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ome Day:: 08
(변백현X도경수)
08
쭈그려 앉은채로 잠들어버렸던 경수가 퍼뜩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아까의 서늘했던 공기와는 다르게 조금은 따뜻한 기운이 끼쳤다.
발 밑으로 느껴지는 바닥의 온도가 뜨끈했다.
그래서인지 불편한 자세에도 불구하고 몸이 그닥 찌뿌둥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어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경수가 조금은 급한 손길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밝은 화면에 눈이 부셔 잠시 눈을 찡그린 경수가 이내 다시 눈을 고쳐뜨고 시간을 확인했다.
[21:01]
선명하게 깜빡이는 숫자는 이제 막 9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리 늦은 시간이 아니란것을 확인한 경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문 밖으로 조용히 귀를 기울이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그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거실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경수는 그제서야 방에서 완전히 나왔다.
거실 협탁에는 재떨이에 수북히 쌓인 꽁초들만 수두룩했다.
얼마나 담배를 피워댄건지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매캐한 연기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있는 제 가방을 챙겨서 현관문을 나섰다.
어느새 많이 차가워진 가을 밤바람이 경수의 머리칼을 파고들었다.
숨을 후, 내뱉자 하얀 입김이 흐리게 뿜어져나왔다.
"...괜찮아."
경수가 듣는 이 없는 말을 혼자서 중얼거리며 제 자신을 위로했다.
오늘도 이렇게 새로이 짊어지게된 지겹고 아픈 기억을 뒤로 한채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재촉했다.
추운 밤이었다.
***
번화가 한 복판에 자리하고있는 커다란 규모의 주점에서는
아직 미성년자 딱지도 떼지 못한 청소년들의 음주가무가 한창이었다.
학교에서 이름 좀 날린다 싶은 아이들이 남녀 할 것 없이 자리를 채웠다.
널찍한 룸을 하나 잡아놓고 긴 테이블에 둘러앉은 그들은 주거니 받거니 잔을 부딛히느라 바빴다.
그 열화와 같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은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반투명한 유리문 밖으로 인영 하나가 드리우는 듯 싶더니 덜컥 문이 열렸다.
백현이 수 많은 시선들을 한 몸에 받으며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룸 안은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백현아. 올거면 미리 말을 하지 그랬..."
와장창! 백현이 테이블에 술병 하나를 집어 벽으로 던져버린건 승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요란한 파열음과 함께 유리조각이 사방으로 튀자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변백현!"
여기저기서 만류하는 목소리도 아랑곳 않은 백현이 성큼성큼 현준에게로 향했다.
백현은 얼빠진 표정을 한 현준 앞에 서서 학교에서의 일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아, 아니. 경수가 인사를 하길래.'
'뭐?'
'그... 아 애가 웃으면서 인사를 하는데 그냥...'
현준을 내려다보는 백현의 눈에서 살기가 잔뜩 어렸다.
백현이 현준에게로 향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양주 한잔을 단숨에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퍽, 눈 깜짝할 새에 백현의 주먹이 현준의 턱 부근을 억세게 가격했다.
돌아간 고개가 돌아올 틈도 없이 한 차례 더 닥쳐든 주먹에 코피가 터져나왔다.
느닷없는 주먹질에 현준이 바닥으로 맥없이 나동그라진것도 한 순간이었다.
"나를 개 좆같은 호구로 봤지."
백현은 애시당초 현준의 말이 거짓임을 알았다.
곁을 맴돌며 경수를 봐온 시간만 반년이 넘었다.
그 누구보다 경수의 성격을 잘 알고있는 백현은 현준의 그 같잖은 변명을 믿을리가 없었다.
뒤늦게 교실에 들어온터라 자세한 상황은 알 수 없었지만 현준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알았다.
알고도 경수에게 화를냈다.
경수에게 직접 해명을 듣고싶었지만 헛된 기대였다.
아니라고, 오해라고 딱 한마디만 하면 되는것을 경수는 끝내 하지 않았다.
그것은 경수가 백현에게 따로 해명할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그래서 더 참을 수가 없었다.
"자, 깽값."
백현이 지갑 안에 수두룩한 5만원권 지폐 사이에서 천원짜리를 찾아 꺼내들어 승훈의 얼굴로 떨어트렸다.
백현의 친구들을 비롯한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이 백현에게서 멀찍이 떨어져 숨을 죽였다.
갑과 을의 구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광경이었다.
"부족하면 전화해서 더 달라고 빌던가."
백현이 비소 섞인 마지막 말을 끝으로 룸을 나가고, 남은 것은 정적 뿐이었다.
***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던 백현은 반대쪽 길 저 멀리로 걸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았다.
당장이라도 뛰어가서 붙잡고 싶었다.
보고 또 보아도 그리운 얼굴을 매만지고 싶었다.
꺼지라는 말이라도 상관없으니 목소리를 듣고싶었다.
하지만 왜인지 백현은 그러지 못했다.
저 멀리 어스름히 푸른 달빛 사이로 조금씩 조금씩 작아지는 경수와의 거리가 천리길처럼 느껴졌다.
백현은 환영같은 경수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때까지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한참 후에야 집으로 들어온 백현은 신발을 벗자마자 곧장 창고방을 향했다.
나가기 직전 틀어놓았던 보일러 덕에 방이 따뜻하게 데워져있었다.
백현은 불을 켜지 않은채로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아직 희미하게 맴돌고 있는 경수의 향기를 느꼈다.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어쩐지 처량하게 느껴졌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도경수 보게.
이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새삼스레 우스웠다.
자조섞인 실소를 지은 백현이 안주머니에서 익숙하게 담배를 꺼내들고는 무심코 불을 붙이려다가 멈칫했다.
여전히 흐리게 남아있는 경수의 섬유유연제 냄새때문이었다.
담배 연기로 인해 그 향이 지워지는게 싫었다.
결국 담배를 도로 집어넣은 백현이 방을 나왔다.
...너는 나를 너무 어렵게 만들어.
***
어제 못 와서 죄송해요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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