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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 전체글ll조회 1190l







악연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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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혁은 바를 빠져나가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유레카! 찾았다, 찾았어. 제 주위 어디에서건 흔히 찾을 수 있는 그런 진부한 여자들과는 다른, 겉으로는 또라이지만 뼛속까지 순정파인 -그 순정이라는 방식이 남이 봤을 땐 순정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하여튼 그런 한상혁이 오매불망 원하고 찾던 그런 섹시한 비너스. 새하얀 휘핑크림 같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피부에 달큰하고 붉은 입술, 물론 그 입술 사이에서 주로 뱉어져 나오는 언어들은 상스럽기가 짝이 없었지만 그것마저 콩깍지 제대로 씌인 한상혁에게는 오케스트라보다도 더 아름다운 소리에 틀림없었다. 도도하고, 고고하고. 클럽에서 아무 남자나 괜찮다 싶으면 잡아다 하룻밤을 넘기는, 몸은 쓸데없이 쉬운 빗치 주제에 마음은 쓸데없이 얻기가 어려웠다. 타락한 여왕님. 한상혁의 머릿속이 지배욕으로 들끓었다. 콧대 높은 척 하는 저 요망한 여왕을 꺾어내리고 싶었다. 또라이 한상혁이 작게 웃었다.



  「나 왔어, 누나.」


  「우리 혁이 왔어? 공부하느라 힘들지?」



  아냐, 뭘. 한상혁이 예의 그 해맑은, 하지만 조금은 지쳐 보이는 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보란 듯 어깨를 통통 두드렸다. 저보다 여섯 살이 많은 착하디 착한 누이가 부엌에서 무언가를 지글지글 요리하다 앞치마를 두른 채로 다다다 달려왔다. 현관에서 상혁의 코트를 받아 든 한정희는 정말로 제 동생이 학교 생활 성실히 하는 모범생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다. 뿌듯하게 잘 커 준 제 동생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씻고 와, 밥 다 차려 놨어. 부모님은 먼저 주무신대, 로 물꼬를 튼 정희가 부엌에서 쉴새없이 수다를 조잘조잘 떨어대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가 옷을 아무렇게나 벗어던지고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던 상혁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착하고, 그리고… 멍청하고. 전부 좋은 제 누이였지만 단 한 가지 짜증나는 점은 말이 너무 많다는 거였다. 한상혁이 대답하지 않아도 한정희는 그래서 말야, 하고 말을 이어나가곤 했다. 오늘의 수다 주제는 아마도 제 연인인 듯 했는데, 누이의 연인에 대한 얘기는 하도 들어서 질린 한상혁은 듣는 둥 마는 둥 한 귀로 누이의 얘기를 흘렸다.



  「그래서 말야, 그 사람.」


  「…….」


  「결혼하려구.」


  「결혼?」



  누이의 말을 무시하고 묵묵히 밥을 퍼 먹던 한상혁이 손목 운동을 멈추었다. 숟가락을 소리나게 식탁 위에 얹어 놓은 상혁이 세상 다 가진 듯 생글생글 웃고 있는 제 누이의 흰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결혼 얘기에 조금 당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뭐, 누이가 결혼을 한다고 해서 자기에게 별다른 해가 끼치는 것도 아니었기에. 별 거 아니라고 한상혁은 결론을 내렸다. 지금 누이의 나이는 스물넷이고, 내년이면 스물다섯. 조금 이른 거 아냐? 다시 숟가락을 집어들고는 밥을 퍼 입에 갖다 넣기 시작한 한상혁이 우물우물 누이에게 물었다. 옆에서 생선 가시를 발라 상혁의 밥그릇에 얹고 컵에 물이 떨어지면 물을 채우던 한정희가 좀 이르긴 하지? 하고 웃었다.



  「그래도 나는 결혼 일찍 하고 싶기도 하고, 이 사람 아니면 안 되겠다 싶어서. 」


  「그래, 좀 오래 사귄 것 같더라.」


  「정말 좋은 사람이야. 너한테도 잘 해줄 거야. 부모님이랑은 낮에 얘기했어.」



  곧 흥미가 떨어진 한상혁이 깨끗하게 비워진 밥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 싱크대 안에 시끄럽게 그것들을 던져 넣었다. 나 잘게. 분주히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고 설거지 준비를 하는 한정희의 뒷모습에다 대고 툭 말을 내뱉은 상혁은 제 방 문을 쾅 닫았다. 잘 자! 담뿍 애정이 담긴 목소리로 귀를 찔러오는 누이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왠지 듣기 싫다고 느끼며.

