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일곱, 여자 하나
─ 석진 번외
69. 그 남자의 속사정
"00 씨랑 진 씨가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일본에서 발매될 잡지 인터뷰였다. 둘씩 엮어서 하는 인터뷰였는데, 간단하게 세 가지 질문이 전부였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석진은 비교적 짧은 고민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희 둘이 아침에 제일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차리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요즘 계속 이 생각이 들어서 말할게요. 요즘 항상 00 씨보다 오빠라는 게 참 좋더라고요."
"…이유는요?"
00이 인터뷰어 대신 물었다.
"어? 그냥. 멤버들 중에 유일하게 오빠라고 불리니까 애칭 같고 좋잖아."
"뭐 딱히 이해는 안 가지만 존중할게요. 음, 저는 연락이 안 되면 메신저로 아재개그 안 했으면 좋겠어요. 어련히 들어갈 텐데 휴대 전화 켜 보면 메시지가 막 쌓여 있어서 싫어요."
"아니, 걱정되니까 그렇지."
걱정을 해도. 연락이 휴식이 아니라 또다른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 잘 알아서 일부러 개그 보내는 건데. 사람 속도 모르고. 석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00을 노려봤다.
"서로의 관계를 색으로 비유하면 뭘 것 같아요?"
"오빠가 핑크색을 좋아하니까, 핑크요."
"핑크 좋네."
"핑크는 좀 그렇지 않나요. 핑크 러브 뭐 그런 건가."
남준이 끼어들어 답했다. 놀리는 게 분명했다. 석진은 살짝 웃으면서 그만, 하고 남준을 말렸다. 호석은 남준의 팔을 슬쩍 붙들었다. 저 형 웃고 있었지만 살의가 흘렀어. 호석이 눈을 굴렸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만의 비밀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뭐가 있어요?"
비밀. 비밀이라.
석진과 00의 눈이 짧게 마주쳤다가 떨어졌다. 석진은 그 짧은 찰나에 푸스스 웃었다.
"우리 둘만의 일이라면, 어, 전부 다요."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누구에게도 흘리지 않고 꼭꼭 씹을 거야. 씹어서 소화가 되면, 또 되새김질할 거야. 석진은 속으로 짐짓 아이 같은 생각을 했다.
비밀 연애였다. 석진과 00을 닮은.
70. 그 둘을 보는 시선
함께 외출했던 윤기와 남준이 조금 급한 기색으로 헐레벌떡 숙소로 들어왔다. 거실에 모여 달달 떨던 멤버들이 울 것 같은 얼굴로 형! 하고 외치려다 입을 급하게 막았다. 몸에 바람 냄새를 가득 묻힌 남준이 목소리를 조금 죽여 물었다. 무슨 일이야? 어떻게 된 건데?
"몰라. 석진이 형이 누나한테 전화로 '어디야? 당장 들어와.' 한 것만 들었어."
"아이씨."
윤기가 앞머리를 쓸어넘겼다. 연락이 안 돼서 그런 거다, 분명. 둘의 관계가 뒤틀려질 만한 것은 연락 문제뿐이었으니.
"형, 빨리 노크라도 해 봐요. 조용하니까 더 무서워."
결국 총대를 맨 윤기와 남준이 00의 방에 노크를 했다. 방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할 수 없이 남준이 문 손잡이를 잡아 돌렸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건 아무 표정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둘이었다. 석진은 버릇도 아니면서 제 머리를 계속 쓸어넘기던 중이었는지 머리카락 몇 올이 허공에 떠 나풀거리는 중이었다. 00이 감고 있던 눈을 살벌하게 떴고, 석진이 열린 문쪽으로 서늘하게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라고 한 적 없는데."
"……."
"우리 얘기하고 있잖아. 나가."
"잠깐만, 형……."
"안 들려? 나가라고."
윤기와 남준을 쳐다보는 석진의 눈이 매서웠다. 00이 나가라고 조용히 무언의 눈짓을 했다. 결국 둘은 조용히 문을 다시 닫을 수밖에 없었다.
"…형. 쫄았죠."
"아니야."
"거짓말. 쫄았으면서."
"…쫀 거 티 많이 나냐? 무섭다, 야."
윤기는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씨. 안 무서울 줄 알았는데 무섭네. 남준이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전히 막내들은 오들오들 떨다 긴장이 좀 풀려 소파에 스르르 드러누웠다. 무서워 죽을 뻔.
