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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글!!!! 고맙습니다 ㅜㅜㅜ 제 글 예뻐해주시는 독자님들이 우주 최고 미인데스.. 

 

 

 

 

 

 


 


 


 


 


 

셀럽들로 북적이는 쇼케이스장 . 스팽글과 하이힐, 캐주얼 수트와 향수들. 보랏빛 조명과 세련된 일렉트로닉 뮤직 사이에서 기자가 던지는 마지막 질문. 


 

Q. 어느덧 작별할 시간이네요. V 콜라보 쇼케이스를 맞이해 V 독자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열다섯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기억으로는 순영이를 만난게 그쯤이니까. 쪽팔리게도 순영이는 일진이었다. 순한 일진. 


 

", 안녕." 

"? 안녕." 


 

6월을 맞아 자리를 바꿨는데 덜컥 걸린게 순영이었다. 씨발, 좆됐다. 그때까지만도 일진=학교 폭력인줄 알던 내가 겁에 질린건 당연했다. 그런데 순영이는 덜컥 인사를 받더니 팔을 베고 엎어져서 잤다. 


 

잤다. 

Sleep. 

이제 하교해야하는 시점에. 


 

"저기," 

"? ." 

"하교해.." 

"? 수업 끝났냐?" 

".." 


 

세상에 이보다 쿨할 없다는듯 가방을 걸쳐메고 순영이가 교실 밖을 나섰다. 나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짧은 새에 나는 자기 깨웠다고 때리면 112 부르는게 빠를지 얌전히 가드 올리는게 빠를지 계산하고 있었으니까. 


 

그게 그저 공부만이 개짱인줄 알던 열다섯의 좁아터진 머릿속이었다. 


 

좋게 말하면 철이 든거고, 솔직하게 말하면 노잼이었다. 인정한다. 개노잼이었다. 이상하게도 주변 애들이 유행에 미쳐 버섯머리니, 울프컷이니 난리를 칠때도 하품을 했다. 그게 좋은건줄 알기도 했으니까. 


 

입시의 최종 목표는 대학이다. 대학을 가려면 고등학교 내신을 관리해야 하고, 고등학교 내신을 관리하기 위해선 중학교때부터 습관을 들여놔야 한다. 그런고로, 나는 공부에 일찍이 맛을 들였다. 자연히 다른 곳에 들어갈 관심들이 줄었다. 그것만으로 이미 서울대 붙은 기분이었다. 


 

공부에 정을 붙였다는데 싫어할 어른들은 없었다. 나는 내가 먼저 학원 보내주세요 과외 시켜주세요 말하는 성격은 아니었어도 일단 뭔가 시켜놓으면 최선을 다했다. 선생님들은 갈수록 나를 좋아했다. 후룰룰루! 나는 아예 공부쪽으로 캐릭터를 잡았다. 아이들도 공부 잘하는 줄은 대강 알았다. . 기분 좋군. 기분 좋았다. 부작용 하나만 빼고. 


 

'부작용' 이라는게 무엇이냐. 이상하게도 내가 관심이 없는 분야에 미친 아이들이 나를 꺼려하기 시작했다. 다같이 지내면 어디 좋냐고. 나만 오면 정색하는데? 떨떠름하긴 했어도 눈치라곤 말아먹고 트림하는 나에게 영향은 없었다. 애들 용돈이 나라의 뷰티 산업을 책임지는 든든한 기둥이 동안 용돈은 나의 깜찍한 엥겔 지수에 적극 가담했다. >멋은 오랜 진리였다. 


 

순영이는 그런 내가 신기했던 같다. 


 

"맛있냐." 


 

내가 트윅스를 타에 7개째 조지던 옆에서 드물게 깨어있던 순영이가 물었다. 기억상으로 우리의 두번째 대화였다. 하기사 트윅스 7개면 나도 내가 신기하다. 어쨌거나 상당히 어정쩡하게 트윅스를 베어물다 반쯤 입을 벌린 상태로 '무의식' 대답했다. 


 

". 존맛." 

". 존맛이란 말도 아냐." 

"몰라야 하나.." 