  


  한상혁은 하루종일 텐션 업이었다. 원래 아침 자습 시간에는 세상 모르고 잠을 자야 정상인데, 깨어 있다. 그렇다고 공부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깨어 있다는 것에 대해서 2학년 6반 학우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게다가 좀, 어딘지 모르게, 기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절대 좋은 징조로 비춰지지는 않았다. 또라이 한상혁의 좋은 기분은 곧 누군가가 아작날 확률이 크다는 말이었고, 그 아작날 대상이 정해지는 데에는 이유도 규칙도 없었다. 그냥 한상혁 좆꼴리는 대로인거다. 그래서, 놀라움과 함께 반 전체의 분위기는 다운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업된 한상혁은 상당히 이질적이었고.


  일 교시가 끝나자마자 한상혁이 이상하더라, 하는 소문은 교내 전체에 공공연한 비밀처럼 퍼졌다. 선생님 앞에서는 알아서 잘 행동하는 한상혁이었기에 수업 시간에 자지 않았다는 건 그닥 이상하다 할 만한 건 아니었지만, 한상혁이 조용했다. 그건 정말로 이상했다. 무언가 굉장히 들뜬 듯 헤실헤실 웃는 상에, 입에서는 욕설 또한 나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아무도 구타하지 않았다는 것은 해가 서쪽에서 뜨는 거랑 같은 맥락의 문장이었다 이 말이다. 한상혁이 착해진 걸까, 그러나 어제까지만 해도 왈왈 짖으며 학교 뒤에서 가련한 학우들의 피자빵 하나와 주먹 하나를 맞바꿔치기하던 한상혁이 하루만에 순둥순둥 생글생글 저렇게 변해버렸다는 것 또한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임에 틀림없었다. 학업에 지치고 한상혁의 독재에 지친 우리의 불쌍한 학우들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평소처럼 알아서 기자. 무엇이든 평소처럼 행동하는 것이 제일 나았다. 조용해져 준 것만도 고마운데 거기다 대고 괜히 신경을 긁었다가 학교라도 뒤집어지는 날엔, 그 학우는 전교생의 원망과 미움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사 교시가 끝났다. 밥을 먹으려 아이들이 분주히 뛰어내려갔다. 혈투라도 벌일 요량인지 서로 물어뜯고 엎치락 뒤치락,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한상혁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기까지는 전혀 이상할 것 없었다. 늦게 내려가든, 일찍 내려가든. 한상혁의 등장은 모세의 기적과도 같았으니까. 하지만 한상혁이 향한 곳은 급식실이 아니었다. 한상혁의 길쭉하고 투박한 손가락이 교무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어, 상혁이 아니야? 무슨 일이야, 밥 안 먹구?」


  「네 선생님, 그게 제가 몸이 좀 아파서…」


  「아파? 어디가? 우리 상혁이 어제 너무 열심히 공부한 거 아니야?」


  「아하하, 그랬나봐요.」



  순식간에 얼굴 가득 진심어린 걱정의 빛이 담임의 얼굴에 번졌다. 내 이럴 줄 알았다며, 공부하다 병나는 건 약도 없다고 볼멘소리를 늘어놓는 담임의 면전에다 대고 하마터면 비웃음을 흘릴 뻔한 한상혁이 가까스로 웃음을 삼켰다. 그래, 뭐 어제 열심히 노동하긴 했지. 중얼거리고는 피곤하다는 듯 어깨를 살짝 두들기는 시늉을 해 보인 상혁이 담임의 얼굴을 담임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굳이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들 낳으면 우리 상혁이같았으면 좋겠네, 하는 잘생긴 얼굴로 빠안히 쳐다보았다. 불쌍한 듯한 표정은 옵션.



