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렁넝 전체글ll조회 619



미완성 오르비스 11







11.





 그 후로 부터 이틀이 지났다. 당연한 소리지만 놀러가기로 했던 바다는 이미 물건너 가버렸다. 주말 내내 경수는 집에만 처박혀 있었다.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을 사이에 둔터라 학교에는 나올 필요가 없었다. 물론 학교에서 자율 학습을 하기는 했지만, 종인이나, 찬열을 보기가 경수에게는 매우 불편하고 껄끄러웠다. 그렇기에 월요일이 제발 오질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빌었지만 흘러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었다. 눈을 떠보니 어느샌가 월요일 아침이 되어버렸다. 오늘만큼은 학교가기가 정말로 싫었는데. 경수가 깊게 한숨을 푹 쉬고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애들 사이를 비집고 경수는 자기 자리로 가서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옆자리가 비어있다.


 " ……. "



 종인은 아직 학교를 오지 않은 모양이였다. 왠지 모르게 다행이기도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까 두렵기도 했다. 경수는 벽에 붙은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등교 시각이 아슬아슬하게 지나고 있었다. 몇 분뒤, 조례 시작 종이 울리고, 담임 선생이 교실로 들어왔다. 그때까지도 종인의 자리는 깨끗하게 비어있었다. 그쯤되자 경수는 슬슬 불안해졌다. 혹시 몇 일전 터진 일 때문에 그런걸까? 


 출석을 부르던 담임이 종인의 이름을 불렀다. 김종인. 경수는 멍하니 있다가 불려진 종인의 이름에 흠칫 했다. 괜히 어딘가 찔리는 기분은 뭘까.

 


 " 김종인. 어, 얘 없어? "



 담임이 종인의 빈자리를 확인하고는 짝인 경수에게 물었다. 그게, 그러니까…… 경수가 우물쭈물 거리는 사이, 교실 뒷문이 벌컥 열렸다. 그곳엔 종인이 조금 비딱한 자세로 서있었다.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지으며 종인은 책가방을 한쪽으로 맨채 성큼성큼 교실 뒷쪽으로 걸어들어왔다. 아이들의 시선이 모두 뒷쪽으로 향했다.




 " 쌤, 늦어서 죄송합니다. "

 " 알았으니까 어서 자리에 앉아. "

 " 네. "




 모든 이목을 한번에 받으며 제자리로 향하는 종인이였다. 멍하니 뒤를 돌아보고있던 경수는 종인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둘 사이 간격이 점점 좁아질수록 경수는 저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걸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경수는 다리를 무의식적으로 덜덜 떨었다. 터벅터벅. 슬리퍼가 질질 끌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가까이 다가온 종인이 의자를 빼고 앉았다. 그리고는 가방에서 책을 꺼내고 책상에 걸어놓았다. 그때까지 종인은 한번도 경수에게 눈길을 주거나, 쳐다보지 않았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에 경수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종인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그는 딱히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귀에 이어폰을 꽂고, 책을 폈다. 오히려 아는척 안하는게 좋은 걸까? 경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체념한듯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조례가 끝나고 찬열이 종인과 경수의 자리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야, 니네 아침부터 그렇게 축 늘어져 있을래? 너네 그날 다 흩어져서 바다도 못갔잖아.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같은 말투였다. 항상 하는 찬열의 버릇인 얘기를 할때 눈을 뚫어져라 마주치는  행동까지 했다.  경수의 생각으로는 찬열이 화를 내거나, 저를 무시할 줄만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반대였다. 경수는 어색하게 으응, 하고 웃으며 생각했다. 아직은, 모르는건가.


 다가온 찬열의 그림자에 종인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귀에 꽂혀있던 이어폰 한쪽을 잡아당겨 뺐다. 흰색 이어폰이 힘없이 손에서 축 늘어졌다. 



