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로 가는 동안 민석은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그 동안에 민석은 루한이 의외로 말이 많은데다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샴페인 몇 잔과 함께 듣는 루한의 목소리는 감미로웠다. 민석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클럽 근처까지 왔을 때, 민석은 자기가 왜 여기 와 있는지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차가 서서히 멈추고, 루한이 뒤돌아 민석을 보았다.
"클럽은 여기서 조금만 가면 있어요. 거기 이름이...수수께끼? 그거 였었나? 아니면 그거랑 비슷한 뜻의 영어 단어였었는데. 나한테 딱 붙어 있어요. 알았죠?"
그렇게 말하고 루한은 살짝 윙크했다.
민석과 루한이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수트 입은 남자가 민석을 바깥으로 쫓아내려 했다. 그가 민석의 백팩을 잡아챘다. 그때 루한의 작은 손은 민석의 어깨 위에 있었다.
"걱정하지 마요. 그냥 지갑만 챙겨요. 끝나면 차가 우리를 다시 데리러 올거니까."
"언제 끝나는데요?"
민석은 내뱉은 질문이 곧 바보같았음을 깨달았다.
"내가 끝내라고 할때요. 빨리 와요."
루한이 손을 뻗어 민석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민석은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랐다. 루한의 피부가 닿을 때 마다 심장이 뛰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어쨌든 루한은 연예인이었으니까.
차는 코너를 돌아 떠나버렸고 루한과 민석은 손을 잡은 채로 길을 따라 걸었다. 옆에는 낯선 사림이 동행했다. 루한의 보디가드였다. 클럽 입구의 줄은 길을 따라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게 늘어져 있었다. 민석은 지금 것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민석은 곧 사람들 모두가 몸매가 좋고, 높은 하이힐과 명품 수트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몇은 줄무니 넥타이를 메거나, 양갈래 머리, 심지어 뺨에 주근개를 그렸다. 민석은 자신을 한번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바지를 조금 내려 낡은 신발을 가리려고 애썼다.
루한이 민석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안 이상해요."
그리고 이상하게도 민석은 루한을 믿었다.
입구에 다다랐을때, 입구를 지키던 사람이 루한을 보고 코브라 문양이 새겨진 딱딱한 문을 열었다. 그러나 민석은 그 남자에게 가로막혀 들어 갈 수 없었다.
"이름?"
그가 민석의 낡은 신발을 쳐다보며 물었다.
민석이 채 대답하기 전에, 둘 사이에 서 있던 루한이 민석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랑 같이 왔어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들고 있던 클립보드를 내려 놓고 문을 다시 한번 열었다. 그 뒤로, 민석은 누군가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저거 루한 아니야?"
"어머 맞는 거 같아!"
"야 저기 봐! 진짜 루한이야!"
순간 사람들은 서로를 눌러대며 시야를 확보하려 애썼다. 그들은 아이폰과 카메라 따위의 가지고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꺼내들었다. 루한은 한 손으로는 민석을 잡고, 나머지 한 쪽 손으로 사람들에게 가볍게 손 인사를 건냈다.
루한과 민석은 환호 소리와 플래시 셰레를 받으며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문 안으로는 검은 대리석 바닥으로 된 넓은 통로에 엘리베이터 하나가 있었다. 루한이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고 민석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와...아까 그건...그게 뭐야..."
루한이 빙긋 웃었다.
"그런거 좋아해요?"
"그건 모르겠고 확실히 색다른 경험이긴 하네요."
민석이 고급스러운 벽지를 훑으며 말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을 때, 루한이 민석의 귀에 다 대고 말했다.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
22:45
클럽은 지하 깊숙한 곳에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음악의 비트가 가까워 질수록 세게 진동했다. 마침내 [수수께끼] 의 화려한 막이 열렀다. 민석은 경외감에 입을 다무는 것도 잊은 채였다.
어두운 벽에 벨벳 커튼이 떨어졌다. 바닥에서는 짙은 남색 빛이 빛나고 있었다. 주변의 모든게 검은색이나 보라색이었고. 가끔 초록이나 무지개 색의 칵테일이 넓은 바에 서빙되었다. 한 쪽의 댄스 플로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외국인의 얼굴이 보이고 간간히 외국어가 들렸다. 손님들은 한국인만 있는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듯했다. 한 웨이터가 머리위로 큰 병을 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녔다.
이건 부자들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한 디오니소스 플레이그라운드였다. 루한은 명예멤버였다.
"어때요?"
루한이 음악소리에 묻히지 않게 약간 큰 소리로 물었다.
민석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저는..."
"알겠어. 이거나 마셔요."
루한은 돌아다니던 웨이트리스의 쟁반에서 잔 몇개를 꺼내 민석에게 건넸다.
"이때 까지 잘못했던건 잊어버리고 새로운 걸로 하나 만들자고, 리포터 보이."
그 말에 민석은 무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잠깐만요. 난 지금 당장 당신을 인터뷰 해야해요."
루한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괜찮은 인터뷰를 못 뽑아내면 종대가 날 죽일거에요."
그리고 찬열이랑 나머지 애들도. 민석은 생각했다. 종대는 많은 사람들 한테 자신이 하는 잡지가 유명한 중국 슈퍼스타와 인터뷰 할 거라고 떠벌리고 다녔었다. 인터뷰 하지 못했을 때 후폭풍도 생각하지 않고서.
"인터뷰는 확실히 하게 해줄게요. 약속하죠. 그런데 지금은?"
루한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쪽을 쳐다보더니 민석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냥 나랑 춤출래요?"
