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도] 변백현에게W. 아카시아 비가 온다. 회색빛의 우중충한 하늘은 나까지 우울하게 만들었다. 환자복을 입은 경수가 말없이 어두운 하늘을 바라보았다. 루한은 그저 그런 경수를 바라볼수밖에 없었다.루한이 경수의 주치의를 맡은지 이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년동안 경수의 증세가 완화되길 바랬지만, 경수는 나날히 악화되어갔다.루한이 할수있는 일은 그저 경수를 바라보는것 뿐이었다. 루한은 천천히 병실으로 들어와 블라인드를 닫았다. 경수는 그런 루한을 가만히 지켜볼 뿐이었다. "…루한." "네. 경수." "블라인드 열어주세요." "..안돼요." "나,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그래요." 루한은 하는수 없다는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블라인드를 열었다. 우중충하고 검은 하늘이 경수의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하늘은 꼭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것만 같았다. 이 와중에도 너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경수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마른손을 바라보았다. 손은 뼈대가 보일정도로 앙상하고 건조했다. 경수는 루한이 볼세라 이불안에 손을 넣었다.난 지금 내 모습이 너무 흉측하다. 내가봐도 나의 몰골은 너무 볼품없고 끔찍하다. "…루한." "네."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 경수는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루한은 눈을 감은채 천천히 그의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이름은.. 변백현이에요. 남자이름 같죠? 남자 맞아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정말 사랑했던.. 남자에요." 루한은 말없이 경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백현이는 제가 아픈지도 몰라요.. 제가 안말했거든요.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 이런 몰골을..보여주는것보단 그게 낫겠더라구요." "…네." "처음 만난건 고등학생때 학교 교문이었어요. 제가 선도부였는데 백현이는 무지 잘노는 학생이었어요. 뻔한 소설 얘기 같지 않아요? …백현이랑 이런 얘기 자주하곤 했는데.." 경수는 말하면서 백현과의 옛날 생각이 난듯 피식, 웃어보였다. "백현이는 절 무지 싫어했어요. 제가 맨날 백현이만 잡았거든요. 둘다 철이 없어서 유치하게 싸웠죠. 백현이는 아직도 그럴려나?.. 어느날이었어요. 수업끝나고 나오니깐 밖에 지금처럼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거에요. 저는 우산도 없는데..제가 비를 맞고갈려 하는데 누가 제손을 뒤에서 잡았어요. …백현이가요. 자기 우산을 쥐어주고 욕을 하면서 빗속을 뛰어갔는데... 이상하게.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고 간질거리는거에요. 시간이 좀 지나서 알게되었어요. 내가 백현이를 좋아하는구나… 라고." "백현군은 좋은사람 인가봐요." "네. 제가 만난 사람들중에 제일 멋있어요." "많이… 좋아했나봐요. 경수군이." "..네. 정말 백현이 없으면 못살줄 알았는데,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네요. 오히려 죽는게 나을지도 몰라요. 백현이가 이모습을 보면 많이 슬퍼할꺼에요…" "……" "백현이는 말도많고 자존심도 강했어요. 저와는 정반대의 성격이었는데.. 어느순간 백현이가 달라지는거에요.저몰래 안맞는것을 차근차근 맞춰가며 자기 자신을 바꾸고 있었어요…저한테. 저한테 맞추려고 말이에요. 그렇게 자존심이 쎈 아이가제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남자가 되는거에요.. 사소한 배려 하나에도 백현이는 저를 위해서 좀 더 노력해주었어요." "...네." "저는 정작 백현이한테 해준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게 가장 후회가 되요. 조금더 잘해줄껄… 하고." "경수군이라면 분명 잘 해줬을꺼에요." "고마워요. 루한. 처음 불치병이라는걸 인정했을때에는 숨쉬기 힘들정도로 엉엉 울었어요. 백현이랑 헤어지는게 너무 슬펐거든요..근데 헤어지는날, 막상 눈물은 안나오더라구요… 백현이 앞에서 울까봐 주먹을 꼭 쥐고있었는데.. 