 " 왜? "

 " 공부도 안하던 애가 갑자기 왠 공부? 시험도 끝났는데. "

 " 이거라도 해야 정신차릴 것 같아서. "



 얘 뭐래냐. 표정을 한껏 찬열이 종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경수를 보았다. 공감 해달라는 표정에 경수는 어색하게 으흥,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종인은 오버하는 찬열을 보고는 피식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르륵, 의자가 밀려나는 소리가 요란했다. 야, 야 어디가는데! 찬열이 외쳤다. 그러나 종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교실 밖으로 나갔다. 


 차마 잡을 타이밍을 놓쳐버려 찬열은 그냥 가만히 종인이 나가는 모습을 보고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 경수야. "

 " 으응.

 " 혹시 그날… 니네 싸웠냐? "

 


찬열의 말에 순간의 찰나에 표정관리가 되질 않았다. 경수의 시선이 정착하질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어…음…. 그 일을 단순히 싸운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건 싸움보다 더 깊고, 머리가 아플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감정의 문제인데?   


 

 " 그, 글쎄. 말하자면 그런건가... "



경수의 입꼬리가 어색하게 올라간 채로 불편한 미소를 지었다.



 딱 봐도 정확한 대답을 피하려 이리저리 말을 돌리고 있는 경수였다.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건지, 말 하는데 소질이 없는 건지. 한눈에 봐도 분명 백이면 백, 의심의 여지가 있다. 찬열이 그런 경수를 유심히 보다가 고갤 돌렸다.



 " 아무튼…… 분위기 좆되네. "



 

찬열의 커다란 눈이 반쯤 얇아져 도끼눈이 되어 열린 문을 향했다. 과연 묻어두는게 좋은걸까, 찬열은 생각했다.


 



*




  그 후 경수는 종인과 단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놀랍지만 사실이였다. 바로 옆에 앉아있는 거리가 무색할 정도로 종인은 한번도 경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찬열과 셋이 있을 때는 그나마 입을 열긴 했다. 그러나 그것도 찬열에게만 한했을 뿐이다. 찬열에게만 말을 걸고 심지어 농담을 치며 웃기까지 했다. 그럴때마다 경수 스스로도 직접 말을 걸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저는 차마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입도 떼지 못하고 가만히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였다.


 경수와 종인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걸 알아차린 찬열이 둘을 풀어주려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종인은 말은 커녕 경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아예 경수를 없는 사람인냥 취급했다. 그럴때마다 씁쓸함은 쓰디쓴 커피마냥 밀려들었다. 가끔 진심으로 와닿았을 때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그나마 가운데서 경수를 챙겨주며 일부러 말을 걸어주고 분위기를 풀려는 찬열의 절실한 노력 때문에, 셋은 아슬아슬하게 형식적인 틀이라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눈에 보이지 않는 차가운 기류는 좀처럼 풀어지질 않았다. 그야말로 냉전, 냉전 상태였다.  



 이 와중에도 찬열은 경수가 자신을 좋아한단 사실을 모르는것 처럼 보였다. 찬열 뿐만 아니라, 학교의 모든 사람들도 모르고 있었다. 매일 상상하고 두려워했던 손가락질과 모멸감을 느끼는 지옥같은 생활은 다행히도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언제 까발려질지 몰라 덜덜 떨고만 있던 경수는 예상이 빗나가자 조금씩 안심이 되었다. 그 이유는 종인이 제 비밀을 말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남몰래 한번씩 종인을 바라볼때마다, 수업시간에 맨날 자기만 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버린 종인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수업을 들었다. 노트에 열심히 필기한 흔적이 그걸 증명해주는 듯 빽빽했다. 


 공책을 빽빽하게 채우며 종인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경수는 창밖을 보며 그 날, 종인의 고백을 떠올렸다. 




' 나 너 좋아해. '

' 이제서야 알았어. '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는 부분이였다. 나를 정말 좋아하긴 하는건가, 그렇다면 왜 나를 이렇게까지 피해야만 하는걸까. 만약 나를 싫어해서 피하는 거라면, 왜 나를 한번에 와르르 무너뜨릴 수 있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을 말하지 않은 걸까. 


