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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넝 전체글ll조회 721






미완성 오르비스 12






12.





 스멀스멀 여름 냄새가 다가오기 시작한 어느날, 학교는 체육대회로 시끌벅적했다. 물론 삼학년은 빼고. 경수는 소란스러운 창밖을 힐끔 내다보았다. 개인 달리기가 한창이였다. 시끄러운 운동장과는 달리 삼학년 층은 지루한 수업의 정점을 달렸다. 운동장으로부터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교실에 갇힌 삼학년들은 더 비참해졌다.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나가서 놀고싶은 마음을 굴뚝같은데 현실은 엉덩이가 눌러붙어라 수업만 한다. 참다 못해 따지는 애들도 있었다. 쌤, 왜 삼학년만 수업이예요! 선생님들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삼인게 죄잖냐. 정곡을 찔렸다.



 그와중에 가뭄속에 단비같은 소식이 들렸다. 체육대회를 하는 동안 삼학년들은 근처 공원에서 야외 졸업사진을 찍기로 했다. 반애들은 예고없던 소식에 소리를 지르며 환호했다. 반면에 경수는 기뻐하기는 커녕 오히려 걱정이 되었다. 왜냐하면 종인, 그리고 찬열과 함께 사진을 찍어야했기 때문이였다. 아직도 관계가 풀리지 않은 어정쩡한 상태로 셋이서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서서 웃어야 한다니. 참으로 한숨만 나온다.



 " 5반, 지금 공원으로 나가라. "



 차례가 되었다는 선생님의 말에 반애들이 자유를 갈구하는 야생동물처럼 잽싸게 자리를 박차고 교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순식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빠져나가 교실에 남은 사람은 종인, 그리고 경수밖에 없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일단은 쭈뼛쭈뼛 일어나는 경수였다. 의자를 집어넣고 나가려는데 뒤에서 종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 같이 가. "


 

 설마 나한테 하는 말은 아니겠지. 경수는 종인의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경수의 생각이 틀렸다. 종인은 친절하게 이름까지 부르며 경수를 붙잡았다. 



 " 도경수, 같이 가자고. "



  종인의 입에서 경수의 이름이 나왔다.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가 제 이름을 부르고 있다. 깜짝 놀란 경수가 멈칫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종인이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경수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한때 어색해지기 전에 많이 했었던 장난이였다. 마치 그 전으로 돌아간 것 처럼 너무나 자연스런 움직임이였다. 예상치 못한 행동에 경수의 어깨가 로봇마냥 딱딱하게 굳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그것도 종인과 나란히 어깨동무를 한채로. 대체 이 상황은 뭐지?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종인의 표정을 보며 든 생각이였다. 종인은 그동안의 길고 긴 냉전을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있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끌리듯 움직이던 경수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에 종인의 발걸음도 옆에 멈춰섰다. 아무도 없는 복도를 바삐 울리던 발소리가 끊겼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졌다.



 " 갑자기 왜…이래? "

 " 뭐가? "

 " 혹시 화... 풀린거야? "



 경수는 종인의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혹시 또 종인이 화를 낼까봐서, 그게 두려웠다. 제가 또 그의 심기를 자극하는게 아닐지. 자꾸만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걱정과는 달리 종인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고, 눈빛이 날카롭지도 않았다. 어느 때와도 같은 특유의 담담한 말투였다.



 " 화난 적 없어. 그냥 지금까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 뿐야. "

 " 시간? "

 " 나 이제 결심했어. "




 대답하는 목소리가 확신으로 가득 차있었다. 종인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였다. 그렇기에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그때와는 모든 것이 다르다. 



 " 너 좋아할거야. "

 " 뭐? "
 " 그때도 말했잖아. 너 좋아한다고. "



   종인의 말을 듣는 순간 경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아무도 없는 휑한 복도위에 단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미지의 시공간 속에 떠다니는 느낌이였다. 창문이 보이는 뒷배경이나 옆반에서 들려오는 수업소리따윈 들리지 않고 오직 종인의 표정과 목소리만 눈에 들어오고, 귀에 꽂혔다. 좋아한다고……, 좋아한다고?



