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들어갈게. 호기롭게 말하고 몸을 돌리는 누나를 바라보는데 몇 번이나 도어락을 못 누르다 겨우 눌러서 문을 연다. 비틀대는 누나가 걱정 되어, 분명히 혼날 것을 알면서도 누나를 따라 들어갔다. 너, 너어ㅡ 왜 따라 들어와아ㅡ 술에 취한 탓인지 볼이 발개진 채로 말꼬리가 늘어지는 모습이 귀엽다. 하, 이 누나.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하냐고.
" 알았어요. 집 갈건데, 누나 자는 거만 보고 갈 거예요. "
" 아, 진짜, 강다니엘... "
" 자, 어디로 갈까요? "
" ... 침대. "
누나의 어깨를 감싸안고 침대로 데려갔다. 침대에 앉히자마자 바로 누워버리고 미동조차 없었다. 화장 같은 거 안 지워도 되나...? 살짝 몸을 흔들어 깨우니 칭얼대다 잠에 들었다. 애기 같다. 침대에 살짝 걸터앉아 자고 있는 누나를 바라보았다. 어쩜 이렇게,
" 예쁘냐, 김여주. "
얼굴을 가리고 있던 긴 머리칼을 살짝 걷어내고 드러난 볼을 살살 쓰다듬었다. 잠결에 손에 부비적대는 당신의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 믿기지가 않아. 늘 혼자서 바랐었는데. 어떻게, 당신이, 내 애인이 됐을까. 조심스레 당신의 옆에 누워 깨지 않게 팔베개를 해주었다.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지 내 품으로 조금 파고든다. 제 눈에는 그저 예쁘디 예쁜 당신을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옆 집 동생
아빠의 직장 때문에 17살에 처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부산도 제법 큰 도시라 생각했는데 서울에 올라오니 부산은 정말 작은 곳이었다. 높은 빌딩, 많은 사람들. 사람만큼 많은 차. 답답한 공기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집 정리가 끝나고 낯선 방에 앉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부산에서 있는 친구들과 욕짓거리를 하며 카톡을 하고 있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고 엄마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 너, 방에 앉아서 뭐해. "
" 걍, 카톡하는데요. "
" 그러면 앞집에 떡이나 좀 갖다주라. "
" 요즘 시대에 무슨 떡... "
" 잔말 말고 빨리 갖다 드려. 이사 때문에 시끄러우셨을거야. 식탁 위에 있어. "
할 말만 하시고 방으로 들어가는 엄마. 나가기 싫었지만 엄마의 말을 무조건적이기 때문에 무거운 몸을 일으켜 식탁 위에 있는 접시를 들고 옆 집으로 향했다. 차라리 아무도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초인종을 눌러도 나오지 않자 몸을 돌리려는데 찰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 누구세요? "
내 인생에서, 이렇게 예쁜 사람은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을 첫눈에 반했다고 보통 이야기하더라. 멍청이처럼 벙쪄있다가 들고 있던 그릇을 살포시 건넸다.
"이, 이거. 엄마가 갖다 드리래서... "
부산에 있는 애들이 이런 모습을 봤으면 욕을 하면서 하루 종일 놀렸을 거다. 방금 진짜 병신 같았다. 아, 첫 만남인데, 이렇게 병신 같이 보이면 어쩌자는 거야... 앞에 서 있는 여자 눈치만 보며 뻘쭘하게 그릇을 들고 서있었다. 그러다 곧, 내가 들고 있는 그릇을 가져갔다.
" 고마워요. "
... 뭐, 저렇게 웃는 모습이 예쁘노. 천사네, 천사.