"맛있게 먹어라." 


 

순영이는 다시 잤다. 이성은 그제야 돌아와 무의식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시발, 그랬어! 존맛이라고 했어! 나는 내가 존맛이라는 말을 알고 있는 대해 순영이가 기분이 나빴나 싶어 깊은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당장 친구들한테 찍혀서 학창 시절도 트윅스처럼 조지는건 아닐까. 편의 시나리오가 떠올랐다. , 나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트윅스 7 조지는거 보고 맛있냐고 했더니 존맛이란다. 조온마앗. . 뭐어? 조온마앗? 도른자 아냐, 이거. 그리고 대가리가 깨지는 . 넘나 완벽한 플롯. 박수 짝짝. 


 

어쩌면 당장 순영이를 깨워 잘못했다고, 이제 모르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는게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일지도 모른다. 나는 제법 진지하게 고민했다. 하지만 열다섯의 좁은 머리통은 점심시간으로 가득 찼고, 이내 세상 쓸데없는 고민은 트윅스 껍데기만큼이나 무가치해져 사라졌다. 내일은 토블론이다. 10 도전. 고고. 나는 세상에서 제일 신나졌다. 


 

그런데 그건 시작이었던 같다. 순영이는 내가 뭔가를 먹고 있을때 자주 일어나 안색 한번 바꾸고 물어봤다. 글자. 맛있냐. 그럼 다시 몹쓸 개애자식의 무의식이 실언을 흘렸다. 개맛있어라든가 존나라든가 너도 줄까 같은. 아니 잠깐. 너도 줄까라니. 그렇게 세상 맛있게 처먹고 있으면서 너도 줄까라니. 열다섯의 나는 생각보다 훨씬 개노답이었던 같다. 


 

그리고 질문을 17번쯤 받았나 싶을때, 그러니까 무의식이 17번째로 대답한 순간에 누가 교실문을 엘도라도 금맥 열듯 우렁차게 열어젖혔다. 사랑스런 충무 김밥은 흠칫 떠는 손에서 떨어져 작별을 고했다. 미친.. 김밥을.. 


 

"권순영!!!!!!!!!!!!!!" 


 

세상에 저렇게 소리를 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싶어 잠시 감탄하는 느낌으로 떨어트린 김밥도 잊고 친구를 쳐다봤다. 말이다. 히히힝하는 . 나는 감탄하는 심정이 되었다. 역시 괜히 목소리가 큰게 아니었구나. 


 

"축구. 나옴." 

" 자자, 미친아." 

"아아앙- 없어. 나와." 

"닥쳐, 제발." 


 

그런 무의미한 대화들을 듣고 있다가 문득, 떨어트린 김밥이 생각나서 첨지마냥 서글프고 맺힌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 라스트 피스.. 마지막 조각.. 


 

", 때문에 김밥 떨어트린거야?" 


 

그때 아이가 물었다. 그제야 이름표를 봤다. 이석민. 자고로 일진의 친구는 일진이랬다. 나는 납작 엎드리기로 했다. 


 

", 아냐, 괜찮아." 

" 때문 맞는거 같은데. 놀라서 떨어트렸잖아." 

"맞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 뭐가 괜찮다는거야." 


 

그리고 다시 호탕하게 웃는다. 사람 성대가 어쩜 정도 데시벨도 견뎌낼 있구나.. 


 

"미안해. 내가 매점에서 사다줄까?" 

". 그럼 포카칩. 어니언으로." 


 

아아.. 때려죽일 무의식.. 그래도 포카칩 어니언은 맛있으니까 무의식을 두드려패려는 의식을 말려보기로 한다. 순영이 표정이 벙찐다. 뭐지? 그러게. 존나 뭘까. 


 

"알겠어. 다음 쉬는 시간에 갖다줄게." 


 

순간 기분이 날아갈듯 하다가 애매해졌다. 일진 뜯는건가 .. 반성해야 같아 주춤하는데 순영이도 벙찐 모양이었다. 


 

" 설마 진짜 사주려고?" 

". 먹는거 예쁘잖아." 