 " 자,잠깐. 나 찬열이 좋아하는거 다 알잖아. "

 " 그런건 상관없어. 내가 너 박찬열한테서 뻇어올거야. "

 


 뭐..? 경수의 입이 점점 쩍 벌어졌다. 그에반해 아무렇지 않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종인은 계속해서 폭탄발언을 쏟아냈다.



 " 그냥 옆에만 있을게. "

 " ……. "
 


씩 올라간 종인의 입꼬리가 즐거워보였다. 경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하고 멍하니 종인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허, 하고 벌어진 입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지만, 저도 모르는 어느 순간부터 심장이 쿵쾅쿵쾅 빠르게 뛰었다.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머리와 몸을 울렸다. 내가 왜이러지…? 왜이러지?


 그때 종인이 경수의 손목을 잡고 앞으로 잡아끌었다. 묵직하고, 따듯한 손의 감촉이 전해진다. 살짝 웃음기가 담인 종인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다.



 " 가자. "

 


 그 짧은 말을 듣는데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다. 정말로 오랜만에 듣는 종인의 말투였다. 딱딱하지만 한편으로는 최대한으로 부드러운 음성. 예전과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동안 둘을 갈라놓고 있던 벽이 드디어 부숴져 내렸다.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터벅, 터벅. 질질 끌려가는 싸구려 슬리퍼 소리가 유난히도 컸다. 대답하지 않아도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둘은 아무말도 없이 잡은 손을 놓지도, 빼내지도 않고 고요한 복도를 나란히 걸었다.




*



 공원에선 아직도 4반의 사진촬영이 한창이였다. 보다보면 웃음이 나올법한 별의별 독특한 포즈가 나왔다. 특히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사진이니 그만큼 모두들 기억에 남을만한 사진을 찍고싶어하는게 당연했다. 지금의 이 짧은 순간이 몇 장의 사진 속에 추억으로 영원히 남겨지는 것이였으니. 



 종인과 먼저 공원에 도착한 경수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 거렸다. 조금 있으면 사진찍을 차례가 다가오는데 찬열이 보이질 않았다. 찬열은 아까 전 수업중에 선생님 심부름 때문에 먼저 나갔다. 그러니 이미 공원에 먼저 도착했음에 틀림없다.


 둘은 공원 주변을 돌아다니며 찬열을 찾았다. 그러던 도중 나무에 가려 인적이 드문 화장실 뒤편에서 찬열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혼자가 아니였다. 누군가와 같이 있다. 그것도 여자와 단둘이. 먼저 찬열을 발견한 경수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멈칫했다. 미약하게나마 대화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였다. 



 " 할 말이 뭔데? "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 찬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바로 앞에 서있는 같은 학년처럼 보이는 여자애는 수줍은 듯 볼을 밝혔다.



 " 그러니까… 니가 좋아. "

 " 뭐? "

 " 나랑 사귈래…? "



  여자애의 떨리는 목소리는 아주 작았음에도 경수가 서있는 곳까지 들렸다. 그 작은 목소리가 귀에 들림과 동시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금방이라도 온몸을 침식해버릴 듯이 위기감이 발끝을 휘감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때 무언가 등에 부딪혔다. 종인이였다. 언제부터 서있던걸까.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정도로 조용히 있던 종인이 경수의 뒷목에 손을 올려 쓸었다. 시선은 찬열과 그 여자를 향한채 입을 열었다.



 " 쟤네 뭐하냐. "
 " ……. "


 장난스레 뒷목을 어루만지는 손길에도 경수는 반응할 수가 없었다. 목석 인형처럼 딱딱하게 고개가 멈추고, 숨이 턱 막혔다. 찬열이 거절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다행히도 찬열은 경수의 간절한 바램때문일까, 그 여자애의 고백을 거절했다. 단호했지만 그 여자애가 상처받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었다.

 


 " 미안해. 그건 안돼. "

 " 왜? 혹시 좋아하는 애라도 있는거야? "



 풀죽은 그녀의 물음에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찬열이였다. 고백에 거절당한 여자애도, 멀리서 지켜보는 경수도, 그 옆에 서있는 종인도 모두 숨을 죽이는 시간이였다. 