*
옆 집 누나, 여주누나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깡다니엘ㅡ 학교 가? 안 늦었어? 라며 머리를 헝클이고 갔다. 내 말투에 섞인 사투리를 들으면 웃으며 어색하게 따라하기도 하고, 내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지나가다 유자차를 사주기도 하는 해맑으면서도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누나와 비슷했던 키가 커질 수록, 나를 바라보며 짓는 그 미소를 바라볼 수록, 내 풋풋한 첫사랑은 점점 짙어져갔다. 마주칠 때마다 다시 한 번 반했다. 한 해 한 해 지나는데, 당신은 점점 아름다워집니까. 이건 반칙이었다.
물론, 중간에 그만 좋아할까 생각도 했었다. 대학 입학 후, 시내에 나갔을 때 카페 안에서 딴 남자와 마주 보고 부끄러운 듯 웃고 있는 누나의 얼굴을 보았던 순간.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그 길로 아무 술집에 들어가 무작정 술을 시켜 마셨던 것 같다. 신입생이 술을 마시면 얼마나 마신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취해버렸다. 보통,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고 하던데 왜 누나 웃는 얼굴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거지. 비틀대며 집으로 돌아와 방에서 숨죽여 울었다. 내 첫 사랑이 그렇게 끝나는 느낌이었으니.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다시 누나의 얼굴을 보면 다시 마음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누나의 얼굴을 잊어보려 남들보다 조금 빨리 군대에도 들어갔었다. 하지만 잊혀지긴 개뿔, 더 생각나기만 했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늘 진다고 했던가. 씨발, 나는 영원히 당신에게 질 수 밖에 없었다. 지독한 짝사랑, 이었다.
*
어찌 나는 당신에게 고백하고 싶지 않았을까. 하루에도 몇 십 번씩, 몇 백 번씩 상상했다. 누나, 좋아해요. 라고 말하면, 나도 좋아해. 라고 대답해주는 누나의 목소리, 누나의 얼굴을. 그 얼굴을 붙잡고 자잘하게 입 맞추고 싶었음을. 하지만, 나에게 자신이 없었다. 내가, 누나의 옆에 서 있었을 때 온전하게 누나의 나무가 되어줄 자신이 없었다. 나는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었다. 그 때까지는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속으로 부탁 하고 있었다.
" 너 때문이야. "
" ... ... "
" 다 너 때문이야. 너가 너무 잘 해줘서, 오해하게 해서. "
" ... ... "
" ...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도, 다 너 때문이야. "
" ... ... "
" 너를 너무 좋아하는데, 꿈에서 너가 안아주면 너무 좋은데, "
" ... ... "
" 꿈에서 깨면, 너무 허무해... "
열 때문에 빨개진 얼굴로 아프게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얘기하는 누나에 내 마음이 더 아팠다. 쓰러지듯 잠에 든 누나의 이마에 맺힌 땀을 꼼꼼하게 닦아주고, 조용히 옆에 앉아있었다. 나 때문에, 나를 좋아해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다. 누나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나 때문에 힘들었구나. 누나의 손을 살짝 잡았다. 아직 열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조금 뜨거웠다. 고개를 살짝 숙여 누나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내가 먼저 고백할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
여주누나는, 여주는 매력이 넘쳐서 큰일이다. 진짜 누나 같다가, 귀여운 여동생 같다가. 나를 살갑게 챙겨주다가 또 어린 아이같이 챙겨주고 싶다가.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다른 사람들 눈에도 우리 누나가 참 예뻐보일텐데. 매일 함께 하지 못 하는게 안타까울 정도다. 누나는 회사를 가고, 나는 학교를 가니... 빨리 졸업을 하고 돈을 벌어서 바로 납치를 해와야지 안 되겠다. 문만 열면 당신을 만날 수 있지만 그 사이에 못 보는 순간까지도 보고싶다. 중증이다. 여전히 당신에게는 나는 약한 사람이다.
