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남자친구가 없어?"
학기 초 동기의 물음에 담담하게 답했다.
"관심없어. 그런거"
"흠- 하긴 민현이 옆에 있음 눈이 높아지긴 하겠다."
"...결국 또 황민현 얘기냐?"
"너네 왜 안 사겨?"
"그런거 아니라니까."
"아직 어리구나? 사랑도 모르고"
"아 진짜. 계속 이런 얘기하면 나 딴데 앉을 꺼야."
"알았어. 새침한 기집애. 얼굴만 믿고 계속 그러면 너 평생 모쏠이다?"
그때 그 동기가 지금 뭘 하고 있더라. 휴학 했다던데 무당하고 있는건 아니겠지.
그 동기의 말대로 나는 몰랐던 황민현에 대한 내 마음을 인정했고 아직 모쏠이다. 그리고 그게 평생 갈지도 모른다.
아이고 불쌍한 내 인생.
그렇다고 누굴 뭐라 할 수 도 없다. 이 모든 걸 선택한건 나니까.
내가 스스로 짝사랑을 선택한거고 아직 끝내지 못한것도 나의 선택이었다.
친구에서연인까지
나와 민현이는 생각보다 잘 지냈다.
내 고백과 민현이와 은서선배의 재결합이 지난지 한달이 되었다.
그 사이에 호구 황민현 소문은 잠잠해졌고 우릴 따라오는 시선도 잠잠해졌다.
"고기"
"응? 고기??"
"이럴 때 고기를 먹어야돼"
"갑자기 왜?"
"기 빨리는거 같아. 고기사줘."
"기 빨린다고? 무슨 말이야?"
시험때문에 민현이와 같이 도서관에 갔다 나오는 길이었다.
맞은편에 앉아 날 뚤어지게 쳐다보는 시선때문에 공부하는게 머리로 들어오는지 코로 들어온건지 모르겠다.
안그래도 지나가는 여자들이 던지는 추파에 피곤했는데 이유도 모르겠는 남자의 시선에 머리가 터질꺼같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눈치없는 민현이는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았다.
공부하는 민현이를 방해할 수 없어 참고 꾸역꾸역 들어오지 않는 글자를 머리 속에 집어 넣었다.
금방 점심시간이 왔고 민현이의 팔을 잡고 나왔다.
아. 진짜 뭐야. 공부 하나도 못했어.
"저기요-"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도서관에 있던 그 남자가 서있다.
"흠흠. 번호 좀 주세요."
서울말이 어색해 보이는 남자는 나에게 휴대폰을 내밀었다.
민현이랑 있을땐 이런 일 없었는데...민현이 미모가 죽었나?
항상 민현이와 다닐때면 민현이의 미모에 기죽은 남성들은 다가오지 못했다.
"싫어요."
"옆에 남자친구에요?"
"...아니요"
"진짜 맘에 들어서 그러는데 안될까요?"
잘생긴 남자였지만 나는 그에게 아무 관심이 가지 않았다.
아. 그 머리를 만들려고 몇번 탈색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 속에 묻어둬야겠다.
"네. 정말 안돼요."
"하- 네. 죄송합니다."
뒤돌아서 가는 남자의 등이 쓸쓸해보인다.
옆에선 민현이는 그 장면을 뚤어지고 보고만 있었다.
"...지은이 은근 인기 많았구나."
"너만 할까."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팔을 올린 민현이가 더욱 팔에 힘을 주는 것 같다.
뭐야. 질투하나?
"하긴 너 아담해서 귀여워"
"돌려서 놀리지마."
질투는 무슨. 웃으며 작은 키를 놀리는 민현이에게 질투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였다.
"다음 수업 몇 시야?"
"3시였는데 아까 다음에 보강한다고 문자 왔네."
"나도 오늘 수업없는데, 그럼 같이 밥먹고 오랜만에 영화나 볼까?"
"시험 전에 보는 영화가 재밌긴하지"
"그치. 너는 공부말고는 다 재밌지."
"...놀리지 말라니까."
오랜만에 민현이랑 영화를 볼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민현아-"
그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민현이는 팔을 내리고 달려갔다.