 " 응. "

 " ……그렇구나. "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싱그러운 초록빛 나무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적막을 메꿨다. 쏴아아. 여자애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퇴장했다. 경수가 그동안 참고있던 숨을 푹, 내뱉었다. 잡고있던 끈을 확, 놓은 것 마냥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찬열이 거절한 건 정말로 다행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저 여자애가 안쓰러워 마냥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머리를 휘날리며 가는 무거운 발걸음이 잊혀지질 않았다. 괜히 불편해진 마음에 경수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찬열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경수의 뒷목을 쓸어내리던 움직임이 뚝 끊겼다. 대신 뒷목을 만지던 손길만큼 따듯한 목소리가 경수의 귀에 들렸다.


 

 " 좋아하는 애 있대. "

 " ……들었어. "

 " 잘 참았어. "


 

 종인이 어린애를 칭찬하는 것 마냥 경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위로처럼 느껴지는 손길에 경수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찬열이 뒤에 있는 경수와 종인을 발견하고는 다가왔다.고백받는 모습을 들켜 조금은 당황한 표정이였다.


 

 " 어, 언제부터 거기있었어? "

 " 조금 있으면 우리 차롄데… 네가 갑자기 안보여서……. "



 경수가 애써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런 경수를 보며 찬열은 계속 이리저리 말을 더듬었다. 



 " 아, 그..게 미안. 할 말 있다고 불러내길래 갔는데 이럴줄은 몰랐어. 그, 그냥 무슨 할 말 있는 줄 알고 온건데 갑자기…ㄱ. "
 " ……. "

 " 그, 그러니까 걔랑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내가 거절했어. 나랑 걔랑 안사귀는데…… "


 " 저기 찬열아, "

 " 으응? "

 " 일단 우리 늦었으니까 빨리 가자. "

  


  경수가 사이에 끼어들어 중간에 말을 끊어버렸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찬열의 말을 들을 수록 더 씁쓸해졌다. 실제로 늦었기도 했고 말이다. 갑자기 끊긴 말에 찬열은 잠시 벙쪄있다 대답했다. 그, 그래. 찬열은 당황스러웠다. 경수의 옆에서 말없이 서있던 종인은 착잡한 얼굴의 찬열을 보았다. 차마 어깨를 두드려 줄 수가 없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언젠가 매듭지어야할 이 관계 속에서 누가 울고, 누가 웃어야만 하는지. 가슴이 아렸다. 




 

 개인 사진은 이미 다 찍었고, 이젠 모여서 찍는 단체 사진 촬영 차례가 되었다. 몇몇 애들과 함께 종인과 찬열, 그리고 경수는 뒤의 호수를 배경으로 카메라 앞에 나란히 섰다. 그때 사진기사가 경수에게 손짓했다.



 " 저기, 니가 키가 작으니까 키큰애들 사이로 오는게 낫겠다. "

 " 네…? 저요? "



 사진기사의 요청에 어쩔 수 없이 가운데 끼게 되었다. 그것도 왼쪽에는 종인, 오른쪽에는 찬열을 가운데 두고. 경수는 힘없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보았다.



 찬열이 고백받는 것을 본 이후부터 경수는 자꾸만 다른 생각이 들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두려웠다. 직접 본 지금에서야 새삼 깨달았다. 마치 저 멀리 닿을 수 없는 아이돌 스타처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있다는 것을. 오늘 말고도, 이렇게 제가 두눈으로 직접 보지 못한 여자들의 수많은 고백과, 관심이 있어왔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 찬열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두 귀로 똑똑히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게 느껴짐과 동시에 무기력이 몸을 저 밑바닥으로 내리끌었다. 의욕과, 좋았던 기분 모두 회색 어둠속으로 잠겨졌다. 과연 나는 이 궤도를 계속 끝까지 돌 수 있을까? 처음으로 힘이 들었다.


 그때였다. 뒤로 손을 뻗어 종인이 경수의 손을 잡았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깍지까지 껴가며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흠칫 놀라며 경수가 손을 빼려했지만 단단히 엮여 그럴 수 없었다. 커다랗게 뜬 눈으로 종인을 바라보자 그는 정면의 카메라를 보고있었다. 