평소에 온화한 둘이 저러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단 말야. 특히나 석진은 더욱. 평소에 아재개그다 뭐다 해서 유쾌하고 가벼운 이미지를 잡아가는 중이지만, 확실히 석진은 본인의 말대로 가벼움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분명히 가볍지만은 않은 사람이었다. 한동안 막내들보다 더 동생 같은 모습만 보이다가 이렇게 무게감 있는 어른 같은 모습을 보이면, 뭐 어떡하라고….
"둘이 싸운 것 같아요?"
"글쎼."
"싸운 거면 며칠 간은 조용히 있어야겠다."
"그래 놓고 한 시간 뒤면 게임하면서 열 낼 거잖아, 인마."
정국은 윤기의 말을 못 들은 척 잠겨 있는 00의 방을 보며 몸서리쳤다. 어른들의 연애는 저런 걸까. 으으, 살벌해라.
71. 원래 그래
"00이 어디 갔어? 아까 비타민 달라 그랬는데."
"누나요? 잠깐 대기실 나갔어요."
"그래? 요즘 친구들 많아서 그런가, 많이 돌아다니네."
"…싸운 거 아니었어요?"
둘의 태연한 모습에 얼마 전 남준이 추천한 책을 읽던 지민이 물었다.
"나랑 00이랑 싸우는 거 봤냐. 안 싸웠어."
"그렇게 분위기가 살벌했는데?"
"진짜야. 사귄 2년 동안 한 번도 싸운 적 없었는데. 앞으로도 없을 거고."
"또 연락 때문에 그런 거죠? 누나 말대로 어련히 들어올 텐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써요."
"걱정되니까 그렇지. 가뜩이나 뭔 일 있으면 땅 파고 들어가서 안 나오는 애란 거 아니까."
하긴 그렇다. 남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박불가. 연락을 힘들어하는 00이 이해가 가면서도, 결국에는 석진의 편을 들게 된다.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을 뿐더러 석진도 만만찮게 배려를 하고 있었다. 확실히 둘의 연락횟수는 일반 연인들과는 조금 달랐다. 하루 혹은 이틀 정도 연락을 건너뛸 때도 있었으니.
대기실의 대화가 끊겨 갈 때쯤 마이크를 바꾸러 간 호석이 들어왔다. 석진은 호석에게 물었다. 00이 못 봤어?
"누나? 누나 완전 지금 인기 스타예요. 자판기 앞에 누나랑 번호 교환하려는 93년생 줄 서 있음."
태형은 저도 모르게 석진의 낯빛을 살폈다.
"000 데리고 와."
"근데 누나 그냥 오라고 하면 안 올…."
"무대 얘기로 할 말 있다 해."
"예."
호석이 핸드마이크를 그대로 쥐고는 나갔다. 맏형 무서워서 어디 살겠나…. 인생.
"형."
"왜."
"유치해요."
남준의 시비에 석진은 조금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답했다.
"원래 연애라는 게 다 그런 거지."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00에, 석진은 00에게로 시선을 돌리곤 씩 웃었다.
72. 사랑하면 닮는대
"누나."
"노크하고 다시 들어와."
"아, 맞다. 네."
태형이 다시 문을 닫고 똑똑, 노크한 다음 다시 문을 열고 00을 불렀다. 누나.
"응. 왜."
"석진이 형은 왜 저럴까요?"
"왜. 또 뭐 했는데."
"갑자기 양꼬치를 든 사진을 찍더니 '양 중에서 가장 뜨거운 양은? 태양ㅋㅋㅋㅋㅋㅋ킄ㅋㅋㅋ태양ㅋㅋㅋㅋ' 라고 지금 메신저 테러 중이요."
태형은 제 휴대 전화 화면을 00쪽으로 죽 들이밀고선 한숨을 쉬었다. 이상해, 이 형.
"야, 문을 두드리는 남자를 다섯 글자로 하면 뭐게."
"문을 두드리는 남자요? 뭔데요?"
"똑똑한 남자."
세상에.
"사랑하면 닮는다잖아."
"……."
"잊지 마라. 난 그 오빠 여자 친구고, 그 오빤 내 남자 친구야."
태형의 표정이 급격히 썩었다. 젠장. 우리 누나가 이제 정상이 아니라니. 석진에게 급격한 분노가 일는 태형이었다.
73. 며칠이야?
"오빠, 오늘 며칠이에요?"