"선배. 어쩐일에요?? 오늘 친구들이랑 쇼핑간다고 안했어요?"
"응. 근데 갑자기 보고싶어서. 지은이 안녕?"
"...네 선배. 야 나 갈게"
"어??"
"너네 밥먹으러 가는 거 아니였어? 오랜만에 셋이서 밥먹을까?"
"아니요. 선배얼굴 보면서 먹으면 체할꺼 같아요."
"..."
"..."
"나 갈게. 다음에 보자."
저 여자 얼굴만 보면 욕이 나올꺼같다.
다 알고 있다는 미소도 짜증났고 민현이를 우습게보는 태도도 짜증났다.
그리고 바보같은 황민현이 제일 짜증났다.
"이지은!!"
한참을 목적지 없는 걸음을 거닐다 익숙한 이름에 뒤를 돌아보면 여자동기가 날 향해 뛰어오고있었다.
"헉헉."
"안해"
"아직 말도 안했거든?"
"뻔하지 또 소개팅 얘기지? 애들은 나 그런거 안하는 거 알면서 맨날 그러더라."
"야 일단 들어봐."
"싫어. 귀찮아."
다시 걸음을 옮기며 뭘할 지 고민하는데
"은서선배 지시야!!!"
"뭐?"
"나 이거 성사 못 시키면 선배들한테 죽을꺼야...제발 소개팅 한번만 해라."
"..."
내가 거슬렸나.
이때까지 가만히 있었으면서 왜...아...들킨건가...
그 여자는 민현이와 달리 눈치가 빨랐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할게."
"진짜???"
"어."
분명 그 여자는 내가 꺼져주길 바라는 거겠지.
은근 슬쩍 그걸 민현이에게 들어 냈을게 분명하다. 그럼 황민현은 난감하게 웃었겠지.
그래서 요즘 표정이 그랬구나.
답답한 황민현. 멍청한 황민현.
까짓것 소개팅하지 뭐. 거기서 괜찮은 남자애 만나면 좋은거고.
이걸로 당분간은 민현이 닦달하는건 잠잠하겠지.
그래. 그거 하나면 된다.
"너 소개팅하냐?"
"응. 소문빠르네."
성우집 쇼파에 앉아 쇼파 밑에 앉아있는 성우의 머리카락을 장난감 삼아 만지면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벌써 소문이 옹성우 귀에까지 들어간거면 그 여자랑 민현이도 알겠지?
내가 황민현때문에 팔자에도 없는 소개팅을 다 한다.
"...또 민현이 때문이야?"
"...너도 무당해라"
은근 눈치가 빠른 성우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았다.
내가 민현이를 좋아하는 것도 고백했던 것도 나는 한번도 성우에게 말한적이 없었지만 성우는 다 알았다.
나에게 그렇게 관심을 가져준다는게 새삼 고마워졌다.
"...소개팅 하지마"
"왜"
한참만에 꺼낸 성우의 말에 나는 다른 방법이 있나 내심 기대를 했던거같다.
"남자친구가 필요한거면 내가 해줄게"
"...뭐?"
티비를 보며서 담담하게 말하는 옹성우때문에 순간 알았다고 할뻔했다.
이게 미쳤나...갑자기 왜 이래.
"이지은 남자친구 그거 내가 해준다고"
"..."
갑자기 긴장이 됐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니길 바라며 성우에게 물었다.
"너...나 좋아해?"
"글쎄... 좋아하면 어떻게 되는건데?"
뒤를 돌아 나 바라보는 성우의 눈빛이 제법 진지했다.
미친. 욕만이 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이제 현실에 적응한거 같았는데. 옹성우의 한마디는 잔잔한 호수같던 내 마음을 다시 어지럽힌다.
이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생각만해도 머리가 아파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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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읽어주는 분들이 많아서 넘 기분좋아요ㅎㅎㅎㅎ
사이다를 바라시던데...흠....제생각으로는 좀 더 기다려야될거같아요....
날이 마니마니 더워용!!! 집에 에어콘틀고 나가지 마세요!!! 쓰러져요!!
(사실 저도 방금 나갔다와서 죽을 뻔했어요....역시 집 밖은 위험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댓글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