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야 6.
수건을 뒤집어쓰고 돌아다니는 아기를 잡아 감기걸릴까 얼른 옷을 입혀놓고
거실에서 아까 틀어놨던 채널을 다시 켜니 이번엔 노란색과 빨간색 지렁이 같은게 나와 징그러워서 돌렸더니
"아아아아!!! 엉아 왜 돌려여!"
"응? 아가 저거 징그럽지 않아?"
"라바! 라바 돌리지 마여!"
아기는 아까의 그 뽀로로 엔딩을 온몸으로 막은 아까와 날 똑같이 보더니 리모컨을 뺏을꺼라며 서있는 내 다리를 잡고 방방 뛰었다.
라바? 그 징그러운거 이름이 라바야?
"아 알았어 알았어. 아가 틀어줄게요. 미끄러워 뛰지마"
"빤니빤니"
"알았어알았어. 그럼 이거 보고있어요. 형아 코코아 가져올게"
"웅"
저게 뭐가 좋은지.. 아까 그 뽀로로..? 그 펭귄도 안경빨이더만.. 근데 저거 가만보니까 노란게 원식이 좀 닮은거 같기도 하고..나중에 회사가면 말해줘야지.
믹스를 찾아 물을 데우고 가루를 넣은 뒤 차가운 우유를 좀 넣어 온도를 맞췄다.
딱 알맞은 따뜻함에 거실로 가 라바에 푹 빠져있던 아기의 시선을 끌었다.
"짜잔, 아가 이게 뭐게?"
"웅?"
"아까 형이 말했던거. 코코아"
"웅웅! 비니! 주세여!"
다행히 뽀로로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않아 아기는 쉽게 코코아로 눈을 돌렸다.
이번에도 안봤으면 나 진짜 서러울뻔했다.. 안경 쓴 펭귄따위에 밀려서..
"아뜨뜨뜨"
"어? 아가 뜨거워? 이상하다. 괜찮은거 같은데..."
아기가 잡기에도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아기는 많이 뜨거웠던 모양인지 손을 떼면서 울상을 지었다.
내가 아직 잡고있어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아기 무릎에 쏟을뻔한, 아찍한 생각을 했다.
코코아를 입에대니 컵은 뜨겁지만 안은 괜찮을것 같아 결국 아기를 앞에 앉히고 컵을 쥐고 떠넘겨주었다.
쪽쪽 소리가 나게끔 잘 받아먹는 아기에 괜히 흐뭇해졌다.
"어유 아가 잘먹네. 맛있어?"
대답도 않고 홀짝홀짝 코코아를 넘기기에 바쁘다. 큰 컵에 약간 많은듯이 담았는데도 말없이 쭉쭉 빨아들이더니 어느새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컵은
아기가 입을 한두번 떼자 금새 끝이 나버렸다. 아쉬운듯이 입맛만 다시고 있는 아기를 날 보게끔하자, 역시나 입주변에 우유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아가 입술위에 또 입술생겼네?"
"비니 입수른 두갠데?"
"근데 이 위에 한개가 더생겨서 세개됬다? 우와"
"세개?"
"응응. 세개"
손가락을 세개 펼쳐보이자 저도 따라하겠다며 손가락을 한개만 쏙 편다.
아기. 숫자개념이 조금 있는 줄 알았더니. 어제의 예상은 역시 뛰어넘질 못한듯 하다.그래. 아직 애긴데 숫자 좀 못헤면 어떠하리..
아기도 씻겼겠다. 아. 그러고보니 정작 내가 씻질 않았다. 아까 아기를 안고 축축해졌던 옷도 그대로였고... 아기 덕분에 보일러는 후끈하게 돌려 추운줄 몰랐더니
그제서야 괜히 한기가 들어 얼른 축축한 옷을 벗고 아기가 썼던 수건을 어깨에 둘렀다.
코코아를 다 마시고 tv에 푹 빠진 아기를 놔두고 얼른 속옷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물에 담그고 있는 시간이 남들보다도 은근히 더 짧은 편이지만 오늘따라 아기가 더 걱정되 솔직히 양치빼면 씻는둥 마는둥 물만 묻히고 나왔다.
얼른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오자 왠 거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아기밖에 없을껀데.. 대낮에 도둑이 들었을리도 없고,
....설마 진짜 도둑..?
"아가, 아가야 누구 왔어?"
"..."
"아가야?"
-Fin-
안녕하세요^^ 연홍차입니닿ㅎㅎㅎ 과연 집안엔 침입자가 있을까요, 없을까요? ㅎㅎㅎ 답은 내일 공개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도 감사하고 신알신도 감사하고 다 감사한 일 밖에 없네요ㅠㅠ 저 복받은 것 같습니다ㅠㅠㅠㅠ ㅎㅎㅎㅎ 하루 마무리 잘 하시고 월요일인만큼.. 더더욱 힘내시길 바래요ㅠ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