 하늘이 높고 푸르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금방이라도 와장창 깨질듯한 관계를 어디까지,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는건지. 과연 깨진 파편조각은 누구를 찌를지. 아무생각 없이 창밖을 보고있으면서도 가슴께가 무언가 누르고 있는 듯 답답했다. 요근래부터 매일 이런 증상이 자주 나타나곤 했다. 경수는 작은 한숨을 푹 쉬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급식을 꾸역꾸역 먹었다. 속에 무언가 얹힌 듯 좋지 않았다. 답답하고, 불편하고, 입맛도 없다. 경수는 먹는둥 마는둥 힘없는 젓가락질을 했다. 종인 또한 입을 다물고 밥만 먹기 바빴다. 그나마 간간히 오가는 대화를 이끄는 건 찬열이였다. 아 근데 오늘은 진짜 야자하기 싫지 않냐? 그치? 진짜 나 이대로 살다가는 돌아버릴지도 몰라.



 으응, 하고 경수는 힘없이 끄덕였다. 종인은 그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둘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찬열도 입을 닫았다. 혼자만 떠들고 있던 찬열이 입을 닫자, 그야말로 정적이였다. 아무도 먼저 입을 열지 않고 서로 눈치만 보고있다. 경수는 빨리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먹지도 않는 밥을 휘적휘적 저었다. 정말 오늘은 도저히 밥을 먹을 상태가 아니다. 먼저 일어난다고 말하려, 경수가 젓가락을 조용히 식판위에 올려놓았을 때였다. 찬열이 숟가락을 식판위에 거칠게 올리며 말했다. 쨍, 하고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카로웠다. 갑작스런 큰소리에 몇몇 급식실에 있던 아이들이 이쪽을 쳐다보기도 했다.



 " 야, 싸울거면 너네끼리 해결하란 말야. 괜히 분위기 어색하게 만들지 말고. 언제까지 이럴건데? "

 " ……. "

 " 둘이서 풀라고 모른척 눈감아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 가운데서 껴있는 사람이 더 미쳐버릴 것 같은건 아냐? 여기서 내가 뭘더 어떻게 해야돼? "


 

 진심으로 화가 난 찬열은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고는 밥이 아직도 반쯤 남아있는 식판을 들고 일어섰다. 화를 못참겠다는 듯 후, 하고 한숨을 뱉는 찬열이였다.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경수는 도저히 익숙하지 않다는 듯 눈을 똥그랗게 뜨고 젓가락을 집은 상태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였기에 적응이 되질 않았다. 



 식판을 들고 서있는 상태로 찬열이 말했다. 



 " 그리고 김종인. 넌 좀있다 나랑 얘기 좀해. "



평소보다 더 낮은 목소리가 무언가를 꾹꾹 눌러 참고있는 것처럼 꽉 막혀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종인은 식판에만 처박아놨던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둘의 눈이 마주쳤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강렬한 시선과, 아무 생각도 없는 차갑고 무심한 눈동자가 서로 공중에서 부딪혔다. 종인은 모두 예상하고 있었단 표정으로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찬열이 자리를 떠나고 얼마 되지 않아 종인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수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종인을 고개들어 올려다보았다. 무심한 표정은 그대로였다. 저를 보지 않는 고개도 그대로였다. 의자를 집어넣는 소리가 들리고 종인마저도 자리를 떠났다. 경수는 윗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쳤다. 가슴께에 무언가 걸린 듯이 내려가질 않았다. 매일 그런 증상이 있긴했지만 오늘은 정말 아플정도로 심해진 것 같다. 밥이 걸린건지, 마음이 걸린건지. 너무 답답해 죽을 것 같으니 좀 내려가 주길 바랬다. 경수도 거의 음식이 사라지지 않은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힘없이 일어났다.




 *




 " 옥상에서 얘기하자. "

 " 마음대로. "




 찬열의 말에 종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불러내서 할 얘기는 뻔했다. 경수와 종인 자신 사이에서 있었던 일을 묻거나, 빨리 화해하라고 하는 소리를 하려고 하는 것일 거다, 아마도. 