 

주춤했다. 뭐래. 나는 먹는 이상의 어떤 먹음인데. 아마 그때 내가 하얗게 질리지 않았을까. 그런데 석민이는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그런다. 


 

"이뻐, ." 


 

세상에.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예쁘다고? 내가? ? 저기 죄송한데 미의 기준이 의심스러운 수준 아니냐? 당장 고개를 돌려 교실 벽의 거울을 봤다. 아니.. 암만 봐도 저건 아닌데. 웃긴건 순영이. 


 

". 그렇지. 얘가 예쁘긴 하지." 


 

나는 무서워졌다. 얘들이 나한테 이러나. 죽을 날이 가까운건가. 폭풍전야같은 느낌인가. 둘은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자기들끼리의 합의점에 이르렀다. 


 

" 먹으면 보기 좋잖아." 

"맞아. 먹으면 예쁘지." 

"응응. 짝꿍 예뻐." 

"맞네. 예쁜가봐." 

"예쁜가봐 말고 예뻐." 

" 예뻐." 

"옳지. 착하다." 


 

어떻게 저런 말을 눈썹 하나 움직이고 있나. 내가 자기들 뜯었다고 갈구는건가. 나는 트윅스 부스러기만큼 울뻔했다. 


 

예쁨 대란의 주인공 석민이는 순영이랑 제법 친한 같았다. 이후로도 순영이가 조금만 늦게 나온다 싶으면 교실에 자주 자주 들렀다. 덕분에 어느덧 나는 아이의 엄청난 사운드 시스템 앞에 놀라지 않고 김밥을 먹을 있는 담력을 겸비하게 되었다. 게다가 단지 순영이의 옆자리라는 이유로 덩달아 친해져버리고야 말았다. 걷잡을 없는 인생.. 


 

순영이도 이상하게 석민이한테 동화되었는지 종종 이상한 소리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간다는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뻔히 들여다보면서. 


 

" 니가 못생겼다고 생각해?" 


 

나는 내가 못생긴걸 알고 있었으므로 고개를 끄덕이면 이후의 대사란 다음과 같았다. 


 

" 예쁜데." 

" 진짜 구라 치는데 진짜 예쁜 상인데." 

" 시발, 진짜 예쁜데." 


 

나는 그때마다 조금 무서웠다. 아니, 사실 많이 무서웠다. 석민이가 교육을 시키는건가. 자기한테서 포카칩 뜯어간 심리적으로 갈구라고. 입이 바짝바짝 말랐지만 , 하고 웃고 말았다. 왜냐면 포카칩이 존맛이기 때문이지. 


 

석민이랑도 친해지다 못해 어느덧 셋이서 하교도 같이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순영이가 종종 계속 자면 우리 둘만 집에 먼저 가기도 했다. 익숙한 일인지 순영이는 머리만 벅벅 긁지 화도 냈다. 갈수록 어딘가 이상해지는 인생.. 


 

그렇게 석민이와 둘이서 하교를 하던, 시험기간이 얼마 남은 어느날이었다. 입이 찢어져라 하품하던 석민이가 말을 붙였다. 


 

"미친, 계속 자다 왔더니 침자국 남은 느낌이야. 거울 줘봐." 

"? 거울 없어." 


 

그러자 눈을 뙹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것이다. .. .. 거울이 .. 미안.. 내가 잘못했다.. 


 

"거울이 없어?" 

".." 

"손거울 하나도?" 

"......" 

"? 안들고 다녀?" 

" 못생겼잖아.. 계속 봐봤자 별로.." 


 

그렇게 함정에 걸린건가. 석민이가 갑자기 길을 가로막았다. 


 

", 나랑 내기하자." 

"갑자기 무슨.." 

" 이번 기말에서 전교 100 안에 들면 소원 들어주기!" 

" 들면..?" 

", 부정적으로 사네, 진짜. 들면 내가 소원." 

"이거 너한테 너무 불리ㅎ," 

" 진짜!!! 이번에 완전 열심히 할거라고." 

