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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루그레이 전체글ll조회 485l 1

12



찬열은 백현의 흐느끼는 전화를 받고 곧바로 전에 연지에게 들었던 백현의 집 주소를 기억해내 찾아왔다.백현에게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전화를 받아 본 적이 없던 찬열이라,자초지종을 알 수는 없지만 백현이 울며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상황이,충분히 무언가를 연상시키는 일임을 알기에 뜸 들일 새도 없이 백현이 걱정돼 집 앞까지 미친듯이 뛰어온 찬열이었다.가쁜 숨을 채 내쉬기도 전에 찬열은 백현의 집 문을 쾅쾅 두드렸다.곧 백현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찬열은 백현의 얼굴부터 살폈다.너무 울어서 빨간 눈과 코를 보고 있자니 찬열의 마음이 갑갑해졌다.그 축 처진 얼굴이 찬열을 마주하자 또 울음을 쏟아내려 잔뜩 찡그려졌다.


왜,무슨 일이야..왜 그래?



찬열이 물었다.백현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또 흐느끼기 시작했다.찬열은 이유도 모른 채 백현을 달래주기에 힘 썼다.왜 그래,울지 마….토닥거려주는 그 손에 백현은 자꾸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엄마가.."



백현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이 한 눈에 보였다.찬열은 입술을 꼭 깨물더니 들어가자,하고 현관으로 발을 딛었다.그리고는 신발을 벗으려는 찰나 백현이 찬열의 손목을 붙잡았다.안돼.안돼….찬열의 손목을 잡은 백현의 손마저 발발 떨렸다.찬열은 짐짓 백현에게 낮은 목소리로 '괜찮아'하고 말했다.진짜 안되는데….백현의 눈물샘은 마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찬열은 기어코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섰다.무언가 역한 냄새에 그는 금세 얼굴을 찡그렸다.백현은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만 있을 뿐이었다.


"..."


찬열이 침착하게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보기 시작했다.백현은 찬열의 손을 있는 힘껏 잡고는 떨어지질 않았다.찬열은 두려웠다.자신이 전에 백현에게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백현이 이렇게 겁을 먹고 자신을 찾은 것에 이유는 한 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가 두 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가자 역한 내가 더 심했다.따라 백현도 찬열아,찬열아 하고 그를 불러대며 눈물을 똑똑 흘려냈다.찬열은 자신의 심장의 박동소리가 귓 속 가득 퍼졌다.


찬열은 냄새의 근원지를 찾아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그리고는 방문 앞까지 걸음이 닿다 그만 발을 멈추었다.그의 눈이 완벽하게 한 곳으로 향했다.그의 굳게 닫혀있던 입이 조금 벌어졌다.그리고는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백현아

그리고는 백현의 이름을,불렀다.





-


생명엔 아무 지장 없으십니다.


긴장한 두 얼굴을 두고,의사가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백현은 주저앉아버렸다.찬열도 긴 숨을 그제서야 내쉴 수 있었다.백현은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손을 달달 떨었다.그 모습이 찬열에게 너무 안쓰러워 보여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지잉-

순간 찬열의 휴대폰에 진동이 울렸다.그는 조심스레 휴대폰을 들었다.엄마였다.이 밤 늦은 시간에 말도 하지 않고 집을 나온 것때문일테다.하지만 찬열은 전화를 아예 꺼버리고는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어버렸다.그러고는 그저 백현을 조용히 일으켜줄 뿐이었다.찬열은 백현을 마주했지만 백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미안해..미안.."
"니가 왜 미안해,괜찮아.."


백현은 떨군 고개를 쉽사리 들려 하지 않았다.찬열은 그런 그를 보자 마음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곧 조심스럽게 백현을 안아주며 저번처럼,등을 느리게 두드려주었다.괜찮아,괜찮다니까.찬열은 자신의 몸보다 차가운 백현을 따뜻하게 감싸주었다.백현이 찬열의 옷 끝자락을 꽉 붙잡았다.

"...고마워"


찬열은 그 말에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어졌다.그러나 답답함은 여전했다.백현은 여지껏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으며 버텨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자 찬열도 괴로웠다.이렇게밖에 위로해줄 방법이 없어 안타까웠다.찬열은 시린 백현의 두 손을 맞잡아주었다.백현이 그제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찬열의 걱정스런 눈과 백현의 축 처져 기운을 잃은 눈이 맞닿았다.백현은 순간 움찔했다.


"괜찮으실거야."
"...그럴까.."
"생명에 지장없다고 했잖아,분명 괜찮으실거야."
"..."
"그러니까,조금만 힘내."
"..응"


니가 그렇게 슬퍼하니까,나도 슬프잖아.

찬열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그 말을 들으며,찬열의 얼굴을 보자 백현은 무언가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알았지?백현에게 찬열이 확인하듯 물었다.백현은 고개를 숙인 채 작게 끄덕였다.찬열은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됐다.