 " 십년, 백년 후에도 평생 남을 사진이잖아. "

 " ……. "

 " 웃어. "

 


 종인은 이미 카메라를 향해 그가 웃을 수 있는 최대한으로 웃고있었다. 경수는 그 얼굴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경수는 오른쪽에 있는 찬열도 올려다보았다. 찬열도 웃고있었다. 경수를 제외한 모두가 웃고있었다. 그렇기에 정말로 자신도 웃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자꾸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코끝이 찡해지고 목이 메였지만 입술을 꾹 깨물어가며 참았다. 마지막으로 웃고 싶었다.



 " 자, 찍을게요. 하나, 둘, 셋! "



 사진기사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딱딱한 표정을 풀고 경수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크게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플래쉬가 눈부신 빛을 번쩍이며 터졌다. 찰칵. 1초도 안되는 그 짧은 찰나의 순간, 경수는 생각했다.


 언젠가 십년, 아니, 백년 후의 나는, 내가 좋아했던 박찬열과 나를 좋아하던 김종인 사이에 서있는 사진속의 나를 보며 지금을 떠올릴 수 있을까. 사랑에 힘겨워도 활짝 웃으려 노력한 치열했던 열아홉의 나를. 



 그렇게 마지막 졸업 사진 촬영이 끝이 났다.




  *




 세달 만에 자리를 바꿨다. 짝이였던 종인과는 서로 찢어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창가쪽이 아닌 이분단 왼쪽에 앉게 되었다. 찬열은 삼분단 앞쪽으로, 우연인지 종인은 경수의 예전 자리였던 1분단 창가자리에 앉았다. 셋다 모두들 흩어져 앉게 되었다. 고삼답게 공부나 하라는 신의 말씀이신가. 그러나 바꾼 자리는 영 익숙해지질 않았다. 삼일이 지났는데도. 


 가끔 수업을 듣다 창가가 보고싶어질때 경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럴때마다 자신의 예전자리였던 1분단 창가자리에 앉은 종인이 보였다.  한때 짝이였을때는 매일 창밖을 보며 살았는데, 지금의 종인은 아예 창가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오히려 칠판만 뚫어져라 쳐다보는게 다였다. 그렇게 습관처럼 보던 모습이 사라지자 무언가 빠져버린 듯 허전해졌다.




  철퍽 철퍽. 힘없이 눌리는 마포걸레에서 검은 구정물이 나왔다. 대충 물에 헹구고 수도꼭지를 잠궜다. 청소 당번인 경수는 손에 조심히 바닥에 마포를 내려놓고 발로  밟아 짰다. 아직도 검은 구정물이 찍, 하고 스며나오지만 더 헹구기는 귀찮다. 어차피 나중에 쓸때 누가 또 빨겠지 하는 생각이였다. 화장실 문을 열고 마포를 끌고 나가는데 종인과 마주쳤다.



 " 청소 끝났어? "
 " 응. 찬열이는? "

 " 학원 보충 있다고 먼저 갔다. "

 " 아…. 그럼 우리도 가자. "



 복도에서부터 교실까지 물길을 내며 기다란 마포걸레를 질질 끌고 걸었다. 옆에서 같이 걷고 있는 종인이 말을 걸었다.




 " 너 수업시간에 힐끔힐끔 박찬열 보고있더라. "

 " 그, 그냥.. 뭐. "

 " …걔가 그렇게 좋냐? "



 정곡을 푹 찔렸다. 뜨끔.



 " …응. "

 " 망할. "



 질린다는 투로 말하는 종인에게 경수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아니 어쩌다 좋아하게 된건데? 솔직히 말해봐. 들어줄게. "

 " …말해도 괜찮아? "

 " 이번이 마지막이야. "




  복도에 멈춰서서 마포를 세워 몸을 기대고 그 날을 회상했다. 찬열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추웠던 새학기 첫날을.


 " 너 오토바이랑 사고날 뻔 했을떄, 그때가 처음였어. 초면인데도 그렇게 다정하게 내밀었던 손길이 좋았어. "

 " 응. "

 " 처음엔 그런 성격을 부러워 했고 동경해왔어.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동경을 뛰어넘어서 특별해진거야. "

 " ……. "

 "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아. "



  갑자기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생각 외로 종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청을 하며 듣고있었다. 갑자기 없었던 창피함이 얼굴위로 몰려들었다. 내가 무슨 정신으로 이런 말을 했지? 창피함에 애써 화제를 바꿨다.