  「그래서 말인데요… 저 점심시간 동안에 병원 좀 다녀올까 해서.」


  「외출증 끊어달라구?」


  「네, 안 될까요?」



  잠깐 고민하던 담임이 그래, 우리 혁이가 아프다는데 끊어줘야지. 라는 실없는 대사를 날리며 책상 서랍에서 자그만 쪽지를 꺼냈다. 대충 휘갈긴 사인을 하고는 한상혁의 커다란 손에 우겨넣듯 외출증을 필요 이상으로 꼭 쥐어 준 담임이 가봐, 어서. 하고는 한상혁의 엉덩이를 톡톡 쳤다. 순간적으로 온 몸에 소름이 돋은 상혁이 제 팔을 슬슬 문지르고는 꾸벅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교무실 문이 닫혔다.


  한상혁이 휘파람을 불었다. 여유롭게 교문을 통과한 한상혁이 좁아서 잘 들어가지도 않는 양쪽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넣었다. 한쪽 손에는 잔뜩 구겨진 외출증이 들려 있었다. 몇 분 정도를 기다렸을까, 교문 앞으로 미끈하게 잘 빠진 새카만 승용차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정지했다. 썬팅이 잘 된 유리가 내려갔고, 그 속의 하얗고 뾰루퉁한 얼굴을 발견한 한상혁의 입가에 승자의 미소가 걸렸다. 긴 다리를 휘적휘적 몇 번 뻗어 조수석 문을 연 한상혁이 자연스레 거기에 올라탔다. 교복 차림새의 상혁이 낯설었던지 택운이 제법 동그래진 눈으로 한상혁을 쭉 훑었다.



  「왜, 잘생겼어요?」


  「닥쳐. 이거나 받아, 칠칠맞은 새끼야.」


  「어, 이거.」



  재수 없다는 듯 정택운이 제 지갑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한상혁을 향해 툭, 내던졌다. 한상혁이 그것을 집어들었다. 이건… 어디 놔뒀는지 한참을 집에서 찾았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던 주민등록증이었다. 어디서 잃어버렸나 했더니 거기였어. 정택운이 자기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찾아 갖다주었다는 사실에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 한상혁은 실실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순수하게 기분이 좋아서 웃는 거였음에도 의심 많은 정택운은 몸을 슬쩍 움츠렸다. 자신을 무슨 더러운 것 보듯 쳐다보는 시선에도 내려가지 않는 한상혁의 입꼬리에 정택운이 입술을 오물거렸다.



  「진짜 또라이 새끼.」


  「밥 먹으러 가자.」


  「아니 이 새끼가 정말 어제부터 자꾸 반말-」



  정택운의 발끈은 가볍게 마무리되었다. 얼굴을 갑작스레 쑥 들이민 한상혁에 정택운이 입을 앙 다물었다. 더 이상 뒤로 갈 자리가 없어 얼굴을 뒤로 빼지도 못하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정택운에게 한상혁이 얼굴 한가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띈 채 점점 다가갔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새하얀 얼굴이 물감이 퍼지듯 붉게 물드는 것이 귀여웠고 또한 우스웠다. 어젯 밤까지만 해도 밑에서 예쁘게 앙앙 울어대다가, 햇빛 좀 비춘다고 백팔십도 달라진 태도가 웃겼다. 가까이 다가가자 한상혁이 일차적으로 느낀 건 피부 정말 좋다였고, 이차적으로 느낀 건 화장 안 한 것도 예쁘네였다. 어젯밤의 바는 어두웠고, 검붉은 빛이 그득했으며, 정택운의 화장은 정말로 짙었다. 물론 섹시한 건 그쪽이 훨씬 더 농염하고 섹시했다는 것에는 한상혁도 동의했다. 하지만 햇살이 비추는 곳에서 가까이 본 정택운은 귀여웠고, 나름대로 상큼한 맛도 있었으며, 이쪽도 은근히 섹시했다. 빤히 자신의 얼굴을 관찰하는 듯한 한상혁의 태도에 정택운이 결국은 한상혁을 퍽 쳐냈다.



 「아 씨발 진짜 또 때려!」


  「니, 니가 맞을 짓을 하잖아 새끼야!」


  「…몇 살이에요?」



  민감한 질문이었는지 택운이 흠칫했다. 나이를 별로 밝히고 싶지 않은 건지 잠자코 있던 정택운이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장난끼가 도진 한상혁이 짓궂게도 계속 정택운을 자극했다. 아이 몇 살인데. 몇 살이냐구요 아저씨.