 계단으로 올라가서 옥상 문을 열고 들어서는 시간까지 둘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듯 조용하게 입을 다물고만 있었다. 먼저 위로 올라간 찬열이 떨어지지 못하게 만든 난간 밑으로 털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 이쪽으로 앉으라는 듯 손으로 옆자리의 흙을 털었다. 그런 찬열의 모습을 보고 종인이 피식 웃으며 찬열의 옆자리에 앉았다. 




 " 땡큐. "

 " 그게 문제가 아니고. "

 " 응. "



 찬열이 고개를 돌려 종인을 보며 말했다.



 " 무슨 일이야. "

 " 뭐가. "

 " 뭐라니, 네가 더 잘 알잖아. 경수. "



 경수의 이름이 나오자 종인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경수…. 도경수. 그의 이름을 곱씹어보았다. 느낌이 색다르다. 




 " 싸운거라기 보단… 내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인거지. "



 두려움에 떨고있던 경수의 손, 어깨, 눈동자, 그리고 입술까지 모두 종인은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무서워서 일까, 아님 찬열을 잃는다는 사실이 두려워서 일까. 둘다 최악이였다. 그 날의 자신은 최악중에 최악이였다. 제 손으로 경수를 무너뜨리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그때 찬열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니, 확 퓨즈가 끊어진 듯 오직 감정에만 충실해 이성을 잃었다. 제정신을 차리고 보니 경수는 울고있었다. 그리고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빌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보자니 심장을 누군가 짓밟는 것처럼 아렸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자신이 그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을. 


 종인은 경수를 좋아했다. 그렇지만 좋아했기 때문에 그랬다는 변명은 할 수가 없었다. 그저 후회의 나락으로 빠져 죄책감에 허덕일뿐.

앞뒤 생각 안하고 내뱉었던 고백과 키스의 댓가는 너무나도 값비쌌다. 그 댓가는 하루종일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것으로 치뤘다. 수없이 많은 생각들을 거쳐 생겨난 결론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경수를 일부러 피했던 것이였다. 제 태도에 경수가 당황하고 불편해하는 건 너무나도 잘 알고있던 종인이였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이게 최선의 방법이였다. 적어도 앞으로의 둘의 관계에 대한 결론을 생각해볼 때까지는. 



 종인이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심상치 않은 표정의 종인을 보며 찬열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 왜? "

 " 그 때 기분이 참 좆같아서. "

 " 야, 이 개새끼야! 니가 진짜 막무가내인줄은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

 


 갑자기 버럭 언성을 높히는 찬열이였다. 귓가에 들리는 큰소리에 종인은 흠칫, 놀랐다. 얘가 갑자기 왜이래. 찬열은 화를 꾹꾹 눌러참는 듯  후, 하고 앞머리를 불었다.



 " 아, 왜 큰소리야. "

 " 사실은 우리 바다가기로 했는데 너 잠수탄 날, 그때. 나 경수랑 마주쳤어. "

 " 응. "


 침을 삼키는 종인의 목울대가 한번 들썩였다. 찬열은 잠시 텀을 두고 말했다.



 " 근데 울고있더라. 그것도 엄청 서럽게 울고있었어.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자기 좀 놔달래. 그렇게 울면서 부탁했어. "

 " ……. "

 "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보는데 어떡해. 그냥 놔줬지. 차마 너무 힘들어보여서 못 묻겠더라. 근데… 지금도 자꾸 그때 생각나서 못 물어보겠어. "



  그렇게 말하는 찬열이 답답하다는 듯 뒷머리를 마구 휘저었다. 처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종인은 점점 진지하게 얘기하는 찬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런 진지한 분위기는 둘사이에서 흔치 않은 일이였다.



 " 그때 경수 얼굴 보는데, 온통 눈물로 범벅이더라. 그 얼굴을 딱 보는데… 느낌이 이상했어. "

 " ……. "

 " 막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 이라고 하면 알아? 갑자기 온몸에 힘이 쭉 빠지고 손이 절로 떨리는 거 있지. "



 한숨을 푹 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찬열이였다. 그 날을 기억하며 손도 쥐었다 폈다, 했다. 찬열을 보는 종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찬열의 말이 심상치가 않았다. 하늘을 올려다보느라 고개를 꺽은채로 찬열이 말했다.




