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암호닉 |
초롱초롱/돌쇠/레오정수리/쥐엔티/꾼/포로리/블루밍/운택이/나리/구룸/내옆에비엔나 |
01.
"야 정택운! 택운아!!!"
"아 왜!!! 나 위닝하느라 바쁘다고!!!!!!"
"시끄럽고, 가서 생리대 좀 사와."
"큰누나 드디어 노망났어? 아 밑으로 여자 노예가 둘씩이나 있구만 왜 굳이 나한테 시켜 그걸!!!!"
"걔네 둘다 나갔잖아!!! 나 환자야, 여자들은 원래 한달에 한번 일주일씩 급격하게 면역력이 감소되고 호르몬이 불규칙적으로 변하고 그래. 고로 사지멀쩡한 니가 다녀와야지."
...이번이 마지막이야, 짜즈이 가득 담긴 손으로 큰누나가 건네는 만원짜리를 낚아챈 택운이 대충 패딩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그래도 착한 동생. 사실 더 욕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얌전히 나온 건 택운으로써 지금 이게 일주일만의 외출이라서.
익숙한 내부의 편의점은 재환과 처음 만났던 바로 그곳이었다. 약 4개월의 연애기간 동안 여기도 꽤 많이 왔었다. 넌 컵라면 국물 마실 때가 제일 섹시해, 하는 말과 함께 면발키스를 하자며 나댔던 재환의 해맑은 얼굴이 떠올랐다.
아니 좀 아련하면서도 여운남는 그런 기억은 없는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사피엔스를 적절히 섞어놓은 것처럼 생겨가지고 예비역의 냄새를 풀풀 풍기는 알바생이 깔깔이에 편의점 유니폼을 걸친 채 카운터에 서 있었다. 나는 왜 누나가 셋이나 있는 걸까, 필요도 없는거 한두마리 갖다 팔면 좋겠다.
"...이거요."
"계산해 드려요?"
"......네."
카운터에 올려놨으면 그럼 그걸 계산해줘야지 니가 뜯어서 쓰시게요? 내 참 어이가 없어서, 택운이 존나 씹퉁거리며 지폐를 내밀었다. 여자 알바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깔깔이는 지도 남자라고 택운을 배려해주는지 어쩌는지 꽤 빠른 속도로 바코드를 찍었다.
하지만 계산을 빨리 하면 뭐하는가,
"어? 택운아, 너 택운이 맞지?"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그대로 좆되는걸.
"반년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내 얼굴 기억 못하는거야? 표정이 왜그래, 하하."
.....그것도 구남친이라던가 구남친이라던가 구남친이라면.
".........안녕."
"그건 뭐야? 아아...누나 심부름?"
"...어."
"나 안 보고 싶었어?"
물론, 전혀 보고싶지 않았다.
너랑 헤어지고 나서 무슨 6개월이 6일인 줄 알았어, 하루하루가 믿기 힘들만큼 너무 고맙고 행복해서. 덕분에 방학이 좀 빨리 지나간 건 아쉽다만 퍽퍽하게 메마른 내 삶에 수분을 공급해주어 참 감사해.
오늘도 (택운의 표현을 빌리자면)그 좆같은 클럽에 가는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쫙 빼입은 재환이 익숙하게 담배를 구입했다. 사귈 때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워댔던 놈이다. 처음엔 건강에 안좋으니 좀 줄이라고 걱정했으나 나중엔 어쨌더라, 많이많이 피우고 일찍 뒈지라고 저주도 퍼부었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왜 하필이면 이꼴로 마주친거야, 난 저새끼 다시 만나는 최상의 시나리오로 수트를 입은 나와 그걸 올려다보며 지하철에서 껌 팔고 있는 이재환까지 생각해뒀는데. 택운이 얼굴을 불퉁하게 구겼다.
"나 이제 너네학교 다닌다."
"어, 변백현한테 들었어."
"안 반가워?"
"전혀. 왜 하필 우리학교야? 다른 데 가지."
"난 기뻤는데, 우리가 운명이구나 했지."
흔히들 말하는 구남친의 진상에는 미련을 못버리고 매달리는 케이스가 언제나 부동의 일순위를 차지한다. 가장 혐오감이 들고, 정말 귀찮은 타입.
"난 너 전혀 안 보고 싶었어."