민석은 약간 술에 취한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
00:17
그 밤의 나머지는 빛나는 조명, 칵테일과 예거마이스터와 함께 있었다. 민석은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80% 다짐했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에는 다짐한 퍼센트가 더 상승했다. 한 가지 좋았던건 민석이 그 모든 걸 공짜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르마니로 치장한 사람들이 현금을 날리며 명품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학생 신분인 민석으로썬 고마운 일이었다.
한가지 확신할수 있는건, 민석이 그 날밤 내내 루한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감 넘치는 눈부신 아우라를 뿜었다.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볼 수 없었던. 루한이 사람들 속을 당당하게 걸어가면 모두가 그와 이야기 하고 싶어했다. 사람들은 그와 가까이 가고 싶어했고, 알고 싶어했고, 그를 만지고 싶어했다. 그게 사실은 그저 옆을 스쳐지나가는 것이라도. 그렇게 많을 사람들을 만나면서도, 루한은 밤새도록 민석을 그의 옆에 가까이 두었다. 절때로 멀리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루한은 내내 민석의 손을 꽉 붙잡고 다녔다. 사람들과 사진사들이 민석의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자신의 뒤로 숨겼다. 민석은 정계의 거물들, 레코드사 프로듀서, 음악가, 배우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그들은 항상 민석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사람이 뭔데 자꾸 데리고 다니는거에요?"
"그냥 제 친구에요."
그렇게 말하며 루한은 민석을 마치 갖고싶었던 비싼 리미티드 에디션을 자랑하는것 처럼 사람들에게 보였다. 민석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 정답은 영원히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댄스플로어에서, 민석은 루한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천사나 요정처럼 작은 몸집에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 레이저는 그의 얼굴을 비추었다. 루한의 시선을 끌기위해 여자들이 여기저기서 몸부림 쳤지만 루한은 눈길 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자신만의 세계를 즐기기에도 벅찬 듯 했다. 눈동자가 별처럼 빛났다. 민석에겐 아무도 관심이 없었지만, 상관 없었다. 이제 민석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찍은 루한과 자신의 사진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내일 아침이 걱정될 뿐이었다.
지금 신경쓰이는 건 루한과 그의 미소를 비추고 있는 조명들이었다.
* 02:09
민석은 어떻게 차로 돌아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기억 나는 거라곤 작은 사슴이 자신의 두 발을 질질 끌고 갔다는 것 뿐이었다.
민석은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앉아 창밖의 도시 불빛이 반딧불이쳐럼 지나가는것을 보았다. 머리는 쾅쾅 울리고 귀에서는 계속해서 휘바람 소리가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루한이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었다. 서로의 손은 서로 맞물려 무릎에서 쉬고 있었다. 낯선 차의 낯선 좌석에서 묘하게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이상한 느낌에 민석은 크게 웃었다. 인생을 살면 계획했던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 느낌은 꽤 좋았다. 심지어 그 이상이기도. 이 느낌이 계속 되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곧 차는 속도를 천천히 줄이더니 멈추었다. 민석의 아파트가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였다. 운전사에게 주소를 말했던 적이 있었나? 그런 기억은 없었다. 민석은 조심스럽게 루한을 떼어냈다. 순수한 모습으로 자는 그를 깨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발 밑을 더듬어 백팩을 찾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민석의 뜨거운 볼을 식혀주었다. 주머니 깊숙히 손을 찔러넣고 열쇠를 찾았다. 여태껏 이렇게 열쇠가 헷갈렸던 적은 없었다. 건물이 스토구 퍼즐 같이 느껴졌다. 바닥은 계속 움직이는 것 같았다.
민석의 뒤에서 차 문이 거칠게 열렸다. 민석이 뒤돌아 보자, 루한이 걸어와 민석의 목에 자신의 팔을 단단히 둘렀다.
"와."
민석이 루한의 무게에 짓눌려 균형을 잡기 위해 비틀거렸다.
"스킨십 좋아하지?"
루한 그개를 끄덕이며 민석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민석은 아이라이너와 반짝이들이 번져있는 것을 알아챘다. 민석을 손가락으로 민석의 눈가를 닦아냈다. 검은색과 붉은색이 묻어나왔다.
"상태 안 좋아보여. 알아?"
"뭐, 너는 술 취한거 같아."
민석이 웃었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데?"
민석이 루한을 부축해 차로 데려갔다.
"들어봐, 오늘은 진짜 미친 듯이 보냈는데..."
"뭐 하나 알려줄까?"
루한이 발음이 꼬인채로 말했다.
"너도 그랬어?"
"너 얼굴.."
루한이 차 시트에 누워 민석의 얼굴을 꼬집었다.
"막...동그랗고 말랑말랑해. 그거 알아? 빠오즈 같아..."
"뭐라고?"
"으으음." 루한이 끄덕거렸다.
"이제 그게 너 이름이야. 빠오즈. 성민이라고 절때 안 불러야지."
"민석이거든!"
민석이 루한의 가슴을 밀쳐내며 장난스럽게 소리질렀다.
"맞네, 빠오즈! 정확해."
루한이 다시 자리 안쪽에 앉았다. 민석은 가슴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넌 달라."
루한이 눈을 크게 뜨고 둘아보았다.
"그렇게 생각해? 왜?"
"그냥... 내가 생각했던 거랑 달라."
루한은 가죽의자에 앉아 씩 웃었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에 민석에게 말했다.
"너도야. 작은 빵아. 너도 그래."
디오니소스 플레이그라운드:그냥 술파티라고 생각하시면...
예거마이스터:술이름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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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번역하다보니 프롤로그 가 있는걸 발견햇어요 텍본엔 없었는데. 다음번엔 프롤로그로 오겠습니다 늦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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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