"오늘? 며칠이더라. 잠시만, 어제가 7일이었으니까……."
"8일?"
"어. 768일이네, 우리."
74. 어른 연애
오래간만에 회식이었다. 유독 이번 활동이 성공적으로 끝난지라, 회사 내의 분위기가 좋았다. 덩달아 멤버들, 그 중에서도 00의 기분이 들떠 있었다. 기분이 들뜬 만큼 손놀림도 가벼워졌고, 00은 술잔을 내려 놓을 생각을 않았다. 간간이 석진이 제지도 해 주고, 스태프가 따라 주는 술을 남준이 말리기도 했지만, 결과는 만취였다. 석진은 제 어깨에 얼굴을 묻은 00의 등을 찰싹 떄렸다. 내일 속 아프다고 징징대면 죽어, 진짜.
"오빠."
"왜."
"하늘이 빙빙 돌아."
"어, 그거 죽을 때 돼서 그래."
"지짜? 나 주거?"
"귀여운 척 안 먹혀. 내일 콩나물국 안 끓어 줄 거야."
"에이. 그럼 이모님한테 끓여 달라 해야지 뭐."
아오, 이걸 정말. 석진에 째림에 00이 배실 웃었다. 필시 살아남기 위한 애교였다. 알면서도 귀여운 건 콩깍지 때문이리라 생각한 석진은 침대에 누워 있는 00의 눈을 감기곤 클렌징티슈를 들어 화장기를 지워 냈다. 아, 좀 가만히 있어. 눈화장을 지워 내는데 자꾸 눈을 뜨려는 00만 아니었으면 순조로울 텐데, 눈화장만 지워 내는 데에 몇 분을 투자했는지 굽힌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오빠."
"응. 왜."
"오빠."
"응, 나 여기 있어."
"있잖아, 오빠. 나는 아직 오빠가 좋아 죽겠어."
티슈를 쥐고 마지막으로 볼을 흝는 손이 멈칫했다. 화장이 지워져 조금 수수한 눈이 휘어졌다. 석진은 괜히 좀 더 많이 감기는 00의 왼쪽 눈꺼풀을 검지로 톡 건드렸다. 갑자기 하는 고백이 조금 낯간지러우면서도 00답게 담백해서, 석진은 매끄럽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무서워요. 오빠가 맺고 끊음이 확실한 사람이란 걸 알아도 너무 잘 알아서."
고요한 방. 서로의 숨소리만 들렸다.
"오빠가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 하면 오빠는 진짜 날 예전처럼 대할 것 같은데, 나는 그게 안 될 것 같아서요."
쓸데없는 생각.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입술이 붙어 떨어지지 않는 느낌이 생경했다. 석진은 섣불리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오빠 앞에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좀 이상해."
00의 미간이 간지런히 좁혀졌다. 이 상황에서, 그 모습마저 예뻐 보인다면 미친 게 틀림없다.
"그래서 오빠가 좀 무서워."
내가 무섭다고 했다. 내가, 무섭다고. 말을 끝내고 까무룩 잠이 든 00의 얼굴을 석진이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만큼 너에게 있어 내가 큰 존재라는 걸 알고 좋아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네가 불안해 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날 자책해야 하는 걸까. 어쩌면 둘 다였다. 석진은 순식간에 오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걱정 말고, 잘 자."
00아, 나는 너한테 모든 걸 양보하고 싶어. 하다 못해 이별의 말까지도.
석진이 이불을 들어 00의 가슴께까지 꼼꼼이 덮어 주었다.
75. 을의 연애
"야. 내가 찾아 보니까, 연인 관계에서는 누가 우위에 있는 게 없고 동등한 위치에 있기 떄문에 둘 다 존댓말이면 존댓말, 반말이면 반말을 하는 게 좋대."
콩나물국을 떠먹는 00의 앞에 앉아 윤기가 불쑥 말을 전했다. 이미 아는 사실. 00은 콩나물 대가리를 수저로 떼어 놓으며 반문했다. 그래서.
"아니, 뭐 너만 존댓말 쓰니까."
"맞아. 너는 왜 나한테 반말을 안 하냐, 그러고 보니까."
물을 마시던 석진이 얘기를 듣다 불쑥 끼어들었다. 윤기는 석진의 손에 들린 물을 가져가 목을 축였다.
"뭐가요."