  「아저씨 아냐 씨발!」


  「아 몇 살이냐고!」


  「…스물여섯.」


  「완전 아저씨네 아저씨.」



  확 씨발 다시 너네 학교로 핸들 돌려버린다. 정택운의 엄포에 이번에는 한상혁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스물여섯이라니, 제 누이보다도 두 살이나 많을지는 몰랐던 건지 한상혁의 얼굴이 신기함으로 물들었다. 생각보다 동안이네. 그래보이지는 않는데. 한참의 정적을 깨고 정택운의 휴대폰에서 카톡, 하는 귀여운 알람음이 울렸다. 조금 놀란 빛을 띄고 카카오톡을 확인한 정택운이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무어라 답장을 보냈다. 누군데요, 하는 질문에 정택운은 대답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해장국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 정적은 깨어지지 않았다.


  잘 아는 집인지 식당 안으로 들어가 자연스럽게 이모, 하며 인사를 나누는 정택운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피었다. 맞은편에 앉아 무엇을 먹을까 진지하게 메뉴판을 들고 고민하던 와중, 앞치마를 두르며 다가온 식당 종업원에게 정택운은 자연스럽게 주문을 했다.



  「올갱이 해장국 두 개요.」


  「…? 잠깐 아저씨 난,」


  「예, 알았습니다-」



  주문서에 무언가를 끄적이더니 사라진 종업원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한상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아 씨발 뭐예요! 존나 자기 마음대로네! 올갱이 해장국이라니, 올갱이 해장국이라니. 잘 빠진 고급 승용차 타고 해장국집 들어올 때부터 알아봤어. 올갱이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아니 해장국이라는 좀, 구수한 류의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한상혁에게 이건 청천벽력이나 다름없는 얘기였다. 물론 눈을 똥그라니 뜨고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자기를 쳐다보는 고 뻔뻔한 낯짝이 또 미치도록 예뻐서, 결국 한상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졌다 졌어.


  올갱이 해장국 두 그릇이 김을 풀풀 풍기며 두 사람의 앞에 하나씩 놓였다. 처음 보는 굉장히 행복한 모습에 한상혁은 밥을 먹는 것도 잊고 열심히 제 앞에서 먹방을 찍고 있는 정택운을 바라보았다. 홀쭉한 두 뺨이 어느새 빵빵해지고, 입이 오물오물. 그러더니 빵빵하던 볼이 어느새 또 홀쭉해진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정택운의 그릇은 반쯤 비어가고 있었다. 기껏 사줬더니 음식에는 손도 안 대고 있는 한상혁을 그제서야 발견한 택운이 그릇에 박고 있던 고개를 들었다.



  「왜 안 먹어.」



  대답은 하지 않고 정택운의 핸드폰을 낚아챈 한상혁이 재빠르게 제 번호를 입력하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깜짝 놀란 택운이 황급히 휴대폰을 낚아챘지만 이미 한상혁의 휴대폰은 신나게 울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얼굴 가득 해맑은 미소를 띈 한상혁이 번호를 저장했다.



  「뒤질래? 남의 핸드폰을 어따대고,」


  「아저씨 우리 사귀자.」


  「아 진짜 이 정신나간 좆고딩 새끼가…」



  숟가락을 치켜들려던 정택운의 행동을 멈춘 건 또다시 카톡. 하는 알림음이었다.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정택운이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메세지를 확인하고는 또다시 답장을 보낸 택운이 말없이 남은 해장국을 퍼먹었다. 묵묵히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는 정택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어디 가요 아저씨! 눈을 크게 뜨며 저를 올려다보는 상혁을 잠깐 내려다본 택운이 고개를 돌렸다.



  「계산할 테니까 먹고 나가.」


  「아 잠깐! 존나 뭐야! 잠깐만요!」



  애타게 자신을 부르는 한상혁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정택운은 매몰차게 가게를 나갔다. 정택운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한상혁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해장국과 밥이 식은 채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고, 배는 고팠다. 아 씨발 나를 혼자 밥 먹게 하다니. 한상혁이 쌍욕을 내뱉으며 숟가락을 들었다.



  호화로운 호텔 레스토랑 안에 정택운이 발을 들였다. 구둣소리가 자박 자박 대리석 바닥을 울렸다. 주머니 안에서 휴대폰은 이미 몇십 번째 울리고 있는 중이었다. 발신인은 -좆고딩. 정택운이 휴대폰 배터리를 잡아 뺐다. 그제야 잠잠해진 휴대폰에 한숨을 내쉰 정택운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렸다.