" 시제가 미래ㅎ," 

" 하여튼!!!!! 진짜로!! 진짜 앞으로 존나 진짜 할거라고!! 부랄 두쪽 걸고!!" 

"아니 그걸 ," 

"진짜!!!!! 소원!!!!! 내기!!!!! 진심!!!!!" 

"알겠어. 할게. 진정해." 

"앗싸. ." 


 

그렇게 난데없이 소원 내기를 걸어버렸다. 깔보는게 아니라, 평소에도 공부랑은 담쌓고 살던 친구들이니까 전교생 500 중의 100 안이면 상위 20%인데 설마 가능하겠나 싶었다. 그게 깔보는건가. 여하튼 그렇게 시험 기간이 흐르고, 순영이는 한결같이 자꾸 물었다. 


 

"아니, 시발, 진짜 니가 못생긴거 같냐고." 

".." 

"아니 시발 진짜 예쁜데 ?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생각하면 ," 

". 안돼. 계속 니가 예쁘다고 믿어야지." 

"그건 내가 예쁘다는," 

"어렵게 꼬지 말고. 예쁘다고. 대체 못났다고 믿는거야?" 

"아니, 객관적으로 예쁜 상은 아니,"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던 어느 순영이가 대사의 끝에 책상을 내리쳤다. 고개를 숙이고 음습하게 말했다. 


 

" 시발, 미친 놈의 '객관적으로 예쁜 ' 이란게 뭔데. ?" 

"아니, ," 

"아니 시발, 나도 '객관적으로 잘생긴 ' 아냐, 그래. 쌍커풀에 엄청 크고 그런 얼굴은 아니잖아." 

".. 그렇.. ." 

"근데 시발, 나는 내가 어디 가서 꿇린다고 한번도 생각 해봤어. 잘생긴게 아니라서 그렇지 매력 오진다고 믿어. 그리고 그게 사실이고." 

"그걸 입으ㄹ," 

"닥쳐봐. 오늘은 내가 말하는 날이야. 아니, 스스로를 그렇게 깎아먹어?" 


 

웃긴게, 질문에 답이 바로 생각나지 않았다. 일단 내가 나를 깎아먹고 있었나 싶어 곰곰 생각하던 차였다. 순영이는 뭐가 그렇게 화났는지 자꾸 씩씩거렸다. 나는 여전히 곰곰 생각중이었다. 


 

집에 와서도 생각은 이어졌다. 그래서 씻고 나와 작당하고 거울을 봤다. 아무리 봐도 못생겼는데.. 진짜로. 숱없는 눈썹, 무쌍 실눈에다가 브이라인은 태어날때부터 없었고 그나마 피부가 좋나 싶은데 이런 애들이야 널렸잖아. 그것도 피부 '마저' 좋은 애들. 거울을 붙잡고 있다보니 얘들 미의 기준이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냥 공부나 하기로 했다. 까먹지, . 


 

웃긴건 석민이도 기말이 일주일 남은 어느 하굣길에 나한테 그랬다. 


 

", 순영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아ㄴ,"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같아?" 

"나는 모ㄹ," 

"애들도 아는거야." 


 

"사람들은 의외로 너한테 관심이 없다지만 의외로 너한테 관심이 많아. 네가 아끼는지 아닌지 정도는 보고 있다고." 


 

"순영이가 이목구비 . . 이렇게 진하게 잘생긴건 아니래도 자기가 매력적이라는 확신을 갖고 살아. 다들 이렇게 스스로를 예뻐하는데 자신을 깎아먹어 안달난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진 않을거잖아." 


 

"이건 겸손이랑은 다른 일이라고. 예쁜 상이야. 칭찬이 아니라 팩트야. 그런건 받아들이고 그래라. 맨날 아니라고 부정만 해서 사람 뒤집어놓지 말고." 


 

단체로 더위를 먹었나. 다들 헛소리를 하지. 그러면서 일단 집에 왔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스니커즈를 봉다리 해치웠다. 나는 전교 10 안에 드는게 목표였다. 


