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달 병동에 있다가 다시 수술실로 로테이션됐는데, 으 수술실이 진짜 최악이지. 사실 최악까진 아니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제일 심한 곳이야. 그날 들어오는 수술 닥터 눈치보고 모르는 것도 많고. 일단 기계장치부터 약어까지 외울게 산더미야. 솔직히 간호학에서는 배우는게 한계가 있는데 의사들은 그런거 안따지고 편한대로 말하니까 어쩔 수 없이 공부를 더 해야 의사소통에 장애가 안생기는거지. 하루 종일 수술실 서있다가 또 책들고 공부해야하니까 육체적으로도 진짜 힘든거야. 그나마 나는 백현이가 있으니까 모르는거 생기면 바로 물어볼 수 있어서 편하지. 퇴근은 했는데 집가면 바로 뻗을 것 같아서 책들고 데스크 앉아있다가 변백현 지나가길래 얼른잡아서 모르는거 물어봤어. "이거랑, 또..어.. 이거랑. 구분 어떻게 해?" "이거? 구분이 잘 안된다고?" 내가 고개 끄덕이니까 안경 고쳐쓰더니 뚫어져라 쳐다보는거야. 아, 안경이랑 가운이랑. 내가 좋아하는 거 두개 장착하고 있으니까 사기캐구나..하고 감탄하면서 보다가 나도 모르게 고개 숙이고 졸고 있었나봐. 변백현이 어깨 살살 흔들어서 깨우더니 이리저리 얼굴 만져보면서 걱정스런표정을 짓는거야. "어제 잠 못잤어? 엄청 피곤해보이는데." "어, 어. 수술 연장되서.." "그럼 잠을 자야지, 여즉 책보고 있으면 어떡해." "으..오늘도 약어 제대로 파악 못해서 혼났어, 이거 다 보고 가려고." 그랬어어? 하면서 내 머리 푹푹 만지더니 옆에 털썩 앉는거야. 너, 일안하고 여기앉으면 어떡해? 하면서 밀치니까 퇴근하러 가는 길이었대. "멍뭉이, 안경 벗고 있어." "너 이거 봐주려면 써야지, 왜?" "홀딱 반할 것 같아." 내가 턱괴고 쳐다보면서 안경 만지작 거리니까 변백현이 얼굴 뭉개면서 웃더니 양손으로 내 눈두덩이를 꾹 누르는거야. "오늘도 반나절 내내 눈 못감았지." "으응..눈 빠지겠다." "시간 날 때 눈 감구 쉬라그랬잖아, 책 보지 말고."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니. 너 이번 겨울 휴가 신청했어?" "응, 우리 계획한 대로 했는데, 성공할까?" 우리는 휴가를 한번에 갈 수 없으니까 자기가 원하는 날짜 신청해서 가는데 그게 자기원하는 날짜에 휴가를 받기가 힘들어. 평소에 변백현이 계속 휴가때 여행가자고 졸라서 일단 같은 날짜에 신청해놓긴했는데. 그게 성공할지는 미지수였던거지. "아으으, 공부하다가 머리 터져버릴 것 같아. 넌 본과 공부 어떻게 했냐?" "대학다닐때 공부를 지지리도 안했으니 그런거지. "그래도 수술실로 로테이션되니까 3교대 없어서 편한..어, 콜왔는데?" 백현이 주머니에서 콜 요란하게 울리길래 손가락으로 톡톡 쳤는데 내 것두 울리고 있는거야. 급하게 확인했더니 수술실 콜인거야. 수술실이 3교대는 없는데 온콜이라고 해서 언제든지 콜울리면 병원으로 가야해. 새벽에 응급수술 잡히면 집에서 자다가도 병원으로 나가야하는거지. 근무 끝난지 3시간도 안됐는데 바로 콜 울리고, 우울해할 틈도 없이 응급실로 갔어. 백현이도 같이 콜 온거 보니 외과응급환자였던거지. 미친듯이 뛰어서 응급실 도착하자마자 응급실 간호사들이 환자 설명을 다다다다 하는거야. 추락사곤데 아직 의식이 붙어있어서 빨리 수술실 옮겨야 된다고. 환자 보는 순간 피범벅이라 흠칫했는데 진짜 습관이라는게 무섭다고..보자마자 손으로 머리 감싸서 꾹 눌렀거든. 