어! 눈이다! 찬열아 눈 와!"
"어 그러네? 첫눈인가"
손바닥에 내려앉는 눈들을 보고 있는데 옆에서 찰칵 하고 소리가 난다.
"찬열이 너 또 이상한 사진 찍었지!"
*찬열
병신 머저리 새끼, 결국 울려버렸다.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떠는 모습을 보고 그제서야 아차 싶었다.
보기에도 위태로운 모습으로 집에 가겠다며 차에 올라타는 00의 모습에 연거푸 마른세수만 했다.
갑갑하게 죄여오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치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다음 날, 수업이 끝날 때 까지도 보이지 않는 00의 모습에 죄책감은 더 커졌다. 예전에도 늘 아버지에게 맞고 올때면
몇날 몇일을 겁에 질려 있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 쯤 데리러 갈때면 굳이 지름길을 알면서도 먼 길을 돌고 돌아 아버지가 주무실 때 집에 들어가곤 했다.
골프 수업 준비 때문에 탈의실에 들어와 교복 셔츠를 벗는데 옆에 서 옷을 갈아입던 오세훈이 잔뜩 빈정댔다.
"뭘 어쨌길래 애가 학교를 안와 이 양아치 새끼야"
무시하곤 옷을 갈아입는데 내 어깨를 잡아 돌려세운다.
"대답해, 너 00이 때렸냐"
"뭘 때려. 보기도 아까운 내 여자친구를 미쳤다고 때리냐"
여자친구라는 말에 뻥찐 오세훈이 이내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다시 말해봐 뭐? 하며 인상을 구긴다.
궁굼하면 00이 한테 물어보든가- 하곤 어깨에 올린 손을 쳐내자 낮게 으르렁 댄다.
몇번이고 연락해볼까 했지만 내 목소릴 다시 들으면 또 그 때의 악몽이 떠오를까 쉽사리 연락도 해보지 못했다.
방방 뛰어대며 00의 소식을 알려대는 정수정 덕분에 듣는게 겨우 다였다.
오랜만에 본 00이는 많이 야위어 있었다.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나와 눈을 마주치니 어색하게 피해버렸다.
하루종일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고민하는데 시간이 지나버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교양수업을 가는 00이를 붙잡으려 했지만
밝게 웃고있어 차마 그러지 못했다. 무거운 마음으로 하교 하는데, 뒤에서 달려온 00이 꼭 미안한 일이 있을 때면 하던 애교를 부려댔다.
"찬열이 오빠- 아이스초코 먹으러 가요!"
올라가는 입꼬리를 애써 잠재우곤 나란히 걸어 카페로 향했다. 주문한 아이스초코가 나오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있는데 00이 먼저 선수를 친다. 사과 할 사람은 난데 되려 자신이 미안하단다. 저 바보- 착해빠져가지고,
내가 더 미안하다며 사과하자 아니야 내가 더 미안해 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내가 종대 얘기를 해주자 재밌다고 꺄르르 넘어간다. 한참을 웃고 떠들다 출출해져 근처 분식집으로 향했다.
00일 골려 주려고 일부러 치즈사리를 넣자고 하니 반응이 바로 온다. 싫어! 하며 단호하게 거절하는 00이에게 아 그럼 나도 치즈 없으면 싫어! 하자
힝, 진짜 싫은데 하며 낑낑댄다. 똑같이 따라하며 힝, 나는 치즈 먹구 싶은데 하자 결국 웃음을 터뜨린다.
보통 라볶이를 주문하고 웃어대는데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가 귀여운 커플이라며 말을 걸어온다.
당황한 00이 고개를 가로젖는데 냉큼 맞다고 하자 예쁘게 나를 흘겨본다.
깨끗하게 그릇을 다 비우고 가게를 나서는데 하늘에서 눈이 떨어진다. 첫눈인가, 좋아하며 방방 뛰는 00의 모습이 예뻐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또 못생긴 모습을 찍었다며 방방 뛰어대지만, 전혀- 내 눈엔 어떤 모습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데리러온 비서의 차를 타고 가는 00일 배웅하고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쪽, 예쁜 내 000.
롱이 텐더 철컹철컹 이수만 늑대와민용 알사우칩 'ㅅ' 팥빙수 버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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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는 진짜 애교가 막 많은 성격이 아닌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