  「택운 씨!」


  「…아, 정희야.」



  예쁘게 살구빛 원피스를 입고 코트를 걸친 긴 생머리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음식은 시킨 지 조금 되었는지 살짝 미지근한 상태로 테이블에 세팅되어 있었다. 미안한 빛을 얼굴 가득 띄며 정택운이 여자의 앞에 앉았다.



  「진짜 미안, 요즘 일이 바빠서 약속을 까먹고 있었네.」


  「치이, 뭐예요 정말. 음식 다 식었잖아 어서 먹어요.」


  「아니 나 배불러 정희야. 먼저 먹고 있으래도…」


  「택운 씨 없이 내가 어떻게 먼저 먹어.」



  약속에 늦었음에도 화 한번 내지 않고 순하디 순한 미소를 띄며 음식을 자신 쪽으로 밀어 주는 착해빠진 한정희의 얼굴을 정택운이 덩달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간, 정택운은 눈을 의심했다. 원피스와 어울리는 살구빛 피부에 띈 웃음기가 누군가와 상당히 닮았는데,


  그 누군가가 좆고딩이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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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쇠입니다 :) 악연 2편을 들고 찾아왔어요!

 항상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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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오메오메!!!! 혁택은 사랑입니ㄷㅏ.... 혁이 쫌 더 패기있어도 될것 같아옄ㅋㅋㅋㅋㅋㅋㅋ ㅈ고딩이니까여!ㅋㅋㅋㅋㅋㅋ 누나가 결혼할 사람이 택운이라는거 알면 상혁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항상 자까님 글 너무너무 잘 읽ㄱ고 있어요! 아 저기 암호닉 신청... 받으시나여? 제가 신청을 했는지 모르겠어서...ㅠㅠㅠㅠㅠㅠ 혹시 받으시면 "먼지" 기억해주세여..♡ 사실 늑대소년 기다린다는 것도 저였ㅇㅓ...요...... 헿...... 오늘도 잘 읽었어요♥
10년 전
돌쇠
혁택은 사랑입니다ㅠㅠㅠㅠ 아 요즘 자꾸 혁택에 눈이 가서 미치겠어요ㅠㅠ 맞아요 한상혁의 패기를 응원합니다ㅋㅋㅋㅋㅋㅋ 첫화에 잠깐 아주잠깐 나오긴 했지만ㅎㅎ 오모오모 그 분이셨구나! 항상 제 글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ㅠ 독자님들이 있기에 제가 글 쓸 맛이 납니다ㅎㅎ 암호닉 신청 감사하게 받았습니다, 먼지 님♥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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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돌쇠
초롱초롱 님! 반갑습니다 :) 네 한상혁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름 뭐 순정파라면 순정파긴 한데 그 방식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죠? 정택운은 뭔가.. 음.. 마냥 깨끗하고 순결하기보단 이런 조금은 타락하고 농염한 그런 이미지가 개인적으로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ㅠㅠ 혁이 누나.. 그죠.. 막 쓰면서도 제가 다 미안하고..끙ㅠㅠㅠ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3
헐헐헐 상혁아 누나말좀 제대로 듣지그랬어ㅠㅠㅠ결혼상대가 택운이인거 알아도 한마이웨이로 갈 것 같은 이 예감?!?!?!ㅋㅋㅋㅋ상혁이가 조용하다고 빌빌기는 학우들이 불쌍해요ㅠㅠㅠ얼마나 또. 라이같은 짓을 했으면ㅠㅠㅠ너무너무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당♥♥♥
10년 전
돌쇠
상혁이 누나가 불쌍하기도 하고 그래요ㅠㅠㅠ ㅋㅋㅋㅋㅋ한마이웨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기넘치는 한상혁오빠의 특권이겠죠!?ㅋㅋㅋㅋㅋ 네 학교에서 한상혁은 그냥 한마디로 미친개입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10년 전
독자4
효긔 귀여운 맛이 있네요!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10년 전
돌쇠
맞죠! 마냥 라기보단 그런 귀여운 맛이 있죠ㅎㅎㅎ
10년 전
독자5
당돌한 효기....택운이가 원나잇한 고딩이 자신의 연인의 동생이라니 둘다 참 인연을 가장한 악연이랄까...ㅋㅋㅋㅋㅋ
10년 전
돌쇠
한상혁오빠의 패기를 응원합니다ㅠㅠ 그죠? 제목 정할 때 조금 고민하다가 그게 떠올랐는데.. 인연을 가장한 악연이라는 독자님 말씀이 되게 잘 어울리네요ㅠㅠ
10년 전
독자6
블루밍이예요! 우이효기ㅠㅠ 택운이랑 투닥거리는 것도 귀엽고 나이 많다고 택운이 놀리는 것도 귀엽고 자꾸만 들이대는 것도 귀엽네요ㅠㅠㅠㅠㅠ 혁이가 연인의 동생임을 알게되었을 때 택운이 반응이 궁금하네요! 다음 편도 기다릴게요! 잘 읽고 갑니닭@.@!!!
10년 전
돌쇠
블루밍 님! 반갑습니다 :) 우이 효기ㅠㅠㅠ 애가 막 주먹 잘 쓰고 입은 험해도 고딩다운 그런 귀여운 맛이 조금씩 배어나오는 게 저는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ㅠㅠ 저도 택운이의 반응이 궁금합니다!!!ㅋㅋㅋㅋㅋㅋ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닭!! @.@!!
10년 전
독자7
레오정수리) 혁이가 놀리는게 전 왜 이렇게 좋죠??ㅠㅠㅠㅠㅠㅠ택운이는 왜 이렇게 귀여운거야ㅠㅠㅠㅠㅠㅠ나중에 상혁이가 자신의 애인 동생인걸 알면..ㅠㅠㅠㅠ
10년 전
돌쇠
레오정수리 님, 반갑습니다 :) 저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혁이가 택운이 막 놀리는 거 너무 귀여워요ㅋㅋㅋㅋㅋ 굳이 이 소설 속이 아니라 현실에서도ㅋㅋㅋㅋㅋ 발끈하는 정택운도 너무 귀엽구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독자8
헐ㅠㅠㅠㅠㅠㅠㅠㅠ둘이그냥한번더해버려라ㅠㅠㅠ인티들어오자마자 신알신확인하고왔는데ㅠㅠㅜ으엉 너무죠타♥.♥겁나죠아용흫헣
10년 전
돌쇠
한번 더 해버리라닠ㅋㅋㅋㅋㅋㅋㅋ 오모오모 독자님 야해 @//@ㅋㅋㅋㅋㅋ 좋아해주시니 저도 기분 좋네요♥
10년 전
독자9
혁이가 너무 패기넘치네요 ㅋㅋㅋㅋ 역시 고등학생의 특권인가 ㅠㅠ 택운이는 확실하게 잡을 필요가 있겠지만... 그런건 먹힐리가 없죠 우리의 패기로운 고딩에겐!
잘읽고 갑니당 작가님 !!

