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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아침에 일어나는건 고역이었다. 고통 그 자체.





게다가 아침 7시 부터 누군가 그의 집 앞에서 끊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민석이 궁시렁 대면서 몸을 일으켰다.


"알겠어! 나간다고!"
민석이 소리질렀다.


민석은 부스스한 머리를 일으켜 반쯤 눈을 떴다가 다시 누워버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계속 되었다.

민석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건 예상 못했는데. 부드러운 곰발바닥 모양의 슬리퍼에 발을 구겨넣고, 민석은 
거실을 가로질러 여전히 울리고 있는 문 앞에 섰다.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거울을 확인 할 필요가 없었다.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잠들어 버렸으니까. 민석의 입은 너무 건조했고 밤새 술을 마신 혀에는 가시가 돋힌 것 같았다. 물이 필요했다. 그래도 이렇게 존나 일찍 자신을 깨우는 병신은 죽여버리고 싶었다.


"닥쳐! 죽고싶냐?"

민석은 문을 거칠게 한번 두드려 주고는 씩씩대며 활짝 열었다.


찬열이었다.

"여기서 뭐해."
민석은 찬열 일거라고 생각치도 못했었다. 그는 랩탑 컴퓨터를 들고, 의문과 혼란과 충격으로 가득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자마자 찬열은 곧바로 테이블로 뛰어가서, 컴퓨터를 켰다.

"빌딩 안에는 어떻게 들어왔어?"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형."
찬열은 재빨리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스크린이 뜨는 동안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럼 힘든 나를 아침 7시부터 깨워야 할 정도로 중요한건 뭔데?"

찬열은 대답 대신에 흥분해서 무언가를 클릭했다. 몇초 후에, 찬열은 눈을 크게 뜨고 민석이 볼 수 있도록 랩탑을 돌렸다.


그리곤 격하게 숨을 들이마셨다.

"형 어제 루한이랑 클럽 갔어요? 안 갔어요?"

민석이 모니터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게 무슨..."
"생각대로 사진은 이거보다 훨신 많던데요."

민석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미 인터넷에 그의 얼굴이 펴져 있었다. 모든 사진에 민석은 루한과 함께 있었다.
사진은 수백장이 넘었다. 루한과 함께 차에서 내리는 모습, 손을 잡는 모습, 클럽 입구에서의 자신의 어색한 표정과 직원에게 눈을 부라리는 루한의 모습, 심지어 클럽 안에서의 모습도 있었다. 민석은 그 사진이 제일 민망했다. 루한이 스테이지에서 저렇게 웃겼었나?

"루한 팬사이트랑, 팬들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나온거에요. 저기에 형이 다 있어!"

찬열이 말했다.

"그리고 난 믿을 수가 없어!"
 
찬열이 민석의 팔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형이 나 빼고 갔다는 걸!"

"아! 그만 때려!" 
민석은 찬열의 팔을 멀리 치워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안나. 루한이랑 같이 사무실에 오긴 왔었는데..."

"그리고 서울에서 제일 핫한 수수께끼에 갔다고? 형, 진짜 운 좋은거다! 난 평생 못 가볼텐데!"

찬열은 흥분해서 떠들었다. 사탕을 못 먹게 된 어린애 처럼 입술을 깨물고.


민석은 계속 스크롤해 페이지를 아래로 내렸다. 페이지가 끝나길 바랬지만 사진은 끝없는 댓글과 함께 계속 업로드 되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이 찍었지? 사람이 이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많이 찍었어! 난 연예인도 아닌데!"

"형을 루한의 새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거겠지. 사람들이 형이 누군지 궁금해 하던데요. 벌써 추측은 엄청 해놓긴 했던데..."

"뭐? 뭐라고 그러던데?"
민석은 지금 듣고 있는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온 나라의, 아니 어쩌면 아시아 전체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고 있다...?

"형이 누군지에 관한 이야기요? SM 연습생이다, 일 하다 만난 친구다, 아님 새 남자친구...."
찬열이 긴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꼽으며 말했다.


남자친구라는 말에 민석의 가슴이 쿵쿵거렸다.
"근데 나는 그냥 학생 음악 잡지 기잔데. 그 중에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은 유명 팝스타랑 클럽을 같이 못가죠. 보통은."






