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X] 전지적 차학연 시점 7년 후 빅스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6/0/0/600de87209dafcd2eb5ebcd36bdc4e3d.jpg)
"7년이라는 시간동안 변함없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빅스라는 이름은.. 세상에서 사라지지만, 누구보다 저희를 사랑해주셨던 팬분들의 사랑은 결코 잊지않겠습니다." 잘 해냈다. 울지 않았다.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잘 끝냈다. "잘했어." 기자회견장에서 내려와 대기실로 들어가자마자 택운이가 내 등을 토닥였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제서야 눈물이 난다. 이제 끝이 났구나. 데뷔를 했다. 행복했지만 1위가 하고 싶어졌다. 1위를 했다. 더 높은 상을 받고싶었다. 대상을 받았다. 이제 1위를 받아도 전처럼 눈물이 나지 않았다. 데뷔 7년, 빅스는 최정상에 서있었다. 최정상에 오르면서 내가 지킬 수 있는 사생활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나를 잃었고, 두번째는 가족을 잃었다. 잃는게 당연시 여겨질 때쯤 나를 비롯한 멤버들은 서로에게 무심해지기 시작했다. 숙소는 정적만이 흘렀다. 작은 방에서 옹기종기 지내던 데뷔 초 대신, 우리는 각자 한 방을 쓸 수 있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갔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바운더리 안에서만 움직였다. 그건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한 집에 살면서도 서로를 터치하지 않았다. 서로의 일에 관여한다면 싸울 것이란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래서 그냥 말을 아끼는 것으로 암묵적인 합의를 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방송에서 우리는 누구보다 친한 그룹이어야 했다. 대중이 원했고 팬들이 원했으니 우리는 빨간 불이 켜지면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웃었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였고, 서로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불이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의 할 일을 했다. 이미 몇몇 팬들은 눈치를 챈 것 같다. "오빠들 변한 모습 보는거 이젠 못 보겠어요." 데뷔 초 부터 함께 하던 팬이 딱 한 마디를 하고 떠났을 때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어차피 팬들은 많았다. 초창기 팬이 없어지면 새로운 팬이 생겨났으니까. 이제 빅스가 더 이상 1위 수상소감으로 팬들을 언급하지 않게 되었을 때 소속사와의 계약이 끝났다. 오랜만에 다 같이 한 자리에 모인 멤버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듯 안부를 물었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잔류하거나 나가거나. 3 그리고 3. 잔류하겠다고 한 사람은 나와 택운이 그리고 홍빈이. 나가겠다고 한 사람은 재환이 원식이, 상혁이가 되었다. 아, 이제 해체를 하는구나. 딱히 슬프거나 아쉽다는게 아닌 딱 그만큼. 많이 버텼네. 질질 끄는 성격이 아닌 회사는 공식 기자회견을 바로 그 다음주로 잡았다. "그럼 학연이가 기자회견 혼자 올라가는 걸로 하고 숙소는 이번주 내로 마무리하자. 7년동안 고생했고 짐 싸기 전에 밥 한 번 먹자." 대표님은 재환이, 원식이, 상혁이의 등을 두드리며 방을 나가셨고 회의실에는 우리만 남게 되었다. "형, 같이 올라가도 되는데 왜 혼자 하려고 해요." 상혁이는 아무래도 기자회견에 혼자 올라가는 내가 마땅치 않은 듯 했다. "그냥. 어차피 올라가서 한마디만 하면 되는건데. 괜히 너네까지 다 오면 복잡하기만 하지." 사실은 멤버들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왔을 때 받을 질타들이 싫었다. 회사를 배신하느니 어쩌느니 하는 질문은 아예 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그냥 그게 7년동안 함께 한 멤버들에 대한 최대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 회사를 나가서 재환이는 솔로를 준비한다고 했다. 몇몇 회사와 진작부터 컨텍하고 있다는 건 알았기때문에 그냥 잘 되었으면 하고 응원했다. 원식이는 작곡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고 했다. 좀 더 체계적으로. 그래서 곡 나오면 나도 하나 달라는 실 없는 농담을 했다. 상혁이는 유학을 간다고 했다. 팀 내에서 가장 어린만큼 자신을 잃고, 부모님을 잃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하는 정상 자리를 누구보다 부담스러워 했다는 걸 알기에 잘 생각했다면서 응원을 해줬다. 홍빈이는 본격적으로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벌써부터 스크린 조연 자리와 드라마의 주연 자리 대본들이 들어온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택운이는 군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오랜만에 한 자리에서 이것저것 얘기를 했지만 금새 말이 끊겼다. 그만가자고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제 우리는 30분 조차도 할 말이 없어진 건가 싶어서 조금 서러웠다. 숙소의 짐을 빼서 부모님 집으로 옮겨놓았다. 마지막으로 여태껏 받은 편지를 차에 옮겼고 그게 우리 숙소의 마지막 짐이 되었다. 늦게까지 짐 정리를 한 상혁이와 나중에 밥 한끼 먹자는 지켜지지 않을 약속을 하고 차에 올라탔다. 2년 전, 한강이 한 눈에 보이는 좋은 전망의 집을 사서 부모님을 이사시켜드렸다. 내 방에는 오늘 보낸 짐이 잔뜩 있었다. 7년을 숙소에서 살았는데 정작 내 방에 있는 물건은 편지들과 옷들 뿐이었다. 편지는 언젠가부터 뜯기지도 않은채 집으로 보내졌고 엄마는 그 편지를 내 방에 차곡차곡 모아두셨다. 그리고, 기자회견 당일 아침. 나는 오랜만에 샵을 가서 머리를 했고 옷을 입었다. 검은색 수트, 검은 구두. 29살의 나이는 나를 조금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대기실에서 대표님은 내게 최대한 담담히 얘기할 것을 부탁했다. 쉬운 일이다. 방송에서 늘 하는 표정관리정도는 이제 쉬웠다. 기자회견이 끝났다. 택운이는 아무래도 내가 걱정이었는지 매니저도 없이 찾아왔다. 그런 택운이에게 뭐라하지 않고 그냥 품에 안겨 어린애처럼 울었다. 택운이는 끝까지 빅스를 지키고 싶어했다. 동생들에겐 부담이 될 까 말을 안했지만 내게는 가끔 와서 계속 하고싶다는 말을 은연중에 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못나서 미안해." 눈물을 펑펑 흘리며 택운이에게 사과를 했다. 택운이는 말없이 내 등을 토닥였을 뿐이다. 그렇게 2019년 3월 20일 빅스는 끝이 났다. 내 20살의 절반을 함께한 빅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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