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권순영/최승철] Without Muggle - 300일 이벤트 with 채이
w. 뿌존뿌존
#.1 Rubbish
스큅은 늘 그런식이다. 마법사의 세계따윈 이해하려하지 않으면서, 마법사가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려하지 않으면서, 그냥 그렇게. 그저 그렇게 마법사에게 의존하려고만 해.
넌 스큅이야. 넌 마법사가 될 수 없어, 넌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알잖아, 넌 스큅인거. 머글출신의 마법사 보다 훨씬 쓰레기 같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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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시오!"
벨라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려댔다. 엄청난 섬광이 문틈을 뚫고 나와 눈을 찌르고, 고통에 피폭된 여자의 목소리가 온몸을 파고들며 헤엄친다. 그만, 그만할 수 없어? 짜증을 가득담아 벨라에게 묻자, 문 안쪽에서 낄낄거리며 웃는 벨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새끼, 즐거워 하고 있어.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걸 즐거워 하고 있어.
"왜, 스큅 괴롭히는게 지겨워졌어?"
그런게 아니라- 지팡이 뒷쪽으로 머리를 긁으며 뒤를 돌자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몰아쉬는 세봉이 눈에 띄었다. 제 이야기가 들리는게 두려웠던지 몸을 바들바들 떨어대는 모습이 퍽 안쓰러웠지만 뭐 어쩌겠어, 넌 스큅인걸. 스큅을 죽여야 살 수 있는 날 이해해주길, 우리 부모님이 죽어가게 둘 순 없잖아.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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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시오 서른번이면 죽을 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남았네. 피투성이가 된 세봉이의 옆에 쪼그려앉아 세봉이의 얼굴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더러운 손 치워, 세봉이의 말이 가시가 되어 온 몸을 파고 들었다. 그만해, 아프잖아. 제 손목에 묶인 밧줄을 풀기위해 안간힘을 써대는 세봉이의 손길을 저지했다.
"이건 인카서러스라서 네 손으론 못 풀어, 마법을 써야해"
"어차피 스큅인데 마법같은게 뭔 소용이야"
"피니트. 제발 그만 할 수 없어?"
넌 내 유일한 친구인걸. 볼을 타고 눈물이 흐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손을 들어 닦으려고 하지 않았다. 네가 나보다 더 아픈걸 아는데, 내가 어떡해. 널 괴롭혀야만 내가 살아남는데. 그러니까 참아줘, 조금만, 내게 기회가 올때까지만. 그럼, 내가 널 구해줄게, 그러니 부디 참아줘.
#.2 Owl Me!
승철이 지루한 듯 제 버터맥주 잔을 통통 치며 턱을 괴었다. 딸랑 거리는 소리는 계속 나지만 세봉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들이대는건 무리였나, 승철이 머리를 헝클이며 버터맥주를 들이켰다. 어느새 버터맥주가 반절도 남지 않았다. 딸랑, 하는 경쾌한 종소리가 책상에 이마를 맞댄 승철의 귀를 가볍게 간질였다. 치, 다 필요없어. 분명히 세봉이 아닐텐데. 승철이 한숨을 푹 내쉬곤 몸을 가만히 일으켰다.
"안녕?"
으아아-! 제 앞에서 생글거리는 세봉을 본 승철이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오래 기다렸어요? 미안해요, 눈이 잔뜩 쳐져선 연신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이는 세봉에 승철의 손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아니, 저도 방금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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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부엉이정돈 날릴줄 알았는데, 찾아오진 않아도"
승철이 다 마신 버터맥주잔을 괜히 손으로 괴롭히며 세봉이에게 말했다. 아, 부엉이. 그제서야 자신이 승철을 기다리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세봉이 제 앞에 놓인 버터맥주를 홀짝거렸다. 어떡해야할지 몰라서요, 먼저 연락하는건 또 실례같고. 눈치를 보며 쭈뼛거리는 세봉에 승철이 고개를 들어 세봉이의 눈을 응시했다. 그럼,
"앞으로 부엉이 할거죠?"
승철의 말에 버터맥주를 홀짝이던 세봉이 사레에 들린 듯 큰 기침을 연속해서 내뱉었다. 괜찮아요? 연신 손을 내젓는 세봉이 마음에 걸렸는지, 승철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질리워터 한잔만 더 줘요, 로즈메리타! 승철의 큰 목소리 탓인지 순간 승철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하지만 시선들은 금방 사라졌고 승철은 세봉이의 얼굴을 연신 바라보며 괜찮냐고 물어댔다.
"여기, 질리워터 한 잔"
로즈메리타의 의미심장한 웃음이 섞인 서빙에 승철이 로즈메리타를 살짝 흘겨봤다. 내가 뭘 그렇게 들이댔다고 날 흘기는거야. 승철이 입을 비죽이며 질리워터를 세봉이의 쪽으로 살짝 밀었다. 얼굴이 새빨게진 세봉이 승철이 민 질리워터를 손으로 살짝 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승철은 살짝 미소지었다. 이거 마셔요, 세봉씨. 그리고,
"앞으로 부엉이 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