"요새 한쪽만 존댓말을 하는 연인들은 별로 없지 않아? 서로 존중해 주는 분위기면 둘 다 존댓말을 하든가, 아님 둘 다 반말을 하든가. 우리는 너만 존댓말 쓰잖아."
"아아. 반말 쓰는 건 아무래도 좀 곤란하니까 말 안 놓는 거였는데."
"뭐가 곤란한데?"
00은 숫가락으로 콩나물 줄기들을 짓이기며 답했다.
"데뷔하기 전부터 난 오빠한테 존댓말 썼잖아요. 위계질서라는 게 있으니까. 이미 팬들도 그렇게 알고. 그런데 갑자기 말을 놓으면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
아. 석진이 순식간에 멍해졌다.
"너는 무슨 그런 것까지 생각하냐."
"비밀 연애는 비밀 연애답게 해야지. 빈틈없이, 티가 나지 않게."
거실에서 대화를 듣던 남준도 식탁에 착석했다. 어딘가 멍해 보이는 석진의 어꺠에 손을 한 번 올려 놓고, 윤기의 옆에 앉았다. 호석도 막내들과 하던 축구 게임을 잠시 그만두고 그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부엌이 금세 비좁아졌다.
"연인 관계가 동등한 위치에 있다면 을의 연애 같은 말은 왜 나온 걸까요?"
"그거야 간단하지. 관계가 아닌 감정의 무게로 놓고 봤을 때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까. 한 마디로 더 좋아하는 사람이 진다는 그런 거."
"근데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요. 누가 더 좋아하는지. 그걸 어떻게 알아?"
"본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거지. 연인들 중에 자신이 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수두룩하겠지만 자신이 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걸."
"누나도 그래요?"
남준이 장난이 섞인 투로 물었다.
"어. 가끔 정신줄 놓을 땐 내가 저 오빠보다 나이가 적어서 존댓말을 하는 건 내가 명백한 을이기 때문인가, 하기도 해."
00은 숫가락을 식탁에 내려 놓았다. 국그릇에는 콩나물 건더기만이 남아 있었다.
"걱정 마요. 그렇게는 안 보여."
호석은 살짝 웃으면서 석진을 바라봤다. 00의 말 한 마디에 저렇게 심각해져 있는데, 을의 연애라고 보기엔 좀 힘들지. 석진의 얼굴은 심각함에서 벗어날 줄을 몰라, 아무 말 없이 윤기와 남준도 웃음을 터뜨렸다.
76. 공개 연애
요즘 석진이 한창 예능에 물이 올랐다. 00은 그것에 감사해 했다. 같이 출연한 예능 프로에서 저 대신 석진이 분량을 뽑아 주니까.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재미있고 딱히 적성에 안 맞는 것도 아니지만 한 번 출연하면 진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00은 숙소로 돌아가는 차안에서 시트를 뒤로 젖히고 늘어졌다. 이놈의 체력 배터리는 버텨 주질 못한다.
"피곤해?"
"조금요."
"노래 소리 줄여 줄까?"
"아니. 지금이 딱 좋아요. 적당해."
그래, 그럼. 석진도 00을 따라 시트를 젖히고 늘어졌다.
"00아."
"네."
"나 하고 싶은 거 생겼어."
"뭔데요."
"공개 연애."
그렇구나. 해요. 00은 별것 아니라는 듯 창밖을 봤다가 다시 눈을 크게 떴다. 네에? 지금 뭐라구요?
"오빠 미쳤어요?"
"어. 너한테."
"아니, 매니저 오빠는 지금."
"형이랑 상의해 본 거야. 실장님도 아셔. 사장님께 말씀드리면 되는 거고."
하. 00은 숨을 크게 터뜨렸다. 이런 데에서 추진력이 있으니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그것도 나 몰래, 그것도 완전 감쪽같이.
"놀랐어?"
"놀란 건 둘째 치고, 내 의견은요?"
"지금 묻어 보잖아. 네가 싫으면 안 해, 오빠는."
"갑자기 이러는 이유는 뭔데요?"
"공개 연애로 나 붙잡아 두라고."
불안하다며. 네가 을 같다며. 공개 연애하면 넌 나한테 곤란하지 않게 반말 쓸 수도 있고, 나도 네가 을 아니란 거 증명할 수 있어. 솔직히 말하자면, 붙잡아 두라는 것보단 너한테 붙잡히고 싶어서, 내가.