10년 전
돌쇠
그쵸ㅠㅠ 고등학생의 특권이죠ㅠㅠㅠㅠㅠ 패기넘치는 한상혁오빠 제가 참 좋아하는데요ㅠㅠ ㅎㅎ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_^
10년 전
독자10
작가님, 211님 입니다! 정말 악연이네요 악연... 하필 택운이 결혼 상대가 혁이 누나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이런 전개 제가 좀 많이 좋아하는데요 먹어볼게요 와구와구오아고악와구오가ㅜ 정희 누나 버리고 둘이 어디로 도망갔으면 좋겠네요... 재밌게 읽고갑니다 :^)
10년 전
돌쇠
211님! 반갑습니다 :) 그죠 악연입니다ㅠㅠ 제목 정할 때 고민했는데 저 단어가 떠오르더라구요ㅎㅎ 저도 이런 설정 좋아하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제가 직접 쓰게 되었어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0년 전
독자11
헐ㅠㅠ이렇게재밌는글을 이제야 읽다니....ㅠㅠㅠ작가님 글 너무 잘쓰십니다ㅠ악연3화 기다리고있을게요♡
10년 전
독자12
혁택은 사랑입니다 사실 택운이가 오른쪽이라면 뭔들 사랑이 아니겠어요ㅠㅠㅠㅠ 안그래요?? 진짜 전 미자 혁이가 왜이리도 좋은지..
10년 전
독자13
헐.... 이럴수가.... 혁이 너무 죠하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혁택은 진짜 사랑입니댜♥♥♥♥♥♥ 혁택♥♥♥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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