 " 그렇게 경수 보내고, 한동안 내내 그 눈이 자꾸 생각나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무슨 일일까, 뭐가 걔를 그렇게 울게한걸까. 진짜 미칠정도로 궁금했는데... 너였네. "

 " ……. "

 " 무슨 일인지는 안 물어볼게. 그런데…, "




직감적으로 느낌이 좋지 않았다. 얘가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진지해? 종인은 말없이 아스팔트 바닥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찬열의 대답을 기다렸다. 듣다보니 고해성사라도 하는듯 차분한 목소리의 떨림이 누군가의 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그건 마치, 그날 고백을 하던 자신의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였다.



 " 나 경수 좋아해. "

 " ……뭐? "



 예상치 못한 충격발언이 입에서 나왔다. 바닥을 향해있던 종인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번쩍 들렸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푸른하늘위로 구름이 유유히 흘러가고, 바람이 볼을 스쳤지만 몸은 돌처럼 굳어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적막 속에서 마른 침을 삼켰다.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토막난채로 종인의 입에서 내뱉어졌다. 너 지금 대체…… 뭐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찬열은 말했다. 그렇게까지 충격인가.



 " 아무래도 경수 좋아하는 것 같애. 아… 나도 모르겠어, 잘. 그냥 걔만 어딘가 다르게 보이고 자꾸 신경쓰여. "

 " ……. "

 " 그러니까 예전처럼 둘이 사이좋게 지내줘. 나 경수 힘들어하는 모습 보는 거 싫다. "

 

 

 절절한 눈빛으로 찬열이 종인의 손을 꾹 잡으며 부탁했다. 끝에는 이 말을 붙였다. 이해해줄 수 있지? 우린 친구잖아.



 종인의 눈동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흔들렸다. 


 경수를 기다릴 생각이였다. 짝사랑에 힘겨워하며 나가 떨어질 때까지 참고 기다릴 생각이였다! 그런데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시나리오다.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 내 영혼을 줄 수 있을 정도로 믿고있는 친구가, 자신의 길 앞의 걸림돌이 되어 서있다. 종인은 살면서 몇 번 겪지 못하는 어렵고도 험난한 기로 앞에 섰다. 도경수가 박찬열을 좋아한다. 박찬열도 도경수를 좋아한다. 둘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며 과연 나는 웃어야하나, 울어야하나. 참 눈물나는 삼류 신파다.



 종인은 한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허, 하고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쓸데없이 처 맑아가지고, 마음 아프게.



 " 그래, 까짓거 친하게 지내는거 못해주겠냐. "

 " 역시, 이해해줘서 고마워. "



 " 근데 도경수는 너 안 좋아해. "



 들어올린 고개를 내려 찬열을 보며 종인이 말했다. 너, 안좋아한다고. 무심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찬열의 가슴에 제대로 꽂혔다. 찬열의 눈이 조금 커졌다 이내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 ……아무래도 그렇겠지? "

" 걔는 그냥 그저 널 좋은 애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걸. 차이는 건 둘째치고, 도경수가 호모포비아나…, 뭐 그런거면 어떡할건데. "

" ……. "

" 친구도 뭣도 아닌채로 영영 멀어질지도 모르지. " 



 사실은 모두 거짓말이다. 도경수는 박찬열을 좋아한다. 그것도 존나게. 그렇지만 아마 찬열은 알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점점 표정이 어두워지는 찬열을 보며 종인은 저도 모르게 카타르시스와 같은 쾌감을 느꼈다. 거짓말을 할때마다 한걸음씩 경수가 제게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솔직히 말해서 가능성 없는 게임이잖아. "

 


 미안하지만 이게 내가 살 수있는 길이다. 갖고싶은건 절대로 가져야만 하는 제 직성이 변할리가 없었다.



 " 그냥 포기하고 빨리 잊어버리는게 좋을 걸. 너를 위해서라도, 도경수를 위해서라도. "



  그리고, 나를 위해서라도. 도경수와 너를 이루어지게 해줄 수가 없다.