실은 석진의 생각이 많이 바뀐 탓이 컸다.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누구에게도 흘리지 않고 꼭꼭 씹을 거라는, 씹어서 소화가 되면, 또 되새김질할 거라는 생각은 어떤 일이든, 무슨 일이든 누구에게나 흘려도 그것은 여전히 특별하고 예쁠 거라고,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되새김질을 할 때도 변함없이 자신은 미소 짓고 있을 거란 생각으로 변했다. 공개적으로 00이 자신 것이라는 낙인 찍고 싶었고, 또 찍히고 싶은 것도 맞았지만.
"할 때도 됐지, 공개 연애."
"못됐어, 진짜. 난 오빠 못 이겨요."
"마찬가지야. 내 입장에선 나도 을이라고."
00은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석진의 표정도 그러했다. 매니저가 룸미러로 본 둘은 꽤 닮아 있었다.
"그래요. 해요, 공개 연애."
"그래. 하자, 공개 연애."
분위기가 퍽 달달했다. 매니저는 묵묵히 핸들을 꺾었다. 이 순간만큼은, 방해하기 싫었다.
77. 커뮤니티 |
뭔가 진0 얘네는 (N) 사고방식이 되게 비슷한 것 같음. 만약 지각으로 예를 들자면 보통 사람은 "또 지각했어, 시발. 또 혼나겠지. 샹. 그냥 나가 뒤질까…." 라면 얘네는 "아, 또 지각이네. 그래도 괜찮아. 나가 뒤지면 되니까." 이거랄까.
댓글 (N)
자존감 높은 것도 비슷함ㅋㅋㅋㅋㅋ 김석진이 거울 앞에서 오늘도 잘생겼네 이러고 있으면 000도 옆에 와서 오늘도 예쁘네 이러고 있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근데 할 말 없다 팩트자나
이쯤에서 궁금한 점 00이는 석진이와 비슷한 게 대부분인데 왜 윤기와 닮은 걸까 └ 헐 진짜네 대부분 팬들이 윤기랑 00이 성격을 닮게 봄
방밤에 진0 싸우는 거 현웃ㅋㅋㅋㅋㅋㅋㅋㅋ (N) 00: 아니 오빠가 자꾸 부인만 하니까 아무 일도 안 되잖아.
댓글 (N)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나는 무슨 얘기하다가 저런 말들이 나온 건지 더 궁금해ㅋㅋㅋㅋㅋㅋㅋ └ 2 회사는 원본을 내놔라
석진: 00아, 1 더하기 1은? └ 근데 이건 또 꿀 떨어짐
나 방송국 스태프인데 (N) 진이랑 00 겁나 귀엽게 논다 맨날 진이 까불거리니까 00이 오빠는 나를 왜 이렇게 화나게 해요? 이러니까 진이 진짜 눈 똘망거리면서 너 화낼 때가 제일 섹시하니까! (엄지 척) 이랬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N)
헉 뭔가 어른 같애,,, 섹시래 섹시,,,, └ 2222 헉 했다 뭔가 석진이랑 00이는 진짜 어른 연애 같아
ㅠㅠㅠㅠ다른 일화도 풀어죠라……
ㄱㅆ) 다른 일화? 아 내 동료가 00 스페셜 무대 중일 때 진이 백스테이지에서 그거 보고 있으니까 장난으로 예뻐요? 물었는데 진지한 얼굴로 예쁘죠 그럼 이랬음 └ 졀라 발린다 진짜 와
기사 터지기 전에는 얘네 둘이 조심조심한 거 보여서 되게 귀엽고 성숙하네 싶었는데 기사 터지고 나서 막 숨기고 이런 게 아니라 티를 막 내지도 그렇다고 안 내지도 않아서 응원하는 커플임ㅋㅋ 걍 일반 연애하는 거 보는 기분 └ ㄱㅆ) ㅁㅈ 평범하게 편안하게 사귐 |
(헐레벌떡) |
늦었어요 여러분. 미안합니다 진짜ㅠㅠ 설 연휴 전까지 오려고 했는데 몸 상태가 좋지 못했어요. 나 천식이랑 기관지염이 같이 왔대ㅠㅁㅠ 그냥 죽어야 할까요. 다음 번외는 늦지 않게 가져오겠습니다 (아마) 노력할게요.
그럼 여러분 오늘도 평안하고 어여쁜 밤 되셨으면 합니다! 복도, 세뱃돈도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