추락사고면 머리 다 깨지고 진짜 눈뜨고 보기힘든정도라서 나도 처음 봤을 땐 어지럽고 속 메스껍고 그랬어. 3년차되니 익숙해지는게 정말 시간의 힘인거지. 손으로 머리 누르고 있으니까 소매 다 피에 젖고 신발에 피 뚝뚝 떨어지고, 난장판 됐는데 변백현이 오더니 나 밀치고 자기가 머리부분 잡는거야. "앞에가서 베드 밀어." "어..?" "가서 손 닦고 빨리 뛰어와." 변백현이 내 손에 피 묻는거 진짜 진짜 싫어한다고 말했었지? 내가 급해서 거즈도 없이 맨손으로 누르니까 변백현이 거즈 뭉터기로 가져와서 지혈하고 급하게 베드밀어서 가는거야. 나도 손 대충 닦고 바로 뛰어가서 수술준비하고, 한숨 돌리고 대기했지. 오늘 한숨도 못자고 계속 마스크쓰고선 막힌 수술실에 있으려니까 너무 피곤한거야. 차라리 계속 움직이면 운동이라도 되지 이건 뭐 계속 서서..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수술은 집도의선생님이 하시는거고. 옆에 보조는 레지던트쌤이 하고. 나랑 인턴들은 그냥 서서 보는거거든. 나만 중간에 혈압이나 심박수체크하고.. 내가 서서 계속 허리 투닥이니까 변백현이 손바닥을 허리에 대는거야. 그래서 내가 살짝 기댔더니 손으로 계속 지탱해주는데 한결 편했어. 결국 수술 끝날 때까지 변백현은 손을 떼지 못했지ㅋ.. 수술 끝나고 나와보니 아침이 밝아오려 했지..는 과장이고 새벽3시정도 됐더라고. 도저히 피곤해서 공부는 안될 것 같고 내일 출근까지 좀 자려고 옷갈아입고 로비에서 백현이랑 만났어. 얘도 일주일만에 퇴근하거든. "머리 예뻐서 좋다. 머리 안잘라?" "아, 너 단발 좋아하지?" "너는 다 예뻐. 그래도 이렇게 묶은게 제일." 변백현이 원래 단발 엄청 좋아해서 아이유가 단발로 자른날 환호하며 폰배경을 아이유로 싹 갈았지. 딱 귀여운거 좋아해서 애가. 그래도 끝까지 내머리는 한줄로 묶은게 좋다고 주장 중이야. "그래서 오늘 머리 한줄 묶어서 맘에 들어?" "완전." "그럼 집까지 업어줘." 내가 투정부리니까 냉큼 쪼그리고 앉아서 등 내미는거야. 난 또 좋다고 매달려 업혔지. 아마 변백현은 나 때문에 병원생활이 두배로 힘들거야. 업혀서 변백현이랑 몇마디 나누다가 나른해져서 대답 느려지니까 나보고 졸려? 하면서 묻는거야. 분명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그러다 잠들어버렸어. 갑자기 추워지는기분에 뒤척이면서 눈 떴더니 변백현이 세숫대야에 물 떠와서 발 닦아주고 있는거야. 나 추울까봐 목부터 발목까지 이불로 칭칭 감아놓고 발이랑 손만 쏙 빼서 수건으로 닦아주는데 내가 잠깨서 꿈지락거리니까 변백현이 닦다말고 나 쳐다보면서 웃었어. "추워서 깼어? 난방이 고장났는지 안 따뜻해지네." "너 추워서 어떻게 자?" "고장난거 오늘 알았어. 너 발이 이게 뭐야, 피 다 묻고." "또, 또.." "잔소리하지말라고? " "어. 됐고, 내 휴대폰은?" 직업병인지 뭔지 항상 휴대폰 확인하는게 습관이 되어서 바로 휴대폰 찾았어. 언제 콜이 올지 모르니까. 변백현도 전화왔단 소리없고 해서 당연히 전화 안왔겠거니, 하고 아무생각없이 휴대폰 확인했는데 부재중전화가 3통이나 와있는거야. 내가 놀라서 얼른 확인해보니까 셋다 병원이야. "아, 어떡해. 너 전화벨 못들었어?" "어차피 늦었어. 다른 간호사로 대체됐을거야." "전화 온거 알았어? 미쳤냐? 안 깨우고 냅두면 어떡해!" "3일 동안 한숨도 안자고 가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해? 마지막에 병동에 오프인 간호사 많은 거 보고 왔어." "걔네 다 신규야. 제대로 하는거 없단말이야, 아 .." 