 

그리고 석민이가 97등을 했다. 씨발. 내기까지도 새까맣게 까먹고 있었는데 앞에 성적표를 들이미니 머리가 알아서 기억을 꺼내놨다. 쌰앙.. 쟤네와 친해진 이후로 나도 욕이 많이 늘었다. 하려야 수가 없어. 


 

"그래서. 소원 ." 

"나랑 쇼핑 가자." 

"? 무슨 쇼핑." 

"있어, 그런거. 토요일에 12시까지 광장으로 나와." 


 

뭔가 간절히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순영이를 보았지만 역시 우리의 권순영. 오늘도 열심히 잔다. 나는 짐꾼이 각오로 오늘부터라도 아령을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드디어 이자 붙여 털리는구나. 돈은 10만원 정도면 괜찮을까. 내놓으라고 하려나. 


 

대망의 토요일은 너무도 빨리 왔다. 광장에 나가 서있는데 누가 등을 때렸다. 안봐도 이석민. 


 

"봐봐. 이렇게 나오니까, ? 얼마나 좋아, ?" 

"알겠으니까 목소리 ," 

"가자!!!!!!!!!!" 


 

석민이가 손을 잡고 아울렛으로 뛰어들었다. 사람들이 쳐다본다. 하하, 날씨가 좋죠? 저도 새끼 목청이 신기해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저는 그만 봐주시구요. 얘는 익숙하다는듯 요리조리 길을 돌아 화장품 가게로 떠밀었다. 화장품? 갑자기 ? 


 

"골라! 오빠가 쏜다." 

"아니 ," 

"!! 담아!!" 

"저기," 


 

그렇듯 말을 잘라먹은 석민이가 덜컥 손에 바구니를 들려주고 뭔가 담는다. 파운데이션? 하이라이터? 뭐야, 이건 


 

"아니, 갑자기 ," 

"여기요!!!! 틴트 뭐가 제일 나가요????" 


 

정신이 들어보니 3만원어치 화장품을 석민이 돈으로 가게에 있었다. 


 

", , ," 

"치마는 별로다. 바지가 낫겠다." 

"아니 , 이걸 ," 

"저기요!!!! 다른 컬러 없어요????" 

" 무슨," 

"맘에 들어?" 

"?" 

"맘에 드냐구." 

"아니 , 마음에 들긴 하ㄴ," 

"저기 색은 됐구 이거 26이랑 27 봐주세요!!!!" 


 

아이의 갈구는 방식은 이런거구나. 나는 부담스러워 죽을 같았다. 자꾸 돈을 쓰러 가려는 석민이를 진정시키고 일단 카페에 앉아 대화를 시도했다. 


 

"아니 , 무슨 포카칩, 그래. 내가 미안해." 

"아니? ? 니가 미안해?" 

" 내가 예전에 포카칩 사달랬다고 지금 이렇게 뜯는거잖아." 

"무슨 소리야. 내가 지금 너한테 쓰고 있구만 무슨 내가 삥을 뜯어. 그리고 원래 뜯어." 

"아니 그럼 갑자기 이렇게 자꾸 사주려고 그래." 


 

석민이가 남은 스무디 컵을 한번에 빨아먹더니 음습하게 이리오라고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고개를 숙이니 이마를 부딪히고 눈을 부라린다. 잠깐, , 존나 아파. 아오. 이석민 진짜. 


 

" 이쁜줄 니가 알라고." 

" 쓰흡.. 갑자기 무슨," 


 

고개를 떼려고 하자 아예 양손으로 이마를 세게 짓누른다. 아니, 너랑 그렇고 그런 그런 것도 아닌데 너무하단 생각 드냐. 중추 신경계가 나랑 다른거냐. 


 

" 맨날 니가 못생겼다고 그러잖아." 

"못생겼잖아. 사실이 그렇잖아." 

"세상에!!!! 못생긴!!!! 사람이!!!! 어딨어!!!!" 


 

앞에서 목소리를 들으면 정말로 이명이 울린다. 


 

"못생긴 사람 없어. 너도 하나도 못생겼어. 볼살이 얼마나 귀여운데. 무쌍 진짜 매력 오오-. 자꾸 니가 못생겼다고 가치를 낮추는거야. . 천하의 와빠권도 자신감 넘치게 사는데." 