예전에 택운은 '난 남자니까 저런 거 겪을 일 없겠지~'하면서 시크하게 코나 팠던 것 같은데 말이다. 물론 그 자태마저 매우 섹시했고.
"택운아, 네가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지 나도 아는데....."
"난 오해같은 거 안해, 내가 보는 게 사실이고 내가 믿는 게 진실이야. 아저씨 이새끼 고등학생이거든요? 신고먹고 영업정지 당하기 싫으면 귓방맹이 궈궈."
택운의 길고 늘씬한 손가락이 재환의 손에 들려있던 담배갑을 낚아채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쿨하게 돌아서는데 그걸 잡으려던 재환은 당연히 깔깔이의 손에 저지당했겠지.
"택운아!!!! 내 말좀 들어봐 택운아!!!!!!"
"아저씨, 정신교육 좀 똑바로 시켜주세요!!!!!!!"
택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편의점을 나왔다. 그래, 이거야. 비록 차림새는 좀 꿀렸지만 어쨌든 내가 이겼잖아? 택운이 씨익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 예예. 손에는 바디피트를 든 채.
*
"올해 새 교생 들어오는데 남자래."
"넌 나랑 같이 방학중이면서 어쩜 그리 학교 사정을 다 아니."
"나야 워낙 발이 넓으니까. 보고 잘생겼으면 다리 놔줄게."
"미친.....누굴 오리지널 호모로 아나, 그거 아청법에 걸려 이새끼야. 그리고 나 이재환한테 데이고 나서 남자는 다시 못 만나겠다."
택운이 침대에 엎드린 상태 그대로 등을 벅벅 긁더니 한손으로 만화책의 책장을 넘겼다. 역시, 모태 마성호모.....3일 안씻은 그 몸뚱아리에서 페로몬이 풍기는 듯한 환상이 보였다. 택운의 의자에 편히 걸터앉은 채 카톡창을 휙휙 넘기던 상혁이 씩 웃으며 그런다.
"야, 근데 친구가 방학중에 학교 잠깐 들렀다가 봤나봐. 도촬해서 사진 보여주는데 존나 잘생겼더라. 반할뻔."
"걔 공부 못하지?"
"존나 무릎팍도사년....암튼 걔 닮았다. 그 남자아이돌 제이다이스? 거기서 제일 잘생긴애. 이름이 뭐냐....음....."
"걔네 다 못생겼어 븅신아, 올백한 놈이 제일 못생김."
"그런가....하긴 게이의 시선(SEE SUN)이니 정확하겠지."
근데 있잖아, 하고 운을 뗀 상혁이 다시 말을 잇는다.
"너 그건 알아야된다."
"뭐."
"이재환이랑 사귄 애들 중엔 니가 제일 오래갔어."
"뭐야, 좆나 개뜬금. 거기서 그게 왜 나와."
"그것도 니가 안 찼으면 더 오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닥쳐, 한 형태소만 더 나불거려봐. 니 주둥이에 오버로크 쳐버릴거야."
택운이 침대에 납작 엎드리며 삐죽거렸다.
"너, 자꾸 그새끼 쉴드치지 마. 미리 말해두겠는데, 난 이재환의 이만 들어도 치가 떨리고 이가 갈린단다."
"이제부터 잘봐, 내가 뭘 하는지."
"...."
"이름만 대 누구ㄷ...."
"....뒤진다 진짜."
"어차피 같은 학교 다니게 될 거 마음의 준비나 할 겸 미리 얼굴이라도 보고 오는 거 어때?"
"이미 만났어, 씹빱빠야."
응? 언제? 나 몰래 약속 잡았었어? 귀엽게 눈을 깜빡거리며 묻는 상혁의 얼굴에 기어코 택운은 들고있던 만화책을 집어던졌다. 어이쿠, 꽤 세게 맞았는지 코피가 주르륵 터져나왔다. 아 저거 비디오방에서 빌린건데. 안 묻었겠지?
"야!!!!! 뭐하는거야!!!!!!"
"어? 괜찮냐."
"...웬일로 내 걱정을 하긴 하ㄴ...."
"아니, 너말고 책 괜찮냐고 븅딱아. 망가지면 내가 물어내야된단 말이야. 저거 하나 사려면 삼천원이나 하더라."
만화책은 고사하고 다리미에 얼굴을 강타당해도 다리미 기스 안 났는지부터 챙길 정택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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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서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꺗흥꺗흥
제가 쓰는 택운이는 항상 성격이 똑같은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