머리는 산발이고 얼굴도 퉁퉁 부었는데 대충 신발만 구겨신고 나와서 병원으로 뛰어갔지. 곧장 응급실 직행했는데 우리과 환자는 없어서 병동으로 올라갔더니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규한명이 혼나고 있는거야. 대충 상황파악이 됐지. 나도 신규때 뭐 조금만 잘못되면 무서워서 바로 콜 때리고 그랬거든. 아마 백현이도 이럴거 알고 날 안깨운거였을거야. 진짜 응급상황이었으면 백현이도 콜 왔을테니까. "어이구, 많이도 울었다. 눈 다 부어서 앞이 보여?" "죄송해요..혼자 투약하는거 처음이라서.." "다음부턴 병원전화기로 전화하지말구. 심장마비 올 뻔했잖아." 연신 죄송하다고 울면서 고개숙이는데 진짜 3년전 내 모습같아서 측은한거야. 대충 토닥여주고 피곤해서 바로 집으로 가려고 딱 돌아섰는데 머리가 어질어질한거야. 이마 짚고 멈춰서니까 신규가 놀라서 뛰어와가지고는 괜찮냐고 묻는데 애 또 울겠다 싶어서 괜찮다고 둘러댔지. 살살 걸어서 의자에 앉아서 눈 감고 있었어. "김간, 여기서 뭐하세요?" "아 오빠. 아니, 선생님. 일 안하세요?" "퇴근하는 길이에요. 어디 아파?" "머리 산산조각날 것 같아. 잘생긴 신경외과주치의를 불러줘." "어이구, 입은 살아서는. 너 잠을 못자서 그래." "변백현때문에.. 아, 머리." "차 태워줄테니까 가자. 걸을 수는 있어?" 어쩐지 사복입고 있다했더니,퇴근하는 길이었대. 진짜 바닥이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아서 거의 오빠한테 기대다시피해서 차까지 와서 탔지. 차타니까 또 차 특유의 냄새가 나는거야. 갑자기 차멀미 할 것 같은 필이 팍 오는게 내가 인상 찡그리니까 오빠가 눈 좀 붙이라했어. 그래서 의자 젖히고 눈 감고 그대로 잠들어버림. "야, 야. 안일어나?" 어깨를 세게 흔드는 손길에 머리부여잡고 힘들게 눈 떴더니 변백현이 눈앞에 가득한거야. 이건 뭐지..하고 눈을 데굴데굴 굴려보니 변백현이 급하게 안전벨트 풀고 어깨 잡아 일으켜 앉혔어. 몸이 갑자기 흔들리니까 머리가 띵하게 울려서 다시 눈 감았더니 옆에서 준면오빠가 역정을 내는거야. 복잡구리한 상황.. "머리아프다잖아." "형, 다음부터는 저한테 연락하세요. 차 태워 오지말고." 오빠가 가방 뒤적이더니 손에 조그만 통 하나 쥐어주면서 아까 잠깐 들러서 약타왔다고 많이아프면 먹으라면서 다정하게 얘기해주는데. 변백현은 그게 그렇게 마음에 안들었는지 약통 다시 뺏어서 오빠손에 꼬옥 쥐어주더라고. 그러구선 내 가방 챙겨들고 업히라고 등 보이길래 냉큼 업혔지. 오빠한테 고개 까딱 숙이고 인사하더니 자기 옷 덮으라고 내 손에 쥐어주고 바로 엘레베이터 탔어. 원래 같았으면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고 이마짚어주고 할텐데 입 꾹다물고 아무말도 안하니까 화났나 싶은거야. 근데 난 내가 뭘 그리 잘못한지도 모르겠거든? 그냥 병원갔다가 오빠차 얻어타고 온건데. 한두번도 아니고. "백현아." "..." "너 준면오빠한테 그러다가 병원생활 꼬이겠다.." "야, 지금.." "두 달있으면, 오빠 레지던트 넘어가는데. 너 딱 찍혔다. 싸가지없게 굴어서." 끕 제가 죄인이죠ㅠㅅㅠ요근래 많은 일이 있었..이 아니라.. 사실 많은 고민을.. 기다리신분이 있었을까요? 혹여나 계셨다믄 죄송해요 글구 아이러브유 내일 다시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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