"와빠권이 ," 

"와꾸 빻은 권순영." 

"와꾸란 나쁜 말이야. 그거 쓰면 ," 

" 빡치네 진짜!!!!"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 테이블을 엎으려기에 영문도 모르고 일단 말렸다. 


 

"아니 죄없는 테이블을 ," 

" 때문이잖아!!!! 니가 하도 못생겼다고 까니까 그러지!!!!" 

"알았어. 그럴게. 진정해. 일단 진정 하고," 

" 진짜 두번 다시 못생겼단 소리 하기만 해라 !!!! 그땐 아울렛에서 그친다!!!!" 

"아니 제발 그ㄹ," 

"진짜로 니가 예쁜걸 모르겠으면 꾸며봐. 그러라고 쓴거야, 오늘. 진짜 예쁜 얼굴이야. 구라는 . 믿어라. ? 순영이도 입에 달고 사는 같더만, 왤케 애가 사람을 믿어???? 사회의 때를 무슨 나이 열다섯에 탔니????" 


 

일단 기에 눌려 나는 얌전히 있었다. 카페 스푼에 비친 얼굴은 여전히 정감이 가는 '동양의 미인' 인데, 석민이는 지금 진짜로 화가 났다. 


 

"내가 오죽하면 너한테 이렇게 돈을 퍼붓겠냐. !!! 자신감 !!! 가져!!! 그럴 가치 있어!!!" 


 

나는 시무룩해졌다. 다들 나한테 못생겼다고 그랬단 말이야. 어른들도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고 그랬다구. 공부에나 집중하랬는데. 나를 가꾸는건 나중에 해도 된다고, 지금은 우선 순위가 다르다고. 석민이의 얼굴이 진지해졌다. 손을 잡더니 눈을 보고 조곤조곤 말한다. 


 

"지금 공부가 중요해, 네가 중요해?" 

"공ㅂ," 

"아니. 진짜 전혀 아니." 

"..." 

"너를 찾아. 일단 네가 있어야 공부가 있는거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 진짜 진짜 사랑스러운 아이인데 이렇게 스스로 자꾸 부정만 . 그건 겸손 아냐, 자존감의 차원이지." 

"... 근ㄷ," 

"관심 없을 있어. 입는거나 화장에 진짜 흥미가 없을 있어. 근데 이건 진짜 대표적인 방법일 뿐이야. 너를 예뻐하는 너만의 방법을 찾아보라구." 

"..." 

"그러라는 뜻이야." 


 

엄마가 내게 했던 말들이 스쳐갔다. 솔직히 네가 예쁜 얼굴은 아니지, 우리 나중에 엄마가 책임지고 성형 시켜줄게,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의도는 장난이었겠지만 장난으로 들을 수만은 없던 말들. 뒤늦게 울적해졌다. 석민이가 어깨를 친다. 


 

"그래서 계속 말했잖아. 예쁘다고." 

"..." 

"가자." 


 

손을 잡고 터덜터덜 아울렛을 빠져나간다. 얼음이 녹은 키위 스무디를 쳐다보다가 쓰레기통에 처박아넣는다. 생각이 많다. 이상 팔자좋게 놀기만은 없다. 석민이에게서 잡힌 손을 비틀어 빼낸다. 


 

" 갈게." 

".. ." 

"학교에서 보자." 


 

버스를 탄다. 턱을 괴고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한다. 어른들이 정답인줄 알았는데. 손에 들린 청바지가 조금 다른 말을 한다. 들리진 않는데 자꾸 가슴 켠이 아프다. 


 

가보지 않으면 없어. 반짝이지 않으면 빛날 없어. 


 


 

비닐 봉투를 들고 집에 들어서는 나를 맞는건 팩을 하고 있던 엄마의 잔소리다. 


 

"어디 가서 그렇게 사온거야?" 


 

블러셔, 섀도우 등을 우르르 쏟아놓는다. 엄마는 힐끔 보더니 말을 얹는다. 