그 손을 펴보니깐 피가나왔어요.갑자기, 갑자기 그때 막 눈물이 나오는게에요. 미친사람처럼..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눈물이 나왔어요." "……" "제가 돌아서기전에 백현이가 무릎을 꿇었어요. 그 자존심 쎈애가 제앞에서 무릎을 꿇고 아이처럼 엉엉 울었어요.백현이가 눈앞에서 무너지는걸 보는데… 누가 제 가슴을 난도질 하고있는것처럼 너무 아팠어요.. 이건 병때문에 아픈거랑 다른거였어요.…매정하게. 정말 매정하게 돌아서려고 했는데. 백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순간 발이 움직이질 않았어요.. 굳은것처럼." "…안힘들어요?" "힘들어요. 지금 투병생활이 힘든게 아니라, 백현이와의 기억이 저를 괴롭히는게 더 힘들어요… 그 기억을 이겨내야 하는데. 저를 자꾸 무너지게 해요.헤어지고 난 뒤에는 밥도 못먹었어요. 이미 백현이의 입맛에 길들여져 있었거든요. 그아이의 음식이 너무 먹고싶은데.. 이젠 먹을수 없더라구요.처음 입을 맞춘날. 떨려왔던 제 손도, 서로의 몸을 가진날. 아찔했던 기억도 저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요…" "…미안해요. 경수.." "루한이 왜미안해요.. 제 얘기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저 이제 쉬어도 될까요?" 루한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준뒤 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루한의 손에 들려있는 종이가 살짝 구겨졌다. 루한의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가있었다.저것이 무엇일까?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은 루한을 병실밖으로 내보내는게 우선이었다.루한이 나간것을 확인한뒤에 경수는 천천히 병실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는 잠이 안오는 경수를위해 루한이 하루에 한알씩 주던 수면제가 들어있었다.하루하루 모아두던 수면제는 벌써 23알이 되었다. 경수는 천천히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이생에서 미련은 남았나보다. 경수는 수면제를 한웅큼 손에 쥔뒤, 입안에 억지로 구겨넣었다.쓴 약맛과 목구멍을 넘어오는 알약때문에 토가나올뻔했다. 숨이 막혀왔다. 심장이 터질것처럼 뜨거워졌다. 이 순간에도 백현이가 생각나는건 어쩔수 없나보다. 두 눈에는 멈출수 없을정도로 뚜거운 눈물들이 흘러내렸다. 너무 보고싶다. 너가 보고싶다.눈꺼풀이 무거워질때쯤, 아까 루한이 쥐고있던 종이가 떠올랐다. 종이에는 내가 너무 보고싶었던 백현이의 글씨가 쓰여져 있던거 같았다. 희미한 의식속에서 병실문아 벌컥 열렸다. 루한의 머리색은 금발이 아니었나? 갈색머리의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병실에 들어왔다.누구지? 익숙한 향기가 온몸을 지배했다.눈앞이 흐려졌다. 흐릿해지는 희식속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나는 눈을 뜰수 없다. - 내가 사랑하는 백현이와 경수!! 백도는 처음 써보네요ㅜㅜㅜㅜ예전에 써두었던거긴 하지만... 루한이가 들고있던건 백현이의 편지고 마지막에 들어온건 루한이가 아닌 백현이겠지요?백도 백도~~~다음 글[EXO/루민] 루한에게11년 전이전 글[EXO/루민] 김민석에게11년 전 아카시아 l 작가의 전체글 신작 알림 설정알림 관리 후원하기 이 시리즈총 0화모든 시리즈아직 시리즈가 없어요최신 글최신글 [EXO/루민] Do You Love Me? 311년 전위/아래글[EXO/루민] 새벽이 싫은 사슴 04 3211년 전[EXO/루민] 새벽이 싫은 사슴 03 3811년 전[EXO/루민] 새벽이 싫은 사슴 02 3911년 전[EXO/루민] 새벽이 싫은 사슴 01 4211년 전[EXO/루민] 루한에게 5511년 전현재글 [EXO/백도] 변백현에게 5211년 전[EXO/루민] 김민석에게 13311년 전[EXO/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06 4311년 전[EXO/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05 4511년 전[EXO/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04 4211년 전[EXO/루민]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03 3511년 전공지사항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