늘 당신을 보면 안고 싶고 입 맞추고 싶었다. 처음 입을 맞추었을 때, 그 빨개진 귀까지 귀여웠다. 내가 급하게 다가가면 혹시나 뒤로 물러설까봐, 천천히 다가서려 했다. 그래, 술 먹고 그렇게 훅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솔직히 조금 위험했다. 입을 맞추고 깊게 파고들자 놀란 게 여실히 느껴졌다. 입 안에서 느껴지는 알콜 향과 누나의 체향에 순식간에 취하는 느낌이었다. 닿아 있어도, 더 맞닿고 싶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나는 평생 당신을ㅡ
*
" ... 야, 야! "
" ... 아, 누나. "
" 너 왜 여기서 자고 있어? "
" 아ㅡ 누나가 하도 가지말라고 붙잡길... "
" 어디서 뻥을 쳐! 혼나려고! 어서 이거 팔 풀어! "
눈을 뜨자, 나를 보고 놀란 눈으로 저를 바라보는 누나가 있었다. 내 어깨를 찰싹 때리면서 내 품에서 벗어나려 한다. 어허, 어디를 가려고.
" 싫어요. 조금만 이러고 있어요. "
" 내가 진짜 못 살아... 안 그래도 지금 머리 아픈데. "
" 그러게 누가 술 많이 마시래요? "
" ... 미, 미안하댔잖아. 어제. "
" 어제, 다 기억나요? "
내 물음에 얼굴이 순식간으로 빨개져 품으로 파고든다. 이것 봐, 이렇게 귀여워서 어떡할거야. 소리내어 웃으며 눌려있는 뒷머리를 살살 쓸어주었다. 부끄러운 듯, 품에서 중얼거린다.
" 내가 미쳤지, 왜 그랬지... "
푸스스 웃으며 앞에 보이는 머리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입 맞춘 게 느껴졌는지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바라본다. 역시, 나는 당신과 같이 살아야겠다. 매일, 이렇게 행복하게 잠에서 깨고 싶다. 한 집, 한 침대에서.
" 해장국 먹으러 가요. 누나 속 풀어야지. "
어찌 되었든, 당신은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사람이기에. 이 햇살 같은 사람과 평생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 잡았다. 당신이, 이제 나를 책임 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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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댕뭉이입니다. 이번 G화는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D편 독자 8님의 의견으로 쓰게 된 다니엘 시점입니다. 사실, 이번 화를 쓰면서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조금 힘들었답니다ㅜㅜ 처음 이 옆 집 동생을 쓰게 되었을 때에는 옆 집 동생이 옆 집 남자로 느껴지는 그런 감정의 변화를 쓰고 싶었답니다. 물론 아무 것도 정해놓지 않고, 무작정 써왔답니다. 이번 화에서는 다니엘이 여주를 오랫동안 좋아해왔고, 그 감정에 대해서 뭔가 자세하게 쓰고 싶었는데 제가 필력이 많이 부족하다보니 쓰면 쓸 수록 산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슬럼프 아닌 슬럼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쓴 기간은 많이 짧지만요. 지금 G화도 너무나 많이 부족합니다ㅜㅜ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ㅠㅠ 분량도 너무 짧은 것 같고... 주제 주신 독자님께도 너무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읽어주시는 많은 독자님들 감사합니다! 부족한 F화도 초록글에 올랐었어요! 캡쳐는 하지 못했지만,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써주신 모든 분들 사랑합니다♡ H화는,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암호닉 분들 |
슝러비, 졔졍, 깡구, 샐라인, 디눈디눈, 빵빰, 뿜뿜이, 남융, 기화, 아름정원, 괴물, ☆뉸뉴냔냐냔☆, 아마수빈, 꼬꼬망, 응, 녜르, 체크남방, 호앙이, 다녤쿠, 동태, 염염, 새우, 앤지, 녤피치, 녤뭉이, 녤림캐쳐, 블라썸, 수 지, 숮어, 다녜리, 나침반, 휘린, 칸타타, 푸름. 신청해주신 분들, 안 해주신 분들 전부 감사합니다. F화에 한 분 한 분 답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혹시나 빠지신 분들은 꼭 말씀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