 

"쓰지도 않을거, 그렇게 샀대? 공부하는 애가 화장은 무슨. 엄마 . 그거 ." 


 

울컥, 눈물이 떨어진다. 엄마가 당황한다. 


 

"어머, 울어?" 


 

이런 말이었구나. 이런 말에 가려 나는 나를 사랑해주지도 못하고 있었던거구나. 억울하다가, 화가 나다가, 울적해졌다. 나는 소중히 화장품을 끌어안았다. 


 

"아니오." 

"..?" 

" 쓸거에요." 

"뭐가, 화장품 이거?" 

". 쓸거에요." 

"공부해야될 애가 무슨 화장이야." 

"그래도." 

"?" 

"그래도 할거에요." 

"어머, ." 


 

화장품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다가 문득 생각나는 말이 있어 다시 뒤를 돌았다. 


 

"엄마." 

"?" 

"그리고 못생겼어요." 

"? 누가 뭐래?" 

"저도 예뻐요." 


 

방문을 닫고 들어와 한참 울었다. 우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눈물이 났다. 내가 껴안고 들어왔지만 화장품들 꼴도 보기 싫어 밀쳐두었다. 혼란스러운 열다섯. 나는 내가 나를 예뻐하는 줄도 모르고. 


 

눈물이 조금씩 그치자 화가 났다. 눈을 쓱쓱 문질러 닦고 세수를 했다. 세수를 하자 샤워를 하고 싶었다. 옷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몸을 뽀득뽀득 씻었다.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바르고 수분 크림을 발랐다. 거울을 봤다. 볼품없게 부은 얼굴. 


 

일단 렌즈를 뜯었다. 눈물을 바가지 쏟으며 석민이가 알려준대로 렌즈를 꼈다. 느낌이 어색해 눈을 한참 깜박거렸다. 그리고 유튜브를 켰다. 알려준 이름이 가물거려 다시 한참을 생각하다 검색어를 쳐넣었다. 영상을 힐끔거리며 포장을 뜯은 퍼프에 어색하게 파운데이션을 얼굴에 두드렸다. 펜슬을 들고 삐뚤빼뚤 눈썹을 그렸다. 손가락으로 대충 섀도우를 바르고 틴트를 발랐다. 아이라인을 그려넣고 마스카라를 하고서야 모습이 온전히 눈에 들어왔다. 


 

예뻤다. 


 

화장이 어색하긴 했어도 분명 나는 예뻤다.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부욱 눈물이 났다.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았으니까. 나도 못생기지 않았으니까. 나도 사랑받을만 하니까. 못생겼다는 소리를 들었을때 화를 내도 되는 사람이니까. 그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행복했다. 


 

".. 예쁘네, . , 흐으.. .. 예쁘다." 


 

웃으면서 울었다. 사슬이 차르릉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른들이 외모를 가지고 놀리던 말들이 생각났다. 친구들이 쟤는 꾸밀 줄도 모른다고 뒤에서 쑥덕거리던 이야기들이 떠올랐다. 그런 소리, 싫으면 싫다고 그러지. 속으로 삼켜서 나는 내가 정말 못난줄 알고 있었잖아. 바보. 진짜 바보래요. 이렇게 예쁜 애가. 사랑스럽잖아, 진짜로. 싱그러운 이마를 . 생기가 터질듯한 뺨을 . 귀여운 무쌍의 홀리는듯한 눈웃음을 . 이제 마친 서툰 화장이 눈물에 온통 씻겨내려가도록 나는 나를 칭찬했다. 예뻐. 예뻐. 사랑스러워. 못생기지 않았어. 아름다워. 


 

이내 나를 가둔 언어의 벽이 설탕처럼 눈물에 녹아 사라졌다. 

거울 앞에 진짜 '예쁜' 나는 설탕벽보다도 훨씬 달콤했다. 

아쉽지 않았다. 갑옷같던 말들은 감옥에 불과했음을. 


 

내내 흐리던 하늘이 차차 개었다. 

샛파란 여름 하늘이 다가오자 맑은 볕이 떴다. 

휘파람을 불었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졌다. 