-


"맞다,어머니는 좀 어떠셔?"
"괜찮아,이제 좀 안정된 것 같아"



찬열은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하고 놀랐다.백현은 그 일 이후로 저에게 많이 의지하는 것을 찬열은 느낄 수 있었다.평소라면 제가 백현을 어린애취급을 하는 꼴이었는데,이젠 정말 백현이 어린 애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엄마를 찾는 아이처럼 꼭 백현은 찬열이 없어지면 그를 찾으려 두리번거렸고 불안해했다.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끝도 없이 풀어내는가 하면,또 그에게 여러가지 잡다한 저에 대한 것들을 묻기도 했다.찬열은 그때부터 백현과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같이 보냈다.심지어는 화장실을 갈 때도 같이 갔다.뒤에 앉은 도경수가 쟤네 뭐야-하고 이상하게 볼 만큼 붙어다녔었다.그래서 결국 축제에 나가려던 찬열은 그것을 포기하고 백현과 같이 다니기로 맘먹었었다.백현의 어머니때문인 것 같아 찬열은 마음이 쓰리고 안타까웠지만 백현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게 좋기도 한 게 사실이었다.




백현이한테 내기하자고 했을 때가 엊그제같은데.찬열이 속으로 생각했다.이제 시험을 끝나고 집에 가는 길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게도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시험은 찬열이 훨씬 잘 쳤다.백현은 어머니일때문에 그 이후 공부에 신경 쓸 틈이 없기도 했고,또 그만큼 공부에 열의가 사라져 조금 놓아버린 탓도 있었다.하지만 찬열이 쉽게 제가 이겼다고 말할 수 없는 것도 그때문이었다.찬열은 내기는 나중으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

교문 밖으로 나서 발을 맞추어 걷는데 찬열과 백현의 머리 위로,어깨 위로 무언가 자꾸만 닿았다.어?

"와,눈이다.찬열아 눈 와!"
"진짜네.."


찬열은 생글생글 웃으며 눈이 온다고 말하는 백현을 바라보았다.으구,귀여워.볼 꼬집고 싶어.찬열은 자꾸만 손이 올라가는 것을 애써 참으며 웃음을 머금었다.오늘은 백현의 기분도 좋아보여 안심이었다.백현은 예쁘게 내리는 눈들을 무언가 생각하는 듯이 보다가 이내 찬열에게 눈을 돌렸다.


"이거..첫 눈이지?"
"어,그렇네?"
"우리,첫 눈 같이 맞은거네"


백현이 조금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을 하는데,찬열이 순간 표정관리를 못하고 씨익 아빠미소를 지었다.아 진짜 백현이때문에 못살겠다.찬열은 백현의 말에 행복해져 실실 웃음을 흘렸다.나 누구랑 첫눈 같이 맞아본 거 처음이야- 백현이 방글거리며 하는 말에 찬열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그래?내가 처음이야?백현이 끄덕였다.

"..근데"
"어?"
"나 3학년때,너랑 다른 반 되면 어떡하지.."


백현의 얼굴이 조금 걱정으로 찼다.찬열은 아-했다.그 생각을 못했다.요즘 백현의 행동으로 볼 때,자신과 떨어지게 된다면 어떨지 예상이 갔다.그것도 그렇지만 찬열이 보기에 백현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찬열도 백현의 말에 자연스레 3학년이 걱정되었다.소복소복 조금씩 쌓이는 눈을 밟으며 거리를 걷던 발이 조금씩 느려졌다.


"방학 전 날 알려준다고 하지 않았어?언제더라.."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던데.."
"아,진짜?"

백현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진짜,다른 반 되면 어떡하지?찬열은 잠시 고민하다가 어떻게든 되겠지,같은 반 될 수 있을거야!하고 기운차게 말했다.백현이 '그럴까'하고 조금 표정을 풀었다.



"우리 그 날 놀러갈까?"
"이브날?"
"응.저번에도 못놀았잖아"
"아.."


백현은 조금 고민하더니 '그럼 세훈이도 부르자'하고 말했다.오세훈?걔는 왜.라고 말하려다 찬열은 참았다.저번에 공부한다고 피시방도 안갔으니 뭐 이번엔 끼워줄까-하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백현이랑 처음 노는건데.하고 생각하니 뭔가 세훈을 부르기가 싫었다.그래도,백현이가 부르자고 하니까….조금 아쉬웠지만,약속을 잡은 것만으로도 찬열은 충분했다.크리스마스 이브까지 일주일 남짓이었다.찬열은 벌써부터 들뜬 기분이 들었다.


* *
이번 화 좀 짧아요..그래도 이게 맞는 것 같아서 마무리 지었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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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백현이와 찬열이의 사이가 전보다 가까워진거 같아서 다행이에요~ㅎ
10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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