찬열은 잠시 텀을 둔 뒤에 흥분해서 소리쳤다.

"아 형! 오늘 밤에도 나 공연하는거 보러 올거죠? 그때 루한이랑 같이와요! 걔도 좋아 할거야! 확실하진 않지만 왠지 확실한거 같아! 아 어떡하지 루한이 마음에 들어하면? 나중에 SM에 우리 밴드 얘기를 할지도 몰라요! 안 그래?"


민석은 관자놀이를 눌렀다. 지끈거리는 두통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진정해 열아. SM은 밴드 안 뽑는 거 알잖-"
"알아요, 근데 혹시 형, 혹시 그럴수도 있지 않을까?"
찬열은 테이블을 가로질러 민석의 팔을 잡고 징징댔다.

"야, 이제 제발 아침에 단거 좀 그만먹어라..."
민석이 말하며 이 흥분한 팬보이을 떼어냈다.

"근데 가능성 없는 건 아니잖아요! 꼭 SM이 아니어도, 루한은 연예계 사람들을 많이 알지 않을까?"
찬열이 테이블을 밀어내 민석의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꼭 맞잡았다.

"형 제발, 제발요 응? 오늘 밤에 꼭 같이와주세요오."
"내가 루한을 언제 다시 볼 줄 알고. 약속 못해줘."

이제 찬열은 애교 카드를 꺼내 들고 반짝이는 강아지 눈망울을 깜빡거렸다. 민석이 길게 신음했다.

"알겠어. 노력은 해볼게. 인터뷰 내가 해서 다행이지."
"와아! 형 진짜 멋있다!"
 
찬열이 민석을 와락 껴안았다.
"난 아직도 형이 유명한 사람이랑 친구먹었다는게 안 믿긴다! 너무 멋있잖아. 백현이 한테 지금 전화해야겠다. 걔 이 얘기 들으면 완전 뒤집어질걸요."

찬열이 미친듯이 휴대폰을 눌러대고 있을 때, 민석은 다시 팬들이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어젯밤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돌리고 있었다. 차에 함께 있었던 기억, 못된 직원, 음악에 울리던 몸의 기억, 목으로 넘어가던 칵테일, 멍청하게 추던 춤, 그리고 자신의 빰에 닿았던 루한의 부드러운 피부. 민석의 손이 무릎에서 움찔거렸다.








하룻밤만에 이렇게 가슴뛰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게 가능한가? 





*


우연히 루한을 다시 만나는 건 민석이 기대했던 것 보다 빨랐다.





민석은 찬열을 문 밖으로 거칠게 밀쳐 쫓아내고는 샤워를 하고 따끔거리는 얼굴을 씻었다. 몸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물은 느낌이 좋아 뼈 마디마디까지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다. 차분하게 숨을 쉬면, 따뜻한 공기가 가슴 깊숙히 차올랐다. 완전히 숙취가 해소된건 아니지만, 민석은 이제 하루를 시작해도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고맙게도 주말이라 강의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기사는 저절로 쓰여지는게 아니었다. 정신 없던 어젯밤을 수습하려면, 토요일 하루는 꼬박 바쳐야 할 듯 했다.




그러나 민석의 속에서는 루한을 만난 후의 삶이 자신을 그렇게 가만 놔두지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차올랐다.



민석은 얇은 자켓을 입고, 뻗친 머리를 가리기 위한 비니를 쓰고 3월의 상쾌한 아침을 맞았다. 그는 뭔가 생산적인 걸 찾으려고 했다. 평소와 달라진 건 없었다. 같은 가방을 메고 같은 도시의 같은 거리를 걸어 학교에 갔다. 대학 입구의 10대 소녀 무리를 지나가기 전까지는. 민석은 그 무리가 자신이 지나가자 대화를 멈췄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들은 충격에 입을 벌리고 흥미로운 눈길로 민석을 바라보았다. 민석은 혼란스러운 눈으로 뒤 돌았고, 소녀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웅성웅성 거리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는 그들의 아이폰을 들이대기도 했다.