 " 그게 제일 최선의 방법이야. "

 

 

 그렇게 말하며 종인은 생각했다. 난 진짜 나쁜 새끼다…, 진짜로. 말 한마디, 한마디를 내뱉을수록 가슴이 답답해지고 편치가 않았다. 꾹 눌러오는 압박감이 기분 나쁘다. 종인이 찬열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하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너나, 나나, 도경수나 대체,



 " 그까짓 빌어먹을 사랑이 뭐라고 참……. "



갑자기 코끝이 찡해졌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하는건가, 조금은 회의감이 들었다.






잡담


안년ㅇ하세요 렁넝이예여



지금까지 보니까 뀨뀨님, 이층버스님, 치약님이 암호닉을 신청하셨더라구요

항상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_T... 눙무리 큽.. 


그리고 암호닉 신청하실 분들은 신청하셔도 됩니다

다 기억해드릴게요 소중한 독자님들^ㅛ^

앞으로도 즐겁게 읽어주세요




설정된 작가 이미지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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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녕하세요! 아 암호닉 받으시는구나ㅠㅠㅠㅠㅠㅠㅠ 저 암호닉 몽구애비로 신청하겠습니다! 항상 너무 잘보고 있어요...ㅠㅠㅠㅠㅠ 달달해 죽을 것 같다 어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예상치 못했던 찬디가..! 거짓말하는 종인이 마음도 이해가 되면서도 저럴수밖에 없는게 또 안타까운 그런 마음이네요 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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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암호닉 감좌여!!! ㅠㅠ늘. 잘보고있어용 ㅠㅠㅠㅠㅠ 으 종인이 ㅠㅜㅜㅜㅜㅜㅜ거짓말하는구나ㅠㅠㅠ이유ㅠㅜ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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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저 항상 댓글 달고있었어요ㅠㅠ암호닉 설명도 해드렸는데 큽ㅋㅋㅋ저암호닉 뽀로로로 신청할게요ㅠㅠㅠㅠ으아니ㅠㅠ종인아..이러면안돼ㅠㅠ찬열이가 경수를 좋아하고 있었다니ㅠㅠ제발 이관계좀 어떻게해주세여...미추어버리겟서여 다음편도 기다릴게요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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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 신청안햇엇군요 ㅠ 오렌지로 신청힙니디!!!! 아...역시 찬열이도 경수한테 마음이 잇던거엿어요ㅠㅠ 이제어ㅏㄴ전히꼬여 버렷네요...김종인나쁜넘..그치만너무불쌍해서미워할수가없아요ㅠㅠ재밋게봣습니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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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안녕하세요 작가님 치약이에요 치약.. 으어 오르비스는 읽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정말 몰입도가 좋아요 뭔가 독자들을 빨아드리는? 진짜 그런게 글 잘쓰시는건데 항상 읽을때마다 부러워요~ 그나저나 이거제가 환장하는 구도에요 카디찬. 그래서 더 좋은듯 부끄부끄 작가님 사랑합니다 다음편 기대할게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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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작까님ㅎㅎ 1화때부터 함께했는데 모르고 암닉 신청을 안했어요 ㅋㅋ저런 ,,,전 핑계로 할게요♥ 스릉해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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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오늘에서야 댓글을 달아보네요ㅠㅠㅠㅠ드디어 가입해서 댓글을 달아봅니다ㅠㅠㅠ제가 좀처럼 진지한걸 못읽는데 미완성 오르비스는 뭔가 달라요!!그냥 읽으면 빨려들어가는 묘한 분위기때문에 저는 오늘도 죽어요ㅠㅠㅠㅠ암호닉 설레다로 신청할께요!!작가님 다음편 기대할께요ㅠㅠㅠ사랑합니다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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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베넷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왜케재밋나여ㅠㅠㅠㅠㅠㅠㅠ경수도 찬열이도 종인이도 모두 안타깝리만해요ㅠㅠ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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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암호닉 호두까기인형으로 신청할께요ㅠㅠㅠ금손작가님ㅠㅠㅠ너무 재밌어요ㅠㅠ다음편 빨리 보고싶네요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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