 " 그나저나, 왜 요즘은 창밖에 안봐? 오히려 예전보다 더 잘 보일텐데." 



 진심으로 궁금했던 부분이였다. 경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종인이 혼자 풋, 하고 웃었다. 왜 웃는거지?



 " 나 그런 취미 없는데. "

 " 예전에는 매일 내다 봤잖아. "

 " 아 그거… 너 본거였어. "

 


 마포에 기대고 있던 경수의 몸이 살짝 미끌, 했다. 나를…봤다고? 창밖을 본게 아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사실에 입에서 아…. 하고 실없는 소리가 나왔다.



 " 네 얼굴 본거였다고. "

 " ……. "

 " 둔하긴. "



  그렇게 말하며 종인이 복도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 한 후, 종인이 경수의 입술에 쪽,하고 짧은 순간에 입을 맞췄다 뗐다. 그야말로 어린애들 수준의 뽀뽀였다. 입술에 따듯한 무언가가 닿자 경수의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졌다.



 " 왜 안피해? "


 무어라 말하려는 찰나, 종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꺼내지 못한 말은 입속으로 그대로 삼켜졌다.


 " 이렇게 틈을 주지 말란 말이야. 더 뺏고 싶다고. "



 놓칠뻔한 마포의 손잡이를 꾹 잡았다. 심장이 벌렁벌렁거려 진정시킬 수가 없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도 떨리는 눈동자도 감출 수 없이 그대로 드러났다. 재밌다는 듯 씩 웃으며 종인이 먼저 앞으로 나서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경수는 잠시 그자리에 서서 걸어가는 종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입술 위로 가볍게 닿아오는 따듯한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이니까.

 

 








더보기


저는 내일 면접을 보러갑니다ㅠㅠ...

두근두근 떨리고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12편 비지엠은 요즘 꽂힌 주니엘의 everlasting sunset 입니다

아휴 감성돋아ㅜㅜ


그리고 10화였나 어떤분이 비지엠 제목 알려달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슈퍼주니어 KRY - 응결입니다


전편에서 암호닉 신청하셨던

몽구애비님, 감좌님, 뽀로로님, 오렌지님, 치약님, 핑계님, 설레다님, 뀨뀨님, 베넷님,  호두까기인형님

모두 감사드립니다^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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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뽀로로에요ㅠㅠㅠ대박ㅠㅠㅠ카디네요 카디에요ㅠㅠㅠ뽀뽀라니..설레네요ㅜㅠ찬디도 카디도 모두 행쇼~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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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암호닉 이제와서 신청해도될까요....짱구에요ㅎㅎㅎㅎ이거 너무 설레게 하는거아닙니까.............좋네요ㅎㅎㅎㅎㅎ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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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너무 설레네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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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안녕하세요 작가님 치약이에요! 종인아ㅎㅎ.. 종인이보면 제가 경수도 아닌데 다 설레네요 근데 찬열이랑 경수랑 이어지겠죠ㅜㅜ? 종인이 불쌍해서 어떡해요.. 저 주세요!!!!! 죄송합니다 장난이에요.. 작가님 면접 잘 보고 오시구요 면접 보고 와서 열투 닥투 하시는거 잊지 마세요 그럼 면접 잘 보고 오세요 화이팅!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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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오렌지에여....대..대박 ㅠㅠㅠㅠ작가님독서실에서보다가실성할뻔랫슴니다ㅠㅠ아 ㅠㅠ작가님사랑해요 종인이가이제적극적으로대쉬를하네요 경수살짝흠들리는거가튼뎅ㅋㅋㄱ재밋게보고ㄱ가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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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감좌에요 ㅠㅠㅠㅠㅜㅜ아 설레라ㅠㅠㅠㅠㅠ카디냐 찬디냐 그것이 문제ㅜㅜㅜㅜㅜ퓨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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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정주행했어요..왜이렇게재미있는거에요ㅜㅜ사랑합니다작가님♥ 암호닉 도롱뇽 신청할게요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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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타엑스/기현] 내 남자친구는 아이돌 #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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