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you cut a piece of guitar string
니가 기타줄 몇 개를 자른다면
I would wear it, this is the real thing. Wrapped around my finger
내 손가락에 감싸서 결혼 반지처럼 낄게, 진심이야
레이첸/레첸 고백
W.실핀
우리들의 사랑은 터무니 없었다. 어떠한 시련이 우리들 앞에 닥친다고 하연들, 서로가 있으면 충분히 이겨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믿어왔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서로 뿐이었고, 둘 뿐이라 해도 우리는 뜨겁고, 순수하게 사랑했다. 그는 나의 태양이었고 나는 그의 달이었다. 마치 서로를 끌어 당기는 다른 극의 자석처럼,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충해 주는 사랑을 했다. 그래, 그래서 우리는 행복했다.
아직 겨울인지라 날씨가 많이 싸늘했다. 약간 추위에 얼어 벌겋게 변한 손끝을 호-. 입김을 불어 녹였다. 아직 그가 오려면 한참은 남은 시간이었다. 나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 가길 바라면서 발을 두드렸다. 딱, 딱, 하면서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부딫히는 신발 소리가 싫지만은 않았다. 이번에는 차갑게 얼은 귀를 두손으로 감싸 쥐면서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하얀 김이 공중으로 흩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자리에 쭈그려 앉았다. 차갑게 얼은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덧 그가 나올 시간이었다. 끙차-. 하는 소리와 함께 겨우 몸을 일으키자 저멀리 희미하게 기타가방을 멘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 찼다. 나는 손을 붕붕 흔들으며 그를 반겼고, 그는 기다리고 있던 나를 발견한 것인지 조금은 빠른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섰다.
"첸, 춥잖아. 목도리는 해야지."
"괜찮아요, 형-."
딱 보기에도 걱정하는 듯한 그의 품에 파고들며 말꼬리를 늘리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푸스스 웃으며 내 머리를 흐트리는 그의 모습이 좋았다. 그가 자신이 하고 있던 목도리를 반 쯤 풀어 내게 메어 주며 다정하게 어깨를 끌어 당겨 안았다. 나는 의도하지 않은척 그의 따뜻한 손길을 받아드리며 그와 함께 길을 걸었다. 항상 같은 식의 반복이었다. 나는 목도리나 장갑 하나 없이 추위에 떨며 그를 기다리고, 그는 그런 나를 끌어 당겨 제 목도리를 같이 메어준다. 그와 함께 걸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내가 연주하면, 너가 노래해서 좋아."
"나는 형의 연주에 노래할 수 있어서 좋아요."
평소와 다름 없는 날이다. 유학생이라 작은 방을 구해 사는 그의 집에서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그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는 학생이었고, 그는 한국으로 공부를 하러 온 교환학생이었기 때문에 돈을 들여 데이트를 즐기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가 함께 하는 시간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좋았다. 불현듯 그의 잔잔한 기타 연주가 멈추고 그의 고개가 내쪽을 향해 돌아왔다. 나는 노래를 부르던 입을 멈추고 살포시 눈을 감았다.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나누는 입맞춤은 너무나도 애절해서, 그를 향한 내 마음을 더욱 깊어지게 끔 만들었다.
"첸."
"네, 형."
"나… 이제,"
"나… 이제,"
중국으로 돌아가.
딱히 놀라지 않았다. 그는 1년 교환 학생으로 이 곳에 왔을 뿐이었으니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몸을 돌려 누웠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물며 눈을 살짝 내리깔고 있는 그의 얼굴이 가깝게 들어찼다. 가볍게 손을 들어 그의 볼 언저리를 쓸어내렸다. 그가 움찔 하며 나를 바라보는게 느껴졌다. 나는 눈을 꾹 감고는 손가락을 움직여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의 눈, 바른 코, 따뜻한 온기를 품은 입술, 그리고 항상 보조개가 패이던 하얀 볼.
"형 얼굴 잊어버리지 않게, 하나 하나 세기고 있어요."
"...첸."
"형은 내 얼굴 안 세겨 둘꺼예요?"
그의 얼굴에서 손을 떼어낸 나는 그의 손을 잡아 쥐어 내 얼굴 위에 두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치고는 퍽 곱던 그의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감고 있는 눈동자를 쓸고, 콧대를 타고 내려가고…. 그리고 그의 입술이 닿았다. 나는 감은 눈을 뜨지 않고, 그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그려내었다. 아마도, 그는 울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
그를 기다리던 시간은 항상 느리게만 흘러갔는데, 왜 이별의 시간은 이렇게도 빠르게나 다가오는 것일까. 문듯 원망스러워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억울하다 싶을 정도로 하늘은 깨끗하고 맑았다. 햇볕이 잘 들법한 날씨였다. 그는 지난밤 나와 함께 짐을 쌌다. 그와 내가 찍었던 사진들 까지 모조리 챙겨 그의 가방에 넣고 나서야 그는 나를 품에 안아 주었다. 아주, 길고 따뜻한 포옹이었다. 공항을 와본 것은 오늘로써 두번째였다. 첫번째는,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부모님을 맞이하러 갔던 일년전. 그를 처음으로 만났던 날. 우습게도 두번째는 그를 떠나 보내는 날이 되었다. 그가 타야할 비행기 시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아랫입술을 무는 그의 행동에 한걸음 그에게 다가가 섰다.
"형."
"어?"
"나 기타줄 몇개만 끊어줄래요?"
잔잔한 내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게나 아끼던 기타의 기타줄을 서슴없이 끊어 버리고는 내 손에 쥐어 주었다. 나는 그런 그에게서 기타줄을 받아 들어 내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에 천천히 기타 줄을 감아 묶었다. 멍하니 내가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를 향해, 나는 물기어린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형이, 나중에 다시 돌아올때까지."
"....."
"결혼 반지 처럼 끼고 있을게요."
"첸…"
"첸…"
"다녀오세요, 나의 신랑. 장이씽씨."
"....."
"....."
"꼭-. 돌아와요."
"…응. 다녀올게, 나의 신부."
내 앞으로 한발자국 다가온 그의 입술이 천천히 내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나는 짧은 작별 키스를 마치고는 뒤를 도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뒷모습이, 온전히 사라질때까지 나는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환하게 웃음지었다.
기다릴게요, 이씽형.
많이, 사랑해요 나의 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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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를 줬던 엑독방 징 늦게 와서 미안해요 T.T
글이 짧고 부족하지만 예쁘게 읽어주었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