이건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제일 이상했던 건, 단지 저들만 그랬다는게 아니라는 거였다. 민석은 그저 자신의 망상이길 바랬지만, 사람들은 민석이 캠퍼스를 지나다니자 점점 더 많이 아는체를 했다. 어떤 학생들은 걷다가 멈춰서 민석을 바라보았고, 4층의 여자 사서는 저 멀리서 부터 가던길을 멈추고 안경을 치켜올려 민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민석의 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고개는 자꾸 숙여졌다. 인문학부 건물로 가는 동안 무엇과 부딫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민석은 건물의 유리문이 꼭 천국의 문처럼 느껴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민석은 미친듯이 8층으로 가는 버튼을 눌렀다. 마침내 문히 닫히고 번뜩이는 낯선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졌다. 이게 연예인이랑 고작 몇 시간 같이 놀았던 결과인가? 루한의 순간적인 결정이 민석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그런거 같지는 않았지만.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더 걱정이었다.


꼭대기 층에는 사람이 없었다. 짱 메거진으로 가는 길! 몇 몇개의 강의실과 국문학과 관리실 뿐인 꼭대기층은 조용했다. 민석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민석은 주머니에서 사무실 열쇠를 찾는데에 평소보다 10분은 넘게 걸렸다. 민석이 열쇠를 찾아 고개를 들었다.



루한이 벽에 기대어 사무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민석은 지난 이틀 동안 착하게 살았던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 때의 희미한 기억이 민석의 연약한 영혼을 들어올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민석은 한류스타와의 만남이 재미있고 좋은 기억이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복잡한 머리가 도와주지를 않았다.

"실내에서 왜 선글라스 쓰고 있어?"

민석은 바보같은 말을 내뱉은 제 혀를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요점은 잘 잡아냈다고 생각했다. 루한은 레이-벤 선글라스로 꽉찬 얼굴을 들이밀고 민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네가 보다시피 상태가 별로라서."
루한은 입술에 옅은 웃음을 띈 채로 말했다.


민석이 웃었다.
"매력적인데."
잠긴 문을 열며 민석이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민석이 다시 물었다.
"근데 여기서 뭐하고 있어?" 메거진 동아리 애들 아니면 잘 안오는 곳인데."


루한은 자신의 트릴비를 고쳐쓰고 찬열의 책상에 앉아 아이처럼 다리를 흔들거렸다.

"나 캠퍼스 투어시켜 주기로 약속했잖아 작은 빵아. 빚 받으로 왔지."
"내가 그랬다고? 언제?
"그날 밤에 클럽에서."

루한은 민석에게 다가와 그림자를 만들었다.


"기억안나?"

"진짜로?"
민석이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루한이 낄낄거렸다.
"잘 놀았나보네, 기억 안 날 정도면!"

루한은 물건들을 만지작 거리며 방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래서, 투어준비는 다 해놨나, 빠오즈?"

아, 민석이 이 별명을 기억 못할 리가 없었다.

"뭐, 지금 당장?"
"안 될거 있나? 내가 있고 네가 있는데..."

민석은 불안한 듯이 랩탑 스크린을 쳐다보다가 다시 닫았다.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 뭐...


민석은 침을 한번 삼켰다. 말도 안되는 일이 계속 되고 있었다.
"물론 괜찮아. 네가 원한다면. 어디부터 구경할래? 가보고 싶은 곳 있어?"


"어디든 아무데나."

루한의 미소는 악세사리와 머리로 반이나 가린 얼굴 사이에서도 빛이 났다. 민석은 루한이 낮에도 아이라인을 그리는지 궁금해졌다.


"음.. 좋아. 도서관부터 가볼래?"

루한이 문으로 손을 뻗었다.

"안내 해봐!"

바깥은 이로 인해 시끄러워 질 것이 분명했다.




트릴비:페도라 비슷한거
레이-벤:선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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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원문이랑 비슷하게하려고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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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흐힣ㅎㅎㅎ흐힣ㅎㅎㅎ왜이걸 지금 발견해섷ㅎㅎ감사해요. 이거 읽고싶었는데ㅎㅇㅎㅇ싸랑해여! 하투하투!
11년 전
대표 사진
필명따위 없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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