 

화사한 벨을 울리며 드디어, 설탕벽을 부수고 내가 밖으로 나섰다. 따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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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앙근
슈렉을 봤다면 모를 수가 없는 노래죠 ㅋㅋㅋ 제 락스피릿은 아무래도 여기부터 시작이었나봐요.. ㅋㅋㅋㅋㅋㅋ 외모 컴플렉스 가질 필요 없습니다!! 우린 다 예쁜걸요 :)
7년 전
독자1
8ㅁ8 쿠조에요 말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네요 이따 나가야하는데 화장해야겟어여...(안할생각이었음
7년 전
다앙근
앜ㅋㅋㅋㅋㅋ 안해도 쿠조님 예쁘시다능 하앍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담았을 뿐입니다 낄낄
7년 전
독자2
맞아여ㅠㅠ저도 자존감 낮아서 흐 니번편 좋아요 ㅠㅠ
7년 전
다앙근
우린 예쁩니다!!! 석민이가 예쁘다잖아여~ 0.^ ㅋㅋㅋ 화장 안 해도 청초하고 예뻐요 자신감을 가집시당
7년 전
독자4
맞아옆8ㅁ8 예뿌다ㅠㅠㅠㅠ
7년 전
독자3
다라입니다! 크흐 순영이 석민이ㅜㅜㅜㅜㅠ 왜이리 감동이죠ㅜㅜㅜㅜㅜㅜ 저렇게 말해주는 친구 한명쯤 있었으면 좋겠네요ㅜㅜㅜㅜㅜ 잘 읽고 갑니당!! 노래 넘 흥나요ㅋㅋ
7년 전
다앙근
ㅋㅋㅋㅋ 진짜 저런 친구 한명만 있었어도 제 중고딩 시절 확 바뀌었을 것☆★ 자존감 낮을 필요 없습니다 우린 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들이잖아요!! 예!! 노래 가사도 좋습니다 가보지 않으면 알수 없어 반짝이지 않으면 빛날 수 없어 가사에서 따온거에요 ㅋㅋ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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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다앙근
ㅋㅋㅋ 우리 그거 잘 까먹고 살잖아요 ㅜㅜ 사실 진짜 위축될 필요 1도 없는데 나보다 더 예쁜 사람 보이면 괜히 주눅들고 ㅜㅜ 당당하게 삽시당 우린 예뻐요!!
7년 전
독자6
생선이에요!! 그쵸 우린 다 예쁘죠 안 예쁜 사람은 어디에도 없는데 그걸 항상 까먹고 사는 것 같아서ㅠㅠ 진짜 석민이랑 순영이같은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인생이 달라질 것 같아요 저도 저런 친구들 있었다면 분명 인생일 달라졌을 것 같아요
7년 전
다앙근
지금의 제가 학창 시절의 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에요 세상 내가 제일 못난 줄 알고만 살던 몽총이 1 ㅠㅠㅠㅠㅠㅠ 자신감 잃지 맙시다! 우리는 모두 별이잖아요 :)
7년 전
독자7
가방이에요 앙근님 진짜 ㅠㅠㅠㅠㅠㅠ날 울려버려ㅠㅠㅠㅠㅠㅠ여주가 딱 제 고등학생시절 모습이랑 너무 같아서 울컥하고ㅠㅠㅠ자존감 바닥이어서 상담도 받았었는데 그 때 생각나네요ㅠㅠㅠㅠㅠㅠ정말 안 예쁜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진짜 앙근님ㅁ최고야ㅠㅠㅠㅠ
7년 전
다앙근
후.. 사실 이거 제 중고딩 시절이라는 루머가 돌던데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 세상 못생 혼자 다 하는줄 알던 나레기 ㅜ 주변에 슥미같은 애 하나만 있었어도 그러진 않았을텐데요..* 나는 증맬 배보얘.. 세상에 스스로를 예뻐할 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안 예쁜 사람은 없습니다!! 어깨뽕 200개 넣고 자신감 풀착합시다!!!!!!
7년 전
독자8
200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150526개 넣어서 당당하게 다닙시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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